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후, 허연후는 다급하게 서재로 들어갔다.그는 물건을 서재 스피커 위에 올려다 놓았다.그러자 육문주의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녕. 나는 문주야. 네가 어른이 되어야 나한테 시집올 수 있으니까 꼭 빨리 커야 해. 이 목걸이는 우리가 정혼한 증표야. 너한테 줄 테니까 꼭 매일 하고 다녀.”이윽고 한 여성의 목소리도 함께 들려왔다.“우리 둘째, 엄마야. 이 목걸이는 네 다윤이 이모가 직접 디자인한 거야. 이제 네가 커서 어릴 적 문주와 얘기할 수 있도록 걔가 문주의 목소리를 편집해 뒀대. 신기하지. 엄마는 너희 둘이 함
같은 시각, 회의실에서 주주들은 육문주의 죄행을 늘어놓았다.육문주는 입을 꾹 다문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육엔 그룹이 전통적인 경영 방식을 첨단기술로 바꾼 것은 모두 육문주의 아이디어였다.앞서 몇 년 동안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되면서 회사에도 밝은 미래가 찾아왔다. 이에 주주들도 많은 이익을 챙기게 되었다.하지만, 이 머리 검은 짐승들은 이익에 따라 수시로 등을 돌렸다.그때, 육씨 가문의 한 어르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목청을 높여 말했다.“문주가 육엔 그룹을 떠나면 어떤 결과가 따를지는 뒤로 하고 육씨 가문의 며느리
육상근이 어떤 선택을 하던 누군가는 상처를 입게 된다.얼굴이 하얗게 질린 육상근은 눈길을 육문주에게 돌렸다.“문주야, 네가 선택해.”육문주는 가장자리에 앉아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가만히 주주들의 반응을 살폈다.그들이 임다윤을 자백하게 한 이유도 육문주를 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서이다.박서준을 대표 자리에 앉히는 게 그들의 최종 목표였다.육문주는 눈을 치켜뜨고 박서준을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서준 씨가 원하던 이거였어요?”박서준은 가로로 째진 눈을 부릅뜨고 육문주를 바라보며 무표정을 한 채 말했다.“제가
얼굴 곳곳에 멍이 든 육문주를 보며 조수아는 얼굴을 찡그렸다.“문주 씨, 배후에 숨겨진 그놈을 찾은 거지? ”조수아는 바로 팩트 공격을 시전했다.그녀는 육문주와 박서준이 싸운다는 것 자체를 믿지 않았다.육문주는 육엔 그룹 대표 자리를 두고 실력으로 싸워도 폭력을 쓸 사람이 아니었다.그렇다면 단 한 가지 가능성만 남아있었다.두 사람은 배후에 숨겨진 사람이 누군지 알아냈기에 그놈한테 보여주려고 연기를 한 것이다.조수아의 명석한 추론에 육문주는 옅은 미소를 띠었다.“역시 우리 와이프. 법조계 여신답게 모든 걸 다 꿰뚫어 봤
박서준이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았을지 육상근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육문주는 겨우 울적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이 일은 꼭 비밀리에 진행해야 해요. 만약 우리의 추측이 맞다면 박경준이 바로 배후에 숨겨진 강철이에요. 박경준은 사람을 시켜 저를 끌어내고 서준 씨를 대표 자리에 앉혀 육씨 가문을 뒤흔들 계획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와 서준 씨가 방금 연기를 한 것도 저희 두 사람의 사이가 나빠진 것처럼 보여 박경준의 경계심을 풀게 하기 위해서예요.”허연후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형제는 참 치밀하단 말이야. 사전에
박서준의 말 한마디에 모두가 깜짝 놀라서 시선을 그에게 돌렸다.육문주는 침묵을 깨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건 서준 씨를 염두에 두고 미리 보험을 들어놓은 거예요. 오늘 우리의 연기가 진짜였든 가짜였든 박경준은 서준 씨를 쥐고 흔들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한 거죠. 앞으로 서준 씨는 박 여사님과 박 어르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박경준의 말을 꼭 잘 따르도록 해요. 저희 둘은 계속 대표 자리를 다투며 원수보다 못한 사이인 척 연기해야 해요. 그래야 박경준이 서준 씨를 믿고 박 여사님과 박 어르신께 허튼짓을 안 할 거예요.”박서준은 주
박경준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래. 비밀 꼭 지킬게.”전화를 끊자 박경준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박서준의 말이 진짜든 아니든 박주영과 박근태를 손에 넣었기에 박서준이 그의 말을 듣지 않을리가 없었다.박서준이 육엔 그룹 대표 자리를 꿰차게 되면 모든 건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한편, 조수아는 육문주의 상처 난 얼굴에 약을 발라주고 있었다.“박 여사님 아무 일도 없겠지? 박경준이 나쁜 짓이라도 할까 봐 걱정돼.”육문주는 조수아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박경준은 박서준과 손을 잡기 위해
육문주는 보고서를 여러 번 훑어보았다.[친자 관계가 성립합니다.]육문주는 제일 마지막 줄에 쓰인 이 몇 글자를 오랫동안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는 임다윤이 아닌 박주영의 아이였다.순간 바늘로 가슴을 쿡쿡 찌르는 듯 한 느낌과 함께 눈시울이 붉어졌다.육문주는 조수아를 꼭 껴안으며 울먹거렸다.“수아야. 나 어머니 아들 아니야. 박 여사님이 나의 어머니였어. 너와 난 더 이상 원수가 아니야.”조수아는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조수아는 육문주를 용서하고 설매의 죽음을 그의 탓으로 돌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육문주는 줄곧 마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