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너머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임스, 내가 주문한 물건, 배송은 시작됐나?"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에서 가장 사랑받는 도련님, 배호영이었다. 배호영은 배유현의 큰아버지, 배해산의 장손으로, 올해 27세로 제임스와 동갑이었다. 배호영은 배유현보다 나이가 몇 살 많았지만, 그는 배유현의 사촌 조카나 다름없었다. 배호영의 아버지, 배한빈은 배유현의 가장 나이 많은 사촌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어린 배호영은 매우 불량한 성격으로, 아주 잔인하고 반항적인 바람둥이였다. 그는 명목상 페이셔스 그룹의 투자 펀드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저 이름만 걸어놓은 임시직에 불과했다. 사실 그는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자극을 찾는 데 사용하고 있었다. 배호영은 10대 때부터 가족들에 의해 최고급 사립학교에 보내졌고, 그곳에서 집안 배경이 매우 뛰어난 부유한 자식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일부 부유한 자녀들은 모여서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자신을 성공적으로 만들지 연구했지만, 또 다른 일부는 단순히 쾌락과 자극을 찾는 데만 몰두했다. 배호영은 후자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10대 시절부터 거의 모든 악행을 저질렀고, 점점 마음이 뒤틀리며 살인, 특히 잔인한 살인을 즐기는 무시무시한 취향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배호영 개인적으로 특별한 경로나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가끔 사람을 죽이게 되면 가족들이 뒷수습을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꾸중을 듣는 경우가 많아 어느 정도 자제를 해야 했다. 다행히 그의 친구 중에는 영리하고 대담한 제임스가 있었다. 제임스는 배호영과의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들기 위해, 배호영의 특별한 취향을 알아차리자마자 그를 위해 완벽한 채널을 마련해주었다. 과거에는 배호영이 스스로 먹이감을 찾아내고, 스스로 속여 먹이감을 잡은 다음 고문 후에 직접 시체를 처리해야 했다. 그러나 제임스와 친해진 뒤에는 제임스가 자청해서 그 모든 번거로움을 해결해주었다. 제임스는 배호영이
제임스는 배호영이 ‘물건’에 대해 묻자마자, 그가 말하는 물건이 어젯밤에 셋째 동생 제이콥이 바다에서 데려온 그 여자들 중 하나인, 이소분이라는 젊은 여자를 가리킨다는 걸 즉시 깨달았다. 배호영은 며칠 전 제출한 자료 중에서 한눈에 이소분을 보고 마음에 들어했으며, 그리하여 큰돈을 들여 제임스에게서 그녀를 사기로 했다. 보통 때 같으면 제임스는 이런 기회를 이용해 한몫 챙겼을 것이다. 그는 서비스를 제공했기에, 고객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배호영은 대단해졌다. 배호영의 할아버지 배해산이 마침내 그의 할아버지를 제거하고 권력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배호영의 아버지가 페이셔스 그룹의 새로운 권력을 차지하게 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사실은 배호영이 곧 페이셔스 그룹의 대표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며, 이제 황태자가 될 날도 머지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제임스는 이를 잘 알고 있었고, 배호영을 기쁘게 하기 위해 이소분을 고른 뒤 바로 그녀를 배호영에게 바치기로 했다. 제임스는 배호영이 뉴욕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자신이 여자를 데려와 곧바로 배달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배호영은 제임스의 이 선물을 기분 좋게 받아들였으며, 그는 밤새도록 기다렸고, 이제는 좀 조급해져 전화로 언제 뉴욕에 여자를 보낼 수 있는지 물어본 것이었다. 제임스는 이 때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그는 현재 배호영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놓고 페이셔스 그룹의 도움을 요청할지, 아니면 이 사건을 비밀로 하고 배호영을 포함한 VIP 고객들에게 알리지 말지 고민했다. 제임스는 물론 도움을 청하고 싶기는 했지만, 그는 동생을 죽인 범인을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들추면 VIP 고객들은 분명 한 번은 자신을 도와주겠지만, 그 이후로는 자신과 선을 긋고 거리를 둘 것이 분명했다. 심지어 사건이 지나간 뒤 그들은 자신을 죽여 입을 막을 가능성도 있었다.
