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무음 패러글라이딩 2개가 200m 상공에서 빠르게 비행하고 있었다. 이 무음 패러글라이딩은 리튬이온 배터리로 전기엔진을 구동하기 때문에 연료 엔진이 작동할 때 발생하는 소음이 없다. 패러글라이딩의 팬 리프 면은 매우 세심하게 설계되어 고속주행 시 공기소음도 적었다. 인간의 능력에서 부족한 실력을, 장비로 보완하는 것도 일본 닌자의 일관된 발전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일찍이 일본 닌자들은 온갖 종류의 장비들을 만들었는데, 분신술을 연마할 뿐만 아니라 화학에도 정통했다. TV에서 닌자가 땅바닥에 뭔가를 던지면 순식간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연기가 자취를 감추면 사람도 사라지는 건 허구의 장면이 아니라 역사에 실재한 것이었다. 고대 닌자들이 사용했던 그런 공은 사실 재래식 방법으로 만든 연막탄과 섬광탄이 혼합된 도구라고 할 수 있었다. 폭발할 때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강한 빛은 상대의 시각을 잠시 실명하게 하고, 연기는 퇴각할 때 완벽한 엄호 도구이기 때문에 상대의 시각이 회복되고 연기가 다 흩어질 때쯤이면 닌자는 이미 사라지는 것이다.사실, 그들은 사라졌다고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닌자는 카멜레온처럼 주변 환경에 따라 자신의 행적을 가장 잘 숨기기 때문이다. 표적이 도망갔을 것이라고 생각할 때 그들은 들보에 숨어 있거나 표적의 뒤, 물 속에 숨어있기도 한다. 그들은 평소에 독침을 불 때 사용하는 가느다란 대나무 막대기로 물 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다. 현대 닌자는 과학기술적 성과를 인술에 접목시켜 더 좋은 은닉 능력을 갖게 되었다. 예를 들어 그들이 착용한 복장에 있는 암흑 물질, 패러글라이딩은 모두 그들의 현대적 도구이기 때문이다.패러글라이더에 타고 있던 두 사람은 무선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말했다. "리더, 거리를 좀 조절해 볼까요? 상대방이 우리를 눈치채지 못하도록."“말도 안 돼. 지금 우리의 고도는 200m이니 직선거리에서 거의 1km나 된다. 이 정도 거리에서는 그들은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고 단서도 알아차리
닌자 리더는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불가리 호텔이 바로 시후가 묵고 있는 펜트하우스 건물 맞은편에 있는 것을 보고 조직원들에게 명령했다. "우리는 불가리 호텔의 옥상에 내려와 상대방을 감시할 것이고 나머지 두 사람은 아래층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 몸을 숨긴다. 먼저 목표를 철저히 감시해!"무전기에서 곧바로 "네, 리더!"이라는 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시커먼 패러글라이딩 두 개가 천천히 고도를 낮추더니 불가리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착지하자마자 리더는 다카하시 히데요시의 아버지 다카하시 마모치에게 전화를 걸었다.다카하시 마모치는 병원에 있었고, 장남 다카하시 히데요시는 양팔 강판 삽입 수술을 받고 수술을 마친 뒤 석고 깁스를 하고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마모치는 상대방의 전화를 받고 "덴바야시 선생,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라고 물었다.덴바야시 선생으로 불린 이는 바로 이 네 명의 닌자 중 리더를 맡고 있다. 그의 이름은 덴바야시 마사테츠(腾林正哲)이며, 덴바야시 가문은 일본 닌자술의 4대 명문 중의 하나이다. 일본 닌자술의 발전 과정에서 덴바야시 야츠타케(腾林保武)라는 이름을 가진 이는 이 닌자술이라고 불리는 인술을 집대성한 사람이었다. 이 덴바야시 야츠타케는 한때 일본 최고 가문이었던 도쿠가와 가문의 명사(名士)였다. 그는 서기 1676년 《만천집해(萬川集海)》라는 저서를 썼는데, 여기에는 한중일의 역대 명장 고수의 무학의 정수가 배합되어 있고, 한국의 《안국병법》, 중국의 《손자병법》, 《태공병법》 등이 참고되어 후에 닌자의 백과사전으로 추앙되었다. 그 이후로 덴바야시 가문은 일본 최고의 닌자술 가문으로 거듭났다.그리고 덴바야시 마사테츠는 덴바야시 가문의 후계자이다. 일본에서 닌자는 항상 최고의 가문과 함께 살아왔고, 전국시대 일본의 대가족과 막부 밑에서 그들을 위해 목숨을 바친 닌자가 많이 있었다. 현대에 들어 닌자는 점점 드물어지고 있지만, 진정한 닌자 고수들은 모두 최고의 대가족, 재벌가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는 닌자
지금 이 시각 도쿄 불가리 호텔.이곳은 도쿄에서 가장 럭셔리한 호텔 중 하나이다. 소민지와 소지빈은 이 호텔에 묵고 있다. 두 사람은 여기서 가장 비싼 방에 숙박하고 있었고, 두 사람의 객실은 바로 옆 호실로 붙어 있으며 통창으로 되어 아름다운 도쿄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소민지는 샤워를 마친 후 짧은 단발 머리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기에 머리를 빗으로 빗어 넘겼다. 사실 이런 올백머리 스타일을 했지만, 그녀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남다른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소민지는 자신의 몸에 남은 물기를 깨끗하게 닦은 뒤 집에서 가져온 실크 가운으로 갈아입고, 와인 한 잔을 들고 커다란 통창으로 향했다.