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태윤이는 예정 씨 덕에 많이 바뀌었어. 다만 예정이가 점점 더 바빠져서 그런지 태윤에게 신경 쓸 여유가 적어져서 태윤이가 자꾸 불평을 털어놓는 거야.”심효진도 한마디 했다.“하루 이틀 불평하는 것도 아니고 종일 불평하잖아요. 연애편지를 써본 적도 없는 애가 남편을 달래느라 머리를 쥐어짜면서 연애편지를 쓰는 것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전태윤처럼 난폭한 남자는 시간이 수십 년 흐른다 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앞으로 백발이 무성한 할아버지가 되어도 분명 그 성격 그대로 변함이 없을 것이다.하예정이 전태윤을 기꺼이 포용하기만 하면 될 것이다.남편이 불평하면 아내가 달래는 게 반복될 게 뻔했다.전태윤 부부는 이렇게 지내는 것이 행복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외부인은 재미로 듣기만 하면 될 뿐 참견하지 않는 것이 최고일지도 모른다.소정남은 부러워하며 아내를 바라보았다.“태윤이도 마누라가 쓴 연애편지도 받았는데 난 한 번도 받은 적 없는걸. 효진아, 나한테도 연애편지 써주는 건 어때? 나도 연애편지 받는 기분이 어떨지 한번 체험하게 해주라.”“내가 태윤이가 가끔 엄청나게 기뻐하는 걸 봤거든. 태윤의 차가운 얼굴에도 감출 수 없는 기쁜 표정이 나타나는 거 있지. 눈이 멀지 않은 사람이라면 다 알아챌 수 있을걸. 내가 보기엔 틀림없이 예정이가 쓴 연애편지를 봤을 거야.”심효진은 거절도 동의도 하지 않고 말했다.“저도 연애편지를 써본 적 없는걸요. 제가 써본 경험이 없어 인터넷에서 찾아 쓰자니 성의가 없어 보이고 베끼지 않고 혼자 쓰자니 머리를 쥐어짜서 써야 정말 애가 탈 거예요.”“그러다 보면 잠도 안 오고 밥도 안 넘어가고 밤새 어떻게 쓸지 고민할 게 뻔해요.”“아니야, 아니야. 쓰지 마. 내가 쓸게. 우리 자기, 쓰지 마. 내가 쓸게. 내가 당신에게 써도 마찬가지야.”심효진이 연애편지를 쓸 줄 모르고 경험도 없다는 말에 소정남은 기쁘기 그지없었다.심효진이 진심으로 연애편지를 쓸 것이고 또 소정남 자신도 그녀가 처음으로 쓴 연애편지를 받는
소정남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말하지 않을게. 태윤이와 비교 안 할게. 내가 태윤이보다 더 행복한걸.”소정남은 심효진의 아랫배를 만졌다.전태윤이 결혼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도 아직 아빠가 되지 못했다.하지만 소정남은 이미 아빠가 되었다.그리고 소정남과 심효진은 전태윤 부부보다 훨씬 더 잘 지내고 있었다.소정남은 너무 만족했다.심효진은 소정남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얹으며 그의 손을 떼어냈다.그리고 말했다.“태윤 씨에게 그런 말 하지 마세요.”“나 아무 말도 안 했어.”“당신의 표정만 봐도 저는 당신이 무슨 생각 했는지 알 수 있어요. 예정이가 말은 안 하지만 마음속으로 자신이 임신 못 하게 될까 봐 엄청나게 걱정하고 있어요. 인터넷에서도 자주 난임 문제를 검색하는 것을 봤거든요.”소정남은 “응”하며 대답했다.“말하지 않을게. 예정 씨에게도 많이 설득해줘. 급하지 않다고 말이야. 급할수록 뜻대로 안 되니까.”“알았어요. 저는 예정이 앞에서 아기에 관한 얘기도 감히 못 꺼내요.”심효진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부부가 저렇게 금슬이 좋은데 왜 임신이 안되는 거죠?”심효진과 소정남은 신혼여행 중에 임신했다.“그들도 곧 아이가 생길 테니 너무 생각하지 말고 자.”사랑스러운 아내를 위로하며 소정남은 침대 라이트를 어둡게 조절하고 몸을 옆으로 돌려 아내를 안았다.임신한 몸이라 그런지 심효진은 매우 빨리 잠들었다.불과 몇 분 만에 꿈나라로 들어가 달콤하게 잠을 잤다.이렇게 빨리 잠드는 아내를 보며 소정남은 마음이 따듯해졌다.심효진의 이마에 대고 가볍게 뽀뽀를 하고 난 뒤 소정남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당신이 너무 부러워. 불과 몇 분 사이에 잠들다니.”소정남은 항상 엎치락뒤치락해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었다.그와 동시에 도씨 가문에서는...욕실에서 나오자마자 도차연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새로운 메시지가 온 것이다.침대에 놓여있는 휴대전화를 보며 도차연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침대 옆에 앉아 휴대전화를