제임스는 이 말을 듣자마자 호기심이 생겨 물었다. "도련님, 누구를 보고 마음에 드신 겁니까? 신상 정보를 주시면 제가 먼저 행적을 조사해 보겠습니다! 기회만 있으면, 어느 나라의 공주일지라도 꼭 데려오겠습니다!" 배호영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역시 제임스, 너 밖에 없어!" 그는 웃으며 다시 물었다. "제임스, 혹시 최근에 엄청 핫한 한국 유명 케이팝 스타 '혜리'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어?" "혜리?!" 제임스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도련님, 농담하시는 거 아니죠? 마음에 드는 사람이 혜리.. 입니까?!" 제임스도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혜리를 모를 리가 없었다. 혜리는 연예계에서 한국인들의 자랑이자, 현재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가장 큰 케이팝 스타였다. 게다가 그녀는 국민 아이돌로서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아름다운 외모, 몸매와 분위기 역시도 단연 다른 아이돌 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자신을 부잣집 자제인 것처럼 포장하는 일부 연예인들과는 다른 실제 상류층 출신이었다. Koreana 그룹은 한국에서 손에 꼽는 부호 집안이었고, 혜리는 그 집안의 외동딸이었다. 이처럼 그녀의 배경은 보통 부유한 가정과는 차원이 달랐다. 더욱이 그녀는 연예계에서 스캔들이나 복잡한 연애사를 갖고 있는 다른 스타들과는 다르게, 데뷔 이후 어떠한 스캔들이 없었기에 오점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팬들에게는 완벽한 여신이자, 완벽한 아이돌이었다. 제임스 역시도 사실 혜리의 팬이기도 했다. 그래서 배호영이 혜리를 노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는 깜짝 놀라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배호영은 무척 태연하게 말했다. "요즘에 전세계 남성들 중에서 혜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겠지? 그녀는 아마도 많은 사내들의 마음속에 있는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나 다름없을 거라고. 그러니 나도 당연히 그녀에게 한 번 접근해 보고 싶은 거지." 제임스는 갑자기 배호영에게 혐오감과 반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여신이 배호영의 손에 떨어지는 것을
그런 사람들이 실종된다고 해봤자, 문제가 커도 작은 지역 사회에서나 조금 주목받을 뿐이고, 지방 단위 뉴스에도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이렇게 되면 제임스는 안전했다. 하지만, 만약 혜리가 실종된다면, 이 뉴스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 것이다. 그때 만약 자신을 의심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이는 자신에게 재앙이 될 것이 분명했다.이 생각에 제임스는 급히 말했다. "도련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올해 27살이니 결혼할 나이가 가까워지지 않으십니까. 만약 혜리를 정말 좋아하신다면, 그녀를 정식으로 아내로 삼으시는 건 어떨까요..." 배호영은 제임스를 비웃으며 말했다. "혜리를 아내로 삼는 게 네 생각처럼 쉬운 일이겠어? 그녀는 오랫동안 자신의 이상형을 찾고 있으며, 그 이상형 외에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고. 이런 상황에서 내가 그녀를 따라다녀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을 걸. 그럴 바엔 차라리 납치하는 게 낫지." 그는 이어 말했다. "게다가 난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어. 결혼은 재미가 없잖아~ 결혼하면 지금처럼 자유롭게 살 수 없고.. 난 나무 한 그루 때문에 숲 전체를 포기할 생각이 없거든." 제임스는 당황하며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결혼을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배호영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지. 나중에 일어날 일은 나중에 생각하면 돼. 아 참, 네가 개발 중인 그 섬 있잖아? 그녀를 그 섬으로 데려가서, 충분히 즐긴 후에 죽이고 시체는 화장해서 뼛가루를 바다에 뿌리면 돼. 그럼 아무도 우리가 한 짓이라는 걸 모를 거야." 제임스는 식은땀에 뒤덮여 신경이 마비되는 느낌이었다. 그는 순간 어떻게 배호영의 말에 답해야 할지 몰랐다.배호영은 제임스가 주저하며 밀당을 하고 있음을 눈치채고는, 목소리를 차갑게 낮추며 물었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말하는데, 왜 이렇게 답을 질질 끄는 거야? 나를 돕고 싶지 않다는 거야? 만약 네가 못하겠다면, 나는 다른 사람을 찾아서 시키면
