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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가현아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무슨 일 있어?”

강윤이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계단에서 내려오며 물었다.

2년 전보다 훨씬 예뻐진 조가현의 모습을 본 강윤은 그녀에게 반해버렸다.

“아니야. 그냥 어떤 사람이 너무 징그러웠어!”

조가현이 백이겸을 흘겨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말이면 다인 줄 아나 봐!”

임윤하와 그녀의 친구들도 백이겸을 보며 말했다.

강윤이 백이겸을 쳐다보았다.

레스토랑에 들어설 때 그는 백이겸과 조가현 두 사람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는 것 같았으나 이제 와 보니 조가현이 백이겸에게 삐진 것 같았다.

설마... 저 새끼랑 그렇고 그런 사이인 건 아니겠지?

하하, 그럴 리가?

백이겸을 훑어본 강윤은 그가 걸친 옷을 다 합해도 10만 원도 안 되는 것을 발견했다. 조가현이 어떻게 이런 남자랑 사귀어!

“오해가 있으면 풀어나가면 되지! 친구잖아 사이좋게 지내야지!”

강윤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백이겸을 바라보았다.

“친구, 난 강윤이야. 조가현과는 어릴 때부터 친구였어. 반가워!”

백이겸을 향해 악수를 청한 그의 손목 위로 롤렉스 금 시계가 나왔다.

못해도 2000만 원이나 하는 시계를 발견한 여자들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백이겸은 그런 강윤이 좋은 뜻으로 다가오는 것 같지 않았다.

강윤이 내민 손을 잡으려고 한 그때, 강윤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와! 친구야 이 옷은 어느 브랜드야? 금방 귀국해서 그런가 처음 보는 옷이네?”

강윤은 백이겸이 입은 옷을 보며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비웃고 있었다.

그는 조가현과 백이겸의 사이가 매우 안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몇 마디로 두 사람 사이를 완전히 갈라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허허, 그냥 일반 브랜드야!”

강윤의 의도를 알아차린 백이겸은 그냥 모르는 척 지나가려 했다.

백이겸은 누나가 준 쇼핑카드로 옷을 사고 싶었지만 5000만 원이나 되는 옷은 너무 사치하다고 생각했다.

“아, 일반 브랜드? 이혁아 넌 그냥 여기에 있었으니까 알 거 아니야. 무슨 브랜드야?”

강윤이 자신과 함께 내려온 고등학교 친구를 보며 물었다.

노란 머리에 하얀 피부를 지닌 이혁은 자리에 앉아 조가현과 임윤하, 서태호의 예쁜 얼굴에 시선을 떼지 않았다.

강윤이 한 말의 뜻을 알아차린 이혁이 웃으며 말했다.

“나도 모르겠는데, 찾아볼까?”

강윤이 쿵 하면 이혁이 짝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백이겸을 비웃는 모습에도 그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조가현과 그의 친구들이 후련한 표정으로 백이겸을 보며 말했다.

“흥! 다른 사람이 너를 비꼬며 말하니까 좋아 죽겠지! 그러게 누가 아까 질투 하래? 궁상 맞긴!”

임윤하가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유학을 다녀온 사람이라 그런지 하는 말이 너무 고급 지고 너무 대단해!”

조가현은 자신을 위해 백이겸을 겨냥한 강윤이 하동하와 다른 고급 진 태도에 그에게 더욱 고마운 마음을 느꼈다.

“강윤아, 내 친구들을 소개할게!”

백이겸을 흘겨본 조가현이 강윤에게 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강윤도 자신의 고등학교 친구 이혁을 소개했다. 이혁의 집은 명동에서 큰 교육사업을 맡고 있었다.

강윤은 자연스럽게 조가현의 맞은편에 앉았다.

서태호와 임윤하에게 마음을 빼앗긴 이혁은 두 사람의 몸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강윤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실력을 자랑했다.

양휘성과 서태호를 위해 모인 자리였으나 강윤이 나타남으로 인해 망쳐버려 양휘성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눈여겨 본 백이겸은 자신의 친구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조금 전 기숙사에 먼저 도착한 백이겸이 프리미엄 온천 회관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친구들과 온천을 빌려 하루 놀겠다고 했다.

양휘성이 서태호에게 더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구은혜도 온천에 놀러 가보고 싶다고 했다.

서태호가 양휘성의 데이트 신청에 이 자리에 나왔다는 사실을 들은 이혁은 양휘성에게 무슨 사업을 하는 집안이냐고 물었다.

우리 집보다 돈이 많아? 라는 뜻이었다.

온천으로 놀러 가자는 말을 하려던 그때 강윤이 말했다.

“맞아, 입국하자마자 들은 소식이 있는데 이도혁집 거의 망한다며? 휴, 아까워. 우리 아버지도 그 집 사장님이랑 아는 사이인데 우리 아버지더러 명성 호텔 매수해 달라며 부탁하셨어!”

