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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화

여운초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예정 씨가 이렇게 믿으시니 그럼 제가 한번 예쁘게 만들어볼게요.”

그녀는 지팡이를 내려놓고 하예정을 위해 예쁜 꽃다발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예정은 숙련된 그녀의 솜씨에 참지 못하고 물었다.

“운초 씨, 꽃 종류마다 위치를 숙지하고 있죠?”

여운초는 꽃꽂이를 하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저는 앞이 안 보이다 보니 외울 수밖에 없어요. 점원에게 부탁해 매번 물건을 들여올 때마다 종류대로 꽃을 나누고 저에게 일일이 위치를 알려주고 있어요. 가게 연지도 몇 년이 돼서 위치를 거의 다 숙지하고 있으니 오차가 없을 거예요.”

하예정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떠보듯이 물었다.

“운초 씨 눈 치료 가능한가요?”

여운초의 미소가 살짝 가라앉았다.

“저는 큰 병을 앓아서 실명하게 됐어요. 그해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실명이 뭐가 대수겠어요, 살아있음에 감사해야죠.”

갑작스러운 실명에 그녀는 하마터면 이성을 잃을 뻔했다.

하지만 마음으로 이 세상을 들여다보니 인심이 더 잘 보였다. 가끔 보면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게 사람 마음이었다.

하예정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은 의학이 발달해서 여건이 허락한다면 기회를 봐서 눈을 치료하세요. 시력을 되찾을 수도 있잖아요.”

“저희 고모는 줄곧 제 눈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수년간 저를 데리고 많은 안과 의사를 찾아다녔지만... 여전히 이대로예요.”

그녀에겐 다행히 걱정해 주는 고모가 있다.

고모가 셋인데 막내 고모랑 아빠가 사이가 제일 좋아서 여운초도 예뻐해 주고 있다. 나머지 두 고모는 새아빠와 친하게 지낸다. 여씨 그룹의 실세라 돈도 있고 세력도 있어서 당연히 그에게 매달리는 거겠지.

하예정은 미처 말을 잇지 못했다.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예정 씨. 저는 인제 실명한 지 십 년째라 어둠에 진작 적응됐어요. 익숙한 환경 속에선 지팡이 없이도 잘 살 수 있어요.”

여운초가 되레 하예정을 위로했다.

그녀는 하예정을 위해 꽃을 다 고른 후 숙련된 솜씨로 예쁘게 포장해서 하예정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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