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초와 박아름이 가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딱히 할말이 없는 두 남자는 누구의 눈이 더 큰지 내기하려는 듯 서로를 노려보았다.두 남자가 한창 내기하고 있을 때, 저편에서 전태윤은 하예정을 데리고 리조트로 갔다. 막 들어가려던 참에 입구에서 두 대의 차가 앞길을 막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두 대의 차는 마침 입구를 막을 수 있게 나란히 주차되어 있었다.리조트 입구의 경비실에 있던 경비원은 롤스로이스를 보자마자 큰 도련님이 돌아오셨다는 것을 알았다.당직 경비원 두 명은 급히 걸어 나와 앞길을 막고 있는 차들의 도어를 두드렸다. 운전기사가 도어를 내리자 경비원들은 급히 말했다.“저의 큰 도련님께서 돌아오셨으니, 먼저 차를 옆으로 옮겨 세워요. 이제 집사님이 답장하시면 그때 다시 운전해서 들어가도록 해요.”입구를 막고 있는 두 대의 차는 바로 여운초의 두 고모의 차였다.두 고모는 전씨 일가의 둘째 며느리인 명해은을 찾아가기로 했었다.다만 너무 일찍 도착하였는지 명해은은 아직 일어나기 전이었다.명해은의 동의 없이는 집사도 감히 그녀들을 들여보낼 수 없었기에 두 고모는 차에서 기다렸다.하지만 차가 마침 리조트의 입구를 막아버릴 줄이야... 경비원의 말을 들은 여운초의 두 고모는 급히 운전기사에게 차를 한쪽으로 세우라고 분부했다.몇 분 후, 전태윤의 전용 차량 행렬이 서원 리조트로 들어갔다.경호차량은 노천 주차장에서 멈췄고 전태윤이 타고 있던 롤스로이스는 주택 입구까지 곧장 가서 멈췄다.하예진 모자를 태운 경호차도 그들을 따라 주택 입구까지 갔다.리조트의 단골인 노동명은 차를 노천 주차장에 아무렇게나 세운 후 되레 경비실 쪽으로 돌아가 물었다.“밖에 있는 저 차는 누구 차죠?”“여씨 가문의 사람인 것 같습니다. 명해은 사모님을 만나러 오셨는데 해은 사모님은 아직 일어나지 않으셔서 양 집사님께서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양 집사는 명해은 쪽의 집사이다.노동명은 여운초의 두 고모에 대해 별 인상이 없었다. 노씨 일가와는 차원이
“네, 예진이랑 우빈이도 함께 오긴 했는데, 저는 정말 어르신을 뵈러 온 거에요.”노동명은 정자로 들어가 옆에 앉아 어르신이 태극권하는 것을 지켜보았다.“옛날에 우리 할머니께서 살아 계실 때 어르신을 따라 태극권을 하라고 제가 그렇게나 타일렀는데 할머니께서는 끝까지 듣지 않으셨어요.”노동명의 할머니와 어르신은 같은 시대 사람이지만, 노동명의 할머니의 건강은 어르신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져 있었었다.어르신은 아직도 정정한지라 혼자서도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일주할 수 있을 정도이다.특히 손자들을 놀리는 데는 정력이 넘쳐난다.그에 비해 노동명의 할머니는 저세상으로 떠난 지도 한참 됐다.“허허, 네 할머니는 진정한 명문가 규슈거든. 나 같은 시골뜨기랑은 다르지.”“어르신도 참, 어르신도 분명히 명문가 규수시면서 이런 말을 해요?”“우리 증조할아버지께서 아직 살아계실 때는 우리 친정도 명문가라고 할 수 있었지. 하지만 내가 태어날 적엔 우리 집도 쇠퇴하여 살고 있던 저택까지 국가에 맡길 수밖에 없게 되었단다. 너희 할머니는 평생 우아하게 살았는데, 나 같은 막돼먹은 사람과는 비교가 안된다.”태극권 연습을 마친 어르신이 동작을 멈추자 노동명은 얼른 일어나 어르신을 부축하려 했다.노부인은 시끄럽다는 듯 그의 부축을 거절하고는 흥미진진하게 말했다.“동명아, 이 할미랑 한번 겨뤄보지 않겠느냐? 나도 몸을 푼 지 오래돼서 말이야.”노동명은 바로 투항하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어르신, 제발요. 제가 어찌 감히 어르신이랑 겨루겠어요?”“네가 이겨도 상관없어, 네 탓을 하진 않을 테니까.”“그러다 제가 어르신을 다치게라도 하면 어떡해요? 그럼 앞으로 저는 전씨 일가의 원수가 될 거예요. 이곳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될걸요? 이런 손해보는 일은 사양할게요. 정 겨뤄보고 싶으시다면 태윤이를 찾는 건 어때요?”이때 전태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동명아, 날 함정에 빠뜨릴 생각 마.”전태윤은 우빈이를 안고 정자로 다가오며 인사를 했다.“할머니.”그에 할
