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은 믿을 수가 없었다.“할머니가 예정이랑 우빈이 데리고 여행을 떠나요? 왜 예정이는 아무 말도 없었죠? 전화해도 안 받고 문자 보내도 답장이 없어요. 남편 집에 버리고 혼자 놀러 간 거예요?!”“처형, 예정이가 날 점점 소홀히 해요. 이렇게 큰일도 미리 상의 없이 떠나가 버렸다고요. 평소에는 일 때문에 출장이 잦고 한 번 출장 가면 사흘에서 닷새가 걸려야 집에 돌아와요. 항상 저를 중시 안 하는 기분이라고요.”“평소에는 그렇다 쳐도 여행 가는 것까지 아무런 말이 없네요. 이런 큰일도 얘기 없다는 건 아예 날 집에 버려둔다는 뜻이에요. 조금이라도 말해줬다면 내가 매달려서라도 함께 갔을 텐데...”하예진이 말했다.“예정이도 요즘에 일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잠깐 바람 쐬러 나간 거예요. 제부를 소홀히 한 거 절대 아니라고요.”제부 전태윤은 처형 하예진에게 고자질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부부가 갈등만 빚으면 전태윤은 무조건 하예진에게 일러바치며 동생을 혼내라고 한다.하예정이 말하길 이젠 사소한 트러블만 생겨도 전태윤을 외출하지 못하게 가로막고 전화도 못 하게 한다고 한다. 또 언니한테 일러바칠 게 뻔하니까.전태윤은 고자질뿐만 아니라 하예정이 자신을 소홀히 하고 자신을 향한 사랑이 부족하여 항상 불안감에 떤다고 한다. 마음 같아서는 작은 팬던트가 되어 하예정의 몸에 걸린 채 종일 함께하고 싶다고 한다.하예정은 그야말로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처지였다.“처형, 예정이는 저를 버렸어요.”전태윤이 잔뜩 서운해하며 말했다.“전화도 안 받고 문자 보내도 답장이 없어요.”“그래요? 제가 전화해서 얼른 제부한테 전화하라고 할게요. 예정이도 임시로 결정한 일이라 제부 업무에 방해될까 봐 미리 안 알려줬을 거예요. 잠시만 기다려요. 제가 일단 전화해볼게요.”하예진은 전태윤과 통화를 마치고 동생에게 전화해보았는데 역시 받지 않았다. 할머니께 해봐도 전화가 꺼진 상태였다.하예진은 하는 수 없이 전태윤에게 전했다.“제부, 예정이 제 전화도 안 받아요
“태윤아, 날 웃겨서 죽이려고 작정했어? 내가 죽으면 우리 집 재산을 상속받으려는 속셈인 거지? 할머니의 손자로 산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할머니의 성격을 알면서 왜 그래. 이런 상황도 일찌감치 예견해놨어야지.”“할머니께서 너희들이 신혼생활 때 납치해 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 아니면 더 힘들었을걸.”막 사랑에 빠져있을 때 갈라져 있으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전태윤이 말을 이었다.“...지금도 괴로워. 아침에 눈을 뜨면 예정이가 보이고 밤에 퇴근하면 예정이가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게 습관 되어 버렸어. 예정이가 집에 있는 한 항상 나도 모르게 급하게 집으로 가고 싶어지거든.”“예정이를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 지금 나를 두고 놀러 가면서도 못 따라오게 하려고 휴대전화까지 새로 바꿨어. 너무 적응이 안 돼. 정남아, 나와서 한잔하자. 내가 쏠게.”전태윤은 사람을 시켜 할머니께서 어디에 가셨는지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다.할머니가 하예정을 데리고 간 이상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전태윤에게 절대 알리지 않을 것이다.하예정이가 스스로 전태윤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가 없었다.