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은 한동안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여운초의 말대로라면 자신이 전태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유는 집안 배경 때문이었고, 여운초는 본인의 신체적 건강 문제였다.잠시 침묵이 흐른 후 하예정은 그녀를 위로했다.“운초 씨. 눈 나을 수 있어요. 이진 씨가 눈 치료할 수 있도록 최고의 의사를 데려올 거예요.”전이진은 지금 A 시에 갔고, 그쪽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다.여운초는 곧바로 우울한 기색을 떨쳐내고 평소대로 미소를 지으며 하예정에게 말했다.“예정 씨 이런 얘기는 그만 해요, 우리. 이진 씨가 조금 더 오래 출장 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한동안 떨어져 있는 셈이고, 서로 냉정하게 생각하다 보면 그 사람도 포기할지도 몰라요.”전이진이 싫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도 여운초는 내키지 않았다.앞이 보이지 않는 자신이 훌륭한 전씨 가문 도련님을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보다 더 좋은 여자를 아내로 맞이해야 했다.하예정이 말했다.“이진 씨가 진심이 아니고서는 운초 씨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이모, 우리 언제 가요?”갑자기 우빈이 끼어들었다.어린아이는 장난감도 없고 놀 거리가 없는 곳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우빈도 마찬가지였다.운초 이모 가게에 있는 꽃들은 전부 다 감상을 마쳤다.잠시 가만히 앉아있던 우빈은 여기서 나가고 싶었다.여운초가 웃으며 말했다.“우빈아, 운초 이모 가게 재미없어?”“재미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하예정도 웃으며 말했다.“장난감 안 가지고 나와서 오래 못 있네요. 운초 씨, 그럼 일 봐요. 전 이만 가볼게요.”“그래요.”여운초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모와 조카를 배웅하려고 했다.“운초 씨, 배웅할 필요 없어요. 가게에 들어가 있어요. 우리 가요.”“운초 이모 안녕.”우빈이는 여운초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알아서 차 뒷좌석에 올라앉아 안전벨트를 묶었다.여운초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하예정은 우빈이를 언니 집에 돌려보내고 언니가 세 들어 사는
우빈이를 안고 집으로 들어온 노동명은 문을 닫은 다음 웃으며 아이의 질문에 답했다.“동명 삼촌은 사장이라 출근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아무도 삼촌한테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월급 깎일 일도 없어.”짧게 대꾸하던 우빈이 이윽고 다시 물었다.“우리 이모부도 사장인데 왜 우리 이모부는 매일 출근해요?”“... 이모부 회사가 동명 삼촌 회사보다 규모가 좀 더 커서 할 일이 더 많아. 그래서 매일 출근하는 거지.”우빈이는 곧이곧대로 믿었고, 노동명은 아이를 내려놓았다.궁금한 게 많은 꼬맹이들의 질문에 정신 차리지 않으면 말문이 막히기 십상이었다.“예진아.”꽃다발을 들고 하예진에게 다가온 노동명은 깊은 애정이 담긴 눈빛으로 하예진을 바라보며 꽃다발을 건넸다.“노 대표님, 저는 꽃 안 좋아하니까 다음부터는 안 주시면 안 될까요?”하예진은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말했다. 여러 번 거절했는데 노동명은 그래도 꽃을 선물했다.노동명은 그녀가 꽃다발을 받지 않자 꽃병을 찾아 꽃다발을 꽂으며 말했다.“빈손으로 오기 그러니까 꽃다발을 들고 오는 거지. 비싼 것도 아니고 싼 거니까 부담 가질 필요 없어.”“동명 삼촌, 왜 우리 엄마한테는 꽃 주고 저한테는 안 줘요? 나도 꽃 좋아하는데.”꼬맹이가 옆에서 끼어들었다.“우빈아.”하예진이 아들의 이름을 부르자 노동명이 웃으며 말했다.“동명 삼촌이 깜박했네. 다음부턴 우리 우빈이 꽃도 사 올게.”우빈이는 알 듯 말 듯 한 시선으로 노동명과 엄마를 번갈아 보았다.아빠는 동명 삼촌이 자신에게서 엄마를 빼앗으려 한다며, 동명 삼촌에게 엄마를 빼앗기면 이제부터 우빈이는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가 될 거라고 했지만 우빈이는 아빠의 말을 믿지 않았다.동명 삼촌이 이렇게 잘해주는데 어떻게 엄마를 빼앗아 간단 말인가.동명 삼촌은 자신과 엄마의 가족이 되고 싶다고 말했을 뿐, 엄마를 빼앗아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게 막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심지어 아빠는 동명 삼촌이 엄마를 찾으러 오면 아빠에게 전화하라고 했다. 그
