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충환이 동의하는 것을 보고 헬레나는 매우 기뻐하며 주저 없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이제 돌아가서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깜짝 놀란 두 수행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어서 나와 함께 돌아가죠!”두 사람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할 시간도 없이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공주님!"은지환은 헬레나가 괜찮아 보이는 것을 보았고,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던 음란한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녀에게 키스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분명히 다시 기회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서둘러 말했다. "자기, 내가 당신과 같이 갈게요!”헬레나는 은지환에게 미소를 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아니에요.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 저와 함께 갈 수 없어요. 서둘러 회장님과 함께 돌아가세요. 저는 호텔로 돌아가 정리하고 다시 갈게요!"은충환도 말했다. "지환아, 헬레나 공주의 말이 옳다.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빨리 돌아가야 한다. 친척들이 오는 시간을 9시 30분으로 변경했으므로 우리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박상철 집사에게 다시 물었다. "박 집사, 시후에게 시간이 미뤄진 건 말했나?"박상철 집사는 서둘러 말했다. "예, 말씀드렸습니다.”"그래." 은충환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한숨을 쉬었다. "오늘과 내일은 10년 정도 만에 우리 가족 전체가 모이는 성대한 모임이자 우리 그룹이 국내 최초의 재벌가로 돌아가는 서막이기도 해. 이제 엘에이치 그룹은 쇠퇴하기 시작했고, 우리 LCS 그룹의 또 다른 구성원이 돌아올 것이니.. 머지않아 LCS 그룹이 정상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은정공, 은지환, 심지어 은호진과 옆에 있던 다른 가족들은 이 말을 듣고 언짢아졌다. 은충환이 말한 최고의 재벌가로 돌아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시후라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 회장은 정말로 시후를 미래의 LCS 그
”게다가 난 올리비아가 두 사람에게 나를 따라가라고 부탁했을 뿐 아니라, 내가 갑자기 아프면 즉시 LCS 그룹의 눈에 띄지 않게 치료해 달라고 한 걸 알고 있어..하지만 오늘 일이 그룹에 알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두 사람을 당연히 비난하겠지.. 그러니까.. 우리 셋이서 그런 일은 아예 없었던 척 함으로써 두 사람도 책임을 지지 않고 나에게도 한 번 기회를 주는 거.. 어때?”두 수행원은 눈빛을 교환했고, 동양인 수행원이 말했다. "헬레나 공주님, 저희는 지금 올리비아 공주님에게 굳이 답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영상을 삭제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겠습니다!""오케이!" 헬레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와서 메이크업을 도와줘."…….이때 시후는 이미 셔츠와 양복을 입고 고은서의 도움을 받아 넥타이를 매고 모든 것을 정리한 뒤 거실에 앉아 박상철 집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임지연이 준비한 슈트는 마치 맞춤 제작한 것처럼 딱 맞는 사이즈였다. 그리고 슈트의 재질, 디자인 모두가 최고급이었다. 이 정도 슈트는 최고의 장인이 수작업으로 제작하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브랜드라 할지라도 그러한 분위기를 가지기 어렵다. 그리고 이 정장을 입은 시후의 분위기는 상당히 고급스러워졌다.고선우조차도 시후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시후야, 이 옷은 정말 네게 완벽하게 잘 어울린다..!” 시후는 훤칠하며, 얼굴은 동안이면서 소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남다른 비율과 짙은 감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고급스러운 옷을 입자 더욱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맞춤 제작한 것처럼 사이즈가 딱 맞는 양복 때문이 아니겠습니까?”옆에 있던 고은서가 서둘러 말했다. "오빠는 모를 거야. 원래 그 디자이너에게 양복을 맞춤 제작해달라고 하기 위해서는 직접 런던으로 가서 치수를 재야 해. 그런데 오빠의 정장 사이즈를 결정하기 위해 어머니와 특별히 오빠와 비슷한 체형의 마네킹