하예정은 몰래 찍은 모든 사진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그리고 필름까지 꺼내서 부숴버렸다.집주인은 도차연을 데리고 로얄 팰리스에 들어간 것에 대해 자신은 도차연의 목적을 몰랐고 단지 전태윤 집안의 친척인 줄 알고 친절하게 도와줬을 뿐이라고 답했다.자신이 사고 친 줄도 모른 집주인은 하예정 앞에서 다시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하예정은 집주인의 말을 믿는 척했지만 돌아와서 박 씨 아저씨에게 부탁하여 그 기자를 잘 감시하라고 전했다.하예정은 이 연예기자가 단순히 자기 집안의 가십거리만 폭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그 기자의 눈빛에서 질투심이 보였다.게다가 전태윤을 언급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웃음을 참지 못했다.하예정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 연예기자가 하예정의 2호 연적이 될 가능성이 컸다.전태윤은 마치 자석처럼 미혼녀뿐만 아니라 이혼한 젊은 여성분마저도 그에게 눈독을 들이게 했다.마치 기름진 고기처럼 여기고 전태윤을 한입에 집어삼키려고 안달이 났다.도차연은 그다지 이쁘지 않은 외모지만 화끈한 몸매를 가진 집주인이 생각났다.도차연은 물었다.“언니, 언니군요. 언니가 어떻게 하예정이 멀리 있는 길을 떠난 사실을 아세요? 어디로 갔는지 아세요?”“제 성씨는 유 씨이고 유빈이라고 해요. 저도 로얄 팰리스의 거주자예요. 제가 전 씨 도련님 부부의 행적에 관해 관심이 많거든요. 전 씨 도련님과 같은 저택에 살게 된 것도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자꾸 참지 못하고 관심 가지게 돼요.”도차연은 말이 없었다.유빈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날 제가 차연 씨를 데리고 별장에 들어갔잖아요. 오늘 점심에 그 집 사모님이 저를 찾아와서 따지며 욕을 퍼붓더라고요. 사모님도 자신감이 없으셨나 봐요. 부부 사이가 생각보다 안 좋을지도 몰라요.”도차연은 말을 이었다.“저도 그건 잘 몰라요. 저는 전 씨 도련님에게 첫눈에 반했거든요. 하지만 전 씨 도련님과 고작 한 번밖에 만나보지 못했어요. 물론 하예정에 관해 아는 게 없어요. 당신 관성 사람
어둠이 지나가고 환한 태양이 떠올랐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전태윤은 깨어난 후 눈을 뜨지도 않고 습관적으로 옆으로 몸을 기울여 긴 팔을 쭉 뻗었지만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다.전태윤은 눈을 번쩍 떴고 그제야 옆에 아무도 없는 것을 깨달았다.하예정의 여리여리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한참 동안 멍해 있다가 그제야 전태윤은 기억났다.전태윤의 할머니가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를 데려간 것이다.전태윤을 무정하게 집에 버리고 두 사람은 우빈을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전태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해 결국 하예정의 베개를 하예정으로 생각하며 껴안고는 겨우 잠을 이루었다.휴대전화를 들어 시간을 보니 오전 8시가 넘었다.예전에는 항상 새벽 6시가 넘으면 전태윤은 일어나 아침 운동을 했다.아내가 없으니까 일어나는 것조차도 힘들었다.날짜를 다시 보니 오늘이 마침 토요일이었다.너무 바빠서 날짜를 확인할 시간도 없었다.금방 월요일을 보낸 것 같은데 벌써 토요일이라니, 한주가 너구 빨리 지나는 것 같았다.토요일은 출근하지 않았기에 전태윤은 계속 잠 자고 싶었다.꿈속에서 자신과 예정이가 단둘이 있기 때문이다.하필이면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더는 잠을 이룰 수 없어 마지못해 일어났다.휴대전화기에 부재중 전화가 없었고 카톡에는 읽지 않은 메시지가 많았다.클릭해서 보았더니 사업 그룹 메시지 외에 주말에 놀러 가자고 하는 메시지뿐이었다.전태윤은 휴대전화를 전부 뒤졌지만 하예정에게서 온 메시지는 없었다.“하예정!”전태윤은 이를 악물며 하예정의 이름을 불렀다.전태윤이 성씨와 함께 그녀의 이름을 부른 적은 거의 없었다.“너무 하네, 너무 해! 어쩜 메시지 한 통도 없냐!”하예정이 보내온 메시지가 없어서 모멘트를 클릭해서 보니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그제야 하예정이 휴대전화마저 바꿔버린 기억이 났다.새로운 전화번호는 그 누구도 몰랐다.마누라한테 버림받아 집에 박혀있는 전 씨 도련님은 옷을 갈아입고 깨끗이 씻은 후 그 멋있는 얼굴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
남자 주인을 본지가 오랜만이라 보고 싶어서 그랬던 모양이었다.“도련님, 아침 드세요.”전태윤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몸은 이미 식탁으로 향하고 있었다.식탁으로 들어가 보니 주방에서는 전태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밥상을 차렸다.사람 한 명만 적을 뿐인데 전태윤은 습관이 안 되어 입맛이 없어졌다.전태윤은 앉아서 몇 입 먹다가 수저를 식탁에 내려놓았다.전태윤은 일어나서 곧 밖으로 나갔다.박 씨 아저씨는 식탁을 보더니 전태윤을 따라 걸으며 물었다.“도련님, 입맛이 없으신가요? 아니면 주방의 음식이 맛이 없으신가요?”“아내가 집에 없어서 그래요.”박 씨 아저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하예정은 전 씨 할머니 따라 멀리 있는 길을 떠나셨고 언제 돌아오실지도 모르는데 전태윤이 밥을 안 먹으니 걱정이 되었다.“도련님, 어디로 가게?”