전태윤은 의아해했다.전태윤이 할머니에게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렇게 자신을 괴롭히는지 알 수 없었다.전태윤의 약점만 골라서 그에게 수를 쓴 것이다.“지금 몇 시인 줄 알아? 지금 마신다고.? 나 안 마실래. 집에서 우리 아내와 함께 있어야 해. 우리 아내가 임신한 뒤로 내가 담배와 술을 끊은 지 꽤 오래됐어.”소정남은 생각하지도 않고 전태윤을 거절했다.전태윤은 투덜댔다.“여자밖에 모르는 자식! 의리 없는 녀석!”“친구와 평생을 같이 살 것도 아니고 부인이랑 평생을 같이할 건데 당연히 우리 아내가 제일 중요하지.”“너무 늦었어요. 그만 끊어. 우리 마누라랑 꿈나라로 가야 해. 잘 자!”웃으며 전화를 끊는 소정남을 보며 심효진은 왠지 남편의 말투에 기쁨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소정남이 휴대전화를 내려놓자 심효진은 남편에게 물었다.“전 씨 할머니께
“사실 태윤이는 예정 씨 덕에 많이 바뀌었어. 다만 예정이가 점점 더 바빠져서 그런지 태윤에게 신경 쓸 여유가 적어져서 태윤이가 자꾸 불평을 털어놓는 거야.”심효진도 한마디 했다.“하루 이틀 불평하는 것도 아니고 종일 불평하잖아요. 연애편지를 써본 적도 없는 애가 남편을 달래느라 머리를 쥐어짜면서 연애편지를 쓰는 것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전태윤처럼 난폭한 남자는 시간이 수십 년 흐른다 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앞으로 백발이 무성한 할아버지가 되어도 분명 그 성격 그대로 변함이 없을 것이다.하예정이 전태윤을 기꺼이 포용하기만 하면 될 것이다.남편이 불평하면 아내가 달래는 게 반복될 게 뻔했다.전태윤 부부는 이렇게 지내는 것이 행복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외부인은 재미로 듣기만 하면 될 뿐 참견하지 않는 것이 최고일지도 모른다.소정남은 부러워하며 아내를 바라보았다.“태윤이도 마누라가 쓴 연애편지도 받았는데 난 한 번도 받은 적 없는걸. 효진아, 나한테도 연애편지 써주는 건 어때? 나도 연애편지 받는 기분이 어떨지 한번 체험하게 해주라.”“내가 태윤이가 가끔 엄청나게 기뻐하는 걸 봤거든. 태윤의 차가운 얼굴에도 감출 수 없는 기쁜 표정이 나타나는 거 있지. 눈이 멀지 않은 사람이라면 다 알아챌 수 있을걸. 내가 보기엔 틀림없이 예정이가 쓴 연애편지를 봤을 거야.”심효진은 거절도 동의도 하지 않고 말했다.“저도 연애편지를 써본 적 없는걸요. 제가 써본 경험이 없어 인터넷에서 찾아 쓰자니 성의가 없어 보이고 베끼지 않고 혼자 쓰자니 머리를 쥐어짜서 써야 정말 애가 탈 거예요.”“그러다 보면 잠도 안 오고 밥도 안 넘어가고 밤새 어떻게 쓸지 고민할 게 뻔해요.”“아니야, 아니야. 쓰지 마. 내가 쓸게. 우리 자기, 쓰지 마. 내가 쓸게. 내가 당신에게 써도 마찬가지야.”심효진이 연애편지를 쓸 줄 모르고 경험도 없다는 말에 소정남은 기쁘기 그지없었다.심효진이 진심으로 연애편지를 쓸 것이고 또 소정남 자신도 그녀가 처음으로 쓴 연애편지를 받는
소정남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말하지 않을게. 태윤이와 비교 안 할게. 내가 태윤이보다 더 행복한걸.”소정남은 심효진의 아랫배를 만졌다.전태윤이 결혼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도 아직 아빠가 되지 못했다.하지만 소정남은 이미 아빠가 되었다.그리고 소정남과 심효진은 전태윤 부부보다 훨씬 더 잘 지내고 있었다.소정남은 너무 만족했다.심효진은 소정남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얹으며 그의 손을 떼어냈다.그리고 말했다.“태윤 씨에게 그런 말 하지 마세요.”“나 아무 말도 안 했어.”“당신의 표정만 봐도 저는 당신이 무슨 생각 했는지 알 수 있어요. 