그녀는 유리창 옆에 놓인 리클라이너에 살짝 누워 창밖의 야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자기도 모르게 시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의 오만하고 안하무인한 모습을 생각하니 또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가 한 모든 일이 무고한 한국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소민지는 자신도 모르게 그에 대한 존경심이 솟아올랐다. 사실 이국에 있으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능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을 원했다. 그렇기에 만약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사람이 괴롭힘을 당할 때 남을 위해 나서는 것은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는 것이다.이런 점에서 짐작해볼 때 그는 확실히 깡이 있는 사람이기는 했지만 미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실력이 좋으니, 미쳐도 나쁠 것은 없지만..생각에 잠겨 있던 중, 그녀의 핸드폰에 갑자기 카톡 메시지가 한 통 도착했다. 열어보니 오빠가 보낸 링크였다. 이어서 그는 민지는 링크를 열었고, 시후의 영상이 이미 천만 뷰를 돌파하고 2천만 뷰를 향해 가는 것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일본만 해도 인구 수가 1억2000여만 명이 넘는데, 이미 15%가 넘는 일본인이 이 동영상을 본 것이 아닌가..
그녀의 가운은 브이넥의 민소매로 혼자 있을 때는 방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지만 노출이 좀 있어서 가려야 했기 때문이다.화상회의가 연결되자 소수도는 영상에서 "지빈아, 민지야, 호텔에 도착했니?”라고 물었다."네." 소민지와 소지빈은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다카하시 그룹과는 어떻게 되었어? 미팅은 했고?”"아직이요. 오늘 저녁 호텔 회의실에서 협력 의사를 전달하려고 했는데, 다카하시 그룹에 작은 사고가 생겨서요. 아들인 다카하시 히데요시 씨가 다치는 바람에 아버지 다카하시 마모치 회장이 함께 병원에 간 걸로 알고 있어요.”소수도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그럼 협력에는 영향이 없고?”"다카하시 히데요시 씨가 행인에게 맞았어요. 하지만, 이번 사건은 우연한 해프닝이어서 협력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아요.”"그럼 다행이고.. 일단 두 사람 모두 두 그룹의 배경을 잘 알아본 다음 가장 좋은 선택지를 골라야 할 거다.” 그러자 소수도는 잔혹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반드시 실력이 가장 강하고, 늑대 같은 본성을 가진 그룹을 찾아 협력해야 해. 다카하시 그룹이든 이토 그룹이든 우리가 그 중 한 곳을 선택하면, 우리는 그들과 손을 잡고 남은 그룹은 없애 버릴 거다!”그러자 소민지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빠, 우리가 어느 한 곳을 택하면 협력에만 집중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굳이 남은 그룹과 맞서 싸울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오늘 너희 할아버지를 만나러 다녀왔다. 그런데 들어보니 LCS 그룹 역시도 해상 운송과 관련된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하더구나.. 그러니 만약 우리가 다카하시 그룹을 선택한다면, 그들은 분명 남아 있는 이토 그룹과 연합하겠지.. 만약 우리의 선택이 반대라도 마찬가지일 거다. 할아버지는 만약 우리가 다카하시 그룹을 선택한다면 다카하시 그룹과 손을 잡고 이토 그룹을 제거할 것이고, 만약 우리가 이토 그룹을 선택했다면 이토 그룹과 연합하여 다카하시 그룹을 하라는 뜻이었어.. 결국 L
소 회장의 생각은 그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소 회장의 아버지는 당시 전쟁에 참전했다. 전쟁터는 쇼핑몰과 달리 늘 필사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그의 비즈니스 철학은 매우 간단했다. 라는 것!이토 그룹과 다카하시 그룹에서 하나를 고르면, 남은 하나를 해치우자는 것은 소 회장의 눈에는 이런 상황과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바다로 나갈 때 두 척의 배가 있지만 한 척만 있으면 될 때.. 보통 사람은 마음에 드는 한 척을 골라 배에 올라 출항할 것이다.총명한 사람은 상세한 연구를 거쳐 종합 성능이 가장 강한 배를 선택할 것이고, 총명하지만 독한 사람은 종합적으로 성능이 가장 뛰어난 한 척을 선택한 다음, 출항하기 전에 남은 한 척을 가라앉힐 것이다. 단순히 한 척만 골라 탈 경우 남은 한 척은 자신에게 큰 복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경쟁자가 그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 자신에게 숨은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니, 한 척을 골라 타면 남은 한 척을 가라앉혀야 상대가 자신을 따라잡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는가? 