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페이셔스 그룹의 집사와 몇몇 핵심 부하들은 국제적으로 콩코드 여객기를 보유한 세계 여러 국가의 그룹들과 긴급히 접촉하고 있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배해산은 콩코드 여객기를 구매하려는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이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콩코드 여객기가 없는 페이셔스 그룹은 뉴욕에서 일본까지 사람을 보내려면 최소 13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콩코드 여객기를 보유한다면 5시간 반 만에 일본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라면 7~8시간의 차이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이 시간이 굉장히 큰 변수가 되기도 한다. 콩코드 여객기를 구매하는 것은 페이셔스 그룹의 입장에서 정상적인 요구 사항으로, 기밀은 아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각자 비교적 조용한 장소를 찾아 급히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이들은 서로 묵묵히 경쟁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페이셔스 그룹을 위해 콩코드 여객기 구매 계약을 가장 먼저 성사시킨다면, 이는 분명 큰 공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시각, 제임스가 선물한 리차드 밀 시계를 품고 제1 별장으로 돌아온 가정부는, 많은 사람들이 계속 전화를 거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건 마치 무언가 큰 일이 벌어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제임스의 부탁을 떠올리고, 자신에게 은근히 관심을 보이며 여러 차례 대시했던 남직원인 송재봉을 찾아갔다. “송재봉 씨, 아직 퇴근하지 않고 뭐 해요?” ‘송재봉’이라고 불리는 이 남자는 페이셔스 그룹 집사의 몇몇 핵심 부하 직원 중 한 명으로, 그는 가정부의 외모를 늘 탐내며 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가정부는 그가 자신에게 단순히 그런 마음만 있을 뿐, 정상적인 연애나 결혼을 바라는 것은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한 번도 기회를 주지 않았다. 송재봉은 그녀를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으며 웃으며 말했다. “처리할 일이 좀 남아서 그래요. 그런데 왜 아직 퇴근을 안 한 거죠?” 가정부가 말했다. “사모님 건강이 걱정돼서
송재봉은 웃으며 말했다. “그렇죠?”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가정부에게 말했다. “지금 내가 큰 건을 진행 중인데, 이번 주 안으로 성사될 거예요. 그럼 보너스도 꽤나 받을 테니, 돈을 받으면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며칠 제대로 놀아보자고요!” 가정부는 속으로는 그를 경멸스러워했지만, 겉으로는 궁금한 척 물었다. “무슨 큰 거래인데요? 얘기를 좀 해주세요. 제 호기심도 좀 채워 주시고요.” 송재봉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웃었다. “회장님께서 콩코드 여객기를 한 대 사려고 하세요. 마침 내가 프랑스에 있는 어떤 그룹이 콩코드 여객기 한 대를 처분하려 한다는 정보를 알게 되어서, 지금 그쪽 사람들과 접촉 중이고요.” 가정부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콩코드 여객기요?” 송재봉이 설명했다. “초음속 여객기예요. 한 시간에 2000km 이상 날아갈 수 있는 비행기.” 가정부가 다시 물었다. “그렇게 빠른 비행기를 사서 어디에 쓰려고요?” 송재봉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당연히 필요하죠! 이번에 회장님이 일본에 사람을 보내려고 하시는데, 콩코드 여객기가 없으면 최소 13시간이나 걸리거든. 근데 콩코드 여객기가 있으면 그 절반의 시간도 안 걸리죠.” 가정부는 ‘일본’이라는 말을 듣자, 제임스가 일본 닌자에 대해 언급되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주의하라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녀는 순간적으로 경계심이 생겼지만, 동시에 뭔가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온몸이 흥분으로 떨렸다. 그녀는 제임스에게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비록 출신이 낮고 배운 것이 많지 않지만, 자신이 재벌가의 며느리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시험 삼아 송재봉에게 물어보았다. “일본에 간다니, 설마 닌자 같은 걸 찾으러 가는 건 아니죠?” 송재봉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런 건 함부로 말하면 안 돼. 당신만 알고 있어요.” 가정부는 속으로 크게 흥