한예진은 윤미라와 나눈 대화에 대해 단 한 마디도 노동명에게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노동명은 결국 윤미라 입에서 그 얘기를 듣게 되었다. 윤미라가 하예진에게 보증금을 빼 이사를 하라고 한 것도 모자라 심지어 하예진에게 주우빈을 데리고 관성을 떠나라고 한 사실을 안 노동명은 화가 치밀어 윤미라와 크게 싸웠다. 윤미라와 노동명 모두 분노에 휩싸였다. 어쨌든 두 모자는 그 누구도 물러서지도, 단념하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하예진은 노동명을 힐끔 쳐다보더니 할 일을 마저 하며 말했다. “제 탓 아니에요. 전 그렇게 많은 걸 희생하지 않을 거예요.”노동명이 피식 웃어버렸다. 그는 바로 그런 하예진이 좋았다. 휴대폰을 들고 방으로 들어간 주우빈은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우빈은 하예진의 휴대폰 연락처 속 제일 위에 하예정의 전화번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예정이 곧 전화를 받았다. “언니, 무슨 일이야?”하예정은 하예진이 전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모, 저예요. 우빈이.”앳된 조카의 목소리에 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 “우빈이구나. 우빈이가 혼자 이모에게 전화한 거야?”“네. 제가 엄마 휴대폰을 가지고 몰래 방에 들어와서 이모에게 전화했어요.”“우빈이 이모에게 할 얘기가 뭐예요?”어린아이가 방에 몰래 숨어서 전화하다니. 하예정은 조카가 점점 더 기특해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도장에서 사부를 따라 무술을 배우더니 주우빈의 담력이 점점 커졌다. 어린 나이에 똑부러지게 말을 잘해 점점 더 사랑스러워졌다. “이모, 아저씨가 또 왔어요.”“동명 씨 매일 가던 거 아니었어?”하예정이 알기론 노동명은 매일 하예진을 만나러 갔다. 주우빈 대답했다. “매일 오긴 하지만 아빠가 그러는데 아저씨는 우빈이에게서 엄마를 뺏으려고 오는 거래요. 아빠가 아저씨가 오시기만 하면 전화하랬어요.”주우빈의 말을 들으며 하예정은 속으로 주형인을 욕했다. 주형인은 하예진과 이혼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서현주를 아내로 맞이했다. 지금 그들 부
“네. 정말 잘해줘요.”아이들의 마음은 너무 순수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누가 진심으로 잘 해주는지, 누가 가짜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가끔, 어린 나이 탓에 말로 그 모든 것을 표현하지 못할 뿐이었다. 노동명이 제일 먼저 마음을 쓴 것은 바로 주우빈, 이 아이였다. 그는 진심으로 주우빈을 좋아했다. 예전엔 주우빈을 안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때의 주우빈은 조금 더 작았던 터라 노동명 얼굴의 흉터를 무서워하며 안기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천천히 주우빈과 가까워져서야 노동명은 그렇게 바라던 대로 주우빈을 안을 수가 있게 되었다. 주우빈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는 주우빈과 하예진 모자를 지켜봤고 그렇게 천천히, 주우빈의 엄마인 하예진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아저씨가 우빈이에게 그렇게 잘해주고, 우빈이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어떻게 우빈이에게서 엄마를 뺏어가겠어. 그러니까 아저씨 믿어. 아저씨는 그저 엄마와 함께 우빈이를 아껴줄 거야. 우빈이에게서 엄마를 뺏어가지 않아.”주우빈은 그제야 마음을 놓으며 말했다. “이모, 그러면 아빠에게 전화 안 할 거예요. 아빠는 자꾸 아저씨가 나쁘대요. 아저씨는 나쁜 놈이래요.”‘아저씨는 분명 좋은 사람인데 아빠는 왜 자꾸 아저씨가 나쁜 놈이라는 거야.’노동명이 자기와 함께 해준 시간은 아빠보다도 더 길었다. 아빠는 늘 현주 이모와 함께 있었고 현주 이모는 자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주형인이 주우빈과 놀아주려 할 때면 서현주는 배가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 주형인은 곧 주우빈을 그대로 두고 황급히 서현주를 찾으러 갔었다. 하지만 노동명은 달랐다. 노동명은 놀아준다고 한 약속은 꼭 지켰다. 뭔가를 사주겠다는 약속은 어긴 적이 없었다. 주형인과 달리 말이다. “우빈아, 이젠 점점 크니까 천천히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는 법을 배워야 해. 아빠는 비록 우빈이 아빠지만, 아빠가 한 말씀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아빠의 평가가 늘 정확한 건 아니야. 아빠는 사심에 가득 차 아저씨를 평가하실 거야.”