고선우는 다른 사람이 따라오지 못하게 하고 혼자 문 밖으로 나갔다. 그는 밖에서 박상철 집사를 보자마자 재빨리 다가가 박상철 집사와 악수를 하고 웃으며 말했다. "집사님! 나는 당신을 한동안 만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지내고 있는데 자주 만나러 오지 않으시더군요!”박상철 집사는 정중하게 말했다. "회장님! 최근에 제가 바빠 자주 뵙지 못했습니다. 안색이 점점 좋아지고 있으십니다?!"고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시후에게 감사하지요. 그렇지 않으면 아마 집사님이 내 무덤을 방문해야 하셨을 지도요..”"그렇습니다.." 박상철 집사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도련님의 능력은 이미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고선우는 여전히 박상철 집사의 손을 잡고 한숨을 쉬며 진지하게 말했다. "하아.. 집사님, 오랜 세월 동안 시후를 비밀리에 보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 고선우 회장은 이 친절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박상철 집사는 놀라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회장님, 제게 너무 예의 바르게 행동하십니다... 그건 모두 제가 해야 했던 일이었을 뿐입니다.. 은서준 상무님께서는 늘 저에게 친절을 베푸셨어요.. 그러니 도련님을 제가 보호한 것은 망설임 없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고선우는 진지하게 말했다. "집사님, 정말 정이 많고 의로우십니다.. 서준 형님이 정말 사람을 잘 보셨네요!”박상철 집사는 약간 미소를 지으며 정중하게 말했다. "회장님, 그런 면에서는 회장님께서 저보다 훨씬 낫지 않으시겠습니까?!"고선우는 한숨을 쉬었다. "하아.. 집사님..! 이렇게 비슷한 사람들이니 우리는 조금 더 자주 만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회장님과 나는 서준 형님을 따르고 그의 은혜를 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는 공통된 경험과 주제가 있으니 자주 만나 술이나 함께 마시며 옛날 이야기를 좀 하시지요.” 그렇게 말하면서 고선우는 진심으로 말했다. "집사님, 솔직히 말해서 당신은 늘 제 마음 속에는 친구나 마찬가지였고, 서준 형
고선우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셨듯이 시후가 LCS 그룹의 회장이 되는 것은 첫 번째 단계일 뿐입니다.. 서준 형님의 복수를 하고 LCS 그룹을 세계 정상의 기업으로 이끄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고요..! 저 고선우 회장은 시후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헌신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들 모두 최선을 다할 것이고요!"박상철 집사는 이 말을 듣고 즉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회장님, 회장님께서는 은서준 상무님과의 의리를 끝까지 지키시는 군요..! 정말 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게 되실 겁니다..!”고선우는 급히 그를 일으켜 세우며 진지하게 말했다. "집사님, 이렇게 하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이제부터 집사님과 나는 동지, 전우가 될 테니까요! 우리는 함께 일하고 늘 협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시후가 LCS 그룹을 물려받을 수 있도록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고요!"박상철 집사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해했습니다! 사실 오늘은 제가 지난 20년 동안 한결 같이 기다려온 날입니다!"고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알겠습니다! 집사님의 말씀에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시후는 준비됐으니 저를 따라오세요.""예 알겠습니다!" 박상철 집사는 고선우를 따라 별장으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가 시후를 본 박상철 집사는 놀란 표정으로 "도련님, 오늘 정말 멋지게 차려 입으셨군요..?”라고 말했다.시후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집사님, 제가 전에 듣기로는 9시 이전에 모두 모인다고 하지 않았나요? 왜 갑자기 시간이 9시 30분으로 바뀌었나요?"박상철 집사는 당황하며 말했다. "아아..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서 30분 정도 시간을 미뤘습니다.. 헬레나 공주님께서 심장마비로 병원에 실려 가셨고, 위험에서 벗어나셨습니다.”고은서는 "어? 헬레나 공주가 정말 심장 마비를 앓았나요?”라고 소리쳤다.박상철 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상황이 매우 위험했고, 의사는 몇 시간 밖에
