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문이 열릴 때마다 성지원의 마음은 무너지듯 아팠다.백시율은 티슈를 꺼내 성지원에게 건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미안해. 그런 뜻이 아니었어. 울지마. 나 한 번도 여자를 달래 본 적이 없단 말이야. 네가 이렇게 울면 나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같이 울어야 맞는 건지 아니면 가만히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어쩔 줄 몰라 하는 백시율을 보며 성시원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위로고 뭐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잖아.”“진짜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몰라서 고장 나 버렸어.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선생님
주지훈의 말을 들은 조수아는 심기가 불편해졌다.조수아는 주지훈을 냉정하게 밀어내며 눈물을 닦아냈다.“그럼 무슨 신분으로 나와 함께 살 건데? 주지훈이야? 아니면 육문주? 가짜 연인 아니면 전 남편인데 내가 그럴 것 같아?”조수아가 반감을 드러낼 줄 주지훈은 진작에 예상하였다.주지훈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조수아를 바라보며 그녀의 귀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수아야, 우리가 M 국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으러 갔었잖아. 그때 의사 선생님이 네 상태가 무척 좋지 않다고 했어. 심각한 우울증이라고 하셨지. 너를 이렇게 만든 것도 나야.
방금 통화를 마친 주지훈은 다급하게 달려와 조수아를 와락 품에 안았다.“수아야, 이미 모든 과의 전문가들을 불러 모았어.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잠시 앉아서 쉬고 있어.”“싫어. 나 여기서 지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거야.”“그래. 그럼 나도 함께 기다려 줄게.”몇 분 후, 엘리베이터에서 의사 몇 명이 우르르 내렸다.그중 허연후도 있었다.허연후는 제일 앞에 서서 눈물로 적신 조수아의 얼굴을 보며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허연후는 두 손으로 주먹을 꽉 부여잡았다.그는 재빨리 조수아에게 달려가 물었다.“지혜 씨
소식을 들은 윤다혜는 하던 일을 내려놓고 다급하게 물었다.“왜 또 다친 거래? 심각해? 얘도 참 촬영만 하면 몸도 사리지 않고 자꾸 다치네.”조수아는 최대한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말했다.“별일은 아니에요. 지혜가 오랫동안 집에 가지를 못해서 아주머니가 보고 싶었나 봐요. 근데 직접 연락하기는 부끄러워하네요. 그래서 제가 대신 여쭤보는 거예요.”“당연히 시간 되지. 내일 가면 될까?”조수아는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졌다.“오늘은 안 돼요? 지혜가 뭐 하려고 마음먹으면 꼭 해야 하는 성격 잘 아시잖아요. 마찬가지로 엄마가 보고
조수아는 한지혜를 허연후에게 맡겨놓고는 서둘러 병실을 떠났다.병실 문이 닫힌 후에야 허연후는 천천히 한지혜에게 다가갔다.허연후는 차갑고 한없이 작은 한지혜의 손을 붙잡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그는 애틋한 눈빛으로 한지혜를 바라보며 짓궂은 농담을 건넸다.“저 지혜 씨가 너무 그리워요. 지혜 씨와 키스도 하고 잠자리도 가지고 싶어요. 너무 걱정하지는 말아요. 지혜 씨가 깨어나면 기꺼이 무료로 제 몸을 내어줄게요. 어때요? 솔깃하죠?”허연후는 머리를 숙이고 한지혜의 손등에 뜨거운 입술을 포갰다.뒤이어 뜨거운 눈물이 하얀 손등에
간호사는 전화를 끊은 뒤 웃으며 말했다.“전 이만 가볼게요. 이따가 다른 약으로 갈 때 다시 오겠습니다.”“그래요. 가봐요.”간호사는 약 카트를 밀고 한지혜의 병실로 오다가 허연후가 앉아 있는 걸 발견하고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제가 한지혜 환자분 링거를 갈아드리겠습니다.”허연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약이 담긴 카트를 꼼꼼히 살펴보더니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걸 발견한 뒤에야 간호사에게 말했다.“이제부터 한지혜 씨 약은 제가 책임질게요.”그의 말에 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알겠습니다. 그럼 오늘만 제가 해도
“고작 말다툼 때문에 사람을 죽인다는 게 도무지 납득이 안 되네요. 가서 이 두 사람이 최근에 누구와 접촉했는지, 그리고 신분 조사까지 마치면 저희가 원했던 답을 꼭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그녀의 말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 허연후는 다시 핸드폰을 들고 아랫사람에게 당부했다.조수아는 저녁때쯤 윤다혜를 병원 근처의 호텔에 묶게 하고 다시 혼자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문을 열고 들어와 보니 천우가 소파에 앉아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었다.그러다가 그녀가 돌아온 모습을 발견하고는 냉큼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짧은 다리로 총총 그
조수아는 가만히 서서 놀란 얼굴로 주지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똑같은 말을 예전에 그녀에게도 했기 때문이다.분명 모든 게 끝나면 그녀를 집에 데려오겠다고 했었는데 왜 지금 같은 말을 천우한테도 하는 걸까?마치 천우도 가족의 일원인 것처럼 말이다.그녀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걸 눈치챈 주지훈이 재빨리 그녀를 테이블 쪽으로 데려가 앉혔다.“모든 일이 끝나고 만약 그때 가서 네가 아이 낳기 싫으면 우리가 천우를 데려와서 매일 놀아주면 되잖아. 어차피 그 집안에 이미 아이가 충분히 많은데 상관 안 할걸?”그의 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