예정이가 말은 안 하지만 마음속으로 자신이 임신 못 하게 될까 봐 엄청나게 걱정하고 있어요. 인터넷에서도 자주 난임 문제를 검색하는 것을 봤거든요.”소정남은 “응”하며 대답했다.“말하지 않을게. 예정 씨에게도 많이 설득해줘. 급하지 않다고 말이야. 급할수록 뜻대로 안 되니까.”“알았어요. 저는 예정이 앞에서 아기에 관한 얘기도 감히 못 꺼내요.”심효진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부부가 저렇게 금슬이 좋은데 왜 임신이 안되는 거죠?”심효진과 소정남은 신혼여행 중에 임신했다.“그들도 곧 아이가 생길 테니 너무 생각하지 말고 자.”사랑스러운 아내를 위로하며 소정남은 침대 라이트를 어둡게 조절하고 몸을 옆으로 돌려 아내를 안았다.임신한 몸이라 그런지 심효진은 매우 빨리 잠들었다.불과 몇 분 만에 꿈나라로 들어가 달콤하게 잠을 잤다.이렇게 빨리 잠드는 아내를 보며 소정남은 마음이 따듯해졌다.심효진의 이마에 대고 가볍게 뽀뽀를 하고 난 뒤 소정남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당신이 너무 부러워. 불과 몇 분 사이에 잠들다니.”소정남은 항상 엎치락뒤치락해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었다.그와 동시에 도씨 가문에서는...욕실에서 나오자마자 도차연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새로운 메시지가 온 것이다.침대에 놓여있는 휴대전화를 보며 도차연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침대 옆에 앉아 휴대전화를
하예정은 몰래 찍은 모든 사진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그리고 필름까지 꺼내서 부숴버렸다.집주인은 도차연을 데리고 로얄 팰리스에 들어간 것에 대해 자신은 도차연의 목적을 몰랐고 단지 전태윤 집안의 친척인 줄 알고 친절하게 도와줬을 뿐이라고 답했다.자신이 사고 친 줄도 모른 집주인은 하예정 앞에서 다시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하예정은 집주인의 말을 믿는 척했지만 돌아와서 박 씨 아저씨에게 부탁하여 그 기자를 잘 감시하라고 전했다.하예정은 이 연예기자가 단순히 자기 집안의 가십거리만 폭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그 기자의 눈빛에서 질투심이 보였다.게다가 전태윤을 언급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웃음을 참지 못했다.하예정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 연예기자가 하예정의 2호 연적이 될 가능성이 컸다.전태윤은 마치 자석처럼 미혼녀뿐만 아니라 이혼한 젊은 여성분마저도 그에게 눈독을 들이게 했다.마치 기름진 고기처럼 여기고 전태윤을 한입에 집어삼키려고 안달이 났다.도차연은 그다지 이쁘지 않은 외모지만 화끈한 몸매를 가진 집주인이 생각났다.도차연은 물었다.“언니, 언니군요. 언니가 어떻게 하예정이 멀리 있는 길을 떠난 사실을 아세요? 어디로 갔는지 아세요?”“제 성씨는 유 씨이고 유빈이라고 해요. 저도 로얄 팰리스의 거주자예요. 제가 전 씨 도련님 부부의 행적에 관해 관심이 많거든요. 전 씨 도련님과 같은 저택에 살게 된 것도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자꾸 참지 못하고 관심 가지게 돼요.”도차연은 말이 없었다.유빈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날 제가 차연 씨를 데리고 별장에 들어갔잖아요. 오늘 점심에 그 집 사모님이 저를 찾아와서 따지며 욕을 퍼붓더라고요. 사모님도 자신감이 없으셨나 봐요. 부부 사이가 생각보다 안 좋을지도 몰라요.”도차연은 말을 이었다.“저도 그건 잘 몰라요. 저는 전 씨 도련님에게 첫눈에 반했거든요. 하지만 전 씨 도련님과 고작 한 번밖에 만나보지 못했어요. 물론 하예정에 관해 아는 게 없어요. 당신 관성 사람