LCS 그룹과 Koreana 그룹 모두가 차량을 준비했기 때문에, 고선우는 Koreana 그룹의 자동차 행렬을 시후를 뒤따르게 하여 시후의 체면을 조금 더 세워주고 싶었다. LCS 그룹으로 가는 길에 박상철 집사는 직접 차를 몰았고 시후에게 오늘 헬레나에게 일어난 일을 자세히 보고해주었다.시후는 이것을 모두 듣고 난 뒤 세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헬레나는 진실을 숨겼고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둘째, LCS 그룹이 남을 비난하는 것은 조금 뻔뻔하다. 셋째, 헬레나와 LCS 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며, 양측 모두 약삭빠른 편이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상대일 것이다. 게다가 그는 헬레나의 현재 상황이 거의 끝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었다. 은 회장은 한국에서 그녀를 돌려보내기 어려울 것이고, 노르웨이 왕실 측에서는 그녀의 어머니를 인질로 삼아 위협하며 쉽게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다. 이제 그녀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후는 헬레나를 도울 생각은 없었다. 첫째, 시후는 그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둘째, 헬레나는 불쌍하기는 하지만 너무 교활하다. 이런 사람은 너무 많은 접촉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스무 대의 롤스로이스가 LCS 그룹을 향해 몰려가고 있을 때, 은충환은 이미 모든 LCS 그룹 구성원을 직접 데리고 나와서 시후를 맞이하도록 이끌었다.군중 속에서 헬레나는 이미 아주 격식 있는 드레스로 갈아입고 아주 단정하게 화장을 했는데, 그녀가 조금 전까지 죽음을 맞이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알 수 없을 정도였다.이때 은충환은 특히 흥분해 있었다. 그는 시후에 대해 많은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시후의 예측할 수 없는 강한 힘뿐만 아니라 시후가 엘에이치 그룹과 중동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힘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시후는 사람을 다시 살리고 젊게 만드는 비법까지 터득했다. 헬레나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손가락을 쥐고 살아났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고, 재벌가 사이에서 죽어가던 췌
박상철 집사는 이미 앞차에서 내려 시후가 있는 문으로 재빨리 다가가 먼저 문을 열고 정중하게 말했다. "도련님, 도착했습니다.”시후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시후는 여전히 서둘러 차에서 내리지 않고, 옆에 탄 고은서에게 말했다. "은서야, 수고했어. 고마워. 나와 함께 와 줘서.”고은서는 상냥하게 미소를 지었다. "시후 오빠, 왜 나에게 그렇게 예의를 차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난 먼저 내릴 테니 저녁에는 데리러 오지 않아도 돼. 끝나면 박 집사님에게 데려다 달라고 할게.”"알겠어." 고은서가 서둘러 말했다. "그럼 난 집에서 기다릴게."시후는 답한 뒤 롤스로이스에서 내렸다.이때 은지환은 거의 분노하고 있었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옆에 있는 아버지 은정공에게 불평하고 있었다. "은시후 저 자식! 어디서 그렇게 큰 자신감을 얻은 건지 모르겠어요! 할아버지가 우리를 데리고 나가서 직접 인사를 드리고,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말이예요! 그리고 박 집사님이 문을 열어주라고 하고 말이지!”은정공은 그를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입 조심해라! 네 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모르는 거야?" 은지환은 화가 났지만 입을 다물었다. 그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지만, 감히 불만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했다.시후는 차에서 내려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대신 차 밖에 서서 차에 탄 고은서에게 손을 흔들며 돌아섰다.LCS 그룹 대부분은 시후의 태도에 불만을 드러냈지만 은충환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대신 그는 신이 나서 앞으로 나아가 시후의 손을 잡고 흐느껴 울었다. "시후야.. 집을 떠나 있었다가 마침내 돌아왔다..! 하늘이 우리 가족에게 축복을 주신 거야.. 이제 네가 우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나는 후회가 없다!"시후는 은 회장의 말이 별로 신빙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후는 그의 체면을 깎아내리지 않고 정중하게 말했다. "네 할아버지, 제가 몇 년 동