제임스는 계속해서 방법을 생각하며 배호영을 설득하려 했지만, 배호영은 이미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젠장... 내가 지금까지 손댄 여자들을 다 합쳐도 혜리 하나보다 안 돼... 만약 혜리도 내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내 인생은 진정으로 완벽해질 거야! 그리고, 지금까지 손댄 여자들은 다 별 배경 없는 평범한 애들이라, 사건 후에 큰 문제가 없었지.. 솔직히 말해서 이제 그런 건 질렸어. 더 짜릿한 게 필요해!”제임스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 도련님, 혜리는 확실히 최고의 여성이기는 하지만, 이번 일은 정말 위험이 너무 큽니다.. 만약 들통이라도 나면, 도련님도 빠져나가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배호영은 더욱 흥분하며 말했다. "위험이 있으니까 더 짜릿한 거야!" 그는 진지하게 덧붙였다. "각 분야에는 최고 목표가 있잖아. 축구 선순들은 월드컵에 진출하기를 원하고, 달리기 선순들은 올림픽 금메달을 원하지. 누구라도 세계 챔피언이 되고 싶지 않겠어? 내게 혜리는 세계 챔피언 트로피나 다름없어. 그녀는 내 인생의 세계 기록이라는 거지!" 잠시 말을 멈춘 후, 배호영은 다시 말했다. "게다가, 혜리는 곧 연예계를 은퇴할 예정이야. 이번이 그녀의 마지막 은퇴 투어라고 했지.. 이게 그녀가 마지막으로 대중 앞에 서는 기회라고! 그리고 운 좋게도 첫 공연을 뉴욕에서 시작한다고 하지 뭐야?! 이건 운명이야! 하늘이 내게 기회를 주시는데, 내가 이걸 놓치면 안 되지!" 제임스가 무언가 더 말하려 하자, 배호영은 이미 점점 더 흥분하여 웃으면서 말했다. "이번에 혜리를 손에 넣으면, 나는 모든 순간을 녹음하고 녹화할 거야. 모든 상황을 다 찍어서 내가 죽은 후에 세상에 공개할 거야! 사람들이 나의 또 다른 면을 알게 되는 거지. 하하하! 그때 나는 몇 달 동안 전 세계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될 걸?" 제임스는 이런 악마들을 섬기기 위해 머리를 굴려 수많은 계획을 세워왔고, 그들이 더 악하게 행동하도록 부추기는 데
화려한 조명과 불빛이 WS 그룹 회장의 저택을 밝히고 있다.오늘 밤은 WS 그룹 신옥희 회장의 칠순 잔치가 열리는 날이다.그녀의 손자, 손녀들과 그 배우자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여 선물을 전했다."할머니께서 차를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1g에 700만 원이나 하는 세상에서 제일 귀하다는 이 대홍포 차를 선물로 드리려고 중국까지 다녀왔답니다. ""할머님께선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셨지요? 다이아몬드가 세팅 된 은십자가가 흠잡을 데 없는 이 묵주는 6,000만 원도 넘어요."화목하고 행복한 분위기 속에 예쁘게 포장된 색색의 꽃과 선물 상자를 바라보며, 생일 파티의 주인공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미소 지었다.한 남자의 말이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깨었다. 그 때 갑자기 그녀의 맏손자사위인 은시후가 말했다. "할머님, 정말 죄송하지만.... 부디 저에게 2억 원만 빌려주실 수 없을까요? 보육원의 이씨 아주머니가 비인두암 3기 진단을 받아서 치료비가 필요해요..." 온 가족들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충격과 경악을 감추지 못하며 시후를 바라보았다.더부살이 중인 이 손자사위는 정말이지 염치도 없고 뻔뻔했다! 칠순 생일파티 날 할머님을 위해 생신 선물을 준비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뻔뻔하게도 그녀에게 2억 원을 빌려 달라고 부탁하다니...! WS그룹 김영식 전 회장이 아직 건재하던 3년 전 어느 날, 은시후와 함께 저택에 돌아와선 손녀인 유나와 결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당시 시후는 찢어지게 가난하고 불쌍하기 짝이 없었다.김영식 전 회장은 유나와 시후가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그 후 WS그룹 일가 모두 시후를 내쫓으려 했지만, 그는 온갖 모욕과 조롱을 받는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늘 태연 했고, 데릴 손자사위로서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그런 그가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할머님께 돈을 빌려야 했다. 시후를 거두어 그를 절망에서 구원해 주었던 이씨 아주머니가 비인두암에 걸리고 말았다
