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가 점심에 집에 손님으로 오겠다고 하자 설아는 기뻐하며 휴게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떠나기 전에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샤워 좀 해야겠어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곧 나올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조급해하지 말고 먼저 일 봐."라고 말했다.옆에 있던 진원호는 "은 선생님, 꽤 복잡합니다, 차에서 좀 쉬시지요.”라고 제안했다."그래요, 그럼 차 안에서 기다리시죠?"그러자 진동오가 황급히 “그럼 선생님 여기로 모시겠습니다.”라며 길을 안내했다.시후가 진원호, 진동오과 함께 경기장 내부를 떠날 때, 조금 전 시후에게 오른쪽 주먹이 박살난 조해조가 어두운 얼굴로 선수 대기실로 들어왔다. 이 휴게실 입구에는 일장기가 붙어 있는데, '이토 나나코'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조해조는 문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휴게실 방문을 두드렸다. 곧 방문이 열리고 젊은 남자가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누구세요?"조해조는 "안녕하세요, 이토 나나코 선수와 코치인 야마모토 가즈키 씨를 만나보고 싶어서요."라며 다급하게 웃었다.젊은 남자가 휴게실에 있던 중년 남자와 젊은 여자에게 돌아보며 "야마모토 씨, 이토 씨, 이 분이 두 분을 찾아오셨습니다." 그러자 야마모토는 미간을 찌푸리며 "누구세요? 우리가 아는 사이인가요?"라고 물었다.조해조는 헤헤 웃으며 겸손하게 "야마모토 씨, 제 이름은 조해조입니다. 10년 전 킥복싱 대회에서 한국을 대표했다가 당신 손에 졌는데.. 기억 안 나세요?"라고 말했다.야마모토는 "내 밑에서 진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은데 내가 어떻게 하나하나 다 기억할 수 있겠어?"라며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조해조는 머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저기, 야마모토 씨, 저는 이번 대회, 한국 선수 진설아의 코치.. 아니.. 조금 전에 사임했는데요..”라고 말했다.야마모토는 얼굴을 찡그리며 "진설아? 나는 왜 이 선수를 들어본 적이 없지? 이번 대회에서 톱5
"피에 딱지가 앉지 않은 새 상처.. 30분 안에 일어난 것 아닙니까?”"맞아요." 조해조는 야마모토의 물음에 “보십시오, 제가 말한 그 녀석은 주먹만 쓰고 제 오른손을 이렇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런 실력은 아마 야마모토 씨도 못 가졌을 걸요?” 이 말이 나오자 야마모토는 갑자기 정색을 했다. 그도 수행자이지만, 그는 사람의 몸, 육신에 한계가 있고, 한계치는 매우 낮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람의 주먹은 살, 뼈, 힘줄, 피부의 4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피와 살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의 복부, 얼굴 등 부드러운 부위를 때리면 주먹은 다치지 않지만 주먹으로 상대방의 주먹을 때리는 것은 정면 승부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의 주먹이 이렇게 강해서 한 번에 다른 사람의 주먹을 부술 수 있는가..? 그래서 야마모토는 "그럼 당신의 주먹을 이렇게 만들었는데, 상대방은 얼마나 다쳤죠?”라고 급히 물었다.조해조는 "그는 아무 일도 없었어요! 이게 가장 이상한 점이죠. 그 자식은 강철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걱정이 되어서.. 만일 이 방법이 진설아에게 전해진다면, 이토 나나코 양은 이번 시합에서 아마 이기기 어려울 걸요?”라고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야마모토는 마침내 이 문제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설아 맞죠? 메모했습니다." 그는 조해조를 바라보며 "왜 우리를 도우려고 하는 거죠?"라고 물었다. 조해조는 "야마모토 씨, 솔직히 말해서 저 놈이 내 일을 빼앗고, 내 오른손까지 이렇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나는 그 자식이 뼈에 사무치게 미워요! 그리고 그는 진설아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는데, 이토 나나코 양이 진설아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진심으로 이토 나나코 양이 진설아를 이길 수 있기를 바라요. 그 녀석이 성공하지 못하게요!"야마모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어요. 내가 반드시 상대방이 성취하지 못하도록 신경 쓸 테니 돌아가도 됩니다.”
