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윤 씨, 언니가 당신이 밥도 잘 안 먹는다고 말하던데 정말이에요? 태윤 씨가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고 몸도 상하고 위도 상하게 될 거예요. 그때 가서 저는 아무것도 상관 안 할거예요.”하예정은 위협하기 시작했다.“내가 집에 없어도 잘 먹고 잘 자야 해요. 내가 돌아가서 당신이 살 빠지고 상태가 안 좋은 걸 보게 된다면 한 달 내내 태윤 씨 안 볼 거예요.”전태윤은 쓴웃음 지으며 대답했다.“여보, 이렇게 날 버리더니 이젠 협박까지 하고 정말 너무하네.”“당연하죠. 당연히 독해야죠. 누가 종일 아내가 무시한다고 불평하래요? 이젠 내가 진짜로 무시당하는 것을 제대로 보여줄거예요. 저 또 나가봐야 해요.”“우리 언니가 끓여 준 국수를 꼭 다 먹고 일도 반드시 잘해야 해요. 알겠죠? 9월 1일 전으로 집으로 갈 거예요. 우빈이가 유치원에 가야 해서요.”그리고 하예정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태윤 씨, 많이 사랑해요.”전태윤이 잘 들리든 말든 하예정은 전화를 끊어버렸고 바로 전호영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주었다.“우빈아, 우리 출발해.”하예정은 우빈을 불러 떠나자고 외쳤다.우빈은 곧 작은 가방을 메고 뛰어오며 대답했다.“작은 이모, 다 준비됐어요.”전호영은 휴대전화를 바지 주머니에 넣은 뒤 우빈을 번쩍 들어 올리며 웃었다.“셋째 작은 아버지가 공항까지 태워 줄게.”“형수님, 할머니랑 어제 금방 도착했는데 강성에서 제대로 구경도 못 하고 또 떠나려고요?”“할머니께서 연세도 많으신데 이렇게 급하게 다녀도 괜찮겠어요?”전 씨 할머니가 대답했다.“할머니는 이렇게 바삐 다니는 게 좋아. 그래야 몸이 튼튼해지거든. 종일 집에 앉아 밥만 먹고 운동도 안 하니까 몸이 나빠지는 거잖아. 걱정하지 마. 몸을 잘 돌봐서 나중에 손자도 많이 안아줄 거야.”전 씨 할머니의 건강은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지금 몸이 받쳐줄 때 많이 돌아다니며 놀아야 했다. 시간이 더 지나 정말 움직이지 못한다면 나가 놀고 싶어도 기회가 없을 것이 뻔했다.“할머니
전호영은 고현에게 여자들이 좋아하는 사치품을 선물할 수 없었다.고현은 사치품 같은 것을 사용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을 것 같았다.남자가 좋아하는 선물을 사준다면 안되는 것도 아니었다.그러나 자주 선물을 고현에게 보내주게 되면 강성의 연예기자도 전호영이 게이라고 의심하며 오해하기 쉬웠다.‘휴.’전호영은 조만간 게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할머니.”전호영은 품에서 우빈을 내려놓고 우빈을 보며 하예정에게로 가라고 엉덩이를 톡톡 쳤고 그제야 할머니에게 작은 소리로 여쭸다.“할머니, 어떻게 고 대표가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된 거예요? 증거 있어요?”“내가 어떻게 발견했는지는 신경 안 써도 돼. 나는 증거가 있거든. 지금은 알려줄 수 없으니 너 스스로 가서 방법을 찾아봐.”전호영 녀석이 할머니에게서 알아내려고 했지만 어르신은 속아 넘어가지 않으셨다.전호영 말을 이었다.“할머니, 저가 할머니 친손자인거 맞죠? 저를 위해서라도 선심을 써주세요. 할머니께서 시키시는 대로 제가 다 할게요. 알려만 주신다면 제가 이번 설날에 약혼녀로 집에 데려갈 자신 있다니까요.”“너무 쉽게 얻으면 그 소중함을 모르는 게 인간이거든.”어르신은 자신이 어떻게 고현이가 여자임을 알아냈는지 절대 알려주지 않았다.전호영은 일부러 반년이라는 시간을 끌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둘째 형이 약혼한 뒤로 부모에게서 잔소리를 듣다못해 강성으로 피해왔다.고현을 따르기로 한 것도 있었다. 아니면 강성으로 피해 오지도 않았다.전호영은 불평을 털어놓았다.“큰 형이 제일 쉽게 아내를 얻은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하고 쉽게 형수님이랑 결혼했잖아요.”‘할머니는 역시 큰 형을 제일 예뻐하셔. 다른 형들은 모두 자신의 아내에게 구애해야 했지만 큰 형만은 과정도 없이 바로 결혼할 수 있다니. 할머니 너무하셔.”어르신은 전호영을 흘겨보면서 화내듯 말했다.“내가 카톡 단체 채팅방에서 누가 할머니 대신 은혜를 갚을 겸 하예정과 결혼하겠냐고 물었을 때 너희가 어떤 대답을 했는