전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몇 분 후, 전태윤은 경호원들을 따라가지 못하게 하고 혼자 차를 몰고 나갔다.박 씨 아저씨는 강일구와 몇몇 경호원들을 시켜 차를 몰고 몰래 따라다니게 했다.강일구가 운전했다.강일구는 전태윤의 차 뒤에서 천천히 따라가면서 조수석에 앉은 동료에게 말했다.“요즘 우리 정신 바짝 차려야 해. 절대로 실수해서도 안 되고 일이 없을 때면 도련님 앞에서 기웃거려도 안 돼.”동료가 대답했다.“감히 누가 도련님 앞에서 얼씬거릴 용기가 있겠어요. 죽을 짓을 찾는 짓이죠. 사모님께서 집에 계신다면 걱정할 필요도 없겠죠.”“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사모님은 한 손이라도 버틸 수 있을걸요. 지금은 사모님이 계시지 않으니 멀리 쩍 피하는 게 상책이에요.”“도련님은 사모님 곁에 있는 생활이 습관 돼서 그래. 그런데 어르신이 한마디 말도 없이 사모님을 데리고 멀리 나가셨으니 도련님은 화풀이할 곳도 없는 거지.”“도련님이 어디로 가실지 궁금하네요.”강일구는 대답했다.“분명 하예진 씨에게로 찾아가 고자질할 것이 뻔해.”동료는 말을 잇지 못했다.전태윤은 고발하러 간 것은 아니지만 하루 토스트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었다.하
하예진이 먼저 말을 꺼냈다.“아마도 예정이가 곧 전화 올 거야. 우빈이가 날 보고 싶어 할 거니까.”하예진은 이런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하예진도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제부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여동생이 멀리 있는 길을 떠났을 뿐인데도 제부가 죽어가는 모양새를 보더니 하예진은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부부 사이가 그만큼 좋다는 것도 의미한다.전태윤은 하예정이 곁에 있는 게 익숙했을 뿐이다.동생 부부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보니 하예진은 기쁘기만 했다.“내가 다른 거로 바꿔줄까?”하예진은 전태윤에게 라면으로 바꿔주려고 했다.전태윤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처형이 만든 게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입맛이 없어서 그래요. 예정이가 나를 잔인하게 버리고 할머니를 따라 여행을 갔어요. 게다가 휴대전화 번호도 새로 바꾼 걸 생각하니 기분이 너무 우울해요.”“처형, 저 다크서클 있어요. 잠도 잘 안 와요.”하예진은 말이 못이었다.“처형, 제가 뭐 잘못한 거 있을까요?”전태윤은 자신이 뭔가 잘못해서 할머니한테 혼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할머니가 갑자기 하예정을 불러 떠날 이유가 없었다.할머니는 전태윤이 하예정에 대한 집착이 너무 심해 매일 24시간 붙어 다녀야 할 정도라는 것도 뻔히 알고 계셨다.“내가 본 바로는 네가 잘못 없는 것 같아. 하지만 내가 알지 못한 사실이 있다면 그건 딴 얘기이고...”전태윤은 한숨을 쉬며 한마디 더 했다.“우리 할머니께서는 항상 그러셨어요. 계획하신 일이라면 갑자기 실행에 옮겨 누구도 할머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모른다니까요. 너무 머리 아파요.”전태윤은 도대체 자신이 뭐를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하예진은 전태윤을 보며 위로했다.“전 씨 할머니는 그냥 오랜만에 예정이를 데라고 나가서 바람 쐬고 싶은 것일 수도 있어. 너무 고민하지마.”전태윤은 말을 잇지 못했다.하예진은 전 씨 할머니의 성격을 잘 몰랐다.전태윤은 전 씨 할머니 밑에서 자랐고 할머니와 사이가 가장 좋았기에 할머니가
“예정이 이모랑 지금 셋째 작은 아버지 집에 간 거야?”하예진은 아들이 말하는 셋째 작은 아버지가 전호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우빈은 대답했다.“네, 지금 셋째 작은 아버지 집에 있어요. 조금 있으면 비행기 타는데 어디로 가는지 몰라요. 우리는 태 할머니와 작은이모가 계획하신 대로 움직이거든요.”우빈이는 작은 이모와 태 할머니를 따라다니며 먹고 마시고 놀면 되었다.하예진은 또 물었다.“작은 이모의 새 휴대전화로 어머니에게 전화 한 거야?”“아뇨, 셋째 작은 아버지 거예요.”하예진이 말했다.“그랬구나. 이모는? 이모 좀 바꿔봐.”“제가 이모를 찾아볼게요. 엄마, 잠시만요.”우빈은 휴대전화를 향해 말을 하면서 뛰어가 하예정을 찾았다.전호영은 우빈이가 너무 빨리 뛰어다녀 넘어질까 봐 뒤를 따라다녔다.“이모, 엄마가 이모 찾아요.”우빈이는 하예정을 찾아서 바로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하예정은 전화를 이내 받았다.“응, 언니.”“예정아, 새로 산 핸드폰으로 전태윤한테 메시지 보내거나 전화라도 해봐. 너도 참... 여행 가가 전에 제부에게 미리 말이라고 해주면 얼마나 좋아. 네가 집에 없으니 제부가 시체처럼 걸어 다니는 것 같아.”“주말에도 놀러 가지 못하고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못 자서 다크써클까지 생겼잖아. 지금 제부가 우리 가게에 있어. 아까 국수를 끓여줬는데 목에 내려가지도 않는대. 네가 엄청나게 보고 싶은 모양이야.”하예진은 동생에게 몇 마디 꾸지람하고는 전태윤을 떠나 구석에 가서 낮은 소리로 물었다.“예정아, 너 제부와 싸운 건 아니지? 제부가 자꾸 자신이 뭔가 잘못을 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 전 씨 할머니가 너 대신 골탕 먹이려고 이러는 건 아닌지 너무 고민하고 있어.”하예정은 남편이 밥도 못 먹고 잠도 잘 못 잔다는 말에 걱정하며 물었다.“태윤 씨가 정말 아무것도 못 먹어? 내가 처음으로 멀리 있는 길을 떠난 것도 아닌데 왜 그러지? 나 평소에도 출장을 자주 다니는데, 그럴 리가.”“네가 평소 출장을 가도 겨