제임스는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페이셔스 그룹이 일본 닌자와 관련된 조사를 시작하면, 곧바로 이가 닌자의 단서를 찾아낼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이가 닌자 따위가 페이셔스 그룹 상대가 될 리가 없어. 혹시라도 나중에 페이셔스 그룹이 그들을 압박하면, 분명 두말 않고 다 불어버릴 거야.... 페이셔스 그룹이 이가 닌자부터 역추적하기 시작하면, 오래 걸리지 않아 바로 나를 찾을 거라고.. 비록 내가 이가 닌자와 접촉할 때는 가짜 신분을 사용했지만, 그들에게 보낸 돈은 진짜잖아.... 페이셔스 그룹이 돈의 출처부터 조사해 올라가면, 결국 나를 찾아내고 말겠지.... 그럼, 내가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에게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결백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들이 믿기나 할까? 절대 안 믿겠지.... 그렇다면 모든 걸 솔직히 털어놓고, 사실 나는 배호영을 위해 닌자를 고용해서 혜리를 납치하려 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 하지만 페이셔스 그룹이 그걸 믿을까? 그들이 보기에 자기네 작은 도련님은 인류의 우등생인데, 어떻게 인간 말종일 수가 있겠어?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배호영의 모든 악행과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자료를 낱낱이 공개하는 수밖에 없는데....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겠어? 페이셔스 그룹이 자기네 도련님이 인간 말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진실을 덮기 위해 나를 제거하는 것이 되겠지.. 그렇게 되면 나는 더 빨리 죽게 될 뿐이야....” 이렇게 생각한 제임스는 이를 꽉 깨물며 사나운 표정으로 중얼댔다. “아무래도, 내가 살아남으려면 페이셔스 그룹이 나를 찾기 전에 빨리 도망치는 수밖에 없겠어! 내가 페이셔스 그룹의 통제 범위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그때 가진 자료를 들이밀며 협박할 수 있을 거야. 나를 가만히 두지 않으면 자료를 다 공개하겠다고!” 이어서 그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그렇지, 이 자료로 그들에게 돈을 뜯어낼 수도 있겠군! 어차피 이미 얼
텍사스는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제임스는 텍사스에 도착해서 멕시코로 밀입국할 방법을 찾을 계획이었다. 제임스는 오랜 기간 인신매매를 해왔기에, 캐나다, 미국, 멕시코에 강력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캐나다로 돌아갈 수 없고, 미국에서도 더는 머물 수 없는 상황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멕시코였다. 멕시코는 강력한 마약 카르텔들이 세력을 장악한 곳으로, 마치 군벌들이 할거하는 혼란스러운 시대와 같았다. 그곳에서는 신분을 숨기고 이름을 감추기가 쉬울 것이다. 제임스는 한 번 마약 카르텔의 세력권 안으로 들어가면, 페이셔스 그룹조차 자신을 찾아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택시 운전사가 백미러를 통해 그를 한 번 힐끗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손님.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세요.” 제임스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뒷자리에 앉았는데 무슨 안전벨트야, 그냥 운전이나 해!” 운전사는 매우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손님. 제 차량은 어디에 앉으시든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합니다. 거부하신다면 차량에서 내려 주시죠.” 제임스는 택시 운전사가 자신에게 이렇게 반기를 드는 것을 보고 화를 내려 했으나, 아직 페이셔스 그룹 저택 근처인 것을 떠올리고는 큰 소란을 피울 수 없었다. 결국, “젠장!”이라고 욕하며 억지로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운전사는 그가 안전벨트를 착용한 것을 확인하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곧이어 차를 출발시키며 현장을 벗어났다. 택시는 길을 돌아 고속도로로 들어섰고, 롱 비치를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제임스는 한숨을 돌린 뒤 스마트폰을 꺼내 밤 늦게 출발하는 장거리 버스의 시간표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차가 얼마 멀리 가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도로 옆으로 급하게 방향을 틀더니, 길가의 한 저택으로 들어섰다. 제임스는 충격으로 인해 손에서 스마트폰이 떨어졌고, 차 안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정신을 차릴 수 없었
