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곳곳에 멍이 든 육문주를 보며 조수아는 얼굴을 찡그렸다.“문주 씨, 배후에 숨겨진 그놈을 찾은 거지? ”조수아는 바로 팩트 공격을 시전했다.그녀는 육문주와 박서준이 싸운다는 것 자체를 믿지 않았다.육문주는 육엔 그룹 대표 자리를 두고 실력으로 싸워도 폭력을 쓸 사람이 아니었다.그렇다면 단 한 가지 가능성만 남아있었다.두 사람은 배후에 숨겨진 사람이 누군지 알아냈기에 그놈한테 보여주려고 연기를 한 것이다.조수아의 명석한 추론에 육문주는 옅은 미소를 띠었다.“역시 우리 와이프. 법조계 여신답게 모든 걸 다 꿰뚫어 봤
박서준이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았을지 육상근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육문주는 겨우 울적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이 일은 꼭 비밀리에 진행해야 해요. 만약 우리의 추측이 맞다면 박경준이 바로 배후에 숨겨진 강철이에요. 박경준은 사람을 시켜 저를 끌어내고 서준 씨를 대표 자리에 앉혀 육씨 가문을 뒤흔들 계획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와 서준 씨가 방금 연기를 한 것도 저희 두 사람의 사이가 나빠진 것처럼 보여 박경준의 경계심을 풀게 하기 위해서예요.”허연후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형제는 참 치밀하단 말이야. 사전에
박서준의 말 한마디에 모두가 깜짝 놀라서 시선을 그에게 돌렸다.육문주는 침묵을 깨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건 서준 씨를 염두에 두고 미리 보험을 들어놓은 거예요. 오늘 우리의 연기가 진짜였든 가짜였든 박경준은 서준 씨를 쥐고 흔들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한 거죠. 앞으로 서준 씨는 박 여사님과 박 어르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박경준의 말을 꼭 잘 따르도록 해요. 저희 둘은 계속 대표 자리를 다투며 원수보다 못한 사이인 척 연기해야 해요. 그래야 박경준이 서준 씨를 믿고 박 여사님과 박 어르신께 허튼짓을 안 할 거예요.”박서준은 주
박경준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래. 비밀 꼭 지킬게.”전화를 끊자 박경준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박서준의 말이 진짜든 아니든 박주영과 박근태를 손에 넣었기에 박서준이 그의 말을 듣지 않을리가 없었다.박서준이 육엔 그룹 대표 자리를 꿰차게 되면 모든 건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한편, 조수아는 육문주의 상처 난 얼굴에 약을 발라주고 있었다.“박 여사님 아무 일도 없겠지? 박경준이 나쁜 짓이라도 할까 봐 걱정돼.”육문주는 조수아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박경준은 박서준과 손을 잡기 위해
육문주는 보고서를 여러 번 훑어보았다.[친자 관계가 성립합니다.]육문주는 제일 마지막 줄에 쓰인 이 몇 글자를 오랫동안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는 임다윤이 아닌 박주영의 아이였다.순간 바늘로 가슴을 쿡쿡 찌르는 듯 한 느낌과 함께 눈시울이 붉어졌다.육문주는 조수아를 꼭 껴안으며 울먹거렸다.“수아야. 나 어머니 아들 아니야. 박 여사님이 나의 어머니였어. 너와 난 더 이상 원수가 아니야.”조수아는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조수아는 육문주를 용서하고 설매의 죽음을 그의 탓으로 돌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육문주는 줄곧 마음속
힘들어하는 육문주를 보며 육상근은 몰래 눈물을 훔쳤다.“수아에게 참 미안하지. 애초에 임다윤 때문에 상처받고 지금은 또 우리 가문 때문에 외가까지 피해가 갔어. 이제 수아와 아이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너는 평생 죄책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거야. 그러니까 잘 생각해 봐. 수아와 아이를 생각하더라도 끊어낼 때 끊어내야지.”육문주가 집에서 나올 때 벌써 새벽 한 시였다.도로에 차들은 눈에 띄게 적어졌고 어느 땐가부터 가랑비가 내렸다.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차창에 똑똑 떨어져서 마치 육문주의 마음도 따라 젖어 드는 것 같았다.밖에는
다음날, 조수아가 눈을 뜨자 옆자리는 비어있었다.어느새 육문주가 없는 날에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았다.그가 큰 고난에 닥쳐 당장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조수아는 잘 알고 있었다.심지어 육문주가 그녀와 헤어질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고 있었다.함께 산 지도 벌써 3년, 육문주의 표정만 봐도 속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현재로서는 박근태와 박주영 때문에 육문주도 반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육문주는 잠시 멈춰 적당한 기회가 오기를 노리는 수밖에 없었다.박경준은 육문주가 반격할 수도 없게 해외 세력들을 동원해 육문주 배
집사는 그 말만 남기고 별장을 떠났다.집사의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조병윤은 이내 시선을 조수아에게 돌렸다.그는 몹시 안타까워하며 말했다.“수아야, 네가 지금 힘들다는 거 잘 알아. 문주도 속이 말이 아니겠지. 어쩌면 너희 둘이 잠시 떨어져 있는 것이 지금으로서 최선일지도 몰라.”조수아가 꾹꾹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아빠, 제가 이때까지 그 많은 일들을 참고 견뎌왔는데 왜 또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 거야? 설마 선일 스님이 말했던 것처럼 결혼식을 못 치렀다고 이런 역경을 겪어야 하는 거야?”조병윤은 절망에
이미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송학진한테 차서윤의 말은 마치 휘발유처럼 그를 더욱 불타오르게 했다.송학진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선물?”차서윤은 고개를 들어 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말했다.“먼저 씻어요. 조금 후면 알게 될 거예요.”송학진은 차서윤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여보, 내가 뭘 원하는지 잘 알잖아. 저쪽 칸에서 씻을 테니까 자기가 여기서 씻어. 씻고 나왔을 때 선물이 날 실망하게 하지 않길 바랄게.”“그럴 일 없어요.”차서윤은 송학진을 방에서 밀어내고 물건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송학진