10억 원?!시후는 자신이 들은 액수에 당황했다. 그의 두 눈은 충격에 휘둥그레지고,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그는 할아버지가 굉장한 부자라는 건 알았지만, 그 당시의 시후는 돈의 개념을 이해하기엔 너무나 어렸다. 그래서 집안 재산이 얼마나 되는 지까진 몰랐던 것이다.드디어, 지금, 이 순간 이해할 수 있었다. 10억 원이 푼돈이라면, 조부의 재산은 몇 조 원은 족히 넘을 거라는 것을 의미했다.솔직히 말해서, 순간 그의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시후는 돌아가신 부모님과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된 원흉이 할아버지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결코 간단히 할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다.시후의 동요를 감지한 박 기사는 재빨리 말했다. "도련님은 집안의 유일한 상속자입니다. 회장님의 전 재산은 도련님의 것이나 다름없죠.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건 도련님 아버님의 것이지만요.""회장님께선 도련님만 집으로 돌아와 준다면, 총 사업규모 수백조 원에 달하는 가족 사업을 물려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직도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으시다면... 이 돈은 도련님의 생활비로 써 주십시오.""아 그렇지, 알려드릴 소식이 하나 더... 어제 할아버님께서 한국 최대 우량기업인 엠그란드 그룹을 통째로 인수하였답니다. 주식 전량이 현재 도련님 명의로 되어있으니, 내일부터 회사 경영권을 행사하실 수 있답니다!"박 기사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아 어안이 벙벙했다.자신을 위해서 그런 막대한 투자를 하다니, 조금 과한 게 아닌가?한도 10억짜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 카드에 자산 총액 300조 원의 엠그란드 그룹이라니...!엠그란드 그룹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었다. 그 어떤 유망하고 영향력 있는 재벌가도 엠그란드 그룹 앞에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오늘 그를 욕보인 재벌가 모두..... WS 그룹, 로이드 그룹을 포함해 여전히 시후의 아내를 넘보고 있는 대현 그룹 마저도, 엠그란드 그룹 앞에선 평범한 사람들에 불과했다.그런 대단한 회사가 이제 그의 것이라
다음 날 아침, 식사 준비를 마치고 시후는 스쿠터를 타고 엠그란드 그룹 본사로 향했다.그는 엠그란드 회사 주차장 한편에 스쿠터를 세웠다. 시후가 시동을 끄자 곧 그의 맞은 편으로 검은색 벤틀리가 천천히 들어왔다.무심코 고개를 들자 한 젊은 커플이 차에서 내리는 것이 보였다.고급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 입은 남자는 한 눈에 봐도 이지적인 느낌의 미남이었다. 한편, 여자 쪽은 화려하게 빼입고 있었다. 다소 천박한 느낌은 들었지만, 그녀 또한 미인이었다. 알고 보니 두 미남 미녀는 유나의 사촌 김혜빈과 그녀의 약혼자 임현우였다.그들이 왜 여기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맞닥트려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불 보듯 뻔했다.시후는 그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어째선지 그들에게서 도망치면 도망칠 수록 마주치게 되었다. "어머, 시후 씨 아니에요~" 시후를 발견한 혜빈이 큰 소리로 불렀다.혜빈은 친근하게 다가왔지만, 시후는 소름이 온몸을 타고 퍼지는 것을 느꼈다.아는 척하는 사람을 그냥 무시하고 갈 수 없었기에, 시후는 예의상 웃으며 물었다. "아, 혜빈 씨... 여기엔 무슨 일로 왔죠?" 혜빈은 비아냥거리며 대답했다. "저희야 엠그란드 그룹 이태리 부회장님을 만나러 왔죠."그리곤 그녀는 임현우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로이드 그룹은 전부터 엠그란드 그룹과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거든요. 앞으론 로이드 그룹뿐 아니라 WS 그룹의 미래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시후는 로이드 그룹이 엠그란드 그룹의 사업 파트너 중 하나라는 사실을 몰랐다. 막 회사를 인수했기에 세부 사상을 검토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공손한 미소를 지으며 "현우 씨, 사업 수완이 대단하시네요! 두 분 정말 너무 잘 어울리세요."라고 말했다.현우는 시후를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이 새끼는 어제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망신을 당하고도, 지금 어떻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을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