그때가 되면 상대는 해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탄식할 수밖에 없고, 자신들에게 한참 뒤처질 것이다. 이런 사고 방식은 단순하고 거칠지만 매우 효과적이기는 했다.소수도, 심지어 소지빈과 소민지까지.. 아이들은 모두 평화로운 시대에 태어났으며, 평화로운 시대에서 적응하고 살다 보면, 점차 기성세대의 패기를 잃게 된다. 하지만, 소수도가 소 회장의 생각을 말하자 딸 민지는 가장 먼저 반응을 해왔다. "아버지, 할아버지의 이 전략은 정말 훌륭한 것 같아요! 이것은 LCS 그룹이 나아갈 길을 미리 끊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우리의 영향력도 증대시킬 수 있을 테니까요. 다카하시 그룹과 이토 그룹은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을 선택하든 다른 하나를 포기하면 굉장히 아까울 텐데.. 만약 그 중 하나를 포섭하고 합세하여 다른 하나를 삼키면, 더할 나
그리고 이 그림자는 바로 다카하시 가문의 닌자 덴바야시 마사테츠였다.마사테츠가 마침 불가리 호텔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다카하시 마모치 회장은 소지빈을 감시해 달라고 요청했고, 협상을 앞둔 갑과 을의 위치에서 상대방의 카드와 저가를 미리 알 수 있다면 굉장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비즈니스 협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바로 비장의 카드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이것은 포커 테이블 판과 같다. 다른 사람과 결탁할 때 상대방의 패를 알면 절대 지지 않을 것이니, 그 패가 상대방을 이길 수 없어도 미리 빠져나갈 수 있다. 만약 상대방의 패를 안다면, 상대방에게 사기를 당하지 않을 것이고 상대방이 작은 패를 가지고 일부러 기세를 부리고 허세를 부린다고 해도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경우 분명히 가장 큰 수의 카드를 가지고 있지만, 돈을 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상대방의 카드를 추측할 수 없고 심리적으로도 압박을 받기 때문에, 상대방의 허세에 놀라 일찍 게임을 그만두기 때문이다.그래서 다카하시 마사토시는 엘에이치 그룹의 비장의 카드를 보고 싶어 했다. 마사테츠가 녹음을 보내자 그는 이 녹취록을 듣고 놀라 진땀을 흘렸다. 엘에이치 그룹이 가진 비장의 카드는 좋은 카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소 회장의 전략이 바로 다카하시 그룹을 선택하면 이토 그룹을 죽이고, 이토 그룹을 선택하면 다카하시 그룹을 죽일 것이라니..? 다카하시 마모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의자에 혼자 앉아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엘에이치 그룹의 소 회장 그 늙은이, 그야말로 망할 짐승 같은 놈이었군..! 솔직히.. 나는 이토 그룹과 이렇게 오랫동안 싸웠지만, 상대방을 제거할 생각은 없었어. 그를 밟고 이길 수 있으면 충분하니까.. 그런데 이 소 회장 이 양반이 이렇게까지 모질게 굴다니.. 경쟁자의 퇴로를 끊기 위해 우리 그룹을, 혹은 이토 그룹을 제거 한다고..? 더 중요한 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다카하시 마모치가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을 때, 양팔에 깁스를 한 아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지켜보던 다카하시의 심장은 찢어질 것 같이 아파왔다. 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아들을 다치게 한 상놈을 토막 내고 싶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엘에이치 그룹과 협력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다가 엘에이치 그룹과 이토 그룹이 협력이라도 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감히 이 시점에서 어떤 잘못된 선택도 하고 싶지 않았다.다행히도 덴바야시 마사테츠가 아들을 이렇게 만든 놈을 찾아냈고, 이제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기 때문에 그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을 것이고 그를 죽이는 건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었다.다카하시 히데요시는 양팔에 국소 마취를 해서 의식은 멀쩡했고, 아버지가 자신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자 가슴이 뭉클하고 억울해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제가 불효자입니다..! 이렇게 걱정을 하게 만들다니.. 정말 죄송합니다..!”그러자 마모치는 손사래를 치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이번 일은 네 탓도 아니야. 이틀 동안 푹 쉬다가. 상태가 안정되면 집에 데려가마.”히데요시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자식은 늘 밖에서 다치고 나서야 가정의 따뜻함을 깨닫게 된다. 지금 히데요시는 집에 가서 아픈 상처를 치료하고 싶을 뿐이었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마모치에게 공손히 인사하며 말했다. "회장님, 이토 유키히코 회장이 꽃과 과일 바구니를 보내와 위로를 드린다고 연락 왔습니다.""이토 유키히코?!" 다카하시 마모치는 이 이름을 듣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그는 "이 개자식!! 내가 이토 유키히코 그 개놈에 대해 알고 있는데, 지금 꽃과 과일 바구니를 보내온 건 틀림없이 나를 비웃으려고 하는 것이다! 지난 번 한국에서 딸이 중상을 입고 귀국해 도쿄에서 치료를 받았을 때 내가 꽃과 과일바구니를 보내 그 자식을 비웃었는데.. 이렇게 빠르게 내가 비웃음 당할 줄이야!