주우빈이 노동명을 방패로 삼았다. 신뢰 가득한 그 행동에 노동명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입이 찢어지도록 웃어 하예진을 어이없게 했다. “아저씨, 엄마가 저 노려봐요.”주우빈은 심지어 고자질을 하기도 했다. 노동명은 웃으며 주우빈을 안아 들고 물었다. “원인을 찾아봐. 엄마가 왜 노려보는 걸까? 아저씨가 이렇게 떡 하니 여기 서 있는데, 엄마가 아저씨는 안 노려보고 우빈이처럼 작은 아이를 노려보는 원인이 뭘까?”하예진이 다가왔다. 주우빈은 하예진을 보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제가 이모에게 전화하고 휴대폰을 놀고 있었는데, 엄마가 우빈이 휴대폰을 뺏어갔어요.”“그건 네 휴대폰이 아니야. 엄마 휴대폰인데.”주우빈이 큰 눈을 반짝이며 감히 하예진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그 휴대폰은 확실히 하예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제가 엄마는 왜 휴대폰 놀아도 되고 우빈이는 안 돼요라고 물으니까 엄마가 째려봤어요.”말을 하면 할수록 주우빈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다. 이 꼬마도 휴대폰을 놀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노동명이 다정하게 얘기했다. “우빈이는 아직 어려서 자꾸 휴대폰을 놀면 시력이 낮아져 근시가 되거든. 엄마도 우빈이 생각해서 그러시는 거야.”“그리고 엄마도 평소엔 휴대폰 잘 안 하시잖아. 엄마는 다른 사람과 연락하려고 휴대폰을 하는 거야.”주우빈이 말이 없었다. 한참 후에야 주우빈이 말했다. “아저씨, 그럼 전 대체 언제부터 휴대폰 놀 수 있어요?”“가끔 10분 씩 노는 건 괜찮아. 물론 안 놀면 제일 좋고. 책을 읽어도 되고 레고를 해도 되잖아. 아저씨가 사준 레고는 이미 다 만들었지? 다음에 아저씨가 올 때 몇 세트 더 사줄게.”주우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아이는 버둥거리며 노동명의 품에서 벗어났다. 주우빈은 테이블을 피해 하예진에게로 돌아가 그녀의 다리를 끌어안았다. 잘생긴 얼굴을 들고 하예진에게 말했다. “엄마, 우빈이가 잘못했어요. 앞으로 몰래 휴대폰 안 놀게요.”하예진이 몸을 숙여 아
"어디냐니까. 엄마 지금 네 회사, 네 사무실에 있어. 근무시간에 넌 사무실에도 없고 회사에도 없고 어디로 간 거야? 미팅하러 나갔다고 하지 마. 네 비서가 아직 여기 있으니까.”"너 또 하예진 씨를 찾으러 갔지? 엄마가 몇 번이나 말했어, 하예진 씨는 너랑 안 어울린다고. 하예진 씨는 이혼녀야. 게다가 세 살짜리 아이도 있어. 그것도 남자아이가. 넌 기꺼이 다른 사람 아이를 키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런 호구 같은 할머니가 되고 싶지 않아!”"넌 다른 사람 아들을 키우면서 집, 차를 사주고 결혼도 시켜야 해. 애 아빠는 아무 양육비도 지불하지 않으면서, 널 호구라고 비웃을 거야. 노동명, 관성에 예쁜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무나 골라도 하예진보다 낫지 않아?”윤미라는 정말 아들 때문에 화가 나 죽을 것 같았다.아무리 말해도 노동명은 전혀 듣지 않았다.윤미라의 말도 갈수록 험해졌다.노동명이 낮게 깔린 음성으로 말했다. "제 일이에요. 엄마가 걱정할 필요 없어요. 제 인생 제가 알아서 살게요. 전 형들과 달라요.”말을 마친 그는 윤미라의 전화를 바로 끊어 버렸다.휴대폰 저편의 윤미라는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윤미라는 노동명의 사무실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비서는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있었다.윤미라는 몇 번 왔다 갔다 하다가 소파로 돌아와 자기 가방을 들어 올리더니 비서에게 말했다. "하던 일 마저 하세요. 전 가 볼게요.”비서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아래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윤미라는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괜찮아요.”비서는 그럼에도 윤미라를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다. 윤미라가 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후에야 비서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고 서둘러 노동명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대표님, 사모님께서 대표님께 가셨을 겁니다.”화가 잔뜩 난 윤미라의 모습은 분명 이대로 포기하지 않은 것 같았다. 윤미라가 노동명을 찾으러 하예진에게 갔을 것이라고 비서가 감히 확신할 수 있었다