“태윤 씨, 언니가 당신이 밥도 잘 안 먹는다고 말하던데 정말이에요? 태윤 씨가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고 몸도 상하고 위도 상하게 될 거예요. 그때 가서 저는 아무것도 상관 안 할거예요.”하예정은 위협하기 시작했다.“내가 집에 없어도 잘 먹고 잘 자야 해요. 내가 돌아가서 당신이 살 빠지고 상태가 안 좋은 걸 보게 된다면 한 달 내내 태윤 씨 안 볼 거예요.”전태윤은 쓴웃음 지으며 대답했다.“여보, 이렇게 날 버리더니 이젠 협박까지 하고 정말 너무하네.”“당연하죠. 당연히 독해야죠. 누가 종일 아내가 무시한다고 불평하래요? 이젠 내가 진짜로 무시당하는 것을 제대로 보여줄거예요. 저 또 나가봐야 해요.”“우리 언니가 끓여 준 국수를 꼭 다 먹고 일도 반드시 잘해야 해요. 알겠죠? 9월 1일 전으로 집으로 갈 거예요. 우빈이가 유치원에 가야 해서요.”그리고 하예정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태윤 씨, 많이 사랑해요.”전태윤이 잘 들리든 말든 하예정은 전화를 끊어버렸고 바로 전호영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주었다.“우빈아, 우리 출발해.”하예정은 우빈을 불러 떠나자고 외쳤다.우빈은 곧 작은 가방을 메고 뛰어오며 대답했다.“작은 이모, 다 준비됐어요.”전호영은 휴대전화를 바지 주머니에 넣은 뒤 우빈을 번쩍 들어 올리며 웃었다.“셋째 작은 아버지가 공항까지 태워 줄게.”“형수님, 할머니랑 어제 금방 도착했는데 강성에서 제대로 구경도 못 하고 또 떠나려고요?”“할머니께서 연세도 많으신데 이렇게 급하게 다녀도 괜찮겠어요?”전 씨 할머니가 대답했다.“할머니는 이렇게 바삐 다니는 게 좋아. 그래야 몸이 튼튼해지거든. 종일 집에 앉아 밥만 먹고 운동도 안 하니까 몸이 나빠지는 거잖아. 걱정하지 마. 몸을 잘 돌봐서 나중에 손자도 많이 안아줄 거야.”전 씨 할머니의 건강은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지금 몸이 받쳐줄 때 많이 돌아다니며 놀아야 했다. 시간이 더 지나 정말 움직이지 못한다면 나가 놀고 싶어도 기회가 없을 것이 뻔했다.“할머니
모두 웃으며 말했다.“우리가 소 대표님한테 매수된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뿐이에요. 소 대표님은 정말 좋은 분이에요. 윤하에게 잘 어울려요.”코치 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소 대표님도 우리 윤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윤하가 주로 만나본 젊은 남자들이 우리 말고는 좋은 남자가 없어서 그래요. 게다가 사장님과 사모님도 얼마나 걱정하세요. 만약 소 대표님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도 반대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소 대표님과 윤하가 잘 지내고 있거든요. 근데 우리 윤하가 왠지 소 대표님께 남녀 간의 정이 없다고 느껴져요. 윤하가 우리를 대한 것처럼 똑같이 소 대표님을 대하는 것 같아요.”정혁주는 코치들의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깊이 공감했다.도장에는 여성 후배들도 많지만 유독 정윤하가 정혁주를 무척 걱정시켰다.정윤하는 습관적으로 남자들과 형제 사이로 지냈기에 그들도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다.그들도 정윤하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했지만, 그녀가 상대방이 무술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소개를 받을 남자들은 정윤하의 “명성”을 듣더니 심지어 몰래 도장에 가서 정윤하를 지켜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막강한 실력을 보더니 정윤하를 다스리지 못할까 봐 걱정하며 결국 투항하게 되었고 다른 맞선남들과 마찬가지로 감히 나서지 못했다.이로 하여 뒷부분의 맥락은 그대로 뚝 끊기게 되었다.정혁주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너희도 사실 소 대표님의 재력에 넘어간 거야. 나조차도 좋게 느껴지는데 너희들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소 대표님의 재력이 정말 좋은 건 사실이야. 우리도 자기도 모르게 속아 넘어간 거지. 그런데 소 대표님은 꽤 좋은 사람이긴 해. 우리 윤하와도 너무 잘 어울리고. 너희들도 장난치고 있는 걸 알기에 나도 너희들 탓하지 않아. 우리 전부 윤하를 위해서 하는 소리잖아. 내가 소 대표님을 오랫동안 지켜봤는데 그분이 안 좋은 사람이라면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을 거야.”“너희들의 말처럼 윤하 계집