어둠이 지나가고 환한 태양이 떠올랐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전태윤은 깨어난 후 눈을 뜨지도 않고 습관적으로 옆으로 몸을 기울여 긴 팔을 쭉 뻗었지만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다.전태윤은 눈을 번쩍 떴고 그제야 옆에 아무도 없는 것을 깨달았다.하예정의 여리여리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한참 동안 멍해 있다가 그제야 전태윤은 기억났다.전태윤의 할머니가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를 데려간 것이다.전태윤을 무정하게 집에 버리고 두 사람은 우빈을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전태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해 결국 하예정의 베개를 하예정으로 생각하며 껴안고는 겨우 잠을 이루었다.휴대전화를 들어 시간을 보니 오전 8시가 넘었다.예전에는 항상 새벽 6시가 넘으면 전태윤은 일어나 아침 운동을 했다.아내가 없으니까 일어나는 것조차도 힘들었다.날짜를 다시 보니 오늘이 마침 토요일이었다.너무 바빠서 날짜를 확인할 시간도 없었다.금방 월요일을 보낸 것 같은데 벌써 토요일이라니, 한주가 너구 빨리 지나는 것 같았다.토요일은 출근하지 않았기에 전태윤은 계속 잠 자고 싶었다.꿈속에서 자신과 예정이가 단둘이 있기 때문이다.하필이면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더는 잠을 이룰 수 없어 마지못해 일어났다.휴대전화기에 부재중 전화가 없었고 카톡에는 읽지 않은 메시지가 많았다.클릭해서 보았더니 사업 그룹 메시지 외에 주말에 놀러 가자고 하는 메시지뿐이었다.전태윤은 휴대전화를 전부 뒤졌지만 하예정에게서 온 메시지는 없었다.“하예정!”전태윤은 이를 악물며 하예정의 이름을 불렀다.전태윤이 성씨와 함께 그녀의 이름을 부른 적은 거의 없었다.“너무 하네, 너무 해! 어쩜 메시지 한 통도 없냐!”하예정이 보내온 메시지가 없어서 모멘트를 클릭해서 보니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그제야 하예정이 휴대전화마저 바꿔버린 기억이 났다.새로운 전화번호는 그 누구도 몰랐다.마누라한테 버림받아 집에 박혀있는 전 씨 도련님은 옷을 갈아입고 깨끗이 씻은 후 그 멋있는 얼굴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
남자 주인을 본지가 오랜만이라 보고 싶어서 그랬던 모양이었다.“도련님, 아침 드세요.”전태윤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몸은 이미 식탁으로 향하고 있었다.식탁으로 들어가 보니 주방에서는 전태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밥상을 차렸다.사람 한 명만 적을 뿐인데 전태윤은 습관이 안 되어 입맛이 없어졌다.전태윤은 앉아서 몇 입 먹다가 수저를 식탁에 내려놓았다.전태윤은 일어나서 곧 밖으로 나갔다.박 씨 아저씨는 식탁을 보더니 전태윤을 따라 걸으며 물었다.“도련님, 입맛이 없으신가요? 아니면 주방의 음식이 맛이 없으신가요?”“아내가 집에 없어서 그래요.”박 씨 아저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하예정은 전 씨 할머니 따라 멀리 있는 길을 떠나셨고 언제 돌아오실지도 모르는데 전태윤이 밥을 안 먹으니 걱정이 되었다.“도련님, 어디로 가게?”전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몇 분 후, 전태윤은 경호원들을 따라가지 못하게 하고 혼자 차를 몰고 나갔다.