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는 씩씩하게 방에 걸어가 조수아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민우의 눈에는 조수아와 육문주만 가족이었고 곁에 있던 외삼촌들은 모두 나쁜 사람이었다.조수아는 얼른 전화를 끊고 민우를 따라 연회장으로 향했다.두 사람이 연회장에 들어서자 삼촌 몇 명은 테이블에 엎드려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사촌오빠 몇 명은 육문주 곁에 다가가 게임을 하고 있었다.조수아가 그의 눈에 들어오자 줄곧 이기던 육문주는 바로 정신이 팔려 1점을 잃었다.조수아의 사촌들은 신이 나서 육문주가 벌주를 마시도록 부추겼다.육문주는 머뭇거리지 않고 술잔을 들고는
육문주가 취한 척 연기하는 사이에 민우가 조수아를 뺏으려고 하자 육문주도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육문주는 몸을 뒤척이며 자연스레 조수아를 품에 안고 고개를 숙여 그녀와 입을 맞췄다.조수아는 육문주의 가슴을 툭 치며 밀어냈다.“문주 씨, 너무 취했어. 민우도 있으니까 적당히 해.”육문주는 못 들은 척하며 조수아의 얼굴에 쉴 새 없이 입을 맞췄다.옆에 있던 민우는 눈이 휘둥그레서 쳐다보자 조수아는 다급하게 말했다.“민우야, 얼른 엄마 아빠한테 가서 자. 시간이 늦어서 이모가 내일 같이 놀아줄게.”민우는 내키지 않았지
그 말을 들은 송학진은 다리에 힘이 풀려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그가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설매의 기사님인 임정민은 임다윤의 먼 친척이었다. 임정민은 공교롭게도 설매가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 암으로 사망했다.하지만 그는 암에 걸린 사실을 숨긴 채 계속 송씨 가문에서 일했다.당시 임정민에게는 삼 개월의 시간이 남았고 누군가 그에게 살인 청부를 했다면 응했을 가능성이 높았다.게다가 설매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임다윤은 임정민의 아내에게 삼천만 원의 위로금을 입금했다.우연이라기에 임다윤이 미리 계획해 놓은 것처
“임다윤 씨만 아니었으면 미진이가 지금처럼 망가지지 않았을 거예요. 다윤 씨가 직접 친딸을 해친 거예요.”임다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연신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없어. 왜 조수아가 죽지 않은 거야? 미진이가 그렇게 됐을 리가 없어. 네가 지금 나를 속이는 것을 모를 것 같아? 나 절대 안 믿어.”임다윤은 송군휘의 멱살을 덥석 잡더니 금방이라도 그를 죽여버릴 기세였다.그때, 티비에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는데 마침 조수아가 화면에 잡혔다.임다윤은 순간 동작을 멈추고 뉴스를 봤다.연하늘색 머메이드 스커트를 입은 조수아는
송학진은 사람을 시켜 임다윤의 피를 소량 채취했다.그는 임다윤이 방금 한 말이 모두 사실임을 증명하고 싶었다.방금 나눈 이야기는 모두 녹취되었고 임다윤의 죄를 입증할 증거는 어느 정도 모아두었다.감옥에서 나온 송학진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깊게 들이마셨다.그러자 니코틴 향이 입안을 타고 폐로 퍼져나갔다.하지만 너무 깊게 들이마신 탓인지 송학진은 참지 못하고 기침했다.조수아가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송학진은 마음이 아렸다.송학진은 도대체 이 사실을 어떻게 조수아한테 말해줘야 할지 머리가 아팠다.조수아가 이 사실을 알게 되
“하지만 네가 계속 수아를 해치면서 몇 번이나 목숨에 위협을 받았어. 네가 처음 감옥에 갇혔을 때, 나도 마음이 아팠어. 네가 반성하고 새사람이 되어 있으면 네가 출소한 후에 너와 잘 지내보려 했어. 하지만 너는 또 물불을 가리지 않고 탈옥까지 해가면서 수아를 태워죽이려고 했어. 그제야 나는 너한테 오빠로서 실망하게 됐어. 내가 너를 구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야. 네가 번마다 기회를 차버렸을 뿐 남 탓 이제 그만해.”송학진의 말에 송미진은 고통스러워하며 눈물을 흘렸다.송미진은 줄곧 송학진이 그녀한테서 몸을 돌리고 신경을 껐다고
그 말을 들은 송학진은 또다시 걱정이 밀려왔다.송학진은 갑갑한 마음에 얼른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깊게 한 모금 들이켰다.그는 근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육문주는 수아가 좋아하는 남자고 아이의 아빠잖아. 두 사람이 그렇게 많은 풍파를 겪으면서 이제 겨우 결실을 보게 되었어. 수아가 진실을 알게 된 후 윗세대의 원한을 내려놓는대도 죄책감을 가지고 살 텐데 수아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그래서 진실을 숨길 생각인가요?”“가능하다면 한평생 수아가 사실을 모르게 하고 싶어.”송학진은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져
일기를 한 페이지씩 펼쳐보던 중, 갑자기 일기가 끊겼다.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날짜를 보자 마침 설매가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날이었다.조수아와 만나는 날만 고대하던 설매는 결국 조수아가 태어나기도 전에 사망했다.당시의 설매처럼 임신한 조수아는 설매의 심정이 더욱 가슴 깊이 다가왔다.조수아는 가슴이 미어지게 아팠고 눈물은 하염없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방으로 들어온 육문주는 마침 서글프게 울고 있는 조수아를 발견하였다.육문주는 한걸음에 조수아한테 다가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엄마가 보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