“들어가요. 밖이 너무 추워요.”정윤하는 꽃다발과 보온도시락을 들고는 소지훈을 도장으로 가자고 말했다.소지훈은 그녀를 따라갔다.도장의 사람들은 정윤하가 꽃다발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두 사람이 썸타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그 꼬맹이들조차 정윤하가 안고 있는 그 꽃다발이 뭔가 다르다고 느꼈다.정윤하는 학생들에게 다가갔다.“코치님, 이 꽃다발이 정말 아름다워요.”“코치님, 바비큐 드실래요? 우리 거의 다 먹었어요.”“코치님, 지훈 아저씨가 선물한 꽃이죠? 왜 코치님께 꽃을 주세요?”정윤하가 웃으며 대답했다.“많이 먹어. 다 먹어도 돼. 지훈 아저씨가 나에게 따로 준비해 줬거든. 너희 지훈 아저씨가 꽃집을 지나다가 꽃집에 있는 꽃이 너무 예뻐서 나에게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라고 선물해줬어. 어때? 예쁘지? 나도 이 꽃다발이 너무 예뻐서 좋아.”학생들은 꽃다발이 예쁘다고 연신 칭찬했다.정윤하의 사제들은 헤벌쭉한 정윤하를 보고는 또 여우처럼 웃고 있는 소지훈을 보더니 결국 모두 정혁주를 일제히 쳐다보았다.정혁주는 정윤하를 힐끔힐끔 쳐다보고는 평소에 앉던 테이블에 앞에 앉아 바비큐를 먹으며 보이차도 곁들여 마셨다.“선배님.”몇몇 코치들이 정혁주에게 다가가더니 그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궁금한 듯 물었다.“소 대표님이 우리 윤하에게 고백한 거예요? 그런데 또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정윤하의 표정을 보면 고백받은 것 같지 않았다.그녀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소 대표님이 꽃집을 지나다가 꽃집의 꽃이 예쁜 것을 보고 윤하에게 선물했다고 하던데, 이런 어설픈 이유도 윤하가 믿다니, 참! 저렇게 멍청한 꼴을 보니 사람들에게 팔려가도 돈을 세어줄 기세인데.”“윤하가 종일 우리와 함께 지내다 보니 남자답고 털털해서 그래요. 소 대표님만큼 신중하지 못하잖아요. 소 대표님이 윤하에게 직접 고백하지 않는 한 윤하는 분명 별생각 하지 않을걸요.”“어휴, 윤하가 소개팅마다 실패하고 시집을 못 가는 데는 우리 책임도 있어요
정혁주는 아예 보이차 한 병씩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그는 보이차를 나누어 주면서 소지훈은 학생들이 정윤하 앞에서 좋은 말을 해주기를 기대하며 매번 큰돈을 퍼부었다.소지훈은 도장으로 올 때마다 도장의 사람들에게 맛 나는 음식을 가져다주었고 또 각자의 몫도 전부 챙겨주었으며 심지어 다 먹지도 못할 정도로 많이 사 올 때도 있었다.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려면 돈도 많이 들었도 또한 보통 사람들에게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정윤하의 말대로 그녀의 수입으로 전체 도장의 사람들에게 음식을 사주면 몇 번이나 사줄 수 있겠는가!정혁주는 도장의 여러 코치 중에서 수입이 가장 높지만, 소지훈처럼 돈이 많지 않았다.역시 대기업 대표답다!정혁주가 보이차를 나누어 줄 때 밖에 서 있는 두 바보를 유의하여 보며 마음속으로 소지훈은 아마 정윤하에게 첫눈에 반했을 거라고 짐작했다.그래서 연성까지 머나먼 길을 달려서 왔을 것이다.소지훈은 지금 출장 중이지만 저녁에 약속도 없이 도장으로 온 것을 보면 아마 출장할 때 처리해야 할 일들을 다 처리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정씨 저택에 남아서 설을 쇠려고 하는 모양인데...정윤하를 노리고 온 것이 틀림없다.그리고 소지훈은 정윤하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에게서 작은 도움을 받았지만, 소지훈은 기어코 그녀가 자신의 은인이라고 외치며 다녔다.정혁주는 정윤하가 오지랖이 넓고 너무 빨리 움직여 소지훈을 도와주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실 소지훈의 실력으로 그날 밤 그 건달들 정도는 아주 쉽게 때려눕힐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소지훈의 상대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그렇게 정윤하는 소지훈의 생명의 은인으로 되었다.그리고 정윤하가 전태윤 부부의 연애사에 관심을 두는 모습을 본 소지훈은 천 리 길을 달려와 그녀를 데리고 전태윤 부부의 결혼식에 함께 참석했다.정씨 가문은 관성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관성 전씨 가문의 명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몇 번만 뒤져봐도 관성 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날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사실 시간은 아직 이르다. 