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아는 한지혜를 허연후에게 맡겨놓고는 서둘러 병실을 떠났다.병실 문이 닫힌 후에야 허연후는 천천히 한지혜에게 다가갔다.허연후는 차갑고 한없이 작은 한지혜의 손을 붙잡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그는 애틋한 눈빛으로 한지혜를 바라보며 짓궂은 농담을 건넸다.“저 지혜 씨가 너무 그리워요. 지혜 씨와 키스도 하고 잠자리도 가지고 싶어요. 너무 걱정하지는 말아요. 지혜 씨가 깨어나면 기꺼이 무료로 제 몸을 내어줄게요. 어때요? 솔깃하죠?”허연후는 머리를 숙이고 한지혜의 손등에 뜨거운 입술을 포갰다.뒤이어 뜨거운 눈물이 하얀 손등에
간호사는 전화를 끊은 뒤 웃으며 말했다.“전 이만 가볼게요. 이따가 다른 약으로 갈 때 다시 오겠습니다.”“그래요. 가봐요.”간호사는 약 카트를 밀고 한지혜의 병실로 오다가 허연후가 앉아 있는 걸 발견하고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제가 한지혜 환자분 링거를 갈아드리겠습니다.”허연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약이 담긴 카트를 꼼꼼히 살펴보더니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걸 발견한 뒤에야 간호사에게 말했다.“이제부터 한지혜 씨 약은 제가 책임질게요.”그의 말에 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알겠습니다. 그럼 오늘만 제가 해도
“고작 말다툼 때문에 사람을 죽인다는 게 도무지 납득이 안 되네요. 가서 이 두 사람이 최근에 누구와 접촉했는지, 그리고 신분 조사까지 마치면 저희가 원했던 답을 꼭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그녀의 말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 허연후는 다시 핸드폰을 들고 아랫사람에게 당부했다.조수아는 저녁때쯤 윤다혜를 병원 근처의 호텔에 묶게 하고 다시 혼자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문을 열고 들어와 보니 천우가 소파에 앉아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었다.그러다가 그녀가 돌아온 모습을 발견하고는 냉큼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짧은 다리로 총총 그
조수아는 가만히 서서 놀란 얼굴로 주지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똑같은 말을 예전에 그녀에게도 했기 때문이다.분명 모든 게 끝나면 그녀를 집에 데려오겠다고 했었는데 왜 지금 같은 말을 천우한테도 하는 걸까?마치 천우도 가족의 일원인 것처럼 말이다.그녀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걸 눈치챈 주지훈이 재빨리 그녀를 테이블 쪽으로 데려가 앉혔다.“모든 일이 끝나고 만약 그때 가서 네가 아이 낳기 싫으면 우리가 천우를 데려와서 매일 놀아주면 되잖아. 어차피 그 집안에 이미 아이가 충분히 많은데 상관 안 할걸?”그의 말에
손도 같이 떨렸다.너무 익숙한 호칭과 그 당사자가 바로 지금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그러다가 자기도 모르게 예전의 추억들이 머릿 속에 또다시 펼쳐졌다.비록 조수아는 이건 게임이란 사실을 알고 있지만 주지훈도 이것을 빌미로 지금 그녀와 가까워지려는 심산이었다.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수아는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하고 한껏 기대를 안고 열심히 배웠다.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끄덕이면서 진지하게 답했다.“이제 알겠어.”천우도 옆에서 웃으며 그녀를 응원했다.“엄마, 저랑 아빠가 보호해 줄 테니까 엄마는 걱정하지 말아요.”말을
천우의 말에 주지훈은 그만 온몸이 얼어붙고 말았다.놀란 얼굴로 그저 천우의 얼굴을 바라볼 뿐, 뭐라고 답해야 할지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천우는 까맣고 맑은 두 눈을 깜빡이더니 한껏 기대에 찬 얼굴로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그러다가 포동포동한 손으로 주지훈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삼촌은 아까 게임에서처럼 지금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서 잠깐 변신한 거죠? 그리고 괴물한테 당하지 않도록 세리 엄마한테 저를 맡겨둔 거고요?”쏟아지는 물음에도 주지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천우의 통찰력은 엄마와 똑 닮
천우는 말랑말랑한 자기 손으로 육문주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그리고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아빠.”“그래. 아빠는 우리 아들을 사랑해. 너무너무 사랑해.”두 사람은 그렇게 말없이 서로를 꼭 안아줬다.얼마간 그러고 있다가 육문주가 다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아빠가 씻겨줄게.”천우가 고개를 들고 그에게 말했다.“전 아빠의 이 얼굴이 좋아요. 이 얼굴이 진짜 제 아빠거든요.”육문주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그의 머리에 입을 맞췄다.“앞으로 아무도 없을 때면 아빠가 가면을 벗고 있을게. 근데 이 일은 누구한테도 말하
그렇게 세 사람은 서로 끌어안고 이 순간을 조용히 만끽했다.그러다가 육문주는 욕실에서 드라이기를 가져와서 천우의 머리를 말려줬다.따뜻한 바람이 그의 머리와 온몸을 쓸어내리자 천우는 간지러운지 연신 깔깔거리며 웃었다.“기분이 너무 좋은데 이따가 엄마 머리도 말려줘요.”육문주가 웃으며 답했다.“그래. 그럼 엄마는 샤워하러 가고 천우는 아빠랑 같이 방에 들어가자.”그는 천우를 데리고 방에 들어가서 잠옷으로 갈아입혀 준 뒤 자기 전에 동화책 한 권을 읽어줬다.하지만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천우는 그만 그의 품에서 잠이 들고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