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충주의 말을 들은 제이크 한은 완전히 자신의 생각이 뒤바뀐 듯 감탄하며 말했다. “와아.. 이건 거의 첩보전을 뛰어넘는 수준이네... 2차 세계대전이 1939년부터 1945년까지 6년간 이어졌는데, 네 집안은 무려 15년이나 버텼다니...” “맞아.” 안충주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봐, 이런 재벌가들의 일 처리 방식은 다 이렇다고. 우리는 돈이 드는 것도,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노력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흠을 남기지 않으려고 하지. 이런 일을 감추기 위한 배경 작업은 상상도 못 할 거야. 우리는 국내 몇몇 재벌가에 우리 쪽 인재를 침투시키기 위해 10여 년 전에 한국 정부와 손을 잡고 우수 인재 귀국 프로그램을 추진한 적도 있어. 그때 미국의 주요 대학들을 졸업한 한국인 출신 졸업생 100명가량을 한 번에 국내로 데려온 적도 있었지. 이들이 채용을 통해 대기업에 들어가서 밑바닥부터 자리 잡도록 만든 거야. 이 일은 10년 이상 지속됐고, 그 기간 동안 우리는 그들에게 고액의 보수를 비밀리에 계속 지급했어. 그러니 왜 그렇게 돈이 많이 들었는지 이제 이해가 되겠지?” 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이해됐어... 20년 동안 그 많은 돈을 쏟아붓고도 결과 없다니, 그래도 너희 같은 부자들 만이 그 정도의 돈을 태울 수 있겠지.” 안충주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돈을 쓴 것도 아니야. 물론 많이 쓰긴 했지만, 이 돈은 20년에 걸쳐 조금씩 써간 거고, 신탁에 넣어둔 돈은 복리로 굴러가기 때문에 수익이 꽤 괜찮았거든. 6개월 전 기준으로 계좌 잔고가 약 156억 달러쯤 됐거든.” 제이크 한은 깜짝 놀라며 외쳤다. “아직도 이렇게 많아? 이미 수십 억 달러를 썼다면서?” 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쓰면서도 벌었거든. 몇 년 전만 해도 신탁 수익률이 정말 높았어. 수익이 좋은 해에는 연간 수익률이 10% 넘는 게 보통이었지. 게다가 복리 방식이라 돈은 앞으로도 계속 불어날 거야.
제이크 한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네 외조카가 되는 건 정말 대박이야. 350억 달러라니, 너희 부자들 방식으로는 죽을 때까지 이자도 다 못 쓰고 죽을 텐데..” 안충주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문제는 내 외조카를 정말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거야.. 정말 찾을 수 있다면, 그 녀석이 아마도 오랫동안 고생을 했을 것이고, 누나가 집안을 위해 한 기여를 생각하면, 이 정도의 금액은 크지도 않아.” 그는 이어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안타까운 건, 아버지께서 아프셔서 진짜로 외조카를 만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 우리가 그 녀석이 외조카라고 말씀드려도 믿지 않으실 수도 있지.. 아버지께서 건강하셨더라면 직접 만나보고 확인한 뒤, 아마 더 많은 돈을 추가로 주셨을 거야. 비록 많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지만, 속으로는 그 외손자를 정말 많이 그리워하고 계셨거든.” 그리고 덧붙였다. “참, 어머니도 외손자를 위해 꽤 많은 돈을 따로 모아두셨더라. 외손자를 찾으면 다 주겠다고 하셨는데, 350억 달러처럼 많은 건 아니더라도, 적어도 100~200억 달러는 될 거야.” 제이크 한은 이미 충격에 무뎌진 상태라 놀라지 않고, 대신 농담을 했다. “그렇다면 너도 조카의 큰 외삼촌이니까 뭔가 좀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야 당연하지.” 안충주는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우리 누나야. 외조카가 돌아오면, 내가 100억 달러 정도는 기꺼이 줄 거야. 그리고 태풍, 재남, 유진, 이 세 명도 각각 최소 50억은 주지 않을까 싶어... 계산해보면 거의 1천억 가까이 되겠네.” 제이크 한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면 바로 세계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릴 수도 있겠다...” 안충주는 웃으며 말했다. “그건 딱히 큰 의미가 없어. 진짜 세계 부자 순위를 따진다면, 지금 1위를 하는 사람은 사실 상위 10위에도 못 들어갈 거야.” 그러다가 그는 한숨을 쉬며 스스로 비웃었다. “하... 그 정도 돈