다만 겨울에는 낮이 짧고 밤이 길어서 빨리 어두워질 뿐이다.정윤하의 수업도 마침 끝났다.“지훈 아저씨 오셨어.”한 학생이 소지훈의 차를 보더니 소리를 질렀고 그러자 다른 학생들도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밖으로 나오지 마. 바람이 많이 불어.”소지훈은 웃으면서 소리쳤지만, 학생들은 모두 뛰쳐나갔다.소지훈은 이내 사 온 간식 몇 봉지를 큰 학생들에게 건네고 포장된 바비큐는 조금 작은 학생들에게 건네주어 도장 안으로 들여보냈다.정윤하는 두꺼운 외투를 걸치면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소지훈을 보더니 웃으며 말을 건넸다.“아저씨가 오시기 전에는 제가 도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는데 이제 아저씨가 가장 인기가 많네요.”정혁주도 따라 나와 정윤하의 말을 이었다.“너무 인색한 거 아니야? 소 대표님처럼 시원스럽게 모두에게 음식을 대접하면 다들 다시 널 좋아하게 될걸.”“내가 인색한 게 아니라 월급이 쥐꼬리밖에 안 되는데 음식을 몇 번 정도 대접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저씨는 회사의 대표잖아. 난 절대로 이 방면에서 아저씨와 다투지 않을 거야. 이런 일들은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잖아... 음? 눈이 오는 것 같아.”정혁주도 하늘을 보며 말을 이었다.“눈이 오는 것 같긴 하네. 근데 뭐가 이상해? 겨울이 되면 눈이 자주 올 텐데, 정상이잖아.”“형님, 얼른 오세요. 보이차 몇 상자 드릴게요. 바비큐를 사 왔는데 혹시라도 학생들이 먹으면 소화가 안 될까 봐 몇 상자 사 왔어요.”소지훈은 보이차 상자를 들면서 정혁주에게 자연스럽게 건넸다.정혁주는 차를 향해 다가갔고 조수석에 놓인 꽃다발을 보더니 눈이 번쩍 뜨였지만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소지훈이 그들 정씨 가문의 저택에 오래 머문 덕분으로 정씨 집안 가족들이 소지훈의 성격과 사람 됨됨이를 잘 알게 되었다.소지훈은 냉혹한 면과 부드러운 면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냉혹한 면을 정씨 가문의 가족들 앞에서 보여준 적 단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그들도
소지훈은 잠시 일을 멈추고 비서를 올려다보았다.비서가 꽃다발을 안고 걸어왔다.“저기 탁자 위에 올려 주세요.”“알겠습니다.”비서는 꽃다발을 안고 돌아서서 소파로 가더니 그 꽃다발을 탁자 위에 살며시 올려놓고는 몸을 곧게 펴고 소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소 대표님, 또 분부하실 일이 있으십니까?”“당분간 없어요.”“그럼, 일 보러 나가겠습니다.”비서는 소지훈이 머리를 숙이고 서류를 처리하는 것을 보더니 사무실에서 나왂다.소지훈은 최대한 빨리 일을 끝내고 컴퓨터를 꺼버린 뒤 휴대전화와 자동차 키를 챙겼다. 그의 정윤하를 데리고 드라이브를 나가기 위해 새로 차 한 대를 뽑았다.그는 다가가서 장미 꽃다발을 집어 들고 잠시 바라보더니 그가 이전에 성소현에게 아무렇게나 샀던 꽃다발보다 더 아름답다고 느꼈다.다음에 그는 직접 꽃을 사러 가야겠다고 다짐했다.“꽃 한 다발만 샀는데 부족하지 않을까?”소지훈은 소정남이 평소에 심효진에게 꽃다발과 액세서리를 자주 선물했던 기억을 떠올렸다.하지만 지금 정윤하에게 보석을 선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고 또한 정윤하도 그런 선물을 받지 않을 것이다.소지훈은 별장과 차를 정윤하에게 선물하고 싶었지만, 정윤하가 받아줘야 말이지...“먼저 시험해 보지 뭐.”소지훈은 혼자 중얼거렸다.먼저 꽃다발을 선물하여 정윤하의 반응을 보고 그녀가 기뻐하면 천천히 다른 선물을 주려 했다.천천히 다가가야 한다.비록 소지훈과 그의 부모님은 모두 마음이 조급해 정윤하를 빨리 소씨 가문에 데려가고 싶어 하지만 마음이 급하면 아무 일도 성사시키지 못할 게 뻔하다.소지훈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을 나섰다.“소 대표님.”“퇴근할게요. 저녁때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전화하지 마세요.”소지훈과 정윤하가 친분을 쌓는 데 영향을 주지 말라는 의미였다.일이 아무리 중요한들 그의 결혼에 관한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겠는가!가장 중요한 것은 그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점이다.다른 사람들은 연인과 헤어져도 다시 찾을 수 있지만, 소지훈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심효진이 가끔 소정남의 팔을 물어뜯고 싶다고 말하길래 소정남이 몰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고 알려주었다.하예정은 의아했다.그녀는 닭 다리만 뜯어먹고 싶을 뿐 팔을 물어뜯을 생각은 해본 적 없다.