“외삼촌이 그럴 리가 없어요. 외숙모와 아림이도 나 때문에 만난 거잖아요. 만약 유치원에서 내가 아림의 치마를 적시지 않았다면 외삼촌이 외숙모를 만날 일이 있었을까요?”천우의 말을 잠깐 생각해보던 육문주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만약 천우가 아니었다면 송학진은 어쩌면 아직도 솔로였을 수도 있었다.갑자기 뿌듯해진 육문주는 잔을 들고 자리에 있는 형제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너희들 우리 아들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천우가 아니었으면 우리 이 축하주를 언제 마셨을지도 모를 일이야.”곽명원은 웃으며 말했다.“천우가 아니었
박서준은 웃으며 말했다.“배은망덕한 건 아닌 것 같네. 보살펴준 보람이 있어. 왔던 김에 가족들이랑 며칠 시간 좀 보내다 갈 거야.”박서준의 말에 곽서연은 즉시 활짝 웃으며 말했다.“정말요? 그럼 우리 그동안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예요?”박서준은 곽서연을 흘려보며 말했다.“삼촌이랑 헤어지는 게 그렇게 싫어?”“네. 매일 매일 삼촌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왜 이렇게 달라붙는 거야? 천우보다 더하네?”곽서연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삼촌은 내가 달라붙는 게 싫어요?”박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싫다고 그러면 또 울
곽서연과 박서준이 동시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곽명원이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박서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형네 집 공주님께서 발을 삐끗해서 울고 계시잖아.”곽명원은 별생각 없이 곽서연 곁으로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그녀의 발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마구잡이로 잡고 돌리는 턱에 아파 난 곽서연은 바로 소리를 질렀다.“아! 삼촌 살살 좀 해요.”곽서연은 참을 수 없는 아픔에 고여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곽명원은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아프다고? 어릴 때처럼 아픈 척하
송학진의 차가운 태도에 화가 난 강한나는 눈시울을 붉히고 입술을 깨물며 경호원을 바라보고 말했다.“내 발로 나갈 테니까 비켜요.”말을 마친 강한나는 도도한 걸음으로 이곳을 떠났다. 많은 사람이 뒤에서 그녀에게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다.모든 것이 끝나고 송학진은 차서윤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와 예복을 갈아입었다.송학진은 차서윤의 붉어진 눈을 보더니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윤아, 이제 내가 있으니까 누구도 감히 널 괴롭히지 못할 거야.”송학진은 차서윤이 이십여 년간 저런 아버지 밑에서 보내다 겨우 그
차경훈은 한순간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차서윤이 모든 증거를 모으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차경훈은 울며 빌었다.“서윤아, 아빠가 그때는 정신이 없었어. 앞으로 안 그럴 테니까 고소만 하지 말아줘. 제발 부탁이야.”차서윤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고소뿐만 아니라 부녀지간의 관계까지 끊을 거니까 앞으로 다시는 내 인생에 끼어들지 마세요. 더는 꿈에서조차 보기 싫으니까. 우리 이젠 죽을 때까지 연락하지 말죠.”차서윤의 말에 경호원은 차경훈을 강제로 현장에서 끌고 나갔다.차서윤의 완강한 태도에 겁을
그 말을 들은 차서윤의 눈에서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송학진의 볼에 입맞춤하고 눈물을 머금은 채 결심을 내렸다.“감사해요. 근데 저는 학진 씨가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마음속의 흉터를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야 한다 해도 학진 씨를 위해서 뭐든 할 거예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신부 들러리로부터 핸드폰을 가지고 송학진에게 건네줬다.“제 핸드폰과 스크린을 연결해 주세요.”그 말은 들은 송학진은 차서윤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 그녀에게 무수한 악몽을 남겨준 악마 같은 남자를 보자 차서윤은 지금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분노와 슬픔이 있었고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감옥에 있어야 할 차경훈이 왜 멀쩡하게 결혼식장에 나타난 것일까.송학진이 재빨리 다가와서 그녀를 품에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해 줬다.“괜찮아. 내가 사람을 불러서 저 사람을 감옥으로 돌려보낼게.”그가 매니저에게 눈치를 보내자 매니저는 사람을 불러와서 송학진을 제압했다. 경호원들에게 잡힌 차경훈은 그들의 손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네가 안고 자고 싶다면 될 일이야? 네가 그러다가 이모부한테 쫓겨 나오면 내 잘못 아니다.”둘째와 셋째는 아빠와 천우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신바람이 나서 쉴 새 없이 옹알이했다.육문주는 셋째를 끌어안고 볼 뽀뽀를 하며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딸이 좋아. 역시 우리 보배 딸이 제일이야. 너희 오빠 한번 봐봐. 고작 3살밖에 안 됐는데 아빠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와이프를 입에 붙이고 살잖아.”셋째는 아빠의 따뜻한 품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입을 비죽이며 뭐라 말했다. 아기의 귀여운 모습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