어르신은 우빈이의 손을 잡고 정자를 나서며 전태윤에게 물었다.“여운초 씨의 두 고모가 찾아온 것은 아마도 뭔가 사정할 일이 있어서겠죠. 전 그 두 고모가 평소에 운초 씨를 배은망덕하다며 욕하며 이 기회를 틈타 여씨 일가의 모든 것을 차지하려고 한다는 것 외에는 몰라요. 자세한 건 신경 쓰지 않아서요, 그건 이진이가 신경 써야 할 일이에요.”여운초는 그저 미래의 제수씨일 뿐이다. 직접 와서 도와달라고 부탁하지 않는 한 전태윤도 그녀의 일에 관여할 생각이 없었다.“이진이도 별로 도와주지 못했을 거야. 운초 혼자서도 잘 처리할 수 있을 테니. 이진이는 운초 뒤에 서서 뒷바라지만 하면 돼.”할머니는 자신이 선택한 손자며느리를 매우 신뢰하고 있으며, 여운초가 여씨 그룹에 관한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전태윤은 할머니의 말을 받지 않았다.할머니도 곧 화제를 바꾸었다.둘째와 셋째는 할머니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좋은 아내감을 골라 줬으니, 스스로 알아서 구애하도록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다만 넷째와 다섯째의 아내감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그리고 여섯째 뒤의 손자들은 아직 어려 몇 년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남자아이는 일반적으로 여자아이보다 성숙이 느린 편이다.너무 일찍 결혼하면 한 가정의 무거운 짐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스스로 사업을 잘할 수 있을 때에 다시 아내를 얻어도 늦지 않다. 그때엔 가족의 도움이 없어도 한 가정의 무거운 짐을 감당할 수 있읕 테니까.“지금 날씨가 딱 좋구나. 태윤아, 얘네들을 데리고 우리집 섬에 가서 며칠 묵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할머니가 젊은이들에게 아이디어를 하나 제안했다.“일단 할머니부터 보고요. 할머니는 어때요? 섬에 가고 싶어요?”“이 늙어 빠진 할미는 빠지겠다. 너희 젊은이들끼리 가서 며칠 놀다 오거라. 동생들도 잊지 말고 부르고.”할머니는 넷째와 다섯째 손자의 아내로 택한 여자들의 인품을 조사하러 가야 했다. 인품이 훌륭하거든 확정할 생각이었다.전태윤은 응하며 고개를 끄
전태윤은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이건 하예정이 전씨 일가에 시집온 후 반드시 직면해야 할 책임이니까.남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하예정이 입을 열었다.“그럼 요 며칠 태윤 씨가 집에 있는 동안 잘 배워야겠어요. 모르는 부분은 하나하나 물어볼게요.”그녀는 자신이 전씨 일가의 사모님으로서 이런 일들에 대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다만 이 정도로 많은 산업을 직접 관리해야 할 줄은 몰랐다.또한 앞으로 규모가 거대한 서원 리조트도 관리해야 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하예정은 모연정을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예진 리조트를 관리하고 있는 것을 보았었다.이젠 하예정의 차례가 되었다. 모연정처럼 시댁의 일에 대해 어느 정도 맡아야 할 듯했다. 모연정은 이미 관리 일을 시작한듯 했지만 하예정은 아직 손을 대지도 않았다.모연정은 패기가 있다. 비록 재벌가라고는 할 수 없는 모씨 가문에서 자랐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집안이었고 온 집안 식구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 자신감이 있었고 성격도 밝았다.나중에 모연정은 친부모를 찾게 되었는데 친아버지는 만성 남씨 가문의 주인이었다. 때문에 남씨 가문의 재산을 물려받는 것은 고사하고 친아버지의 개인 재산을 물려받는 것만으로도 몇십조의 재산을 가지게 된다.다시 말해 돈도 있고 지위도 있고 패기까지 있는 틀림없는 여자 갑부였다.그녀와 비하자니 하예정은 뭔가 기가 죽을 듯했다.하지만 전태윤과 시댁 식구들의 자신에 대한 신뢰를 생각하면 자신감이 솟아났다. 앞으로 관리일을 시작한 후 잘못하여 실수를 저지른다고 해도 시댁 식구들은 그녀를 탓하지 않고 오히려 잘못을 교훈 삼아 진보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할 것 같았다.“태윤이는 외부 사업을, 넌 내부 관리를 책임지면 된다. 즉 상가 건물 임대와 일부 체인점의 운영을 책임지는 거야. 얼마 안 되니까 이 할미는 네가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거로 믿는다.”할머니는 하예정이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웃으며 위로했다.진짜 사업상의 일은 전태윤이 맡고 있다.하지만 하예정도