우빈의 얘기를 들으면서 어르신은 웃었다.“맞아. 우빈이가 너무 신나게 놀 때면 네 생각 퍽이나 하겠다.”전호영은 우빈에게 말을 건넸다.“우빈아, 셋째 작은 아버지를 달래면 되잖아. 사실 내가 너무 괴로우면 어떡해.”우빈은 그 큰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엄마도 작은 이모도 말씀하셨어요. 거짓말 하지 않는 정직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요.”우빈이는 말을 잘 듣는 아이였다. 엄마와 작은이모가 가르친 말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하예정도 웃었다.“맞아, 맞아. 우리 우빈이는 성실한 아이야. 거짓말하지 않는 착한 아이지.”우빈은 하예정의 품속으로 들어갔다.하예정은 우빈이를 안아 자신의 허벅지에 앉혀놓고 전호영에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어떡해요? 우빈이 마음속 순위가 이렇게 뒤처져서. 아홉째 도련님도 호영 도련님보다 앞순위에 있는걸요. 우빈이는 지율 삼촌도 많이 찾고 있는데 셋째 작은 아버지는 입 밖에 꺼낸 적도 없어요.” 전호영은 우빈이와 자주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우빈이와 놀아줄 기회도 적었다.전지율은 우빈이와 함께 미친 듯이 놀아준 적 있었기 때문에 녀석은 지율 삼촌을 기억했다. 심지어 하예정에게 언제 지율 삼촌과 놀 수 있냐고 묻기까지 했었다.전호영은 차에 올라 운전하면서 말했다.“형수님, 앞으로 우빈이를 데리고 자주 관성 호텔로 놀러 와. 와서 밥 먹으면서 자주 놀다 보면 금방 친해져. 자주 놀러 와.”하예정은 웃음 지었다.“도련님은 아마 관성 호텔에 너무 오래 있지 않을 걸요.”전호영은 웃을 뿐 말을 잇지 않았다.할머니가 주신 시간은 1년이었고 지금은 이미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전호영이 더 힘을 쓰지 않는다면 그는 아마 이번 설에는 서원 리조트의 문조차 들어오지 못하게 될 것이다.”곧 세 사람은 공항으로 도착했고 비행기에 탑승했다.그제야 전호영은 공항에서 돌아왔다.전호영은 호텔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고 씨 그룹으로 차를 돌렸다.고 씨 그룹은 전 씨 그룹과 달리 주6일 출근이 아니라 매주 일요일만 휴식했다.전호
고현도 전호영과 악수를 하고는 자리에 앉으라고 손으로 표시했다.남자 비서가 책상으로 걸어가며 고현을 도와 그녀가 아직 다 마시지 못한 커피 한 잔을 고현 앞에 살포시 내려놓으며 말했다.“고 대표님, 이만 나가겠습니다.”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남자 비서가 사무실에서 나갔다.고현은 전호영을 바라보았고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그 둘은 서로의 표정에서 뭔가를 탐구하고 있는 듯한 표정을 보아냈다.“전 대표, 마음에 드는 집은 있어요?”고 대표가 먼저 입을 열었다.고현은 관심 있는 듯 물었지만 사실 태도는 여전히 냉랭했다.전호영이 갑자기 회사에 찾아온 이유를 몰랐다. 두 사람은 아무런 친분도 없었고 게다가 엄밀히 말하면 그들은 여전히 사업상의 경쟁자이기도 했다.고현은 전호영이 찾아오게 된 의도를 알 수 없었다.그러나 직접 물어보지는 않고 화제를 돌릴 겸 집 문제에 관해 물은 것이다.두 사람이 두 눈 뜨고 끔뻑끔뻑하며 어색해하기보다는 나았다.“네. 맘에 드는 집을 찾았어요.”전호영은 시선을 피했고 고현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전호영은 비서가 따라준 물잔을 들고 가볍게 한 모금 마셨고 잔을 내려놓으며 고현에게 인사했다.“제가 여의 저택의 집을 살 수 있었던 것은 고 대표의 도움 덕분이에요. 인사를 표할 겸 같이 식사하고 싶은데 시간 되세요?”“별 말씀을요. 제가 도와드린 것도 없는데요. 그리고 점심에 약속 있어요.”고현은 핑곗거리를 만들어 전호영의 식사 초대를 거절했다.전호영은 웃었다.“괜찮아요. 고 대표가 시간 날 때 제가 다시 밥 살게요. 고 대표가 저를 도와줬는데 이 보답은 꼭 해야죠. 저도 신세 지는 게 불편해요. 저에게 보답할 기회는 줘야죠. 제가 매일 이 일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라요.”고현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했다.“내일 어때요? 우리 회사가 쉬는 날이라 저도 여유 좀 있어요.”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고현의 일정은 꽉 차 있었다. 전호영이 신세 갚을 시간을 짜내기 어려웠다.고현은 자신이 전호영을 도와줬다고 여기지 않
