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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3장

황석례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클라우디아, 제발...! 날 빨리 죽여줘! 총으로 한 방에 끝내 달라고! 부탁이야! 만약 날 불태워 죽인다면, 너는 평생 그 그림자 속에서 살게 될 거다! 너 역시도 밤낮으로 괴로움에 시달리는 걸 원하지 않겠지?!"

클라우디아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앞으로 나아갈 거야. 그리고 평생을 증오 속에서 살고 싶지도 않아. 네가 불에 타서 재가 되는 것을 직접 봐야, 내가 더 이상 너를 미워하지 않게 될 것 같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몇 달 동안 준비했던 라이터를 꺼냈다. 이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생전에 가장 좋아하던 라이터였고, 뚜껑을 열면 맑고 경쾌한 소리가 났다. 예전에는 그 소리가 들리면 아버지가 또 담배를 피운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아버지에게 다가가 몇 마디 타박을 하곤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녀는 같은 종류의 라이터를 하나 샀다. 그녀는 부모님과 가족들이 가장 그리울 때마다 그 라이터를 꺼내 익숙한 소리를 들으며 라이터의 불을 바라보았고, 가족들과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을 떠올렸다. 그녀는 이 의미 깊은 라이터로 황석례와 함께 죽을 계획도 세워 두기도 했다.

이제, 그녀는 라이터의 금속 뚜껑을 조심스럽게 밀어 올렸다. 라이터는 다시 한번 '땅'하고 소리를 냈다.

그 맑은 소리가 넓은 화물창고 안에 울려 퍼지며 묘하게 여운을 남겼다.

그 순간, 클라우디아는 세상이 천천히 멈춰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라이터 측면에 있는 가느다란 바퀴를 천천히 굴리며, 불꽃이 그녀의 눈앞에서 천천히 터져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 다음, 불꽃은 라이터에서 나온 가스에 점화하며 '펑'하는 소리와 함께 길고도 굵은 불길이 솟아올랐다.

흔들리는 불빛을 통해 그녀는 극심한 공포로 인해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진 황석례의 얼굴을 보았고, 그의 히스테리컬한 울부짖음도 들을 수 있었다.

클라우디아는 고개를 들어 불빛에서 눈을 떼고, 황석례를 바라보며 평온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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