결혼식을 올리기도 전에 전씨 일가는 하예정이 가족 사업에 손을 댈 수 있도록 안배했다. 이는 인정하고 신뢰하는 표현이다.이에 하예진은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동생은 그녀보다 훨씬 운이 좋았다.처음에 하예진을 안심하게 하기 위해 초고속 결혼을 했던 전태윤과 하예정 부부는 낯선 사이로부터 알콩달콩한 사이로 되었다.무엇보다 중요한 건 전씨 일가는 재벌가로서 하예정의 출신에 대해 한 번도 불만을 토로한 적이 없었다.만약 다른 재벌 가문이었다면 이는 매우 보기 드문 현상이다.하예진은 마음속으로 동생 대신 기뻐했다.하예정은 시어머니의 한쪽 팔짱을 낀 채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어머니, 우리 방금 돌아왔는데 나 좀 쉬게 해주면 안 돼요?”장소민은 하예정의 이마를 툭 건드리며 말했다.“그렇게 놀고도 아직도 놀고 싶어? 요즘은 가게를 지키는 것 외에 투자한 채소밭을 드문드문 둘러보는 것뿐이니 바쁘지는 않을 테고.”그녀는 아들을 한눈 쳐다보고 말을 이었다.“태윤이랑 사랑질하느라 바쁜 거지?”하예정은 시어머니의 놀림에 얼굴이 빨개졌다.“가자, 위층으로.”장소민은 며느리가 어리광을 부리든 말든 상관없이 2층으로 데리고 갔다.2층에는 두 개의 서재가 있다.큰 서재는 전태윤 부자가 자주 사용했고 작은 서재는 장소민이 독점하여 쓰고 있다. 작은 서재의 키는 장소민과 할머니만이 가지고 있다.다만 할머니는 며느리인 장소민이 시집온 후로부터 온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은 모두 맏며느리인 그녀에게 맡겼고, 작은 서재에도 거의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다른 사람들이 작은 서재에 들어가려면 장소민이나 할머니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둘째 며느리와 셋째 며느리는 시댁의 비즈니스에 관해 잘 알고는 있지만 직접 관리할 필요가 없었기에 자기 집의 개인 사업만 챙겼다. 어쩌다가 도움이 필요할 때만 시댁의 비즈니스에 개입하곤 했다.혹시라도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장소민이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절대 함부로 개입하지 않았다.또한 자기 집안의 사업만으로도 할 일이 아주 많았고, 능
“옛 장부는 이미 새 장부에 다시 베껴 써놨어.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말이야.”장소민은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를 가리키며 하예정에게 말했다.“장부가 너무 많아서 찾기 어려울까 봐 컴퓨터에도 장부를 해놨으니까 컴퓨터로 찾으면 훨씬 편리할 거야.”하예정은 책장들을 둘러보면서 놀란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시어머니에게 물었다.“어머니, 이것들 모두 우리 집 비즈니스에 관한 장부예요?”“그래.”“...할머니께선 그저 상가 임대 상황과 체인 스토어 같은 작은 비즈니스를 관리하는 거라고 하셨어요.”장부가 이렇게 많은 것을 보고 하예정은 순간 자신이 요 며칠 휴가일 동안 전씨 일가의 모든 산업 상황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느껴졌다.정말 장부가 엄청나게 많았다.그녀는 회계 관리에 대해 배운 적이 없어 초보자나 다름없다.“할머니 말이 맞으셔. 다 작은 비즈니스들이야. 넌 그냥 어디에 있는지, 누가 그 비즈니스를 관리하고 있는지만 알면 돼. 매달 이윤인지 적자인지는 보고서를 보내오는 사람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하지만 너도 어느 정도 몰래 알아둬. 속지 않게 말이야.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약간 탐하는 것에 관해서는 눈감아 주고. 