그리고 그가 자신을 이렇게 만든 그 녀석을 잡아 죽여 버린다고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그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그 날 기록은 이미 영상으로 기록되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고,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혔기 때문이다.아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고민하던 다카하시 마모치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그는 울리는 휴대폰을 꺼내고는 낯선 번호라는 것을 알고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곧이어.. 이토 유키히코 회장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아이구, 회장님..! 오늘 도쿄 시내에서 아드님이 구타당했다고...” 이토 유키히코의 목소리는 언뜻 들으면 안타까움이 섞여 있는 것 같았지만, 사실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것이 비아냥거림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정도였다.마모치는 "이토 유키히코 회장, 지난 번에 번호를 저장했던 기억이 있는데.. 번호를 바꾸셨나??""아닌데.. 핸드폰 번호는 예전 그대로요. 하지만, 지금 이 번호는 내 비서 휴대폰인데, 내 휴대폰으로 전화 걸면 안 받을 게 뻔하지 않습니까?! 하하하하!!”다카하시의 표정은 금세 어두워졌다. 이토 유키히코의 말이 맞다. 분명 이 자식이 전화를 걸었다는 걸 알았다면 때려죽인다고 해도 이 전화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이 개 자식이 이렇게 더럽게 나올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비서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온 것은 자신을 조롱하려고 한 것인가?이토 유키히코는 마모치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아이고, 다카하시 마모치 회장! 왜 말을 안 하는 거요? 아들이 앞마당에서 이렇게 굴욕을 당하다니.. 체면이 말이 아니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신경을 긁어 댔다.마모치는 참다 못해 이토 유키히코 회장에게 무뚝뚝하게 말했다. “무슨 일로 전화한 겁니까? 별로 할 말없으시면 전화 끊습니다!""아니요~ 다카하시 마모치 회장님~! 하하하.. 전화를 건 것은 회장님이랑 아드님이 좀 무기력하지 않을까 해서 그런 거죠. 우리 딸이 부상을 당했을 때, 국민들이 다 나나코를 위로하고
시후의 가벼운 한마디에 우은일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래서 그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럴 리가 없어! 내 아버지는 도술에서도 실력이 출중하시고, 풍수와 사주 쪽에서는 수십 년간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실력을 가지신 분이라고! 더구나, 나는 지금까지 천둥을 불러낼 수 있는 도술가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는데! 이건 완전 터무니없는 소리 아니야?! 이게 무슨 할리우드 영화라도 되는 줄 알아? 토르처럼 망치 하나 달랑 들고 천둥을 소환할 줄 아는 그런 거?!"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이 그런데 어쩌죠. 당신이 믿지 않겠다면, 어쩔 도리가 없지만 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나와 당신의 '우현당' 사이에는 참 인연이 깊은 것 같네요. 나는 당신의 아버지 우은찬 대표뿐만 아니라, 선봉연도 만난 적이 있거든요.""뭐라고요?!" 우은일은 극도로 충격을 받은 얼굴로 소리쳤다. "당신이 선봉연 선생을 봤다고요?!""그렇습니다." 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도 얼마 전에 한국에 왔었거든요.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그 역시도 한국에서 죽었다고 하던데...""그럴 리가 없어!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우은일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선봉연 선생의 실력은 비범하시고, 그의 도술은 신기에 가까울 정도야! 내 아버지도 그의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할 정도인데, 세상천지에 그분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고! 당신, 감히 헛소문을 퍼뜨려 우리 아버지와 선봉연 선생의 명성을 모독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시후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군요. 나는 당신이 아버지의 행방도 모른 채 불쌍하게 사는 게 안타까워서 좋은 마음으로 사실을 알려준 것일 뿐인데, 당신은 내 말을 듣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모함하다니. 정말이지, 내 선의를 개무시하는군!?"우은일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 자식, 잔머리 굴리지 마! 난 네가 뭘 원하는지 다 알고 있으니까! 결국 배유현 씨 앞에서 잘 보이려는 거