제임스는 페이셔스 그룹에서 도망쳐 나올 때, 자신의 뛰어난 예측을 통해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는 페이셔스 그룹 저택을 벗어난 지 고작 5분도 안 되어, 자신이 페이셔스 그룹 저택의 옆집에 포로로 갇히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 했다. 그는 극도의 공포 속에서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엉키고 있었다. 아직 누가 자신을 납치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이미 하나의 답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납치한 범인들이 자신의 동생을 죽이고, 이탈리아 그룹 전체를 사라지게 만든 배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곧이어 그는 지하실로 끌려갔다. 지하실의 문이 열리자, 제임스는 깜짝 놀라 숨이 멎을 뻔했다. 방 안에는 자신처럼 삼각 팬티만 입은 채 매달려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다름 아닌 배호영이었다. 이 순간, 배호영은 더 이상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의 모습이 아니었다. 벌거벗겨진 채, 그의 두 손은 공중에 매달려 있었고, 마치 도살될 돼지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의 몸 곳곳은 상처투성이였고, 두 귀는 이미 잘려 나가, 자국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자국 위에는 검붉게 굳은 피딱지가 빼곡히 뒤덮여 있었다. 배호영 역시 이곳에서 제임스를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제임스가 끌려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그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곧이어 얼굴에는 약간의 흥분한 기색까지 떠올랐다. 배호영은 이곳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며 절망에 빠져 있었기에, 제임스처럼 동고동락을 함께한 아는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아지며 약간 흥분한 것이다. 무엇보다 죽음을 앞두고 함께 갈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혼자 죽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었다.하지만 제임스는 그런 배호영을 보며 전혀 기쁨을 느낄 수 없었다. 사실 그가 가장 두려워한 것은 바로 이곳에서 배호영을 마주치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상대가 감히 배호영마저 이렇게 만든 상황에서, 자신은 그야말로 탈출할 기회도 없을 것이다.이때, 블랙 드래곤 대원 중 한
대원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잔인하고 무자비한 제임스가, 어쩌다가 이렇게 목숨을 살려달라고 자비를 구하는 성격이 된 거야? 지금 고작 몇 대 밖에 안 맞았을 뿐인데.. 아직 본격적인 재미는 시작도 안 했다고. 이렇게 빨리 빌면, 앞으로는 어떻게 견디려고?” 제임스는 이 말을 듣자 상대가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목숨까지 위협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울며 애원했다. “형님...! 저는 아무런 원한도 없는 사이인데, 왜 이런 짓을 하시는 겁니까?” 배호영은 제임스가 죽을죄를 지은 개처럼 울며 애원하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는 즉시 고개를 들어 천장의 감시 카메라를 보며 크게 외쳤다. “성도민 씨, 성도민 씨, 제 말 들리십니까? 혜리를 납치하라는 아이디어는 전부 제임스가 낸 것입니다! 세부적인 계획도 다 그가 짰고, 그는 이 일의 주모자입니다! 제발 이 말을 은 선생님께 전해주시고, 제게 관용을 좀 베풀어 달라고 말씀 좀 부탁드립니다!” 제임스는 그 말을 듣고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는 배호영이 입을 열자마자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길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말의 의미로 보아, 자신을 납치한 배후는 혜리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자신의 동생을 죽인 자들과는 다른 세력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생각이 들자 제임스는 망설임 없이 외쳤다. “배호영!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이 일은 전적으로 네가 낸 아이디어야! 네가 제정신이 아니어서 혜리를 손에 넣으려 한 거잖아. 나랑은 아무 상관없다고!” 그러자 배호영은 분노에 차 욕설을 퍼부었다. “평소에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아첨이나 하더니, 막상 일이 터지니까 다 내 책임이라고? 혜리 납치 계획도 네가 짠 것이고, 일본에서 닌자를 부른 것도 네 짓이야. 심지어 그 닌자들을 죽이기 위해 폭파시키려 한 배도 네가 마련한 거잖아! 아마 그 배는 지금도 항구에 정박해 있을 테니, 은
핫토리 카즈오가 단도를 들고 지하실로 달려갔을 때, 제임스는 이미 블랙 드래곤 대원들에게 손이 묶인 채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배호영과 계속해서 서로 욕을 퍼부으며 서로 간의 증오를 드러냈고, 동시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다. 카즈오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두 사람은 즉시 싸움을 멈추고 몸을 잔뜩 웅크리며 긴장한 채 초조하게 온몸을 떨고 있었다. 배호영은 카즈오가 단도로 자신에게 다가와 또 다시 신체의 일부를 잘라낼까 봐 두려웠다. 제임스는 자신도 배호영처럼 귀가 잘리는 대우를 받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핫토리 카즈오는 들어오자마자 공중에 매달려 있는 제임스를 발견했다. 