어차피 처벌 받으면 그들도 좋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거니까 보통은 함부로 손을 대지도 못해. ”전씨 일가의 명성이 보통 높은 게 아닌지라 관리팀은 자신의 일자리를 잃게 될까 봐 함부로 손대지 못했다. 게다가 전씨 일가도 관리팀을 대할 때는 항상 일정한 정도의 이익을 남겨주었다. 일을 잘 하기만 하면 푸대접을 받지 않았다.장소민은 하예정이 너무 꼭 잡을까 봐 몇 마디 주의를 주었다.하예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모를 부분은 어머니께 여쭤볼게요. 이 장부들 다 읽어야 해요?”“잠시 먼저 각 장부의 첫 세 페이지를 보도록 해. 첫 페이지는 각 업종이 처한 위치야.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야. 두 번째와 세 번째 페이지는 일반적으로 인사 안배에 관한 자료야. 그들의 상세한 자료와 사진이 있어. 얼추라도 기억해 두면 후에 관
“앞으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우리에게 물어봐. 태윤이에게 물어봐도 되고. 비록 주로 외부 비즈니스를 관리하고 있지만 내부에 관한 일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거야.”하예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자신의 뒤엔 남편 전태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 그녀는 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내려갈 거야 아니면 여기 남아서 장부를 볼 생각이야?”장소민이 물었다.하예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언니와 동명 씨가 오셨으니까 먼저 같이 내려가요. 장부는 너무 많아서 짧은 시간 안에 다 볼 수도 없을 것 같아요. 저녁에 시간이 나면 다시 들어와 보도록 할게요.”장소민은 그에 가볍게 응했다.둘은 나란히 작은 서재를 나섰다. 장소민은 내려가기 전에 서재 문을 다시 잠그면서 말했다.“서재는 중요한 곳이라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은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어. 서재 안을 거두는 일은 우리가 책임져야 해. 네가 집에 없을 땐 내가 청소를 맡을게. 후에 네가 태윤이와 리조트로 돌아와 살게 되면 모든 걸 너에게 맡길 거야.”“알겠어요.”어쩐지 전태윤은 그녀를 리조트로 데려오는 것을 꺼린다 싶었다.거리가 멀어서 출퇴근이 불편한 것은 물론, 중요한 건 아내가 너무 일찍 사모님의 책임을 짊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오래 즐겁게 놀면서 지내기를 바랐다.하예정은 남편의 배려에 깊이 감동받았다.남편은 자신을 정말 사랑했다.장소민과 하예정이 작은 서재에 들어갔을 때 전이진의 친어머니이자 전태윤의 둘째 숙모인 명해은이 침대에서 일어났다.여미란과 여미정이 왔다는 것을 전해 들었지만 그들에 대에 별로 인상이 없었다. 이에 양씨 아저씨가 설명해 주었다.“여씨 일가 큰아가씨의 두 고모님이십니다.”“운초 씨의 고모님이었어요? 그럼 안으로 모셔 와요.”명해은은 소파에 우아하게 앉아 양씨 아저씨에게 분부하여 리조트 입구의 경비실에 알려 오래 기다린 둘을 안으로 들여보내라고 했다.명해은은 여씨 일가의 세 사모님에 대한 인상이 없다. 예전의 여씨 일가는 그저 실력이 조금 있
여운초는 시어머니가 아들에게 택해준 아냇감이라 명해은은 여씨 일가에 대해 높은 관심이 있었다. 그녀는 여씨 일가의 두 고모가 갑자기 방문한 이유가 궁금했다.여운초의 두 고모가 들어왔을 때 명해은은 이미 식사를 마치고 로비 소파에 앉아 패션 잡지를 뒤적이고 있었다.양씨 아저씨가 직접 그녀들에게 길을 안내해 주었다.“사모님, 여운초 아가씨의 고모님들이 왔습니다.”명해은은 가볍게 응하고는 잡지를 덮어 테이블 위에 놓고 일어나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사모님.”비록 두 자매도 재벌들과 어울려 다닌다고 할 수 있지만 진정한 상류층 사모님들 사이에는 낄 수 없었다. 전씨 일가 사모님들의 사교 울타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오늘 두 자매는 함께 오기로 약속했다. 