우은일은 즉시 먼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버지께서는 이미 한국으로 떠나셨고, 천혜의 수련 장소를 찾아 폐관 수련에 들어가셨습니다.""폐관 수련?"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흥미롭게 말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예전에 당신의 부친과 한 번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우은일은 놀라며 물었다. "제 아버지를 만났다는 말입니까?""그렇습니다." 시후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바로 작년이었죠."우은일은 충격을 받아 놀란 눈으로 물었다. "작년에요?! 어디에서요?!"시후는 태연하게 말했다. "서울에서."우은일은 눈을 크게 뜨고 시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버지께서는 그 때 한국에 계셨습니다. 당시 아버지께서는 경매에 참석하여 거대한 대왕조개를 낙찰 받겠다고 하셨는데, 설마 그때 만나신 겁니까?""맞습니다."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은찬 대표께서 그 경매에서 정말 위풍당당하시던데요. 그래서 내게도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우은일의 마음은 점점 불안해졌다. 시후가 두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지금 아버지의 행방을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한국에 간 뒤로 연락이 끊겼다. 우은일은 혹시라도 아버지께서 변을 당했을까 걱정하며 사람을 보내 한국에서 계속 조사를 했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는 살아 있는 지, 죽은 것이지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그러나 '우현당'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우은일은 외부에 아버지께서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고 알리고 다녔다. 왜냐하면 '우현당'의 명성은 사실상 그의 아버지인 우은찬이 지탱하고 있었고, 홍콩의 부자들 역시도 '우현당'이라는 간판을 기꺼이 믿고 몰려드는 것도 아버지 우은찬의 실력을 신뢰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은일은 아버지가 폐관 수련 중이라는 소문을 퍼뜨려야만 '우현당'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만약 홍콩 사람들이 우은찬이 사실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현당'의 영향력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 뻔했다.그렇기에, 우은
우은일의 지나치게 공손한 모습에 배유현은 약간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럼에도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우은일 선생님." 우은일은 이렇게 높은 수준의 여성을 처음 만난 것에 대해 들뜬 기분이 들어 아첨하며 말했다. "정말 이렇게 배유현 씨를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영광이군요!" 그리고 그는 급히 또 물었다. "배유현 씨, 이번에 홍콩에 오신 것은 유가휘 회장의 초대 때문인가요?" 배유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러자 우은일은 흥분하며 말했다. "저는 유가휘 회장과 매우 친분이 깊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유가휘 회장의 풍수와 운세를 맡아서 관리하셨거든요."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런데, 배유현 씨, 만약 풍수와 운세에 대해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저에게 연락하십시오. 기꺼이 무료로 가장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도포 안쪽에서 명함을 꺼내 배유현에게 건네며 공손하게 말했다. "배유현 씨, 이것은 제 명함입니다. 제 연락처가 적혀 있으니 받아 주십시오!" 배유현은 원래 우은일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 없었지만, 그가 계속 말을 이어갈 줄은 몰랐고 명함을 받고 빨리 변명을 하며 그곳을 뜨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시후가 우은일에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우은일 선생님, 제가 배유현 씨의 담당 풍수사입니다. 그래서 배유현 씨는 아마 당신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은일은 시후가 배유현의 풍수사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원래 그는 이 기회를 통해 배유현과 같은 거물과 가까워질 계획을 했고, 자신이 그녀의 풍수사가 되기를 바랐지만 배유현의 곁에 있는 젊은 남자가 바로 자신과 같은 동업자였고, 그가 먼저 배유현과 일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내심 답답해진 우은일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럼, 선생님은 어느 학파에서 풍수를 배우셨습니까?" 풍수와 관련된 학문은 아무래도 전통적인 가르침과 계승이 매우 중요했다. 일반적으