그의 표정은 즉시 분노와 복수심으로 일그러졌고,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제임스의 배를 힘껏 걷어차 그를 마치 샌드백처럼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이 개 같은 자식! 나를 미국으로 속여 데려와 은 선생님 앞에서 큰 잘못을 저지를 뻔하게 만들다니! 너를 죽여도 분이 안 풀릴 것 같다!!”제임스는 계속 공중에서 회전하며 다급하게 외쳤다. “핫토리 카즈오 씨! 저도 선생님과 같은 피해자입니다! 이 모든 건 옆에 있는 배호영의 명령에 따른 것이지, 진짜 주범은 제가 아니고 저 놈이라고요!” 배호영은 이 말을 듣고 즉시 반박하며 소리쳤다. “핫토리 카즈오 씨, 저 놈의 말에 속지 마세요! 이 놈은 아주 많은 나쁜 짓을 저질렀고, 이번에 저희 이가 닌자를 이용하자고 한 것도 저 놈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제임스는 서둘러 변명했다. “핫토리 카즈오 씨, 저 놈이 하는 말은 다 헛소리입니다! 저 놈이 혜리를 손에 넣으려고 미쳐 있었어요! 제가 여러분을 모셔온 건 전부 저 놈의 지시에 따른 겁니다! 그러니 잘잘못은 분명히 가려야죠. 저 놈의 말에 속지 마십시오!” 핫토리 카즈오는 냉소를 띤 목소리로 말했다. “제임스, 네 정체를 내가 모를 줄 아냐? 배호영도 제대로 된 놈은 아니지만, 너는 더더욱 쓰레기 같은 놈
핫토리 카즈오는 마음이 급격히 불안해졌다. 그는 페이셔스 그룹의 힘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만약 페이셔스 그룹이 정말로 일본으로 사람들을 보냈다면, 이가 닌자가 타겟이 되는 건 시간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페이셔스 그룹의 고수들이 일본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들의 정보원들은 이미 이가 닌자에 대해 철저히 조사했을 가능성이 컸다. 따라서 그는 이미 쇠락한 이가 닌자가 페이셔스 그룹의 고수들 앞에서는 전혀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게다가 페이셔스 그룹은 배호영을 납치하고 그의 귀를 자른 모든 책임을 카즈오에게 뒤집어씌울 것이다. 만약 그들이 이가 닌자를 찾아낸다면, 결코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이번 일로 인해 이가 닌자가 멸문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카즈오는 온몸이 긴장으로 얼어붙었고, 당장이라도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위험을 알리고, 이가 닌자 전원을 숨기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이 저택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블랙 드래곤 대원들의 철저한 감시를 받고 있었고, 외부와 연락할 방법도 전혀 없었다. 답답한 상황 속에서 그는 급히 단도를 들어 배호영의 목에 들이대며 위협했다. “너희 가족의 연락처를 당장 말해! 지금 당장 방법을 찾아 그들에게 전화를 하겠어! 만약 내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험이 닥치면, 내가 널 죽여 복수할 것이다!” 배호영은 단도의 날이 자신의 피부를 찢는 것을 느끼며 온몸을 떨었다. 그리고 다급히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씨, 이건 전부 오해입니다! 저에게 전화기만 주신다면, 당장 아버지에게 연락해서 모든 고수들을 뉴욕으로 다시 불러들이고, 캐나다로 가서 제임스 일가를 몰살하라고 하겠습니다!” 제임스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핫토리 카즈오 역시 포로가 되어 외부와의 연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배호영을 비웃으며 말했다. “배호영, 넌 정말 멍청하구나. 이미 여기까지
시후는 더욱 신중해졌다. 그래서 공연이 끝나지 않는 한, 불필요한 경우 절대 이 문 밖을 나서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한편, 옆방의 박스 안...안산과 시후의 외할머니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안충주와 그의 아내가 두 노인 옆에 앉아 있었다. 그 맞은편에는 안태풍 부부와 안재남 부부, 그리고 시후의 이모 안유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제이크 한은 바 테이블로 가서 위스키 한 잔을 따라 바 스툴에 앉아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Samson 그룹 사남매와 시후의 세 외숙모 외에도, 안태풍의 두 아들, 안재남의 큰딸, 그리고 안유진의 12살 된 외동딸이 있었다. 이들 모두 시후의 사촌 형제자매이며, 동시에 혜리의 팬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로스앤젤레스에서부터 이곳까지 따라온 것이었다.안충주의 두 딸도 혜리를 좋아했지만, 큰 딸은 스탠퍼드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고, 둘째 딸은 영국에서 유학 중이었다. 두 사람은 학업으로 바쁜 탓에 오늘 아침 일찍 학교로 돌아갔다. 두 딸은 이전에 할아버지가 위중했을 때 휴학계를 내고 함께 지냈던 만큼, 더 이상 학업을 미룰 수 없었다. 그럼에도 안충주의 두 딸은 Samson 그룹의 가족 채팅방에서 다른 형제자매들에게 공연 영상을 많이 찍어 업로드 해 달라고 부탁했다.