그 시각, 페이셔스 그룹의 집사와 몇몇 핵심 부하들은 국제적으로 콩코드 여객기를 보유한 세계 여러 국가의 그룹들과 긴급히 접촉하고 있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배해산은 콩코드 여객기를 구매하려는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이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콩코드 여객기가 없는 페이셔스 그룹은 뉴욕에서 일본까지 사람을 보내려면 최소 13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콩코드 여객기를 보유한다면 5시간 반 만에 일본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라면 7~8시간의 차이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이 시간이 굉장히 큰 변수가 되기도 한다. 콩코드 여객기를 구매하는 것은 페이셔스 그룹의 입장에서 정상적인 요구 사항으로, 기밀은 아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각자 비교적 조용한 장소를 찾아 급히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이들은 서로 묵묵히 경쟁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페이셔스 그룹을 위해 콩코드 여객기 구매 계약을 가장 먼저 성사시킨다면, 이는 분명 큰 공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시각, 제임스가 선물한 리차드 밀 시계를 품고 제1 별장으로 돌아온 가정부는, 많은 사람들이 계속 전화를 거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건 마치 무언가 큰 일이 벌어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제임스의 부탁을 떠올리고, 자신에게 은근히 관심을 보이며 여러 차례 대시했던 남직원인 송재봉을 찾아갔다. “송재봉 씨, 아직 퇴근하지 않고 뭐 해요?” ‘송재봉’이라고 불리는 이 남자는 페이셔스 그룹 집사의 몇몇 핵심 부하 직원 중 한 명으로, 그는 가정부의 외모를 늘 탐내며 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가정부는 그가 자신에게 단순히 그런 마음만 있을 뿐, 정상적인 연애나 결혼을 바라는 것은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한 번도 기회를 주지 않았다. 송재봉은 그녀를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으며 웃으며 말했다. “처리할 일이 좀 남아서 그래요. 그런데 왜 아직 퇴근을 안 한 거죠?” 가정부가 말했다. “사모님 건강이 걱정돼서
송재봉은 웃으며 말했다. “그렇죠?”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가정부에게 말했다. “지금 내가 큰 건을 진행 중인데, 이번 주 안으로 성사될 거예요. 그럼 보너스도 꽤나 받을 테니, 돈을 받으면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며칠 제대로 놀아보자고요!” 가정부는 속으로는 그를 경멸스러워했지만, 겉으로는 궁금한 척 물었다. “무슨 큰 거래인데요? 얘기를 좀 해주세요. 제 호기심도 좀 채워 주시고요.” 송재봉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웃었다. “회장님께서 콩코드 여객기를 한 대 사려고 하세요. 마침 내가 프랑스에 있는 어떤 그룹이 콩코드 여객기 한 대를 처분하려 한다는 정보를 알게 되어서, 지금 그쪽 사람들과 접촉 중이고요.” 가정부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콩코드 여객기요?” 송재봉이 설명했다. “초음속 여객기예요. 한 시간에 2000km 이상 날아갈 수 있는 비행기.” 가정부가 다시 물었다. “그렇게 빠른 비행기를 사서 어디에 쓰려고요?” 송재봉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당연히 필요하죠! 이번에 회장님이 일본에 사람을 보내려고 하시는데, 콩코드 여객기가 없으면 최소 13시간이나 걸리거든. 근데 콩코드 여객기가 있으면 그 절반의 시간도 안 걸리죠.” 가정부는 ‘일본’이라는 말을 듣자, 제임스가 일본 닌자에 대해 언급되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주의하라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녀는 순간적으로 경계심이 생겼지만, 동시에 뭔가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온몸이 흥분으로 떨렸다. 그녀는 제임스에게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비록 출신이 낮고 배운 것이 많지 않지만, 자신이 재벌가의 며느리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시험 삼아 송재봉에게 물어보았다. “일본에 간다니, 설마 닌자 같은 걸 찾으러 가는 건 아니죠?” 송재봉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런 건 함부로 말하면 안 돼. 당신만 알고 있어요.” 가정부는 속으로 크게 흥
