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도 같이 떨렸다.너무 익숙한 호칭과 그 당사자가 바로 지금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그러다가 자기도 모르게 예전의 추억들이 머릿 속에 또다시 펼쳐졌다.비록 조수아는 이건 게임이란 사실을 알고 있지만 주지훈도 이것을 빌미로 지금 그녀와 가까워지려는 심산이었다.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수아는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하고 한껏 기대를 안고 열심히 배웠다.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끄덕이면서 진지하게 답했다.“이제 알겠어.”천우도 옆에서 웃으며 그녀를 응원했다.“엄마, 저랑 아빠가 보호해 줄 테니까 엄마는 걱정하지 말아요.”말을
천우의 말에 주지훈은 그만 온몸이 얼어붙고 말았다.놀란 얼굴로 그저 천우의 얼굴을 바라볼 뿐, 뭐라고 답해야 할지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천우는 까맣고 맑은 두 눈을 깜빡이더니 한껏 기대에 찬 얼굴로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그러다가 포동포동한 손으로 주지훈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삼촌은 아까 게임에서처럼 지금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서 잠깐 변신한 거죠? 그리고 괴물한테 당하지 않도록 세리 엄마한테 저를 맡겨둔 거고요?”쏟아지는 물음에도 주지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천우의 통찰력은 엄마와 똑 닮
천우는 말랑말랑한 자기 손으로 육문주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그리고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아빠.”“그래. 아빠는 우리 아들을 사랑해. 너무너무 사랑해.”두 사람은 그렇게 말없이 서로를 꼭 안아줬다.얼마간 그러고 있다가 육문주가 다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아빠가 씻겨줄게.”천우가 고개를 들고 그에게 말했다.“전 아빠의 이 얼굴이 좋아요. 이 얼굴이 진짜 제 아빠거든요.”육문주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그의 머리에 입을 맞췄다.“앞으로 아무도 없을 때면 아빠가 가면을 벗고 있을게. 근데 이 일은 누구한테도 말하
그렇게 세 사람은 서로 끌어안고 이 순간을 조용히 만끽했다.그러다가 육문주는 욕실에서 드라이기를 가져와서 천우의 머리를 말려줬다.따뜻한 바람이 그의 머리와 온몸을 쓸어내리자 천우는 간지러운지 연신 깔깔거리며 웃었다.“기분이 너무 좋은데 이따가 엄마 머리도 말려줘요.”육문주가 웃으며 답했다.“그래. 그럼 엄마는 샤워하러 가고 천우는 아빠랑 같이 방에 들어가자.”그는 천우를 데리고 방에 들어가서 잠옷으로 갈아입혀 준 뒤 자기 전에 동화책 한 권을 읽어줬다.하지만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천우는 그만 그의 품에서 잠이 들고
천우의 말에 조수아는 냉큼 그를 품에 안고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소리야. 어쩌면 넌 엄마랑 아빠의 선물일지도.”천우는 조수아의 아기처럼 갑작스럽게 그녀의 일상 생활에 나타났다.비록 처음에는 조금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지만 그래도 천우와의 시간은 행복했다.그녀가 또다시 예전의 슬픈 생각에 잠긴 모습을 천우가 단번에 눈치채고는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며 물었다.“이미 전 엄마의 선물인걸요. 아직도 모르겠어요?”조수아는 일부러 자신의 기분을 풀어주려 하는 모습에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래. 맞아. 엄마
의사의 말에 허연후가 재빨리 되물었다.“이 약들은 분명 핏덩어리를 없애는 것들인데 어떻게 더 커질 수가 있죠?”“근데 검사 결과만 놓고 보면 확실히 커졌습니다. 이 중 한 가지 약은 덩어리 해소에 도움이 되는 약이지만 그저 뇌 이외의 상처에만 작용이 있는 것 같아요. 만약 이런 상태에서 계속 약을 쓰면 지금과 같은 결과만 낳을 겁니다.”허연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에게 말했다.“어제 제가 일일이 확인했던 약들인데 그럴 리가 없어요.”전문 의사는 그의 말에 얼굴을 찌푸리면서 답했다.“참 이상하네요. 그럼 제가 지금 다시
조수아는 비록 강소연에 대해 잘 몰랐지만 그녀가 허연후의 후배란 사실은 알고 있었다.두 사람은 같은 대학을 졸업했고 졸업 후에는 같은 연구실에 배정되었다.허연후와 겉으로는 그저 선후배 사이고 그 이상의 감정은 없어 보였지만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그녀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았다.보안실에서 나오자마자 조수아는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강소연이란 사람을 조사해 봐.”그녀는 이 여자 뒤에 도대체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조수아는 피검사 결과를 가지고 다시 조병윤의 병실로 갔다.그리고 보
모두가 다 떠나간 뒤에야 그는 조수아를 불렀다.“수아야.”조수아는 냉큼 그에게 다가갔다.“아빠, 요 며칠 일이 너무 많아서 지원이랑 대화도 못 나눴어요. 아직 생각할 시간이라도 줘서 지금 신분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줍시다.”“그래.”“그리고 집사더러 집을 새로 꾸며달라고 했어요. 거의 2년 동안 병원에만 계셨는데 며칠 뒤 좀 더 안정되면 우리 집으로 가요. 그러면 선생님도 지금보다 덜 고생할 거예요.”사실 조병윤도 진작에 집에 가고 싶었던 생각에 그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천우가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