시후는 영기를 통해 그들의 신분을 직접적으로 감지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이 나눈 대화를 듣고 각자의 신분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중 둘째 외삼촌 안태풍의 큰아들은 어릴 적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그는 아직 갓난아기였다. 반면, 셋째 외삼촌 안재남의 큰 딸과 이모 안유진의 외동딸은 시후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이때 안충주는 제이크 한이 혼자 술을 마시며 우울해 보이는 것을 눈치채고, 바 테이블로 다가가 그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물었다. “왜 그래? 아직 기분이 풀리지 않은 거야?”제이크 한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풀릴 게 뭐 있나... 우리 이렇게 오랜 세월 친구였으니 알잖아. 내
이 시각 시후의 모든 신경은 단 한 벽 너머에 있는 외조부모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는 김지우가 자신의 외할머니에게 공손하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사모님, 너무 겸손하게 말씀하지 마세요. 사모님께서는 은서의 외할머니나 마찬가지이시고, 회장님께서도 은서의 공연을 보러 오셨으니 저희야 말로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외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은서는 지금 전 세계 한국인 스타 중 가장 유명하죠. 은서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건 우리가 더 영광이지요.”옆에 있던 안산도 감탄하며 말했다. “미국에서 공연을 열 수 있고, 또 이렇게 큰 호응을 받을 수 있다니, 은서 양은 정말 한국인들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겠군.”시후의 외할머니가 말했다. “무슨 은서 양이라니, 그녀는 미래 손자 며느리잖아요. 그렇게 딱딱하게 부르지 말고, 은서라고 불러요.”안산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 당신 말이 맞아. 앞으로 은서라고 부르겠네.”김지우는 감탄하며 말했다. “두 분 정말 사이가 좋으시네요.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는 맨날 티격태격하시고, 한 치도 양보를 안 하세요.”안산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할아버지가 문제야. 남자가 편하게 살고 싶다면, 항상 아내에게 져줘야 하거든.”“그렇죠?!” 김지우는 웃으며 말했다.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이 비법을 꼭 전수해 드려야겠네요.” 웃음소리가 오가는 가운데, 김지우는 Samson 그룹 가족들을 박스 내부로 안내했다. 그녀는 박스의 기본적인 시설과 기능을 설명한 후 말했다. “공연까지 아직 40분 정도 남았으니 여기서 편히 쉬고 계세요. 지금 관객들이 입장하기 시작할 겁니다. 저는 나가서 확인 좀 해보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호출 벨을 누르시거나 저에게 연락 주시면 됩니다.”외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고생이 많아요, 매니저. 바쁜 일이 있으면 가서 해요, 우리야 괜찮아요.” 그러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물었다. “참, 매니저. 공연 끝나고 은서가 시간이 괜찮을까요? 만약 괜찮다면 잠시 얼굴
시후는 김지우가 유나에게 은근히 밖으로 나가지 말 것을 암시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시후 자신도 웬만하면 밖에 나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야 외조부모와 마주칠 가능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유나는 김지우의 의도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거의 망설임 없이 말했다. “매니저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어디도 안 갈 거예요.”김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시간을 확인한 뒤 말했다. “오늘 공연은 옆방에도 몇몇 귀빈들이 계실 예정입니다. 그분들은 10분 후에 도착하실 거라 제가 나가서 그분들을 맞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더 이상 두 분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매니저님, 바쁘신데 일 보세요. 저희는 괜찮습니다.”“알겠습니다.” 김지우는 고개를 끄덕인 뒤, 시후에게도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저는 먼저 나가보겠습니다.”김지우가 나간 후, 시후는 약간 멍한 상태로 응접실 소파에 앉았다. 외조부모가 이제 10분 후에 도착한다는 생각에 긴장과 불안감이 다시 밀려왔다.유나는 시후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그의 옆에 앉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여보, 무슨 일이에요? 몸이 안 좋아요?”시후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며칠 동안 이곳저곳을 오가느라 좀 피곤한 것 같아요.”유나는 자책하며 말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우리 차를 끌고 오지 말 걸 그랬어요.. 운전하느라 고생했을 텐데다가, 나랑 여기저기 다니느라 더 피곤했겠죠..” 그러더니 곧 덧붙였다. “내일은 아무 데도 가지 말고 호텔에서 푹 쉬어요. 돌아갈 때는 내가 운전할게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잠깐 쉬면 나아질 거야. 걱정하지 마요.”유나는 시후가 억지로 괜찮은 척한다고 생각하고 그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여보, 앞으로 피곤하면 미리 말해줘요. 우리의 모든 계획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건강이 제일 우선이잖아요.”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
