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은 송학진은 또다시 걱정이 밀려왔다.송학진은 갑갑한 마음에 얼른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깊게 한 모금 들이켰다.그는 근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육문주는 수아가 좋아하는 남자고 아이의 아빠잖아. 두 사람이 그렇게 많은 풍파를 겪으면서 이제 겨우 결실을 보게 되었어. 수아가 진실을 알게 된 후 윗세대의 원한을 내려놓는대도 죄책감을 가지고 살 텐데 수아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그래서 진실을 숨길 생각인가요?”“가능하다면 한평생 수아가 사실을 모르게 하고 싶어.”송학진은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져
일기를 한 페이지씩 펼쳐보던 중, 갑자기 일기가 끊겼다.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날짜를 보자 마침 설매가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날이었다.조수아와 만나는 날만 고대하던 설매는 결국 조수아가 태어나기도 전에 사망했다.당시의 설매처럼 임신한 조수아는 설매의 심정이 더욱 가슴 깊이 다가왔다.조수아는 가슴이 미어지게 아팠고 눈물은 하염없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방으로 들어온 육문주는 마침 서글프게 울고 있는 조수아를 발견하였다.육문주는 한걸음에 조수아한테 다가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엄마가 보고 싶
육상근과 조병윤은 무거운 마음으로 하산했다.이런 사주팔자를 보면 믿을 것만 믿고 믿기 싫은 건 믿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일단 나쁜 점사가 나오면 사람의 기분을 좌지우지하기 마련이다.다음 달 8일까지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그들은 20일 동안 어떤 일이 있든지 무조건 결혼식을 순리롭게 치러야 한다.두 사람은 별장으로 돌아가자마자 어떻게 할지 상의했다.이윽고 두 날 후, 조수아는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육씨 가문은 예물을 가득 챙기고 조씨 가문으로 향했다.그들은 결혼식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결혼식
조수아는 멋쩍게 웃으며 코를 훌쩍였다.“그래? 우리 남편의 입이 얼마나 달콤한데. 그 사람의 말투와 닮았다고 해서 이상한 건 아니지.”그 말을 들은 한지혜는 약이 바싹 올라 발을 동동 굴렀다.“육문주 이 나쁜 자식. 우리 단순하고 귀엽던 수아를 완전 180도로 바꿔놨어.”조수아와 한지혜는 한참 방에서 수다를 떨었다.그때 갑자기 육문주가 조수아에게 전화를 걸어왔고 조수아는 벨 소리가 울리기 바쁘게 전화를 받았다.조수아는 억울한 목소리로 육문주한테 말했다.“여보, 누가 나의 뒷담화를 하고 있어.”육문주는 조수아가 활짝 웃
조수아는 침대에서 겨우 일어나 눈을 제대로 뜨기도 전에 투덜거렸다.“왜 이렇게 일찍부터 깨우는 거예요. 저 아직 피곤해요.”조병윤은 조수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웃었다.“아홉 시면 사돈네 가족이 몰려들 거야. 네가 밥 먹고 화장까지 하려면 시간이 빠듯할 거다.”조수아는 몽롱한 정신으로 몸을 일으켜 욕실로 들어갔다.그녀가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오자 문밖에 많은 사람들이 별장을 둘러싸고 집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많은 인파 속에서 하얀 옷차림으로 까만색 넥타이를 맨 남자가 눈에 띄게 멋졌다.남자는 호기심 가득해서
“너 이 녀석, 요즘 안 맞으니까 몸이 근질거려?”허연후와 백시율이 한창 투덕거리고 있을 때 문밖에서 곽명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너희 언제까지 투닥거릴 거야. 오늘 문주가 드디어 장가가는 날인데 모두 말조심해.”그들은 계속 웃고 떠들다가 시간에 늦지 않게 차를 몰고 출발했다.허연후는 차에 오른 뒤, 한지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전 세계에서 가장 잘생긴 신랑과 신랑 친구들이 지금 떠나니까 기다려요.]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혜는 음성메시지를 보내왔다.“그래요. 기대하고 있어요.”음성메시지를 들은 백시율은 코웃음 치며 말했
민우가 비밀을 말하려 하자 조수아의 사촌오빠가 달려가 그를 번쩍 들어가서는 엉덩이를 한 대 때렸다.“이런 배신자야, 네가 말해버리면 우리가 고생한 것들이 물거품이 되잖아.”그러자 민우는 발뺌하며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오해에요. 저는 그저 이모가 오늘 엄청 예쁘다가 말해주려고 했던 거예요.”그 말을 들은 육문주는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나의 신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니 당연한 일이지.”육문주가 또 조수아의 자랑을 늘어놓으려 하자 송학진은 깔끔한 양복 차림으로 다가갔다.송학진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허연후는 카드를 넙죽 건네받고 자신만만하게 웃었다.“이거 간단하네. 내가 처음 순서로 할게. 누가 나의 다음 순서로 카드를 받을래?”곽명원은 앞으로 나서며 두 번째 순서를 빼앗았다.“내가 할게.”이윽고 허연후가 입으로 열심히 카드를 곽명원의 입가로 옮겼다.진지한 상황에서 곽명원은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너 아침에 이빨은 닦은 거야? 네 입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이제 돌아가면 민서가 나와 입을 맞추려 하지도 않겠어.”허연후가 반나절 동안 억누르던 감정이 곽명원의 말 한마디에 커져서 버럭 화를 냈다.“뭔 헛소리야. 이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