둘은 명해은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 소리에 아무 말 못 하고 밖에서 몇 시간이나 기다렸다.이건 그녀들이 너무 일찍 온 탓도 있었다. 두 고모는 명해은도 그녀들처럼 일찍 일어나 온 집안 식구들의 아침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제야 침대에서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 했다.결국 몇 시간을 헛되이 기다렸다.“두 분 어서 앉으세요.”명해은은 두 사람을 보고 누가 언니고 누가 동생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여미란은 여동생을 끌고 오더니 먼저 자기소개를 했다.“사모님, 저는 운초의 큰고모인 여미란이에요. 이쪽은 저의 여동생인 여미정이예요.”명해은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이 자기소개를 다 하기를 기다린 후 앉으라고 청했다.그리고 도우미에게 차와 디저트를 올리라고 분부했다.몇 마디 수다를 떤 후 여미정은 조용히 언니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여동생의 뜻을 이해한 여미란은 웃으며 명해은을 향해 입을 열었다.“사모님, 저희 자매가 오늘 실례를 무릅쓰고 방문한 것은 사모님께 드릴 말이 있어서예요.”명해은은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다. 두 자매의 눈에 그녀의 미소는 우아하기 그지없었다.“말씀해 보세요.”여미란은 여운초가 전이진의 호감을 샀다는 사실에 질투
이윤미는 제법 잘 꾸민 정군호가 젊어 보이면서도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윤미는 정군호가 이은화보다 십여 세 어린 여자를 껴안은 여자 사진을 보더니 혼자 중얼거렸다.“영감님이 젊었을 때는 보기 드문 미남이었겠네. 지금도 나이가 들었지만 잘 차려입으니 너무 잘생겼군.”어쩐지 이은화가 매우 엄격하게 다스리더라니.밖에서 아들이 준 돈으로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이은화가 알아버린다면 이은화는 어떤 느낌일까?같은 시간, 관성.관성 호텔에서 서원 리조트로 돌아온 하예정은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하예정은 여전히 너무 졸렸다.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이 방에 들어가 바로 침대에 올라가서 자려는 모습을 본 전태윤은 침대에 다가가 앉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졸리면 차에서 자도 되는데. 집에 도착하면 내가 안아서 침대에 눕혀줄 텐데.”“겨우 버티며 왔어요. 여보, 나 좀 잘게. 당신도 잘래요? 안 자면 서재에 가서 책 좀 보시겠어요?”전태윤은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얼른 자. 난 안 졸려.”하예정은 눈을 감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하예정이 몇 분 만에 달콤하게 잠든 것을 보고 전태윤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뽀뽀해 주었다. 그리고 손을 하예정의 평평한 아랫배에 올려놓으며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예정아, 수고했어.”전태윤은 그 자리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침에서 나와 작은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 책들은 임신에 관한 지식 책이었다. 전태윤은 이미 다 읽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전태윤은 책 한 권의 내용을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임신하기 전에 전태윤은 임신에 관한 지식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하예정이 임신한 후에는 비록 많은 사람이 전태윤을 도와 함께 하예정을 돌봤지만, 그는 여전히 직접 아내를 돌보고 싶었다.그리고 서점으로 달려가 임신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고는 소정남을 찾아가 소정남이 산 책들이 자신이 산 책과 비슷한 것을
