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온몸이 붕대로 감긴 채 미라처럼 침대에 누워있었다.입으로는 그저 비명만 지를 뿐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육문주는 옆에 서 있던 조수아에게 해명했다.“사실 저 여자에게 우리 두 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어서 내가 구했어.”말을 마친 뒤 먼저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송미진은 한창 간호사가 건네준 약을 이를 악물고 거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앞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조수아가 비록 부상을 당했지만 며칠 병원에서 치료받고 나니 다시 원래 아름다운 미모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그리고 혈색도 많이
그들의 외침과 함께 풍선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일정한 높이에 올라간 뒤 풍선이 터지면서 안에 들어 있던 꽃가루가 터져 나왔다.조수아가 고개를 들고 장미꽃 가루가 공중에서부터 흩날리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사실 다시 여기에 돌아오는 게 그녀로서는 큰 트라우마였다.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준 덕분에 두려움이 순간 사라졌다.이때 한지혜가 달려와 그녀를 끌어안고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오늘 육 대표님께서 호주 바닷가재, 알래스카 킹크랩, 남아프리카 전복요리를 해준다고 했거든. 근데 이런 날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자기 딸의 목소리에 곽명원은 재빨리 행동을 멈췄다.그리고 깜짝 놀란 얼굴로 유나 쪽을 바라보았다.“육문주, 방금 우리 딸이 나를 아빠라고 불렀어. 어느 누가 고작 6개월밖에 안 되었는데 아빠라고 부르겠어. 혹시 천재인가? 너도 부럽지?”그는 잡고 있던 육문주의 멱살을 놓고 단번에 유나 쪽으로 달려갔다.그리고 활짝 웃으며 물었다.“유나야, 방금 뭐라고 불렀어? 다시 한번 불러주면 안 돼?”유나는 재빨리 곽명원의 품에 안기더니 눈물과 콧물을 그의 가슴팍에 닦았다. 그러다가 다시 진주알 같은 두 눈을 깜빡이
송학진은 허연후의 어깨를 두드려준 뒤 다시 육문주에게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나 혼자 솔로로 남을 수 없지.”이때 육문주도 웃으며 답했다.“나중에 눈치채면 널 때려죽일 거야.”“때리려면 널 제일 먼저 때려야지, 네가 먼저 시작한 거잖아. 난 그저 옆에서 거들었을 뿐이라고.”한 무리의 사람들이 하하 호호 홀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하지만 유독 연성빈 혼자만 제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육문주가 그의 모습을 발견하고 낮은 소리고 물었다.“혹시 세리 씨를 기다려요?”연성빈이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답했다.“지금 팔을
하지만 세리는 무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저희 엄마는요?”“민우를 데리고 먼저 돌아가셨어. 그래서 수아 씨가 나더러 가보라고 알려주더라.”연성빈은 그렇게 세리를 데리고 차에 올라탔다.그러다가 뒷좌석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그녀에게 건넸다.“네가 좋아하는 가게의 에그타르트야. 맛있는지 한번 먹어봐.”세리는 손에 들린 에그타르트 포장 용기를 보고 가볍게 웃더니 그에게 물었다.“민우가 알려줬어요?”정곡이 찔린 연성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확실히 민우가 그에게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는 에그타르트고 제일 좋아하는
익숙한 연성빈의 체취를 다시 맡은 세리는 자기도 모르게 두 눈을 꼭 감았다.민우를 임신하면서 입덧이 심할 때, 그리고 낳는 순간 너무 아파 고통스러울 때 그녀는 몇 번이고 연성빈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다.하지만 헤어지면서 그가 했던 모진 말들이 머릿속에 떠올라 그녀는 매번 생각을 접고 포기했었다.그 절망스러웠던 기억이 다시 떠올라 연성빈을 밀쳐내려던 순간 그의 전화기가 울렸다.그리고 차 안에 민우의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아빠, 제가 알려준 대로 엄마한테 사드렸어요? 아마 에그타르트를 본 순간 아빠를 용서할 거예요
그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조수아 쪽으로 다가가 그녀를 품에 안고 웃으며 말했다.“수아가 아시다시피 지금 임신 중이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갑자기 접촉하면 안 좋습니다. 혹시나 세균이 아이한테까지 전파되면 안 되니까 조금만 양해 부탁드릴게요.”그의 말을 들은 박씨 가문 사람들은 저마다 주먹으로 육문주를 때리는 시늉하며 말했다.“너 이 자식, 두 사람이 만약 아직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면 넌 진작에 내 손에 얻어맞았을 거야.”“그깟 혼인 신고가 뭐가 대수야, 아직 결혼식 하지도 않았는데. 이 혼사를 만약 우리가 동
조수아는 천천히 설매의 영정사진 앞에 다가가 어머니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잠긴 목소리로 인사했다.“엄마, 저 수아예요. 엄마가 목숨을 걸고 구해낸 딸이 이제서야 엄마 보러 왔어요.”조수아의 말에 오현자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눈물은 두 볼을 타고 마구 흘러내렸다.“설매야, 네 소원대로 드디어 우리가 수아를 찾게 되었어. 그러니까 이제 걱정하지 마. 이제부터 수아는 우리가 돌볼 테니까 너도 하늘에서 편히 쉬어.”말을 마친 뒤 그녀는 수아에게 향 하나를 건넸다.“수아야, 엄마에게 향 꽂아드리고 절하렴. 그리고
이미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송학진한테 차서윤의 말은 마치 휘발유처럼 그를 더욱 불타오르게 했다.송학진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선물?”차서윤은 고개를 들어 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말했다.“먼저 씻어요. 조금 후면 알게 될 거예요.”송학진은 차서윤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여보, 내가 뭘 원하는지 잘 알잖아. 저쪽 칸에서 씻을 테니까 자기가 여기서 씻어. 씻고 나왔을 때 선물이 날 실망하게 하지 않길 바랄게.”“그럴 일 없어요.”차서윤은 송학진을 방에서 밀어내고 물건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송학진