조가현과 그의 친구들의 눈꺼풀이 살짝 뛰었다.

이 씨 집안 이도혁의 일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일이 일어났을 때 이도혁이 바로 그녀의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강윤이 명성 호텔을 매수한다는 소식을 들은 여자들은 강윤과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가현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도혁 우리도 좀 아는데, 듣자 하니 조직폭력배를 잘못 건드려서 하루아침에 파산하게 생겼대! 그들이 간간 살리고 있는 명성 호텔도 지금 당장 명동 거리에서 나가게 생겼대. 어떻게 아저씨께서 호텔 매수하시겠대?”

모든 이목이 자신에게 집중된 것을 느낀 강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으쓱거렸다.

“매수하실 의향이 있으신 것 같아. 명동에 위치한 호텔이라 수입이 보장되는 곳이기도 하지! 명동에 위치한 프리미엄 온천 회관도 자주 가는 곳이야!”

“프리미엄 온천 회관!”

프리미엄 온천 회관을 들은 사람들의 표정이 가지각색으로 변했다.

강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왜? 너희들도 가봤어?”

이도혁과 있은 일이 생각난 조가현은 강윤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강윤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도혁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 줄이야. 가현아 지난번에 가보지 못한 온천 내가 데려가 줄까? 아버지에게 전화 한 통만 하면 돼!”

“어머! 강윤 오빠 정말이에요?”

임윤하가 애교 섞인 말투로 물었다.

“그럼 잠깐만. 아버지에게 전화하고 올게!”

말을 마친 강윤은 휴대폰에 입력된 번호로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한 뒤 전화를 끊었다.

“아니면 우리 먼저 출발할까? 오후에 손님이 많으면 아버지도 예약하기 힘드실거야!”

“좋아요!”

조가현과 그의 친구들이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그래. 이혁도 운전을 했으니까 차 두 대면 되겠다!”

강윤의 말에 이혁이 웃으며 주차장에 맡긴 차를 찾으러 갔다.

“강윤아, 은혜도 우리와 함께 가면 7명이 차 두 대면 되는데, 쟤네는 어떡하지....”

조가현이 백이겸과 양휘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강윤이 물었다.

“왜? 차가 없어?”

양휘성이 빨개진 얼굴을 숨긴 채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됐어. 우린 안 갈 거야!”

백이겸과 조가현의 틈에 어찌할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구르던 구은혜가 말했다.

“쟤네가 안 가면 나도 안 갈 거야!”

구은혜도 그들고 함께 놀러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눈치챈 백이겸이 말했다.

“은혜야, 먼저 가서 놀아. 우린 시킨 음식을 다 먹고 너희 찾으러 갈게!”

백이겸은 조가현과 서태호가 들리게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양휘성이 주문한 음식을 한입도 먹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그녀들을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

눈치 빠른 조가현이 그의 말을 듣자마자 벌레보듯 보며 말했다.

“하, 조금 잇다 오면 누가 들여보내 준대? 음식 몇 개 주문한 거 갖고 촌스럽게 굴긴. 어떻게 우리가 결산해 주고 갈까?”

양휘성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 너희 먼저 가. 태호야 다음에 만나!”

서태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양휘성은 조금 있다 보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조가현의 말을 들은 후 바로 포기했다.

조가현과 그녀의 일행은 온천으로 향하며 어제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빌었다.

그녀들이 레스토랑을 나간 후 맛나는 음식을 앞에 놓은 양휘성은 입맛이 없었다.

“휘성아, 기죽지 마! 이따가 우리도 온천 가자니까!”

백이겸이 양휘성의 어깨를 다독였다.

양휘성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겸이 네 뜻은 나도 잘 알아 고마웠어. 됐어. 이 많은 음식 버리면 아깝잖아. 다 먹고 가서 낮잠이나 자자!”

백이겸은 양휘성이 자신이 억지를 부린다고 오해를 하는 것 같아 웃으며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양휘성과 자신의 친구들도 다른사람이 얕잡아 보는 원인은 모두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 백이겸의 마음은 편하지 만은 않았다.

휴대폰을 꺼낸 백이겸이 이정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국 형님 안녕하세요. 이따가 제가 친구들이랑 프리미엄 온천 회관에 놀러 가고 싶은데 혹시 시간 되시면 차 한 대만 불러 주시겠어요?”

전화기 너머의 이정국의 태도는 매우 공손했다.

“시간 됩니다. 백 도련님 지금 어디에 계셔요?”

백이겸은 자신들이 있는 위치를 알려준 후 전화를 끊었다.

양휘성과 그의 친구들이 백이겸을 의아한 표정으로 보았다.

“뭐야 백이겸. 너 어디에 전화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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