주우빈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엄마, 우리 왜 이사해요?”아이는 이미 엄마와 함께 한 달 동안 이곳에서 지내며 적응을 마친 상태였다. 하예진이 거짓말을 내뱉었다. “우빈이 9월이면 곧 유치원도 가야 하잖아. 여긴 우빈이가 다니던 유치원과 좀 멀어서 유치원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할 거야. 그러면 엄마도 우빈이를 데려다 줄수 있지.”3살 된 아이에게 의견은 없었다. 하예진의 말에 주우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예진은 중매인에게 전화했고 자신의 요구를 부동산 직원 측에 말하며 집을 알아봐달라고 했다. 그녀는 전세로 이사 갈 생각이었다. 집을 사는 일은 다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천천히 보고 충분히 비교한 본 뒤 사도 늦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하는 일은 바로 주우빈을 초등학교에 보내는 것이었다. 주우빈이 지금 다니고 있는 유치원은 관성에서 제일 좋은 유치원이었다. 1년의 학비만 해도 몇천만 원이었다. 그녀는 이혼할 때 주형인에게서 받은 위자료가 있었다. 그중에 조금만 꺼내 하루 토스트를 열었다. 비록 토스트 가게의 수입이 좋아 돈을 벌고는 있지만 차도 샀었으니 차에 들어가는 비용을 빼고 나면 하루 토스트에서 번 돈은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한 달만 더 고생하면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하예진은 아들이 갈 초등학교가 정해지면 그때 다시 집을 사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려고 했다. 편리를 생각하면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이에 있는 집을 사는 것이 좋았다.하예진이 부동산 중개인에게 집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는 동안, 막 아파트를 빠져나온 노동명은 차에서 내려 이쪽으로 걸어오는 윤미라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시간 계산을 정확하게 해 윤미라가 하예진 앞에 나타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동명아.”윤미라가 걸어오며 손을 뻗어 노동명의 팔을 잡아당겼다. “엄마랑 같이 가자.”“어딜요?”윤미라는 아들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엄마가 오는 길에 방 씨 이모와 얘기를
“엄마!”“됐어! 엄마가 여기서 말하는데, 나와 모자 관계부터 끊고 예진이에게 구애하건 찾아가건 마음대로 해! 더는 상관하지 않을 테니.”윤미라는 말을 남기고는 돌아서서 씩씩거리며 떠나갔다.노동명도 어머니의 태도에 단단히 화가 났다.그는 어머니가 하예진을 싫어하지 않으면서 왜 절대 허락하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아직 하예진에게 프러포즈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머니까지 이렇게 소란을 피우시니 발목이 잡히는 것만 같았다.원래 그의 구애를 받아줄 생각이 없었던 하예진이 어머니의 태도에 겁을 먹기라도 할까 봐 걱정도 들었다.노동명은 고개를 들고 하예진의 셋방 쪽을 한참 바라보더니 결국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자신의 차로 향했다. 그리고 차에 오른 후 전태윤과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한잔하러 나오라고 말했다.그는 두 친구가 대답하든 말든 상관 않고 전화를 끊고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소씨 일가.소정남은 통화가 끊긴 휴대폰을 한참 쳐다보다가 욕설을 퍼부었다.“나 아직 신혼 휴가 중이란 말이야. 이때 나오라고 부르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시간을 들여다보니 저녁이 되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노동명이 왜 갑자기 술 마시러 나오라고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실마리가 잡히지 않았다.소정남은 한참 생각하다 결국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동명이가 너한테도 술 마시러 나오라고 했지? 도대체 무슨 자극을 받고 이러는지... 글쎄 나한테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거 있지. 나 아직 신혼 휴가란 말이야... 괜히 귀찮게 구네. 태윤아, 너 시간 되면 같이 술 한잔해 줘, 난 우리 마누라 픽업하러 관성중학교에 가봐야겠어.”소정남의 말이 끝나자 전태윤은 바로 말을 이었다.“응, 나한테도 전화 왔었어. 그리고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고. 무슨 자극을 받았는지야 묻지 않아도 훤해. 분명 우리 처형에게 구애하다가 어머니에게 저지당한 거야. 그래서 둘이 또 한 번 말다툼했을 거고.”고집이 센 윤미라는 절대 허락할 일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