시후의 말을 듣고 은정공은 극도로 우울해졌다. 그는 시후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했다. 이제부터 LCS 그룹에 거주하게 될 것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시후는 공식적으로 LCS 그룹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걸..은정공은 속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 ‘이 자식이 이런 짓을 하다니 좀 역겹군...’ 그러나 그는 아버지 앞에서는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래 그래! 돌아오면 되는 거지!"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이어 은 회장은 셋째 삼촌 은정운, 넷째 삼촌 은정준, 고모 은소리, 은소원을 시후에게 소개했다.은소리를 시후에게 소개하자 은소리는 세심한 표정을 지으며 신이 났다. "시후야 이 고모가 몇 년 동안 기다렸는데, 드디어 돌아왔구나! 부모님이 정말 기뻐하실 거야!" 그녀는 말하면서 위선적인 말을 몇 마디 하려고 하다가 삼켰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리 짜내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시후는 은소리의 행동에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은소리는 재벌가 출신이다. 그러니 이러한 성격의 은소리는 평생 오만하고 포악하여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현재 그녀는 눈물을 흘릴 만큼 감정적인 사람은 아닐 것이었다. 그러니 그녀는 이렇게 연기를 할 능력이 없을 것이다.시후는 은소리가 연기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녀의 눈물은 그녀의 통제를 거부했다. 이에 시후는 살짝 웃으며 정중하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고모님." 반면 옆에서 침묵을 지키던 은소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벌써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은 회장이 그녀를 시후에게 소개했을 때 그녀는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고, 그녀는 울면서 시후의 손을 잡고 흐느껴 울었다. "시후야, 이번에 돌아온 거라면 다시는 떠나지 말아...”마흔 살쯤 된 작은 고모를 보며 시후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후의 작은 고모 은소원은 어렸을 때 나이차이가 났지만 그 당시 그녀가 방과 후에 매일 시후를 데리고 놀아 주었기 때문에 시후는 늘 그녀에
시후가 하나하나 가족들을 만나 인사하는 모습을 본 은충환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 "시후야 네가 돌아와서 다행이다. 우리 들어가서 앉자꾸나. 같이 즐거운 시간 보내고 옛날을 추억하자.. 시간이 곧 지나면 친척들도 방문할 거다..” 은 회장의 지시에 따라 모두 함께 별장에 있는 본관으로 이동했다.헬레나는 은지환을 따라가며 시후와 단둘이 소통할 기회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상황상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여 일시적으로 포기해야 했다.그룹 별장 본관.거대한 본관 중앙에는 지시에 따라 여러 개의 고급 나무 의자가 부채꼴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었다. 부채꼴 모양의 중앙에는 은 회장의 좌석이 있었고, 좌석 양쪽에는 양쪽에 10개 이상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이것은 모두 직계 식구들의 자리였다. 부채꼴 모양을 중심으로 수백 개의 간소한 접이식 의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데, 친척들을 위해 마련된 좌석이었다.은충환은 시후를 주 좌석으로 끌고 가서 오른쪽에 놓인 의자를 직접 가리키며 시후에게 말했다. "시후야, 만약 네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내 오른쪽 위치는 그의 자리였을 거다.. 이제 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으니 네가 그룹으로 돌아왔으니, 자연스럽게 이 자리에 앉게 될 것이다!” 은충환은 시후에게 자신의 오른쪽에 앉으라고 직접 요청했다. 이 행동은 너무나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모두를 놀라게 했다.규칙에 따르면 친척들이 방문할 때, 은 회장은 앞자리에 앉고 큰 아들이 왼쪽 자리에 앉고 둘째 아들은 오른쪽 자리에 앉기 때문이다. 옆에는 손자들의 차례이다. 손자들이 다 앉은 후, 딸과 손녀들은 바깥쪽에 나란히 앉는다. 손주, 손녀 들 중에서 다른 성을 가진 친척들은 앉을 수 없기 때문에 은소리, 은소원 부부와 자녀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둘째 아들 은서준 상무가 세상을 떠났으므로, 원래 규정에 따르면 은서준 상무의 자리는 셋째 아들 은정운이 이어받아야 했다. 12년 전 마지막 제사에서는 은정운이 실제로 은서준 상무의 자리를 대신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은충환이 은정운에게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