말을 끝낸 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이 꺼낸 주제로 인해 시후가 고민하는 것을 원치 않아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제가 시훈도에 집 두 채를 매입해 두었어요. 나중에 홍콩에 자주 오시게 되면 편하게 머무실 곳이 필요하실 테니, 이번 행사가 끝나고 한 번 보러 가시겠어요?"시후는 놀라며 물었다. "왜 하필 시훈도에 집을 매입한 겁니까?"배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주된 이유는 앞으로 편리하기 위해서죠. 홍콩은 국제적인 대도시이기에 사업을 확장하거나 회의 등에 참석하러 종종 오실지도 모르죠. 그 때마다 호텔에서 머무는 것보다는 내 집이 있는 게 훨씬 낫잖아요." 배유현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두 채의 저택은 꽤 넓은 편이에요. 그룹의 명의로 구입했으니, 인수 후에 다시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나중에 오시면 한 채를 골라서 언제든지 머무시면 됩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배유현은 비록 시후를 위해 집을 매입한 것은 맞지만 그것을 선물로 주겠다는 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시후에게 집 한 채 정도는 아무런 의미도 없으며, 그렇기에 자신이 굳이 그런 선물을 주는 것은 오히려 그에게 부담감을 안겨줄 뿐이라는 것을. 시후는 만약 배유현이 그녀가 매입한 집을 선물로 주겠다고 했다면 거절하려고 했다. 이유 없이 선물을 받을 이유가 없었고, 더군다나 이번에 배유현이 홍콩까지 와서 자신의 일을 도와주었는데, 자신은 아직 그녀에게 어떠한 보답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녀의 선물을 받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유현은 영리하게도 '선물'이라는 단어를 아예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시후가 거절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 버렸다.그래서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나중에 홍콩에 올 일이 있으면, 배유현 씨가 좀 도와주면 고맙겠습니다."배유현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제게 맡겨 주시면 됩니다."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차는 어느덧 시훈도에 진입했
그 시각.시후와 배유현은 이미 호텔을 나와 시훈도로 가는 길이었다.배유현은 시후가 오늘 자신이 입주 행사에서 연설을 하여 유가휘를 지지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내내 의문을 품고 있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은 선생님, 저는 여전히 이해가 잘 안 돼요. 왜 굳이 저를 유가휘를 지지하라고 하시는 거죠?”시후는 그녀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내가 본 여성 중에서 유현 씨는 가장 똑똑한 사람인데,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라는 우리 조상 대대로 내려온 훈련법을 아직도 모르는 겁니까?”배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감정적으로 대하기 보다는 지혜롭고 자애롭게 행동하라는 교훈적인 뜻이겠죠. 저도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유가휘는 이미 선생님께 한 대 맞은 뒤 철저히 길들여졌는데, 굳이 또 다시 사탕을 줄 필요가 있을까 판단한 거죠. 게다가, 선생님께서 주는 건 단순한 ‘사탕’이 아니라, 페이셔스 그룹의 규모를 감안한 제 입장에서 보면 ‘사탕수수 나무 한 그루’를 통째로 선물하는 거나 다름없다고요.”시후는 잠시 멈칫하다가 살짝 어색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렇게 신중하게 생각해본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의 태도가 괜찮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한 번쯤 격려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배유현은 시후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은, 선생님도 잘 알고 있잖아요. 유가휘 씨에게 이렇게까지 관대하게 대하는 이유는 순전히 미경 씨를 의식 해서라는 걸요, 맞죠?”시후는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굳이 배유현 앞에서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맞아요. 그런 이유도 있습니다. 전에 그녀에게 몇 가지 사실을 숨겼던 게 마음에 걸려서, 죄책감을 좀 느꼈거든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미경 씨는 사실 선생님을 정말 좋아해요. 선생님이 이미 결혼했다는 걸 알고 엄청 힘들어했거든요. 어제 먹자골목에서 그렇게