“외삼촌이 그럴 리가 없어요. 외숙모와 아림이도 나 때문에 만난 거잖아요. 만약 유치원에서 내가 아림의 치마를 적시지 않았다면 외삼촌이 외숙모를 만날 일이 있었을까요?”천우의 말을 잠깐 생각해보던 육문주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만약 천우가 아니었다면 송학진은 어쩌면 아직도 솔로였을 수도 있었다.갑자기 뿌듯해진 육문주는 잔을 들고 자리에 있는 형제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너희들 우리 아들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천우가 아니었으면 우리 이 축하주를 언제 마셨을지도 모를 일이야.”곽명원은 웃으며 말했다.“천우가 아니었
박서준은 웃으며 말했다.“배은망덕한 건 아닌 것 같네. 보살펴준 보람이 있어. 왔던 김에 가족들이랑 며칠 시간 좀 보내다 갈 거야.”박서준의 말에 곽서연은 즉시 활짝 웃으며 말했다.“정말요? 그럼 우리 그동안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예요?”박서준은 곽서연을 흘려보며 말했다.“삼촌이랑 헤어지는 게 그렇게 싫어?”“네. 매일 매일 삼촌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왜 이렇게 달라붙는 거야? 천우보다 더하네?”곽서연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삼촌은 내가 달라붙는 게 싫어요?”박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싫다고 그러면 또 울
곽서연과 박서준이 동시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곽명원이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박서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형네 집 공주님께서 발을 삐끗해서 울고 계시잖아.”곽명원은 별생각 없이 곽서연 곁으로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그녀의 발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마구잡이로 잡고 돌리는 턱에 아파 난 곽서연은 바로 소리를 질렀다.“아! 삼촌 살살 좀 해요.”곽서연은 참을 수 없는 아픔에 고여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곽명원은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아프다고? 어릴 때처럼 아픈 척하
송학진의 차가운 태도에 화가 난 강한나는 눈시울을 붉히고 입술을 깨물며 경호원을 바라보고 말했다.“내 발로 나갈 테니까 비켜요.”말을 마친 강한나는 도도한 걸음으로 이곳을 떠났다. 많은 사람이 뒤에서 그녀에게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다.모든 것이 끝나고 송학진은 차서윤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와 예복을 갈아입었다.송학진은 차서윤의 붉어진 눈을 보더니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윤아, 이제 내가 있으니까 누구도 감히 널 괴롭히지 못할 거야.”송학진은 차서윤이 이십여 년간 저런 아버지 밑에서 보내다 겨우 그
차경훈은 한순간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차서윤이 모든 증거를 모으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차경훈은 울며 빌었다.“서윤아, 아빠가 그때는 정신이 없었어. 앞으로 안 그럴 테니까 고소만 하지 말아줘. 제발 부탁이야.”차서윤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고소뿐만 아니라 부녀지간의 관계까지 끊을 거니까 앞으로 다시는 내 인생에 끼어들지 마세요. 더는 꿈에서조차 보기 싫으니까. 우리 이젠 죽을 때까지 연락하지 말죠.”차서윤의 말에 경호원은 차경훈을 강제로 현장에서 끌고 나갔다.차서윤의 완강한 태도에 겁을
그 말을 들은 차서윤의 눈에서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송학진의 볼에 입맞춤하고 눈물을 머금은 채 결심을 내렸다.“감사해요. 근데 저는 학진 씨가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마음속의 흉터를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야 한다 해도 학진 씨를 위해서 뭐든 할 거예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신부 들러리로부터 핸드폰을 가지고 송학진에게 건네줬다.“제 핸드폰과 스크린을 연결해 주세요.”그 말은 들은 송학진은 차서윤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 그녀에게 무수한 악몽을 남겨준 악마 같은 남자를 보자 차서윤은 지금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분노와 슬픔이 있었고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감옥에 있어야 할 차경훈이 왜 멀쩡하게 결혼식장에 나타난 것일까.송학진이 재빨리 다가와서 그녀를 품에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해 줬다.“괜찮아. 내가 사람을 불러서 저 사람을 감옥으로 돌려보낼게.”그가 매니저에게 눈치를 보내자 매니저는 사람을 불러와서 송학진을 제압했다. 경호원들에게 잡힌 차경훈은 그들의 손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네가 안고 자고 싶다면 될 일이야? 네가 그러다가 이모부한테 쫓겨 나오면 내 잘못 아니다.”둘째와 셋째는 아빠와 천우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신바람이 나서 쉴 새 없이 옹알이했다.육문주는 셋째를 끌어안고 볼 뽀뽀를 하며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딸이 좋아. 역시 우리 보배 딸이 제일이야. 너희 오빠 한번 봐봐. 고작 3살밖에 안 됐는데 아빠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와이프를 입에 붙이고 살잖아.”셋째는 아빠의 따뜻한 품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입을 비죽이며 뭐라 말했다. 아기의 귀여운 모습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