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난 아내가 아니었다
난 아내가 아니었다
Author: 나루

제1화

최근 입맛이 없고 먹는 대로 다 토해서 병원에 검진받으러 갔다.

의사가 임신 사실을 알려주는 순간 나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남편과 나는 어릴 적부터 붙어 다니며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해 임신을 준비했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고 남편은 나를 위로했다.

“임신은 자연스럽게 되는 거지. 우리 아기가 적절한 때를 기다리고 있는 거야.”

이제 그 완벽한 때가 왔다.

“사모님, 벌써 임신 4개월째라 태아가 안정됐지만 외부에서 충격을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살짝 불룩 튀어나온 배를 쓰다듬는 내 얼굴에는 부드러움이 가득했다.

놀랍게도 벌써 4개월이란다.

생리 주기가 항상 불규칙하고 허리에 살이 한겹 쪘어도 단순히 최근 많이 먹은 탓이라고 여겼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기쁜 마음을 품은 채 음식을 했고 남편에게 사랑의 도시락을 전하면서 직접 이 좋은 소식을 알려주려 했다.

도시락을 챙긴 뒤 나는 순조롭게 구성그룹 대문으로 들어섰고 남편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한 예쁘장한 여성이 나를 멈춰 세웠다.

“뭐 하는 거예요?”

그녀는 차갑고 불친절한 어투로 날 훑어보며 말했고 나는 도시락을 들어 그녀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구시혁 씨한테 밥 전해주려고요.”

남들 앞에서 난 구시혁을 남편이라고 부르지 않는 편이었고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비꼬는 어투로 말했다.

“가정부였어요? 전 대표님 비서 실장 조아린이예요. 음식은 저에게 주시고 이만 가세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가정부가 아니고 대표님께 직접 음식을 전달하러 갈 테니 들여보내 주세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그 여자는 화를 내며 내 손에서 도시락을 낚아챘다.

“당신이 뭔데? 가정부 주제에 어디 대표님을 꼬시려고. 옷도 야살스럽게 입었네. 내가 오늘 당신 제대로 혼내줄게.”

그러고는 재빨리 나를 회의실로 끌고 들어가 문을 닫더니 손을 들어 내 뺨을 때렸다.

내 뺨은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고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머리를 한 대 더 맞았다.

아이!

나는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몸을 웅크린 채 배를 단단히 보호했다.

“대표님께 어떤 음식 가져왔는지 어디 좀 볼까.”

조아린은 도시락을 열고 내 머리 바로 위에서 쏟아부었다.

3시간 동안 끓인 갈비탕이 뜨겁게 내 머리를 타고 바닥으로 뚝뚝 흘렀다.

두피가 불에 덴 듯 화끈거렸지만 배 속에 있는 아기가 다칠까 봐 감히 자세를 바꿀 엄두를 내지 못했다.

“허, 찜닭도 있네. 어디 벌거벗은 닭 같은 게!”

여자가 내 턱을 심하게 잡아당기며 손가락에 힘을 주어 입을 벌리도록 강요했다.

“그렇게 닭이 되고 싶으면 이 닭이나 먹어!”

고추의 매운맛이 담긴 닭고기가 내 얼굴을 때렸고 순간 눈과 콧속으로 따끔한 감각이 밀려와 나는 고통에 울부짖었다.

조아린은 가볍게 손뼉을 치며 역겨운 표정으로 말했다.

“역겨워, 너무 기름져서 새로 칠한 매니큐어가 얼룩질 뻔했어.”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다시 나를 경멸하듯 내려다보았다.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입맛부터 사로잡아야 한다는 말을 믿는 건 아니겠지? 너 같은 천한 년이 어떻게 감히 대표님을 좋아해?”

내가 설명하려고 입을 벙긋하는데 고추의 매운 향이 후각을 강타했고 사레가 들리자 나는 말을 전혀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회의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린 씨, 안에 무슨 일 있어요?”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