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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공기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짜악-

구원의 소리 대신 조아린의 따귀 한 대가 나를 맞이했다.

“네가 대표님 아내면 나는 뭐야? 대표님 곁에서 5년을 있었고 알고 지낸 지 10년이 넘어도 결혼했단 얘기는 들은 적이 없는데 빌어먹을 년이 감히 나한테 거짓말을 해?”

나는 피를 뱉으며 힘겹게 입을 벙긋해 설명했다.

“우린 소꿉친구고 내가 진짜 그 사람 아내야.”

구시혁의 이름을 들은 다른 비서는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조아린을 말리려 했지만 조아린은 상관없다는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

“대표님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저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녀는 역겨운 표정으로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고 찢어진 내 치마는 걸레처럼 옆으로 던져졌다.

나는 장신구는 물론이고 명품 가방 하나도 들고 있지 않은 데다 도시락 가방도 허접한 천 가방에 불과했다.

조아린은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가난뱅이 여자를 봐요. 온몸에 명품 하나 없는데 어떻게 사모님이에요?”

내가 겨우 숨을 돌리려는데 하체에 온기가 느껴졌고 가슴 밑바닥에서 불길한 느낌이 올라왔다.

“피, 피를 흘리고 있어!”

비서가 당황한 듯 뒤로 물러섰다.

나는 심장이 뛰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힘겹게 손을 들어 무언가를 잡으려 했지만 내 밑에서 더 거세게 흐르는 피만 느껴졌다.

조아린이 슬쩍 보고는 그녀를 나무랐다.

“왜 소리는 질러요? 그냥 피 좀 흐르는 게 뭐가 무서워요? 그리고 이 여자는 내연녀고 배 속의 아이는 잡종이에요. 잡종은 때려죽이는 게 섭리죠.”

사람들은 침묵했고 아무도 날 위해 나서지 않았다.

나는 배를 감싼 채 애원하듯 말했다.

“제발 구급차 좀 불러주세요. 내 아기, 아기...”

하지만 아무도 나를 도와주려고 나서지 않았고 모두들 내가 유산하는 것을 은근히 기뻐하는 듯 기다리기만 했다.

조아린은 내가 피를 흘리는 동안 장장 10분 동안 조용히 나를 지켜보더니 그제야 휴대폰을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구급차를 불러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구시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야?”

전화기 반대편에 있던 남자의 말은 짧고 간결했으며 아무런 감정이 담겨있지 않았다.

“대표님, 오늘 어떤 여자가 사무실까지 쫓아와서 음식을 갖다주려고 했어요.”

조아린은 나를 때릴 때와는 다르게 구시혁 앞에서 가냘프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고 구시혁은 다소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이런 작은 일까지 나한테 물어볼 거면 내가 비서는 왜 고용했지? 알아서 처리해.”

그렇게 말한 뒤 그는 자비 없이 전화를 끊었고 조아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의기양양하게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들었죠, 대표님께서 저보고 알아서 하라네요.”

도움을 요청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너무 힘이 빠져서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조아린은 하이힐을 신고 한 걸음 한 걸음 내 쪽으로 걸어오더니 하이힐로 내 얼굴을 거듭 짓밟았다.

“피를 많이 흘려서 사진 찍어 올려도 폭력적인 사진이라고 차단할 것 같네. 다행인 줄 알아, 잘 피해 갔어. 하지만 이젠 네 얼굴 차례야. 이 얼굴이 없으면 어떻게 대표님을 유혹할 수 있을지 두고 볼게.”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캐비닛에서 커터 칼을 꺼내 내 얼굴을 그었다.

절망스러운 와중에 조아린의 휴대폰이 울렸고 상대는 구시혁이었다.

조아린은 전화를 받았다.

“전에 남성 프로젝트 서류 지금 당장 필요하니까 준비해.”

“네, 대표님.”

“대충 10분 내로 회사에 도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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