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그렇게 병원으로 달려갔다.조수아는 초음파실에 누워 차가운 기기가 자신의 배 위에서 이리저리 옮겨지는 걸 가만히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걸 느꼈다.특히 이번 검사로 기형인지 혹시 아이한테 다른 문제는 없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임신 중에 워낙 많은 사건 사고를 겪었던 터라 아이한테 혹시나 문제 생긴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조수아는 얼음장같이 차가워진 손으로 육문주의 팔을 붙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문주 씨, 나 너무 떨려.”육문주는 그녀의 머리를 살짝 어루만져주면서 부드럽게 달래줬다.
조수아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명원 씨는 이미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데 무슨 홀아비야.”“근데 아들이 없잖아. 지금 곽씨 가문에는 재산을 물려줄 상속인이 없다고. 아무리 일찍 결혼해도 무슨 소용이 있어. 날 봐, 한 번에 아들이 당첨된걸. 자기야, 나 너무 대단하지?”그가 으스대는 모습에 조수아는 이게 육문주의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좋고 싫음과 거짓이 없는 그의 진짜 모습.예전처럼 자신의 모든 감정을 마음속 깊이 숨기지 않았다.그녀는 육문주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맞장구쳤다.“진짜 너무 대단한데? 보상으로 뽀뽀.”말
드라마 촬영이 끝나고 한지혜는 메이크업을 지울 새도 없었다.한지혜는 빨간 립스틱을 바른 채로 밀크티를 마셔 빨대에 립스틱 자국이 고스란히 묻었다.심한 결벽증을 앓고 있던 허연후는 립스틱 자국이 보이지도 않는지 한지혜가 썼던 빨대를 자연스레 썼다.허연후는 연거푸 몇 모금 마시고는 입맛에 맞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괜찮네요. 지혜 씨가 앞으로 제 말을 잘 들으면 다음에 또 사줄게요.”허연후는 고양이를 어루만지듯 한지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한지혜는 허연후의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깜짝 놀라서 이를 꽉 물었다.“왜 제 밀크티를 뺏
허연후는 두 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레스토랑에서는 또 한지혜한테 전화를 걸어왔다.“한지혜 님, 혹시 언제쯤 도착할 수 있을까요? 30분 이내로 도착하지 않으시면 저희 쪽에서 예약을 취소하는 수밖에 없습니다.”한지혜는 꿈적하지 않는 문을 슬쩍 보며 말했다.“네. 그럼 말하신 대로 제가 30분 후에도 도착하지 못하면 그냥 취소해 주세요.”통화를 마친 한지혜는 사무실 밖으로 나와 10층으로 향했다.수술실로 가까이 다가가려는 그때, 복도에서 여자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선배, 저희가 분명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는데
허연후는 불안한 마음에 죽사는 일은 다른 간호사에게 맡기고 다급하게 병원을 나섰다.그가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관람차는 금방 한 바퀴를 다 돌고 손님들이 하나둘씩 관람차에서 내리고 있었다.커플들이 한 쌍씩 짝지어 내려오는 모습을 보며 허연후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수많은 커플 사이에 혼자 우두커니 서 있는 한지혜를 발견하자 허연후는 잽싸게 달려가 손목을 잡아끌었다.허연후는 한지혜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지혜 씨, 왜 혼자 왔어요?”눈앞에 허연후가 서있자 한지혜는 차갑게 그를 내치면서 취기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았다.“그럼
허연후의 허스키하고 매혹적인 목소리는 한지혜의 마음을 간지럽혔다.“지혜 씨, 지금 부끄럽죠? 얼굴은 왜 이렇게 빨개요?”허연후는 가볍게 한지혜의 뜨거운 볼을 꼬집었다. 그는 코끝을 그녀의 이마에 비비적대며 피식 웃었다.“설마 제가 방금 한 말 때문에 설렌 거예요? 지혜 씨 저 좋아해요?”아직도 의식이 몽롱한 한지혜는 잘생긴 얼굴이 눈앞에서 흔들거리자 넥타이를 잡아당겼다.한지혜는 핏기 서린 눈으로 허연후를 빤히 바라봤다.그녀의 뜨거운 숨결은 허연후의 쇄골에 닿았다.어여쁜 얼굴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24시간 편의점을 지나친 허연후는 얼른 차를 세우고 쏜살같이 달려 들어갔다.그는 콘돔 하나를 집어 들고 재빨리 편의점을 나왔다.한지혜는 조수석에 기대어 앉아 취기가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 머리가 찌근거리고 아팠지만 정신은 멀쩡했기에 그들이 무엇을 하게 될지 잘 알고 있었다.한지혜는 문득 머뭇거려졌다.허연후와 성관계를 맺고 나면 더는 일을 더 이상 되돌릴 수 없게 된다.생각에 잠긴 한지혜는 방금까지도 불타오르던 욕망이 점차 식어갔다.다만, 집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기 바쁘게 허연후는 그녀를 덥석 품에 안았다.허연후는 다
허연후는 득의양양하게 웃었다.“좋아요. 이렇게 좋은 날, 지혜 씨와 제가 꼭 참석해야죠.”전화를 끊은 뒤, 조수아는 한참 멍하니 서 있었다.반나절이 지나서야 조수아는 놀란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마침 귀가한 육문주는 넋이 나간 조수아를 발견했다. 그는 한걸음에 달려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고 배를 감싸안았다.“무슨 생각해? 왜 이렇게 넋이 나가 있어?”조수아는 활짝 웃으며 육문주에게 소식을 전했다.“문주 씨가 정말 딱 맞췄어. 지혜와 연후 씨가 사귄대.”육문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사귄다는 게 정확히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