사람들은 흔히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말한다. 따라서 방가흔의 아들이 처한 상황을 보면 인생 역전을 기대하기란 희망이 없는 것 같았다.잠시 후, 유가휘의 차량 행렬이 삼수이포로 진입했다. 롤스로이스로 이루어진 차량 행렬은 삼수이포의 낡고 허름한 거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거의 모든 주민들이 좁은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며 이 끝이 보이지 않는 호화로운 차량 행렬을 경이로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삼수이포 같은 곳에서는 수십 년이 지나도 이런 놀라운 장면을 쉽게 볼 수 없었다. 그 때,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을 했고, 곧바로 이 영상을 SNS와 영상 플랫폼에 업로드했다.유가휘의 차량 행렬은 곧 이중열의 오래된 집 앞에 도착했다. 낡고 허름한 집에서는 이중열과 그의 어머니, 동생들을 비롯한 가족들이 이미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차량 행렬이 집 앞에 도착하자, 이중열의 여동생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화려한 차량 행렬을 보고는 긴장한 듯 물었다. “오빠, 우리 나가서 저 사람들 맞이해야 하는 거 아니야?”이중열은 고개를 저으며 덤덤하게 말했다. “오늘 중요한 원칙은 두 가지야. 첫째, 서로 동등한 입장일 것. 둘째, 흔들리지 않는 태도.”여동생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듯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단순히 유가휘 같은 유명한 부자가 직접 집까지 와서 가족을 맞이하러 왔는데, 마중을 나가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하지만 이중열은 자신과 가족들이 유가휘 앞에서 더 이상 열등해지기를 바라지 않았다. 비록 유가휘가 억만장자일지라도, 이중열 자신의 가족들은 유가휘 앞에서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이때, 유가휘는 이미 대문 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는 문 앞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 “중열 씨, 어머님! 모시러 왔습니다!”이중열은 문을 열며 겸손하지만 당당하게 말했다. “유 회장님께서 일부러 이곳까지 와주셨군요. 수고 많으셨습니다.”유가휘는 얼른 웃으며 말했다. “
유미경을 위해, 시후는 유가휘에게 기회를 한 번 주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유가휘는 앞으로 전 홍콩 시민들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가휘가 한 발 물러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갈등이 있더라도 한바탕 웃고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긍정적인 이미지도 남길 수 있을 것이었다. 게다가 배유현이 마침 홍콩에 와 있는 상황에서, 그에게 작은 선물을 하나 더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유가휘는 앞으로 홍콩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에 빠져 있었는데, 갑자기 시후의 말을 듣고 마치 온 몸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친 듯 흥분하며 말했다. “은 선생님... 그게 정말... 정말 진심으로 하는 말씀이십니까?!”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아침부터 농담을 하려고 전화했겠습니까?!”유가휘는 감격에 겨워 눈물까지 흘릴 뻔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은... 당신은 제 구세주나 다름없습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 회장님, 나한테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단지 미경 씨를 위해서, 당신에게 이미지를 세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뿐이니까요. 이번 기회를 잘 잡으면, 과거의 일은 당신에게 수치가 아니라 오히려 하나의 빛나는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예전 같았으면 유가휘는 상대가 불륜을 저지르는 일이 어떻게 빛나는 순간이 될 수 있냐며 조롱을 했겠지만, 하지만 지금은 시후의 말을 들으니, 이것이 그야말로 진리처럼 느껴졌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젠장, 배신을 당했던 건 어쩔 수 없지만, 은시후가 말한 대로 공식 발표만 잘하면 이게 오히려 나에게 엄청난 기회가 될 수도 있겠어! 그렇다면 홍콩의 사람들이 모두 유가휘가 덕으로 원한을 갚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렇게 된다면 내 인품과 도덕성은 정점에 도달한 듯 보일 거야!’