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아는 단번에 알아듣고 일부러 모른 척 되물었다.“뭐? 심각해? 그럼 먼저 광견병 주사라도 맞아야 하는 거 아냐? 연후 씨, 지혜가 개한테 물릴 때까지 뭐 했어요?”허연후는 이를 악물고 답했다.“제가 그 미친개입니다.”조수아는 놀란 척 눈을 크게 뜨며 연기했다.“근데 왜 물었어요? 우리 지혜는 피부가 얇아서 물면 단번에 흉 진단 말이에요. 봐봐, 연후 씨가 대체 어디를 물었는데?”허연후는 더 이상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조수아에게 말했다.“임신하면 머리가 둔해진다던데 진짜인가 보네요.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냥
순간 정곡을 찌르는 물음에 허연후가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이토록 성격이 괴팍한 여자를 내가 좋아할 리가!”말은 그렇게 내뱉었지만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한지혜와 오랫동안 같이 지내오면서 이 문제에 대해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저 잘 맞으면 같이 지내고 아니면 헤어지면 된다고 단순하게 여겨왔지 한 번도 자기 진심이 뭔지 고민해 본 적이 없다.한마디로 난봉꾼 허연후가 인생 최고 난제에 부딪힌 것이다.이때 육문주가 또다시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지금 네 모습이 내 3년 전이랑 똑같은 거 알아? 그때 나도
조수아는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조언했다.그녀도 한지혜라는 사람이 태생적으로 자존심이 세고 콧대가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하지만 오랫동안 그녀를 봐온 사람으로서 지금 한지혜는 허연후한테 마음이 있는 게 느껴졌다.아니라면 한지혜 성격에 몇 번이고 허연후와 잠자리를 같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지금 뭘 망설이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조수아의 말에 한지혜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됐어.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우리 양아들이나 신경 써줘. 이제 두 달밖에 안 남았으니까 내가 출산 준비 같이 도와줄게.”안전을
그의 말에 육문주의 미간이 순간 찌푸려졌다.원래 그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유품을 찾아 DNA 검사를 통해 누가 진짜 임다윤인지 확인하려 했다.그러나 이렇게 되면 상황이 또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간 꼴이 되었다.그는 미간을 긁적이면서 다시 진지하게 물었다.“확실해요?”“응. 외할머니께서는 당시 죽은 아이를 낳으셨대. 외할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고 집에서 내쫓을까 봐 이웃집 사람이 대신 보육원에서 임다윤을 데려왔대. 그리고 이 사실은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까지도 모르셨고.”육문주는 담담한 얼굴로 답했다.“다른 방법이 없
한지혜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뭐가 어떻게 돼요? 어차피 저랑 평생 같이할 사람은 아니에요.”“만약 연후가 진지하게 지혜 씨와의 관계를 고민한다면요?”“그게 진지해 보여요? 하루 종일 건들건들, 진지한 모습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이에요. 나중에 누가 저 사람을 데려갈지 정말 안타깝네요.”한지혜는 음식이 담긴 그릇을 내려놓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됐어요. 그 빌어먹을 인간에 대해서는 그만 얘기합시다. 지금 입맛까지 뚝 떨어질 것 같은데 그건 아저씨께서 해주신 요리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이때 마침 조병윤이
그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육문주는 그제야 서서히 평정심을 되찾았다.그러다가 다시 차가운 눈빛으로 임다윤에게 물었다.“그 그림 지금 어디 있어요?”하지만 임다윤은 태연하게 답했다.“내 마음속에 있지.”“버렸어요?”“맞춰봐.”덤덤한 임다윤의 모습에 육문주는 그녀가 진작에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을 예상했다고 생각되었다.또한 사전에 그들이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게 손을 썼을 것이다.감옥에서 나오자마자 그는 목걸이를 들고 박주영을 다시 찾아갔고 임다윤이 그렸던 설계도랑 같은 그림도 얻었다.다시보니 두 사람의 그림 수법마저
육문주는 잠긴 목소리로 답했다.“그래요. 최대한 손실을 낮춰서 송씨 가문과 박씨 가문에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게 해야 합니다.”박서준이 그를 힐끔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근데 이미 송진 그룹과 선진 그룹의 주식이 오늘 아침에 모두 하한가인 걸로 확인했습니다. 또한 대표님과 사모님의 일이 온 인터넷에 퍼지면서 사모님의 친정이 두 그룹인 것까지 알아내서 화살이 그쪽으로 향하고 있고요. 게다가 송학진 씨랑 박현철 씨가 가장 먼저 육엔 그룹을 두둔하면서 말했다고 두 분도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다른 프로젝트들도 이번 사건으로
조수아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마침 육문주가 침대옆에 앉아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하지만 눈에는 피로가 가득한 채 다크써클도 턱밑까지 내려올 기세였다.조수아는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다가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온밤 못 잤어?”육문주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손에 입을 가볍게 맞췄다.“며칠 동안 못 봤는데 자기 아쉬워서.”조수아는 하필이면 이때 변호사 모드로 돌변해 그의 말을 곱씹어봤다.앞으로 두 사람이 같이할 날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며칠을 못 만났다고 잠까지 안 잤을 리가
