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화

나는 이제 살았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조아린은 비웃으며 당당하게 문을 열어젖혔다.

“이 여자가 대표님을 꼬시려고 해서 한 수 가르쳐주려고요.”

문 앞에 있던 몇 안 되는 비서들의 표정이 경멸적으로 변했다.

“대표님이 너무 훌륭해서 이런 천한 것도 다 꼬시려고 드네요. 걱정하지 말아요, 아린 씨. 5년 동안 대표님 곁을 지켰으니까 대표님 마음속엔 아린 씨만 있을 테니까요.”

조아린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당연하죠.”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바닥에 볼품없이 쓰러져 있는 나를 적대적인 눈빛으로 바라보며 조롱했다.

“꼭 당해야 정신 차리는 사람이 있죠.”

내가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남편에게 전화를 거는데 갑자기 조아린의 눈빛이 차가워지며 내 휴대폰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곧 휴대폰을 뺏어간 그녀의 눈빛이 번뜩이더니 매섭게 내 휴대폰 뒷면을 응시했다.

“대놓고 수작 부리네. 어디서 대표님과 몰래 커플 케이스를 써.”

휴대폰은 바닥에 내팽개쳐져 산산조각이 났다.

“나쁜 년!”

조아린은 성난 암사자처럼 한 손으로 내 머리를 잡아당기고 다른 한 손으로 내 뺨을 연달아 때렸다.

“그냥 보내주려고 했는데 마음이 바뀌었어. 너 같은 년들은 제대로 맞지 않으면 정신을 못 차리지.”

나는 그녀에게 걸레처럼 바닥에 던져졌다.

“여러분, 이 여자가 대표님을 유혹했으니 옷을 벗기는 게 어때요?”

다른 비서 몇 명이 즉각 반응하며 행동에 나섰고 나는 손과 발을 이용해 문 쪽으로 기어가려고 했다.

손바닥에 통증이 느껴지며 조아린이 내 왼손을 밟았고 열 손가락 전부 밟히자 나는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다른 여성 몇 명이 재빨리 다가와 나를 붙잡자 조아린은 쭈그리고 앉아 악의와 장난기가 섞인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얼굴은 예쁘장하네. 걱정하지 마, 얼굴은 안 건드리고 네 옷을 다 벗기면 사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릴 테니까. 얼굴이 망가지면 사람들이 네가 망할 년이란 걸 알아보지 못할 텐데 그러면 안 되잖아.”

나는 몸을 떨며 배를 보호하려고 애썼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조아린은 어디선가 가위를 꺼내더니 내 치맛자락을 잘랐고 나는 그녀가 실수해서 내 배를 찌를까 봐 비명은커녕 감히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시간은 길고 절망적이었다.

곧 내 치마가 조각조각 찢어져 연약한 피부가 드러났다.

“망할 년, 이러니까 대놓고 대표님 꼬시려고 들었네. 제법 봐줄 만해.”

어느 순간 출입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대부분은 무관심한 눈빛으로 지켜보았지만 정의감을 가진 한두 사람이 조아린을 설득하기 위해 다가갔다.

“아린 씨, 그만해요. 이러다 사람 죽기라도 하면 대표님께 뭐라고 해요.”

하지만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긴 손톱을 뻗어 내 이마를 찔렀다.

“고작 가정부가 대표님을 꼬시려고 하니 비서로서 대표님 대신 성가신 걸 해결하는 게 제 일 아니겠어요?”

상대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조아린이 살벌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내연녀 편에 서서 대표님 측근인 저에게 대들겠다는 거예요?”

이 말에 상대는 머뭇거리며 더 이상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

“아린 씨, 이 여자 임신한 것 같아요!”

갑자기 눈썰미가 좋은 비서가 내 배를 가리키며 소리쳤고 조아린의 눈빛이 매섭게 번뜩이더니 성큼성큼 다가와 내 배를 뚫을세라 노려보았다.

“허.”

조아린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고 매서운 그녀의 눈빛은 당장이라도 나를 찢어버릴 것 같았다.

“회사에서 그렇게 많은 년들을 막았는데 침대에 기어 올라가는 가정부를 못 막았을 줄이야. 감히 대표님 아이를 배? 그 아이를 지킬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그녀는 다가와 내 머리카락을 끄집어 당겼고 이번엔 단순히 뺨만 때리는 게 아니라 내 머리를 벽에 박았다.

“죽어! 나한테서 대표님을 뺏어가는 년은 다 죽어야 해.”

때리느라 지친 조아린은 나를 바닥에 던졌고 숨을 돌리기도 전에 복부에 날카로운 통증이 시작됐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웅크렸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명이 들리기 시작했고 뜨끈한 피가 뺨과 턱을 타고 흘러 바닥에 떨어지면서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내가 큰 소리로 외쳤다.

“난 구시혁의 아내야!”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