이윤정은 전호영을 언급할 때 마다 이를 악물면서 전호영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고현을 빼앗아 갔다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윤미 씨 아버지께서 바람난 일을 전호영 도련님께 맡겨보는 건 어떠세요? 전호영 도련님은 안팎으로 이씨 가문을 괴롭히거든요.”이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전호영이 적수나 다름없다.이씨 가문과 이경혜 자매의 관계, 그리고 이윤미가 관성 쪽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던 방윤림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방윤림은 아마도 이윤미가 관성 쪽의 사람들과 적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여겼다.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조사하려고 했다.방윤림은 만약 전임 가주가 이은화의 손에 죽었다는 증거가 나오기만 하면 이윤미가 더는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이씨 가문을 떠나 그녀의 작은 세계로 돌아가리라 추측했다.아니, 그녀가 반드시 원래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윤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연약한 사람이 아니다.사실, 이씨 가문에 돌아가기 전에 이윤미는 이미 사업에 성공한 젊은 여자였다. 이윤미의 양부모가 늘 그녀의 피를 빨아들이려는 생각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회사의 대표라는 사실을 계속 숨기고 있었다.이윤미는 사람들이 그녀를 연약하고 무능한 사람인 줄로 알게 하여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이윤정일 수도 있으리라 추측하게 했다.그러나 이씨 가문의 철칙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일이다.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기도 했고 또한 이윤정의 능력도 훌륭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윤정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그녀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닌 것이 밝혀진 이상 이씨 가문을 이어받을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이윤미가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호영 씨도 이 사실을 알아 버린 이상 모른 체 하지 않을 거예요. 호영 씨는 원래 이씨 가문이 잘 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끼어들지 않아도 스스로 그 사실을 터뜨릴 겁니다.”“우리가 아무런 수를 쓰지 않아도 증거가 호영 씨의 손에 있는 이상 가만히 있지
아무튼, 그 여자가 어느 우두머리의 내연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정군호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면 그런 사람의 내연녀를 건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다.영상과 사진을 본 이윤미는 방윤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냥 놔둬요. 제 카카오톡 기록도 삭제할 거예요. 제가 만약 저장해 두면 우리 어머니께서 돌아와서 저를 의심하게 되면서 제 휴대전화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방윤림이 회답했다.[제가 이미 저장했습니다. 윤미 씨는 식사하셨어요?”[먹고 있어요. 배달시켰거든요.]방윤림은 눈살을 찌푸렸다.[자꾸 배달 음식을 시키지 마세요. 회사에 식당도 있는데... 정 시간이 안 되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제가 매일 요리를 해서 가져다드리겠습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이씨 가문에 돌아온 뒤로 이윤미는 고군분투했다. 