이미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송학진한테 차서윤의 말은 마치 휘발유처럼 그를 더욱 불타오르게 했다.송학진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선물?”차서윤은 고개를 들어 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말했다.“먼저 씻어요. 조금 후면 알게 될 거예요.”송학진은 차서윤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여보, 내가 뭘 원하는지 잘 알잖아. 저쪽 칸에서 씻을 테니까 자기가 여기서 씻어. 씻고 나왔을 때 선물이 날 실망하게 하지 않길 바랄게.”“그럴 일 없어요.”차서윤은 송학진을 방에서 밀어내고 물건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송학진
“외삼촌이 그럴 리가 없어요. 외숙모와 아림이도 나 때문에 만난 거잖아요. 만약 유치원에서 내가 아림의 치마를 적시지 않았다면 외삼촌이 외숙모를 만날 일이 있었을까요?”천우의 말을 잠깐 생각해보던 육문주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만약 천우가 아니었다면 송학진은 어쩌면 아직도 솔로였을 수도 있었다.갑자기 뿌듯해진 육문주는 잔을 들고 자리에 있는 형제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너희들 우리 아들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천우가 아니었으면 우리 이 축하주를 언제 마셨을지도 모를 일이야.”곽명원은 웃으며 말했다.“천우가 아니었
박서준은 웃으며 말했다.“배은망덕한 건 아닌 것 같네. 보살펴준 보람이 있어. 왔던 김에 가족들이랑 며칠 시간 좀 보내다 갈 거야.”박서준의 말에 곽서연은 즉시 활짝 웃으며 말했다.“정말요? 그럼 우리 그동안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예요?”박서준은 곽서연을 흘려보며 말했다.“삼촌이랑 헤어지는 게 그렇게 싫어?”“네. 매일 매일 삼촌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왜 이렇게 달라붙는 거야? 천우보다 더하네?”곽서연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삼촌은 내가 달라붙는 게 싫어요?”박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싫다고 그러면 또 울
곽서연과 박서준이 동시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곽명원이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박서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형네 집 공주님께서 발을 삐끗해서 울고 계시잖아.”곽명원은 별생각 없이 곽서연 곁으로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그녀의 발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마구잡이로 잡고 돌리는 턱에 아파 난 곽서연은 바로 소리를 질렀다.“아! 삼촌 살살 좀 해요.”곽서연은 참을 수 없는 아픔에 고여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곽명원은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아프다고? 어릴 때처럼 아픈 척하
송학진의 차가운 태도에 화가 난 강한나는 눈시울을 붉히고 입술을 깨물며 경호원을 바라보고 말했다.“내 발로 나갈 테니까 비켜요.”말을 마친 강한나는 도도한 걸음으로 이곳을 떠났다. 많은 사람이 뒤에서 그녀에게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다.모든 것이 끝나고 송학진은 차서윤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와 예복을 갈아입었다.송학진은 차서윤의 붉어진 눈을 보더니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윤아, 이제 내가 있으니까 누구도 감히 널 괴롭히지 못할 거야.”송학진은 차서윤이 이십여 년간 저런 아버지 밑에서 보내다 겨우 그
차경훈은 한순간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차서윤이 모든 증거를 모으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차경훈은 울며 빌었다.“서윤아, 아빠가 그때는 정신이 없었어. 앞으로 안 그럴 테니까 고소만 하지 말아줘. 제발 부탁이야.”차서윤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고소뿐만 아니라 부녀지간의 관계까지 끊을 거니까 앞으로 다시는 내 인생에 끼어들지 마세요. 더는 꿈에서조차 보기 싫으니까. 우리 이젠 죽을 때까지 연락하지 말죠.”차서윤의 말에 경호원은 차경훈을 강제로 현장에서 끌고 나갔다.차서윤의 완강한 태도에 겁을
그 말을 들은 차서윤의 눈에서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송학진의 볼에 입맞춤하고 눈물을 머금은 채 결심을 내렸다.“감사해요. 근데 저는 학진 씨가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마음속의 흉터를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야 한다 해도 학진 씨를 위해서 뭐든 할 거예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신부 들러리로부터 핸드폰을 가지고 송학진에게 건네줬다.“제 핸드폰과 스크린을 연결해 주세요.”그 말은 들은 송학진은 차서윤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 그녀에게 무수한 악몽을 남겨준 악마 같은 남자를 보자 차서윤은 지금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분노와 슬픔이 있었고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감옥에 있어야 할 차경훈이 왜 멀쩡하게 결혼식장에 나타난 것일까.송학진이 재빨리 다가와서 그녀를 품에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해 줬다.“괜찮아. 내가 사람을 불러서 저 사람을 감옥으로 돌려보낼게.”그가 매니저에게 눈치를 보내자 매니저는 사람을 불러와서 송학진을 제압했다. 경호원들에게 잡힌 차경훈은 그들의 손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네가 안고 자고 싶다면 될 일이야? 네가 그러다가 이모부한테 쫓겨 나오면 내 잘못 아니다.”둘째와 셋째는 아빠와 천우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신바람이 나서 쉴 새 없이 옹알이했다.육문주는 셋째를 끌어안고 볼 뽀뽀를 하며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딸이 좋아. 역시 우리 보배 딸이 제일이야. 너희 오빠 한번 봐봐. 고작 3살밖에 안 됐는데 아빠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와이프를 입에 붙이고 살잖아.”셋째는 아빠의 따뜻한 품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입을 비죽이며 뭐라 말했다. 아기의 귀여운 모습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