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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0장

다음 날 아침, 시후는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사실, 그는 밤새 잠을 설쳤다. 눈을 감으면 이토 나나코 생각이 절로 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후 옆에는 여자들이 많이 있었다. 송민정 대표, 설아, 진소희, 이소분, 은서까지.. 이런 여자들은 그를 다소 설레게 하기는 했지만, 이토 나나코처럼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은서는 오랫동안 자신을 만나기 위해 오랫동안 자신을 찾아 나섰고, 시후는 이 일에 대해 정말 죄책감을 느끼고 있기는 했지만, 은서는 결국 재벌가에서 태어났고,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행복한 여성이었다. 성인이 된 후, 그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톱스타가 되었고,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러니 그녀는 자신이 없어도 멋진 삶을 살 것이고, 풍족하고, 행복할 것이다.

그런데 이토 나나코는 달랐다. 그녀는 부귀한 집안에서 태어나 가족의 총애를 받기는 했지만, 설아와의 대결에서 너무나도 많이 다쳤다. 그렇게 심한 부상과 신체적, 정신적 충격은 보통 여자들이 평생 겪지 못할 것이었다. 게다가 지금 그녀는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이건 분명 고통스러울 것이 뻔했다. 그녀는 원래 이 경기를 치르지 않아도 되었지만 그녀는 시후를 감동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 이런 결과를 맞이했다. 심지어 설아와의 경기에서도 자신의 눈에 띄기 위해 한 번에 설아를 이길 기회를 노렸고, 얼마나 큰 부상을 당하게 될지 생각하지 않았다.

시후는 자신 때문이 아니라면 나나코가 이렇게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시후가 상처받았을 때 마음이 아팠던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시후는 자신이 이미 유부남으로써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아파서는 안 된다고 반성하고 있었고, 하물며 일본 여자라는 것에도 꽤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이러한 기분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한참을 씻은 후, 시후는 깨어나지 않고 깊이 잠든 유나를 남겨두고 조용히 침실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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