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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1화

하예정은 차갑게 웃었다.

“어쩌죠? 저도 태윤 씨를 딴 여자랑 공유하기 싫거든요. 차연 씨, 제가 자리 비켜주길 원하는 거라면 태윤 씨한테 가서 말하세요. 태윤 씨가 나가라고 하면 바로 전씨 일가 사모님 자리를 넘겨드릴게요.”

도차연이 말했다.

“예정 씨는 태윤 씨한테 안 어울려요...”

“태윤 씨랑 결혼한 사람도 저고, 태윤 씨 합법적인 아내도 저예요. 어울리는지 아닌지는 우리 부부가 판단할 일이지 차연 씨 같은 외부인들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 않나요?”

작정하고 내연녀가 되어 누군가의 결혼생활에 끼어들겠다는 것은 도덕과 윤리를 다 버리고 파렴치함의 끝을 달리겠다는 뜻이다.

“차연 씨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나랑 태윤 씨가 어울리냐 마냐 판단하는 거죠? 차연 씨랑 태윤 씨가 무슨 사이인데요? 주제 파악 좀 해줄래요? 태윤 씨 할머니, 태윤 씨 부모님, 그 아무도 나랑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차연 씨가 뭐라고 그딴 말을 내뱉는 거냐고요?”

“...”

도차연은 하예정의 반박에 할 말을 잃고 전화를 꺼버렸다.

하예정은 통화가 끊긴 후 욕설을 퍼부었다.

“집안도 좋겠다, 여러모로 참 괜찮은데 머리가 이상하단 말이지. 미친 거 아니야? 아니 왜 내연녀가 되겠다는 건데?”

도차연과 비교하니 하예정은 사촌 언니 성소현이야말로 진정한 명문가의 딸이고 완벽한 조건에 건강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란 걸 느꼈다.

“내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내연녀는 서현주야. 물론 지금은 감방에서 허우적대고 있지.”

하예정은 혼잣말로 구시렁댔다. 대체 그런 여자들은 왜 내연녀가 되고 싶어 하는 걸까?

떳떳하게 살면 얼마나 좋아?

기어코 남 보이기 부끄러운 짓을 하고 평생 내연녀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닐뿐더러 본인들이 낳은 아이가 내연녀의 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사람들에게 차별대우를 받게 될 텐데.

하예정은 뻐근한 허리를 문지르며 가서 세안을 마친 후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녀가 늦게 일어나다 보니 할머니는 어느덧 식사를 마치고 1층 거실에서 TV를 시청하고 계셨다.

발걸음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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