아무도 그녀를 관심해 주지 않았다.이은화조차도 진정으로 이윤미와 한마음이 아니었다.이은화는 이윤미 혼자만의 어머니가 아니었고 오빠와 이윤정이 어머니이기도 했다.이윤정은 이은화의 앞에서 자연스럽게 애교를 부릴 수 있었지만, 이윤미는 그런 애교를 부릴 수 없었다.다행히도 방윤림이 이윤미의 곁으로 와주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그녀의 곁에 있는 의미를 깨달은 뒤로 그에 대한 믿음이 가족보다 더 깊어졌고 방윤림 또한 그녀를 많이 도와줬다.방윤림이 처음 이윤미의 곁에 왔을 때 이윤미에게 앞으로 누구든 이윤미의 곁은 떠날 수 있겠지만, 방윤림만은 이윤미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방윤림이 이윤미 곁으로 파견된 그 순간부터 그는 죽지 않는 한 이윤미에게 충성하면서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만약 방윤림이 죽는다고 해도 누군가가 재빨리 그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이윤미의 곁에는 늘 충성을 다 하는 심복이 따라다닐 것이다.방윤림은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진정한 능력자였다.물론 요리 실력도 훌륭하기 때문에 그가 한 요리는 매우 맛있었다.이윤미는 타자속도가 너무 늦다고 느껴 음성통화를 걸었다.
고현은 전호영의 옷을 잡아당겼다.전호영은 그녀를 따라 걸으며 말을 했다.“이 대표님도 언제쯤이면 돌아오실지... 정말 이씨 가문의 이 재미있는 연극을 보고 싶네요.”고현은 전호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설령 이 대표님이 남편이 밖에서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더라고 밖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고 정군호 씨를 데리고 가서 문을 닫고 난리 칠 거예요. 호영 씨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거예요.”전호영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건넸다.“이윤미 씨가 있잖아요. 이윤미 씨가 이씨 가문 겉면의 평화를 깨뜨렸는데 윤미 씨의 아버지 스캔들을 숨길 수 있겠어요? 저는 믿지 못하겠어요. 윤미 씨도 쉽지 않은 사람이에요. 이씨 가문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기회를 보면서 이씨 가문의 도련님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생각일 거예요.”“그 문제 덩이 사람들만 없다면 이씨 그룹에서 윤미 씨의 지위는 더 확고해질 수 있잖아요. 역시 이 대표님 친딸답네요. 자신의 가족들을 이토록 모질게 다루다니.”고현은 한참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는 이윤미를 대신해 몇 마디 했다.“윤미 씨는 이씨 가문 여자들의 독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 대표님과는 조금 달라요. 제가 장담하건대 윤미 씨는 윤미 씨의 오빠들을 최대한 이씨 그룹에서 쫓아내지 않을 거예요. 그들이 이씨 그룹에서 파벌을 만드는 것을 방지하고 사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을 방지할 뿐이죠. 이 대표님처럼 가족들을 해치지는 않을 거예요.”전호영은 고현이 이윤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보더니 더는 이윤미에 관한 나쁜 얘기를 이어가지 않고 화제를 바꾸었다.전호영 일행은 호텔에 들어간 뒤 전호영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으로 갔다. 그 안에는 뷔페가 있었기 때문에 고현은 그녀가 먹고 싶은 음식들을 다 먹을 수 있었다.전호영은 정군호가 내연녀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몰래 사람을 시켜 정군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했다.그리고 정군호가 내연녀를 데리고 룸에 들어가면 그들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