제임스는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페이셔스 그룹이 일본 닌자와 관련된 조사를 시작하면, 곧바로 이가 닌자의 단서를 찾아낼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이가 닌자 따위가 페이셔스 그룹 상대가 될 리가 없어. 혹시라도 나중에 페이셔스 그룹이 그들을 압박하면, 분명 두말 않고 다 불어버릴 거야.... 페이셔스 그룹이 이가 닌자부터 역추적하기 시작하면, 오래 걸리지 않아 바로 나를 찾을 거라고.. 비록 내가 이가 닌자와 접촉할 때는 가짜 신분을 사용했지만, 그들에게 보낸 돈은 진짜잖아.... 페이셔스 그룹이 돈의 출처부터 조사해 올라가면, 결국 나를 찾아내고 말겠지.... 그럼, 내가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에게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결백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들이 믿기나 할까? 절대 안 믿겠지.... 그렇다면 모든 걸 솔직히 털어놓고, 사실 나는 배호영을 위해 닌자를 고용해서 혜리를 납치하려 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 하지만 페이셔스 그룹이 그걸 믿을까? 그들이 보기에 자기네 작은 도련님은 인류의 우등생인데, 어떻게 인간 말종일 수가 있겠어?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배호영의 모든 악행과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자료를 낱낱이 공개하는 수밖에 없는데....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겠어? 페이셔스 그룹이 자기네 도련님이 인간 말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진실을 덮기 위해 나를 제거하는 것이 되겠지.. 그렇게 되면 나는 더 빨리 죽게 될 뿐이야....” 이렇게 생각한 제임스는 이를 꽉 깨물며 사나운 표정으로 중얼댔다. “아무래도, 내가 살아남으려면 페이셔스 그룹이 나를 찾기 전에 빨리 도망치는 수밖에 없겠어! 내가 페이셔스 그룹의 통제 범위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그때 가진 자료를 들이밀며 협박할 수 있을 거야. 나를 가만히 두지 않으면 자료를 다 공개하겠다고!” 이어서 그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그렇지, 이 자료로 그들에게 돈을 뜯어낼 수도 있겠군! 어차피 이미 얼
텍사스는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제임스는 텍사스에 도착해서 멕시코로 밀입국할 방법을 찾을 계획이었다. 제임스는 오랜 기간 인신매매를 해왔기에, 캐나다, 미국, 멕시코에 강력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캐나다로 돌아갈 수 없고, 미국에서도 더는 머물 수 없는 상황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멕시코였다. 멕시코는 강력한 마약 카르텔들이 세력을 장악한 곳으로, 마치 군벌들이 할거하는 혼란스러운 시대와 같았다. 그곳에서는 신분을 숨기고 이름을 감추기가 쉬울 것이다. 제임스는 한 번 마약 카르텔의 세력권 안으로 들어가면, 페이셔스 그룹조차 자신을 찾아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택시 운전사가 백미러를 통해 그를 한 번 힐끗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손님.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세요.” 제임스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뒷자리에 앉았는데 무슨 안전벨트야, 그냥 운전이나 해!” 운전사는 매우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손님. 제 차량은 어디에 앉으시든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합니다. 거부하신다면 차량에서 내려 주시죠.” 제임스는 택시 운전사가 자신에게 이렇게 반기를 드는 것을 보고 화를 내려 했으나, 아직 페이셔스 그룹 저택 근처인 것을 떠올리고는 큰 소란을 피울 수 없었다. 결국, “젠장!”이라고 욕하며 억지로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운전사는 그가 안전벨트를 착용한 것을 확인하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곧이어 차를 출발시키며 현장을 벗어났다. 택시는 길을 돌아 고속도로로 들어섰고, 롱 비치를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제임스는 한숨을 돌린 뒤 스마트폰을 꺼내 밤 늦게 출발하는 장거리 버스의 시간표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차가 얼마 멀리 가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도로 옆으로 급하게 방향을 틀더니, 길가의 한 저택으로 들어섰다. 제임스는 충격으로 인해 손에서 스마트폰이 떨어졌고, 차 안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정신을 차릴 수 없었