전호영은 눈을 반짝이고는 웃으며 물었다.“고 대표가 몇 번이나 갔다는 건 우리 하루 호텔이 나쁘지는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까요?”고현은 인정하는 말투로 대답했다.“전 대표가 하루 호텔을 운영하기 전에는 하루 호텔이 모든 면에서 고성 호텔보다 뒤떨어져 있었어요. 하지만 당신이 요식업을 운영한 뒤로 하루 호텔은 3개월 만에 고성 호텔과 같은 서열순위로 등극했어요. 수평이 같게 된 셈이죠.”“저는 고 씨 그룹의 실제 운영자이죠. 요식업은 제가 직접 책임지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주인으로서 그룹 아래 모든 산업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어요.”“일개의 고성 호텔보다 못한 호텔이 갑자기 우리를 쫓아왔으니 제가 알아볼 수밖에 없었어요.”서로를 잘 알아야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었다.지금은 하루 호텔의 모든 것을 알게 되었지만 고성 호텔은 하루 호텔을 더 이상 초월할 수 없었다.고 씨 그룹의 요식업을 담당하는 대표이사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다.고성 호텔은 강성에서 수십 년을 운영해 온 오래된 브랜드였다. 하지만 전 씨 그룹이 투자 운영한 하루 호텔은 고성 호텔 성립시간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게다가 지금은 강성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실력 있고, 가장 핫한 고성 호텔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고현은 몰래 하루 호텔을 알아봤다. 하루 호텔도 특별히 다를 바가 없었다.가장 우수한 서비스에 음식은 물론, 실내 인테리어도 바꾼 후로 분위기 있고 고급스러운 환경을 갖추었다.고현은 하루 호텔이 강성에서의 지위를 인정했고 전호영의 능력을 인정한 거나 다름없었다.전호영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대표가 저번에 우리 하루 호텔에 들어가셨을 때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들어가셨을 거예요. 내일 제가 댁으로 모시러 갈게요.”“이번에는 제가 하루 호텔로 초대해서 함께 당당하게 들어가요. 그리고 앞으로도 고 대표가 입맛을 바꾸고 싶으실 때도 자주 오세요. 제가 할인 가격으로 드릴게요.”“전 대표가 공짜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고현도
“고 대표가 구매한 액수보다 이백만 원 더 싸게 샀어요.”고현은 말이 없었다.‘이백만 원이라도 싸게 산 거면 저렴하게 산 거지 뭐.”“고 대표, 부탁 하나 더 해도 될까요?”전호영은 고현의 멋있는 얼굴을 멈출 수 없이 자꾸 보게 되었다.전호영은 마음속으로 만약 자신이 여자라면 아마 고현에게 빠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너무 매력적이었다.여성 옷에 긴 머리를 하고 화장한다면 정말 아름다울 것이다.“말씀하세요. 전 대표의 말이라면 당연히 도와드려야죠.”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을 뿐 마음속으로는 전호영이 참 귀찮다고 생각했다.강성은 전씨 가문의 영역은 아니지만 이곳에서도 전씨 그룹의 사업이 적지 않았다.전호영도 이곳에서 일을 많이 했고 인맥도 많았을 텐데 전호영을 도울 사람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일 것이다.“별장은 이미 샀지만 실내 인테리어 하는 디자인회사가 필요해요. 혹시 고 대표에게 부탁드려도 될까요? 고씨 그룹도 부동산과 관련된 업무가 있을 테니 고 대표가 분명 저를 도울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고 대표에게는 쉬운 일이죠?”“그러죠. 사람을 시켜 준비해 드릴 테니 그때 가서 원하시는 실내 인테리어를 말씀해 주시면 돼요.”전호영은 또 고맙다며 한바탕 칭찬했다.그리고 또 말했다.“고 대표에게서 또 도움을 받다니, 또 신세를 지게 됐네요. 고작 식사 한 끼로는 이 은혜를 갚지 못하겠네요.”“강성이 해안 도시라서 생선도 너무 맛있어요. 날씨도 더운데 내일 저와 함께 바닷가에 가서 서핑도 하고 바다도 밟아보고 수영도 하면서 생선도 먹어보는 건 어때요?”같이 수영하면 고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별말씀을요. 제가 도와드린다기보다 저의 사업을 위해 손님을 끌어들이는 거나 다름없어요. 무료로 해드리는 것도 아닌걸요.”“저는 주말 휴식 시간에는 보통 집에서 늦잠을 자요. 밖에 잘 나가지 않아서 같이 못 갈 것 같아요.”고현은 변장을 잘하지만 바닷가에 가서 아무리 변장을 잘한들 옷 벗으면 들통날 게 뻔했다.고현이
