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이렇게 되면 네가 많이 고생할 거야. 내가 병원에 계속 누워있으면 너도 계속 내 곁에 있어야 하잖아, 안 힘들겠어?”조수아가 고개를 저었다.“난 괜찮아. 우리 아빠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도 내가 간호했어. 근데 아이도 지금 멀쩡하잖아? 그리고 밖에 있는 사람들과 교대하면 돼.”육문주는 또다시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졌다.“그동안 너랑 아기가 고생이 많았어. 일이 모두 해결되면 여기서 벗어나 우리만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할게.”두 사람은 다시 상황에 따라 대책을 세운 뒤 조수아는 응급실을 나왔다.드디어
슬픔에 잠겨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들려오는 육문주의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그리고 고개를 들고 육문주를 보니 그가 어두운 얼굴로 그들을 쏘아보고 있었다.“이런 미친놈! 우리를 속였어!”허연후가 제일 먼저 비명을 지르더니 냉큼 한지혜를 품에 안고 그녀의 눈을 가렸다.송학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육문주의 코에 손가락을 갖다 대보더니 뜨거운 콧김이 느껴진 뒤에야 기뻐서 소리쳤다.“속인 게 아니라 진짜 살아났네. 네가 수아 씨랑 아이만 두고 갈 사람이 아니란 걸 난 진작에 알고 있었어!” 육문주는 단번에 송학진의 손가락을
하지만 허연후는 미간을 찌푸리고 되물었다.“문주가 식물인간이 되었는데 당신이 왜 아내도 아니면서 울어요?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두 사람이 연인 사이인줄 알겠어요.”이 말투는 분명 두 사람을 질투하고 있었다.화가 난 한지혜는 또다시 그를 향해 발길질했다.“허연후 씨, 그 입 좀 다물면 안 돼요? 왜 이렇게 하루 종일 촐싹거려요? 언젠간 그 입때문에 맞아 죽을 것 같으니까 조심해요.”하지만 허연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내가 죽으면 누가 지혜 씨를 약 올려요? 그게 더 가슴 아프지 않겠어요?”한지혜는
강소연은 다급한 얼굴로 허연후를 바라보았다.남자는 그래도 옛정을 생각해서 별로 고민도 하지 않고 답했다.“타.”그의 승낙에 강소연의 심장은 순간 빨리 뛰기 시작했다.하지만 조수석 자리의 차 문을 열려고 한 순간 허연후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뒤에 타.”강소연은 살짝 어리둥절했지만 냉큼 웃으며 답했다.“잊으셨어요? 저는 뒷좌석에 타면 멀미가 엄청 심해요. 같이 대학교 다녀서 아시잖아요.”그러나 허연후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여전히 한지혜가 걸어간 방향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그러다가 한지혜가 절뚝거리며 병
그리고 술집 같은 유흥업소에도 자주 드나든다고 했다.그에 대한 소문이 갑자기 생각난 강소연은 심장이 더욱 빨리 뛰었다.얼굴도 이상하게 뜨거워졌다.하지만 곧바로 허연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기 앞에 지하철역이 있는데 저기에 세워줄게. 난 다른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말을 마치자마자 브레이크를 밟고 도어락을 연 뒤 그녀더러 내리라고 했다.달콤했던 꿈에서 깬 강소연은 순간 이를 악물었다.그래도 억지 미소를 지으며 겨우 말했다.“그래요. 조심히 가세요.”그녀는 마지못해 차에서 내렸는데 허연후는 인사도 없이 그대로 차를 몰
그의 말을 들은 허연후는 어이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꼈다.“내가 어떻게 그런 여자를 좋아하겠어. 내 이상형은 아주 다정하고 부드러운 여자지 저렇게 입이 거칠고 하루 종일 화만 내는 폭력적인 여자가 아니란 말이야. 저런 여자를 만날 바에는 차라리 평생 홀아비로 살고 말지.”“넌 이런 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결혼했냐, 보아하니 조만간 이혼하게 생겼네.”곽명원도 같이 코웃음 치며 그를 비웃었다.“지나가던 똥개도 네가 한지혜 씨를 좋아한다는 걸 알아챘겠는데 내 앞에서 그만 연기해.”“정말 그래 보여?”“당연하지!”허연후는 욕설을
왕서훈은 자기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 있게 말했다.“JM 미디어라고 들어봤지? 전국 최대 미디어 그룹이고 나는 그 회사의 감독이자 새파란 신인도 하루아침에 톱스타로 만들어주는 미다스의 손 왕서훈이야. 그런데 고작 너 같은 사람이랑 나랑 비교가 되겠어? 네가 저 여자한테 그만한 서포트를 해줄 수 있냐고. 얼굴만 번지르르하면 뭐 하냐, 나처럼 자본과 권력이 받쳐줘야지.”허연후는 가볍게 미소를 짓더니 다시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정말 대단한 분이네요. 너무 놀라서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인데요.”“눈치챘으면 그 여자를 나한테 넘겨
깜짝 놀란 한지혜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리고 십여 초가 지나서야 이 남자에게 입술을 뺏겼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그것도 분명 혀까지 들어온 딥 키스였다.이건 한지혜의 첫 키스인데 그 상대가 하필 이 남자라니.한지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단번에 허연후의 입을 콱 깨물었는데 남자는 그제야 여자를 놔주었다.“한지혜 씨, 진짜 개예요?”“제가 물어보고 싶네요. 왜 갑자기 저한테 입을 맞추냐고요. 당신의 이런 행동이 아까 그 저질인 놈이랑 뭐가 다른데요.”허연후는 살짝 피가 나는 입술을 손으로 닦으며 옅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