제임스는 페이셔스 그룹에서 도망쳐 나올 때, 자신의 뛰어난 예측을 통해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는 페이셔스 그룹 저택을 벗어난 지 고작 5분도 안 되어, 자신이 페이셔스 그룹 저택의 옆집에 포로로 갇히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 했다. 그는 극도의 공포 속에서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엉키고 있었다. 아직 누가 자신을 납치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이미 하나의 답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납치한 범인들이 자신의 동생을 죽이고, 이탈리아 그룹 전체를 사라지게 만든 배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곧이어 그는 지하실로 끌려갔다. 지하실의 문이 열리자, 제임스는 깜짝 놀라 숨이 멎을 뻔했다. 방 안에는 자신처럼 삼각 팬티만 입은 채 매달려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다름 아닌 배호영이었다. 이 순간, 배호영은 더 이상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의 모습이 아니었다. 벌거벗겨진 채, 그의 두 손은 공중에 매달려 있었고, 마치 도살될 돼지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의 몸 곳곳은 상처투성이였고, 두 귀는 이미 잘려 나가, 자국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자국 위에는 검붉게 굳은 피딱지가 빼곡히 뒤덮여 있었다. 배호영 역시 이곳에서 제임스를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제임스가 끌려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그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곧이어 얼굴에는 약간의 흥분한 기색까지 떠올랐다. 배호영은 이곳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며 절망에 빠져 있었기에, 제임스처럼 동고동락을 함께한 아는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아지며 약간 흥분한 것이다. 무엇보다 죽음을 앞두고 함께 갈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혼자 죽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었다.하지만 제임스는 그런 배호영을 보며 전혀 기쁨을 느낄 수 없었다. 사실 그가 가장 두려워한 것은 바로 이곳에서 배호영을 마주치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상대가 감히 배호영마저 이렇게 만든 상황에서, 자신은 그야말로 탈출할 기회도 없을 것이다.이때, 블랙 드래곤 대원 중 한
대원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잔인하고 무자비한 제임스가, 어쩌다가 이렇게 목숨을 살려달라고 자비를 구하는 성격이 된 거야? 지금 고작 몇 대 밖에 안 맞았을 뿐인데.. 아직 본격적인 재미는 시작도 안 했다고. 이렇게 빨리 빌면, 앞으로는 어떻게 견디려고?” 제임스는 이 말을 듣자 상대가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목숨까지 위협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울며 애원했다. “형님...! 저는 아무런 원한도 없는 사이인데, 왜 이런 짓을 하시는 겁니까?” 배호영은 제임스가 죽을죄를 지은 개처럼 울며 애원하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는 즉시 고개를 들어 천장의 감시 카메라를 보며 크게 외쳤다. “성도민 씨, 성도민 씨, 제 말 들리십니까? 혜리를 납치하라는 아이디어는 전부 제임스가 낸 것입니다! 세부적인 계획도 다 그가 짰고, 그는 이 일의 주모자입니다! 제발 이 말을 은 선생님께 전해주시고, 제게 관용을 좀 베풀어 달라고 말씀 좀 부탁드립니다!” 제임스는 그 말을 듣고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는 배호영이 입을 열자마자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길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말의 의미로 보아, 자신을 납치한 배후는 혜리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자신의 동생을 죽인 자들과는 다른 세력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생각이 들자 제임스는 망설임 없이 외쳤다. “배호영!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이 일은 전적으로 네가 낸 아이디어야! 네가 제정신이 아니어서 혜리를 손에 넣으려 한 거잖아. 나랑은 아무 상관없다고!” 그러자 배호영은 분노에 차 욕설을 퍼부었다. “평소에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아첨이나 하더니, 막상 일이 터지니까 다 내 책임이라고? 혜리 납치 계획도 네가 짠 것이고, 일본에서 닌자를 부른 것도 네 짓이야. 심지어 그 닌자들을 죽이기 위해 폭파시키려 한 배도 네가 마련한 거잖아! 아마 그 배는 지금도 항구에 정박해 있을 테니, 은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