고현은 곧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전호영에게 전화하려 했다.그러나 이내 포기하고 휴대전화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고현도 나가서 기분 전환 겸 바람을 쐬어 본 지도 꽤 오래되었기 때문이다.누군가 자신과 함께 승마하러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잠시 조용히 앉아있던 고현은 다시 휴대전화를 집어 들어 쌍둥이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고빈이가 전화를 받자 고현은 말했다.“고빈아, 전 대표가 이번에 강성에 온 진짜 이유를 좀 알아봐 줘.”고빈은 본능적으로 되물었다.“전호영이 강성에 왜 왔겠어? 사업상으로 여기에 올 수도 있잖아. 정상 아니야?”“정상으로 보이지만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그래.”고현은 전호영이 고의로 자신에게 접근한다고 추측했다.“왜, 뭐가 이상해? 누나, 전호영이 무슨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그들 쌍둥이는 10분 차이 남매지만 고현은 마치 10년 연상인 듯 일을 더 잘했다.따라서 고빈도 누나의 말이라면 언제든 진지하게 들었다.고빈은 가끔 고현이가 형으로 태어나길 바랐다.그렇게 되면 고빈은 후계자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었다.고현도 여자로서 가업을 이어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 시집을 멀리 가게 된다면 회사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그렇게 되면 결국 고빈이가 가업을 이어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나도 모르겠어. 전 대표가 이번에 강성으로 온 게 참 이상하게 느껴져. 그래서 조사해보라고 부탁한 거야.”“전 대표의 말로는 집안 어른들로부터 결혼을 재촉받아 너무 힘들어서 여기로 피난 온 거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이상해.”고빈은 피식 웃었다.“누나, 전 대표의 말이 백 퍼센트 사실이야. 나도 들었어. 그 집안 어르신이 형제 몇 명을 주시하고 있대. 결혼하라고 어찌 잔소리인지. 전 씨 큰 도련님은 이미 결혼했고 얼마 전에 둘째 도련님도 약혼했거든.”“전 씨 셋째 도련님인 전호영이 결혼 재촉에 엄청나게 시달리고 있어. 전호영은 둘째보다 겨우 3개월 어리기 때문에 이렇게 결혼
“누나는 어쩜 남장도 이렇게 멋있을 수가 있어? 여자들이 누나를 보기만 하면 누나에게 반할 것 같아. 전호영 혹시 게이 아니야? 누나의 훌륭한 외모에 빠져서 누날 좋아하게 된 건지도 몰라.”고현은 표정이 삽시에 어두워졌다.“넌 먼저 전호영이 찾아온 이유나 좀 알아봐. 그리고 사생활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해. 동성애자인지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아.”“응, 지금 가서 알아볼게. 누나도 너무 많이 고민하지 마. 단순히 우리 집이랑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찾아온 걸 수도 있잖아. 누나는 지금 우리 가족의 대표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어. 그래서 누날 찾아온 걸 거야.”고현은 생각하더니 말했다.“우리 두 회사는 큰 모순이 없어. 그냥 라이벌 관계로 생긴 작은 모순뿐이야. 꼭 날 찾아올 이유가 생각나지 않아.”“아무튼 누나의 성별을 의심하는 건 아닐 테니 걱정하지 마, 내가 바로 가서 알아볼게.”확실한 답을 얻지 못하면 누나는 고민할 게 뻔했다.고현은 응하고 동생과의 통화를 끝냈다. 쌍둥이 동생에게 일을 맡긴 이상 그녀도 잠시 안심할 수 있었다. 그녀는 테이블로 돌아와 앉아 계속하여 일에 몰두했다....관성, 노씨 일가.아내에게 버림받은 전태윤은 경호원을 거느리지 않은 채 홀로 롤스로이스를 몰고 노씨네 저택으로 들어섰다.노씨네 집사가 인기척을 듣고 나오다가 전태윤의 차량을 보고는 얼굴에 웃음을 띤 채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태윤 도련님, 오셨습니까?”집사는 차 앞에서 기다리다가 전태윤이 차에서 내리자 인사를 건넸다.전태윤이 차에서 보양식 박스를 꺼내는 것을 보고 집사는 급히 그의 손에서 그 박스를 받아서 들었다.“동명이는 어때요?”전태윤은 걸으면서 친구의 안부를 물었다.노동명은 퇴원 후 노씨 일가의 고택으로 돌아갔다. 고택은 면적이 넓어 큰 마당을 가지고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큰 마당에서 산책하면 기분 전환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노동명을 언급하자 집사는 웃음을 거두고 한숨을 쉬었다.“동명 도련님은 퇴원 후 성격이 더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