“별 말씀을요.” 김지우는 진지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이 저희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오히려 저희가 은 선생님께 폐를 끼친 거죠.” 그러면서 일부러 덧붙였다. “사모님, 저희가 최근 풍수 문제로 인해 은 선생님을 뉴욕으로 자주 오가게 하여 사모님과 보낼 단둘만의 시간을 방해했을 텐데, 부디 너그럽게 봐주세요.”유나는 그녀가 일부러 한 말인지 모르고 급히 말했다. “매니저님, 과찬이세요. 이건 제 남편의 본업이니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김지우는 미소를 띠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는 유나에게 더 많은 암시적인 말을 하고 싶었지만, 시후 앞에서 선을 넘을 수는 없음을 알고 적당히 멈추었다. 그러고는 웃으며 말했다. “은 선생님, 사모님, 제가 두 분을 VIP 박스 좌석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시후는 김지우가 적절히 멈추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매니저님.”“별 말씀을요.” 김지우는 환하게 웃으며 시후와 유나를 VIP 통로로 안내했다.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올라갔다.공연장의 규모가 컸기 때문에 VIP 박스는 7~8층 높이에 위치해 있었다. 이 고층 구역은 공연장의 VIP 구역으로, 입구와 각종 시설, 통로가 아래 관중석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 VIP의 프라이버시가 철저히 보호되고 있었다.오늘 밤의 공연은 시후와 유나, 그리고 외조부모 일가에게만 두 개의 VIP 박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다른 박스는 모두 개방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층에 있는 직원의 수는 매우 적었고, 출입구에만 보안 요원이 배치되어 있었으며 안쪽은 텅 비어 있었다. 이는 고은서가 일부러 준비한 것이었다. 시후도 원래 조용히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Samson 그룹은 대중의 주목을 받는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의 보호가 필요했다. 직원이 적을수록 노출될 가능성도 적을 것이었다.김지우는 시후와 유나를 중앙 위치의 박스로 안내했다. 문을 열자 내부는 거의 호텔의 럭셔리 스위트룸처럼
오후. 외가와 마주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시후는 유나를 데리고 공연장에 미리 도착했다.이 시각 공연장 안팎에는 이미 많은 팬들이 초조하게 콘서트홀 내부로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입장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팬들은 공연장을 빈틈없이 에워싸고 있었다.다행히 공연장에는 별도의 VIP 통로가 있었고, 통로 외부에는 보안 요원이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곳은 팬들의 간섭이 없었다. 공연장에 도착하기 전, 시후는 고은서의 매니저 김지우에게 미리 연락을 해두었다. 그래서 그의 차가 VIP 통로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보안 요원은 차량 번호판을 확인하고 아무런 질문 없이 차단기를 열어주었다.이 VIP 통로는 전체적으로 지하 터널처럼 설계되어 있었다. 차량이 들어가면 경기장 지하로 곧바로 진입하게 되며, 통로는 완전히 직선으로 뻗어 있어 입구에서 들어서면 멀리에서 밝은 출구가 보였다. 그리고 VIP 리셉션 데스크는 이 통로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었다.VIP 통로가 이와 같이 설계된 것은 귀빈들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통로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매우 안전한 것이다. 주변은 매끄러운 콘크리트 벽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누구도 이 통로로 숨어들 수 없다.통로 중앙에 위치한 VIP 리셉션 데스크는 움푹 들어간 주차장으로, 일반적으로 귀빈들의 차량은 이곳에 주차 후 바로 공연장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퇴장할 때도 매우 편리했다.김지우는 바로 이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후가 차를 몰고 들어오는 것을 보자 그녀는 손을 흔들어 신호를 보냈다.시후는 헤드라이트를 깜빡이며 응답한 후 김지우의 안내에 따라 차를 주차장에 세웠다.주차장에는 이미 몇 대의 비즈니스 차량이 세워져 있었고, 시후는 한눈에 그것들이 고은서의 차량이라는 것을 알아챘다.유나는 약간 놀란 듯 물었다. “여보, 여긴 어디예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VIP 통로요. 오늘 저녁 공연을 VIP 박스석에서 관람할 거예요
