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을 들은 윤다혜는 하던 일을 내려놓고 다급하게 물었다.“왜 또 다친 거래? 심각해? 얘도 참 촬영만 하면 몸도 사리지 않고 자꾸 다치네.”조수아는 최대한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말했다.“별일은 아니에요. 지혜가 오랫동안 집에 가지를 못해서 아주머니가 보고 싶었나 봐요. 근데 직접 연락하기는 부끄러워하네요. 그래서 제가 대신 여쭤보는 거예요.”“당연히 시간 되지. 내일 가면 될까?”조수아는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졌다.“오늘은 안 돼요? 지혜가 뭐 하려고 마음먹으면 꼭 해야 하는 성격 잘 아시잖아요. 마찬가지로 엄마가 보고
조수아는 한지혜를 허연후에게 맡겨놓고는 서둘러 병실을 떠났다.병실 문이 닫힌 후에야 허연후는 천천히 한지혜에게 다가갔다.허연후는 차갑고 한없이 작은 한지혜의 손을 붙잡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그는 애틋한 눈빛으로 한지혜를 바라보며 짓궂은 농담을 건넸다.“저 지혜 씨가 너무 그리워요. 지혜 씨와 키스도 하고 잠자리도 가지고 싶어요. 너무 걱정하지는 말아요. 지혜 씨가 깨어나면 기꺼이 무료로 제 몸을 내어줄게요. 어때요? 솔깃하죠?”허연후는 머리를 숙이고 한지혜의 손등에 뜨거운 입술을 포갰다.뒤이어 뜨거운 눈물이 하얀 손등에
간호사는 전화를 끊은 뒤 웃으며 말했다.“전 이만 가볼게요. 이따가 다른 약으로 갈 때 다시 오겠습니다.”“그래요. 가봐요.”간호사는 약 카트를 밀고 한지혜의 병실로 오다가 허연후가 앉아 있는 걸 발견하고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제가 한지혜 환자분 링거를 갈아드리겠습니다.”허연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약이 담긴 카트를 꼼꼼히 살펴보더니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걸 발견한 뒤에야 간호사에게 말했다.“이제부터 한지혜 씨 약은 제가 책임질게요.”그의 말에 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알겠습니다. 그럼 오늘만 제가 해도
“고작 말다툼 때문에 사람을 죽인다는 게 도무지 납득이 안 되네요. 가서 이 두 사람이 최근에 누구와 접촉했는지, 그리고 신분 조사까지 마치면 저희가 원했던 답을 꼭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그녀의 말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 허연후는 다시 핸드폰을 들고 아랫사람에게 당부했다.조수아는 저녁때쯤 윤다혜를 병원 근처의 호텔에 묶게 하고 다시 혼자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문을 열고 들어와 보니 천우가 소파에 앉아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었다.그러다가 그녀가 돌아온 모습을 발견하고는 냉큼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짧은 다리로 총총 그
조수아는 가만히 서서 놀란 얼굴로 주지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똑같은 말을 예전에 그녀에게도 했기 때문이다.분명 모든 게 끝나면 그녀를 집에 데려오겠다고 했었는데 왜 지금 같은 말을 천우한테도 하는 걸까?마치 천우도 가족의 일원인 것처럼 말이다.그녀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걸 눈치챈 주지훈이 재빨리 그녀를 테이블 쪽으로 데려가 앉혔다.“모든 일이 끝나고 만약 그때 가서 네가 아이 낳기 싫으면 우리가 천우를 데려와서 매일 놀아주면 되잖아. 어차피 그 집안에 이미 아이가 충분히 많은데 상관 안 할걸?”그의 말에
손도 같이 떨렸다.너무 익숙한 호칭과 그 당사자가 바로 지금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그러다가 자기도 모르게 예전의 추억들이 머릿 속에 또다시 펼쳐졌다.비록 조수아는 이건 게임이란 사실을 알고 있지만 주지훈도 이것을 빌미로 지금 그녀와 가까워지려는 심산이었다.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수아는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하고 한껏 기대를 안고 열심히 배웠다.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끄덕이면서 진지하게 답했다.“이제 알겠어.”천우도 옆에서 웃으며 그녀를 응원했다.“엄마, 저랑 아빠가 보호해 줄 테니까 엄마는 걱정하지 말아요.”말을
천우의 말에 주지훈은 그만 온몸이 얼어붙고 말았다.놀란 얼굴로 그저 천우의 얼굴을 바라볼 뿐, 뭐라고 답해야 할지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천우는 까맣고 맑은 두 눈을 깜빡이더니 한껏 기대에 찬 얼굴로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그러다가 포동포동한 손으로 주지훈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삼촌은 아까 게임에서처럼 지금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서 잠깐 변신한 거죠? 그리고 괴물한테 당하지 않도록 세리 엄마한테 저를 맡겨둔 거고요?”쏟아지는 물음에도 주지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천우의 통찰력은 엄마와 똑 닮
천우는 말랑말랑한 자기 손으로 육문주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그리고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아빠.”“그래. 아빠는 우리 아들을 사랑해. 너무너무 사랑해.”두 사람은 그렇게 말없이 서로를 꼭 안아줬다.얼마간 그러고 있다가 육문주가 다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아빠가 씻겨줄게.”천우가 고개를 들고 그에게 말했다.“전 아빠의 이 얼굴이 좋아요. 이 얼굴이 진짜 제 아빠거든요.”육문주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그의 머리에 입을 맞췄다.“앞으로 아무도 없을 때면 아빠가 가면을 벗고 있을게. 근데 이 일은 누구한테도 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