소지훈은 소정남 부부의 달콤한 생활을 무척 부러워하며 자신과 정윤하의 미래가 소정남 부부처럼 행복하기를 바랐다.소정남과 통화를 마친 소지훈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단도직입적으로 고백할까? 아니면 이따가 윤하 씨에게 꽃다발을 선물해 줄까?’소지훈은 꽃다발을 선물하면 정윤하가 그 꽃다발을 먹지도 못하는 데 돈 낭비만 한다고 꾸지람할까 봐 걱정했다.한참 고민하던 소지훈은 결국 인터폰으로 전화를 걸어 회사 비서에게 지시했다.“장미꽃을 사고 싶은데 지금 저를 도와 나가서 사 오세요. 제가 퇴근하면 가져갈게요.”이런 임무를 받은 비서의 얼굴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소지훈이 정윤하를 좋아하는 건 눈 밝은 사람이라면 전부 알 수 있었으니까.단지 정윤하만 여전히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그 꽃다발은 정윤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꽃 사러 가겠습니다.”“그래요.”소지훈은 얼굴을 붉혔지만, 여전히 담담한 척 대답했다.그는 이런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어쩐지 쑥스러웠다.소지훈은 여자에게 꽃을 보낸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번 성소현에게 구애하는 척할 때 하루건너 그녀에게 꽃을 선물하곤 했다.꽃집 사장님에게 부탁해 꽃을 배달한 적도 많았고 직접 선물한 적도 있었다.아마 소지훈은 성소현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성소현에게 꽃을 선물한다고 해서 창피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는 단지 연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정윤하는 다르다. 정윤하는 소지훈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여자로서 결혼하고 싶은 상대였다.그는 엄청나게 긴장했고 또 매우 신중했다.정윤하에게 꽃을 선물하는 의미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기에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그만 빨개지고 말
심효진도 맞장구쳤다.“그럼. 나야 당연히 안목이 뛰어나지. 예정이가 처음에 당신을 나에게 소개해 주었을 때 내가 정남 씨에 인상이 깊었거든. 태윤 씨 곁의 능력자라면서? 내가 정남 씨와 같은 업계에 있지 않지만 그래도 당신의 높은 명성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어.”소정남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난 당신이 날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어. 우리 두 사람 소개팅할 때 순조롭지 않은 거로 기억했는데.”“그래? 아무튼, 난 정남 씨가 무척 마음에 들었어.”“나도. 당신 성격도 나랑 너무 잘 어울려. 우리 두 사람 다 구경거리를 좋아하잖아. 여보, 나는 처음에 당신이 가십거리를 듣기 위해 나와 함께 있는 줄 알았어.”심효진은 그를 힐끗 쳐다보면서 해명했다.“비록 내가 가십거리를 좋아하지만, 평생의 큰일을 어찌 그런 일 때문에 당신에게 시집갈 수 있겠어? 당신을 사랑하면 결혼하는 거고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결혼하지 못하지. 사랑은 역시 서로 사랑해야 행복한 법이야.”소정남 부부의 연애사에는 큰 사고 없이 매우 순조로웠다.약간의 비바람도 연적도 없었다.두 집안의 어르신들은 두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기뻐했다. 특히 소씨 집안의 어르신들은 심효진을 매우 어여뻐 했다. 두 집안이 결혼 얘기를 나눌 때 소씨 가문의 사람들은 심효진을 연신 칭찬했지만, 소정남은 자랑할 곳이 아무 데도 없다고 나무랐다.소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심지어 소정남이 심효진보다 못하다고 여겼다.“얼른 운전해. 나 한강에 가고 싶어. 가서 한 바퀴 돌다가 올래. 곧 날이 어두워질 텐데, 집에 늦게 집에 돌아가면 당신 사촌 누나가 또 뭐라고 잔소리할 거야.”최서우는 소정남의 사촌 누나이자 소씨 가문에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다.심효진도 최서우가 그녀를 걱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예전에 최서우는 심효진이 소정남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싫어했지만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또 소정남 어머니의 설득을 들은 최서우는 그제야 심효진에 대한 태도가 많이 좋아졌다.최서우는 소정남을 많이