창재가 놀라며 물었다. “사장님... 왜... 어떻게 홍콩으로 가시려고요? 그 사람이 분명히 사장님의 목숨을 노릴 텐데요...”이중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미국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건 결국 그런 사람으로 취급되니, 경찰이 나를 찾아왔다는 건 곧 강제 송환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일 거야.. 그렇다면 내가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게 되겠지..”창재는 다급히 말했다. “사장님, 그렇다고 이렇게 송환될 날만 기다리시면 안 되죠! 차라리 뉴욕을 떠나 숨어보는 게 어때요?”“아니.” 이중열은 손을 저으며 덤덤하게 말했다. “20년 넘게 숨어 지냈더니 이제 이런 생활에 너무 지쳤어. 더 이상 도망 다니면 내 자신이 나를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그는 창재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나는 늘 이곳을 떠나고 싶었지만, 늘 용기가 나지 않았어.. 하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결정을 내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창재는 긴장하며 말했다. “사장님, 도망 다니는 게 그래도 사장님이 살아남을 방법이잖아요! 만약 그 홍콩 부자가 사장님을 놓아줄 생각이 없다면, 돌아가자마자 목숨을 잃으실 거라고요!”이중열은 웃으며 말했다. “그가 내 목숨을 노린다 해도, 시기가 적절해야 할 거야. 설마 내가 막 송환되어서 홍콩에 도착한다고 하더라도 세관에서 날 해치려 들겠어? 게다가 난 미국에서 강제 송환되는 것이고, 세관 직원들이 반드시 나를 데리고 가서 절차를 밟을 거야. 유씨가 아무리 대단해도 세관에서까지 나를 건드릴 수는 없겠지. 그러면 나는 지인들에게 미리 연락을 취해 세관에서 가족들이나 지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있을 거야. 그들과 만날 수만 있다면, 외출할 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 그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창재야, 이 일은 더 이상 걱정하지 마. 날 설득할 수도 없고. 난 이미 결정을 했어. 넌 여기에서 이 식당을 잘 운영하도록 해. 나머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창재는 눈물이 그
그 시각 뉴욕 한인 타운.점심시간이라 이중열의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이었다. 그는 직원과 단둘이 정신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하지만 이중열은 손님을 대접하면서도 몰래 가게 밖을 계속 살피고 있었다. 아침부터 그의 가게 맞은편 도로에 한 대의 차가 계속해서 주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상대는 네 대의 차를 번갈아 가며 사용했고, 위치도 바꿨지만, 이중열은 그 네 대의 차가 모두 그의 가게 정문을 볼 수 있는 위치를 택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이 때문에 그의 마음속에 묘한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이중열은 뉴욕 경찰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그를 긴장하게 했다. 이중열에게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눈치챈 직원이 다가와 물었다. “사장님, 무슨 일이 있으세요?”“아니야....” 이중열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일해.”직원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장님, 힘드시면 조금 쉬고 오세요. 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이중열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가게를 떠날 생각은 없었다. 그때 맞은편 도로에 있던 차가 갑자기 시동을 걸고 한인 타운을 떠났다.이중열은 상대가 곧 다른 차로 교대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차가 떠난 후 더 이상 의심스러운 차량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그제야 조금 안도했다. 하지만 곧 다시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곧바로 소매 덮개와 앞치마를 벗고 직원에게 말했다. “창재야, 영업 중지 팻말을 걸고, 손님들이 다 나가시면 바로 문을 닫아. 그리고 아래층에 와라.”직원은 왜 그가 갑자기 서두르는지 몰랐지만,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렇게 하겠습니다!”이중열은 말이 끝나자마자 혼자 지하실로 내려갔다. 지하에는 두 개의 방이 있었는데, 그와 직원 창재의 침실이 각각 있었다. 이중열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에게 가장 의미