박 씨 아저씨는 강일구와 몇몇 경호원들을 시켜 차를 몰고 몰래 따라다니게 했다.강일구가 운전했다.강일구는 전태윤의 차 뒤에서 천천히 따라가면서 조수석에 앉은 동료에게 말했다.“요즘 우리 정신 바짝 차려야 해. 절대로 실수해서도 안 되고 일이 없을 때면 도련님 앞에서 기웃거려도 안 돼.”동료가 대답했다.“감히 누가 도련님 앞에서 얼씬거릴 용기가 있겠어요. 죽을 짓을 찾는 짓이죠. 사모님께서 집에 계신다면 걱정할 필요도 없겠죠.”“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사모님은 한 손이라도 버틸 수 있을걸요. 지금은 사모님이 계시지 않으니 멀리 쩍 피하는 게 상책이에요.”“도련님은 사모님 곁에 있는 생활이 습관 돼서 그래. 그런데 어르신이 한마디 말도 없이 사모님을 데리고 멀리 나가셨으니 도련님은 화풀이할 곳도 없는 거지.”“도련님이 어디로 가실지 궁금하네요.”강일구는 대답했다.“분명 하예진 씨에게로 찾아가 고자질할 것이 뻔해.”동료는 말을 잇지 못했다.전태윤은 고발하러 간 것은 아니지만 하루 토스트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었다.하
하예진이 먼저 말을 꺼냈다.“아마도 예정이가 곧 전화 올 거야. 우빈이가 날 보고 싶어 할 거니까.”하예진은 이런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하예진도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제부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여동생이 멀리 있는 길을 떠났을 뿐인데도 제부가 죽어가는 모양새를 보더니 하예진은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부부 사이가 그만큼 좋다는 것도 의미한다.전태윤은 하예정이 곁에 있는 게 익숙했을 뿐이다.동생 부부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보니 하예진은 기쁘기만 했다.“내가 다른 거로 바꿔줄까?”하예진은 전태윤에게 라면으로 바꿔주려고 했다.전태윤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처형이 만든 게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입맛이 없어서 그래요. 예정이가 나를 잔인하게 버리고 할머니를 따라 여행을 갔어요. 게다가 휴대전화 번호도 새로 바꾼 걸 생각하니 기분이 너무 우울해요.”“처형, 저 다크서클 있어요. 잠도 잘 안 와요.”하예진은 말이 못이었다.“처형, 제가 뭐 잘못한 거 있을까요?”전태윤은 자신이 뭔가 잘못해서 할머니한테 혼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할머니가 갑자기 하예정을 불러 떠날 이유가 없었다.할머니는 전태윤이 하예정에 대한 집착이 너무 심해 매일 24시간 붙어 다녀야 할 정도라는 것도 뻔히 알고 계셨다.“내가 본 바로는 네가 잘못 없는 것 같아. 하지만 내가 알지 못한 사실이 있다면 그건 딴 얘기이고...”전태윤은 한숨을 쉬며 한마디 더 했다.“우리 할머니께서는 항상 그러셨어요. 계획하신 일이라면 갑자기 실행에 옮겨 누구도 할머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모른다니까요. 너무 머리 아파요.”전태윤은 도대체 자신이 뭐를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하예진은 전태윤을 보며 위로했다.“전 씨 할머니는 그냥 오랜만에 예정이를 데라고 나가서 바람 쐬고 싶은 것일 수도 있어. 너무 고민하지마.”전태윤은 말을 잇지 못했다.하예진은 전 씨 할머니의 성격을 잘 몰랐다.전태윤은 전 씨 할머니 밑에서 자랐고 할머니와 사이가 가장 좋았기에 할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