이렇게 생각한 뒤 유가휘는 즉시 공손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저와 미경이를 위해 이렇게까지 신경 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보니, 그에게 전화를 건 사람이 바로 시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며 깜짝 놀랐고, 차 안을 두리번거리며 혹시 시후가 도청 장치를 설치한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그러나 그는 곧 침착함을 되찾고 전화를 받으며 공손하게 물었다. “은 선생님, 이렇게 이른 아침에 전화하시다니. 분부하실 것이 있으십니까?”시후가 말했다. “조금 전에 뉴스를 봤는데, 많은 기자들이 시훈도에 가서 현장 보도를 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기자들이 말하길, 현장에서 유 회장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해서요? 오늘 이사를 하는 기념식인데, 직접 나서서 주관하지 않을 생각입니까?”유가휘는 급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우현당의 우 선생에게 이번 기념식을 맡겼고, 저도 직접 나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만 지금 삼수이포로 중열 씨의 가족들을 데리러 가는 중이라, 돌아간 후에야 기자들에게 이 일에 대해 직접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시후는 가볍게 응답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전화를 건 이유는 하나의 조언을 주기 위해서입니다.”유가휘는 반사적으로 말했다. “은 선생님, 말씀하십시오!”시후는 말했다. “당신과 삼촌의 옛 일은 홍콩에서 이미 널리 퍼졌지만, 삼촌이 이번에 홍콩에 돌아온 후의 일들은 기자들이 아직 모르고 있죠. 그러니 이번 기회를 활용해서, 당신 자신을 긍정적인 이미지로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기자들에게, 당신과 삼촌이 이제 원한을 풀고 화해하기로 결정했으며, 당신이 이 별장을 매입해서 삼촌에게 선물한 것도 그와 그의 가족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하면 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홍콩 언론도 당신을 크게 극찬하겠죠.”유가휘는 순간적으로 멍해졌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물었다. “은... 은 선생님, 제가... 제가 정말 그렇게 말해도 되는 겁니까?”사실 유가휘도 이번 기회를 이용해 이미지 메이킹을 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는 시후가 두려워서 이중열을
이튿날 아침.홍콩 전역의 언론들은 모두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그것은 바로, 홍콩의 최상위 부호인 유가휘가 G7 그룹이 소유했던 시훈도의 저택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저택에서 성대한 집들이 행사를 열게 되었고 기자들을 초청하기도 했다!그러나 언론을 가장 충격에 빠뜨린 점은 따로 있었다. 유가휘가 이 럭셔리 저택을 산 이유가 그의 예전 라이벌이자, 한때 그의 가장 든든한 오른팔이었던 이중열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이었다!이중열은 재산이 많지는 않지만, 홍콩에서는 매우 유명한 인물이었다. 홍콩은 원래부터 가십을 좋아하는 지역으로 유명했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수백만 명이 사는 이 도시에서 나오는 연예계, 정계 스캔들은 중국까지 퍼져 중국 전역의 가십 뉴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그래서 당시 유가휘, 방가흔, 이중열 이 세 사람 사이의 삼각관계는 홍콩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그리고 사람들 모두 유가휘가 꿈에서도 이중열을 죽이고 싶어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유가휘가 스스로 저택을 사서, 그것도 자기가 살고 있는 저택의 바로 옆에 있는 저택을 이중열에게 선물한다니... 게다가 성대한 집들이 행사까지 열어, 홍콩 전역의 언론을 초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언론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러나 기자들의 촉으로는 이 일은 분명 홍콩을 뒤흔들만한 초대형 뉴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홍콩 전역의 기자들이 모두 취재를 위해 시훈도로 몰려가 그 한적했던 산길을 완전히 마비시켜버렸다.한편, 같은 시각.유가휘는 아내 방가흔을 데리고 삼수이포에 있는 G7 그룹의 옛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다.그는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차량 행렬을 이끌고 이중열의 가족들을 새 집으로 데려 가기로 했다.차 안에서, 방가흔은 조금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보, 사실 이런 일까지 당신이 직접 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지금 기자들이 시훈도에서 기다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