유가휘는 그동안 홍콩에서 여러 연애 관련 스캔들로 이름을 날렸고, 그와 사귀었던 모든 여성들은 마지막에 헤어지더라도 여전히 그를 보기 드문 신사라고 칭찬하곤 했다. 로맨틱한 재벌들은 많지만, 유가휘처럼 행동하는 이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이때, 홍콩은 이미 깊은 밤이었다. 유가휘는 비단으로 만든 잠옷을 입고 서재에 앉아 집사가 건넨 자료를 읽고 있었다. 자료를 몇 번이나 훑어본 그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자식을 이렇게 오래 찾아다녔지만 못 찾았는데, 뉴욕의 한인 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숨어 있었다니! 보아하니 꼴이 완전히 초라해졌겠군! 만약 그를 본다고 해도 아마 못 알아볼 정도일 거야!”집사는 급히 말했다. “대표님, 이중열이라는 자는 정말로 완벽하게 숨어 있었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20년 넘게 거의 면도를 하지 않고, 머리도 길게 기르며 분위기를 상당히 바꿨다고 하더군요. 이번에 미국 경찰이 그의 자료를 조사하지 않았다면, 그의 행방을 찾기도 어려웠을 겁니다.”유가휘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런데 미국 경찰이 왜 그를 조사했지? 미국에서 무슨 범죄라도 저질렀나?”집사가 대답했다. “제 정보통에 따르면, 며칠 전 뉴욕에서 일어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그를 의심한 것 같더군요. 게다가 미국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이라 경찰이 그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홍콩에서의 과거 자료를 찾아낸 것 같습니다.”유가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멍청한 자식! 난 늘 그 놈의 뛰어난 두뇌로 분명 새로운 신분을 얻어 금융이나 주식 같은 본업으로 돌아가 재기를 할 줄 알았는데.. 그런데 이렇게 초라한 식당이나 운영하며 살고 있다니, 정말 한심한 놈이군!” 사실, 유가휘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신사적인 모습과 달리 소심하고 앙심을 품는 성격이었다. 따라서 이중열에 대한 원한을 그는 지금까지 잊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중열이 너무 철저히 숨어 있는 바람에 오랜 세월 동안 그를 찾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유가휘가 사랑했던 여인은
이중열의 신분은 확인되었지만, 이는 오히려 제이크 한에게 약간의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는 좀 더 특이하고, 뭔가 음모가 숨겨져 있을 법한 정보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고 받은 내용은 그의 이중열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불식시키는 내용이었다. 베테랑 경찰관으로서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현재를 위장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과거를 완벽히 숨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많은 범죄자들은 과거를 지우고 모두가 존경하는 성공한 인물이 되었음에도, 결국 과거의 죄로 인해 감옥에 가게 되는 것이다.20~30년 전의 이중열에게 일어난 일들까지 밝혀졌으니 그와 혜리의 관계를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 따라서 혜리가 그의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는 것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또한 혜리가 식당에서 식사 중 우연히 안충주가 아버지의 건강이 위독한 상황을 언급하는 것을 듣고, 먼 길을 달려 약을 전달하러 온 것이라면, 이 역시도 납득할 수 있을만한 일이었다.이중열이 왜 CCTV의 하드웨어를 고의로 파손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제이크 한은 합리적인 설명을 할 수 있었다. 혜리는 유명한 스타이고, 이중열 역시 평범하지 않은 과거를 가진 인물인 만큼, 그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혜리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CCTV를 파손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 모든 일들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었으므로, 이 노선은 더 이상 추적할 필요가 없어졌다.결국 제이크 한은 경찰이 블랙 드래곤의 단서를 통해 사건을 더 깊이 파헤쳐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현재로선 블랙 드래곤이 가장 분명한 수사 방향이었다.그러나 부하의 목소리는 약간 무기력했다. “형님, 오늘 후임자인 브루노가 우리와 회의를 했습니다. 이 사건은 조사 방향을 피해자들의 신원 확인과 피해자 납치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 조사로 완전히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페이셔스 그룹 쪽도 윗선과 이미 이야기를 끝났습니다. 그래서 블랙 드래곤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 중단될 겁니다.”제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