“너도 어쩌다 휴가 냈는데 제수씨랑 잘 쉬어. 그럼 나도 가봐야겠어. 저녁에 윤하 씨랑 저녁 약속이 있거든.”소정남은 소지훈이 정씨 가문의 저택에서 산다는 것을 알고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형이 그 집에 살게 되었는데 정씨 가문의 가족들에게 잘해줘. 가족들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윤하 씨가 망설인다고 해도 그 집 식구들이 윤하 씨에게 형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할 거야.”특히 그의 미래의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잘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소정남은 심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소지훈은 자신 있게 말했다.“심씨 집안 가족들은 전부 날 엄청 좋아하거든.”윤미연은 이미 소지훈을 한 집 식구로 여기고 있다. 만약 소지훈이 정윤하와 함께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윤미연은 한쪽으로 따뜻한 차를 끓여 주면서 한쪽으로 그를 꾸지람하곤 한다.소지훈이 처음 그 집으로 들어갔을 때의 공손함은 온데간데없었다.하긴, 정윤하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소지훈의 속내를 발견한 윤미연은 그를 진작 자신의 사위로 생각하고 있었다.한집안의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윤미연은 당연히 꾸지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내 생각도 그래. 난 우리 형을 믿거든. 그럼 힘내. 나도 가봐야겠어. 우리 효진이와 함께 드라이브하러 갈 거야.”“운전 조심해. 제수씨 임신했잖아. 내 조카를 다치게 하지 말고.”소지훈은 신신당부했다.“알았어.”소정남은 늘 조심스러웠다.물론 소정남도 몰래 심효진을 데리고 바람을 쐬러 나온 것이기 때문에 만약 그의 부모님께 알려지면 혼나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소정남도 심효진을 잘 돌보지 못할까 봐, 너무 빨리 운전하면 그녀를 넘어뜨릴까 봐 항상 걱정하며 다녔다.심효진의 배 속의 아기는 그의 혈육일 뿐만 아니라 소씨 집안 어른들의 작은 보물이다.외출하기 전에 소정남의 사촌 누나 최서우는 심효진을 데리고 밖에서 식사하지 말라고 했다. 밖에 음식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건강에 안 좋다면서 말이다.소정남은 그제야 사랑하는 아내의
“그... 그 당시 제수씨한테 어떻게 고백했어? 네가 고백할 때 제수씨가 받아들였어? 거절한 적이 있어? 거절당하면 창피하지 않았고?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어? 날 비웃지 마. 나도 살면서 처음으로 여자를 좋아해 봐서 그래. 경험이 전혀 없거든. 태윤 씨 부부의 재미있는 연극을 본 적은 있지만, 그들은 나와 다르잖아. 그들은 이미 그때 혼인 신고했을걸.”소지훈은 이런 감정적인 일로 사촌 동생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 창피하고 소씨 가문의 장남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소정남에게 물어보는 것 외에는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일반적으로 소지훈이 다른 사람의 사적인 일에 대해 알아보러 다녔지, 그의 개인적인 일이 남들에게 알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소정남이 바로 대답했다.“형, 정말 내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형이 지금 윤하 씨에게 구애하고 있잖아. 내가 보기에 형이 윤하 씨에게 무척 자상하게 대해주는 것 같던데 윤하 씨가 바보도 아닌데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을걸. 어쩌면 형이 그녀에게 고백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와 효진이는 무척 자연스럽게 관계를 이어왔어. 태윤이가 주선해 줬는데 우리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서 지금까지 순조롭게 걸어왔어. 난 거절당한 적도 없어. 우리는 연애부터 결혼까지 정말 순조로웠거든.”“형은 둔한 것도 아닌데. 평소 윤하 씨와 지내면서 형한테 어떤 태도도 대했어? 그녀도 형에게 태도가 괜찮았다면 분명 형한테 마음이 있다는 증거일 거야. 여자들은 수줍음을 잘 타서 먼저 말하기 거북해하거든. 그러니 우리는 남자로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먼저 가서 고백해야 해. 먼저 한 걸음 다가서야 형과 윤하 씨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될 거야. 난 형처럼 훌륭한 남자가 윤하 씨의 마음을 훔치는 일은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봐. 윤하 씨도 아마 우리 형처럼 훌륭한 남자를 본 적 없을걸.”소지훈은 매우 괴로워하며 말했다.“윤하 씨는 나를 친구로 생각해.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