조해조가 떠난 후, 이토 나나코는 야마모토 가츠키에게 다가가 물었다. "사부님, 조해조의 실력은 비록 선생님보다 훨씬 떨어지지만, 킥복싱 분야에서 중상위권에 듭니다. 그가 말한 젊은이가 그를 이렇게까지 다치게 할 수 있는데 자신은 조금도 다치지 않았으니,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닌가요..?”야마모토는 "나나코, 조해조가 실력이 좋은지 어떻게 아느냐?"라고 호기심에 물었다.이토 나나코는 "사부님, 저는 사부님의 모든 경기 비디오를 보고 깊이 연구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과 조해조의 경기를 모두 보았죠. 그의 실력은 사부님의 70% 정도 될 것입니다."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그렇구나!" 야마모토는 감탄하며 "나나코, 이것이 바로 내가 너를 친전 제자로 받아들인 이유다."라고 칭찬했다. "너는 너무 열심히 배우고, 너무 열심히 해. 네 집안 형편이면 이렇게 열심히 안 해도 되는데 말이야.. 이토 가문은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최고의 재벌인데.. 너는 이렇게 무술에만 집중하다니.. 정말 내 생전 처음 보는 일이야.. 나는 네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스승을 넘어 전국의 자랑스러운 최고 고수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그러자 이토 나나코는 겸손한 얼굴로 말했다: "사부님, 과찬이십니다. 나나코는 오직 최선을 다해 무도를 익히고 싶습니다. 사부님과 이토 가문의 두터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야마모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 등뒤에는 1억 명이 넘는 국민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그러자 야마모토는 한숨을 내쉬며 "네가 일본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 너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라고 개탄했다.이토 나나코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부님 안심하세요, 나나코는 최선을 다해 전 국민의 자랑이 될 것입니다!"야마모토는 "다음 번에는 진설아와 그녀의 코치를 보러 가자!”라며 다짐했다.......이때 진설아는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훈련용 가방을 메고 체육관을 빠져나왔다.시후는 천진 그룹의 넓고
진동오는 시후가 커피를 다 마시는 것을 보고 공손히 한 잔을 더 따르며 물었다. “커피는 좀 어떠세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동오 씨, 바리스타 자격증 있어요?” 예전의 진동오는 교양이라고는 개뿔도 모르는 재벌 2세였다. 개뿔도 모르지만 품위 있는 건 좋아해서 골동품 거리에서 하루 종일 있었던 것이다. 그는 심지어 우은찬이 경매에 참가하러 왔을 때도 옆에서 아첨하며 자신과 맞섰다. 그런데 이 녀석이 한동안 못 본 사이에 성격이 확실히 많이 수그러들고 철이 많이 들 줄은 몰랐네.. 진동오는 시후가 자신을 칭찬하는 것을 듣고 급히 얼굴을 붉히며 “제가 어려서 철이 없었는데, 실례를 범했습니다. 이전에 있던 일은 부디 마음에 담아두지 마십시오.. 그동안 저는 집에서 반성을 많이 했고, 마음 다스리는 걸로 다도와 바리스타를 배웠습니다."라고 말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요.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을 반성할 수 있다는 것은 애초에 그렇게 구제가 되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죠. 다행히도 자신을 잘 돌봤네요.”라고 말했다.진원호는 옆에서 웃으며 "이 녀석에게 말했다, 만약 그 성격을 고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가둬 두고 수행을 시키려고 했는데, 다행히 이 녀석은 그래도 좀 자각이 빨라서 이렇게 철이 들었지 뭡니까? 하하!!”라고 말했다.마침 이야기하던 중, 설아가 차에 탔는데, 아버지와 오빠가 시후와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것을 보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우리 빨리 출발합시다."진원호는 설아를 가리키며 웃으며 시후에게 "은 선생님 보세요, 이 녀석이 어찌나 신나 보이는지! 하하하!”설아는 부끄러워하며 "아니에요~ 그냥 은 선생님을 존경하고, 귀한 손님이니, 어서 대접해드려야죠~”라고 말했다.진원호는 웃으며 "그래 뭐 내가 무슨 이야기했냐? 그냥 신나 보인다고 했지~ 하하하!”그러자 설아는 투덜거렸다. “아빠 이상한 소리 하지 마세요!!”진원호는 흐뭇한 표정으로 웃으며 "아이고, 네 네 네, 아
시후는 설아를 따라가다 설아가 모는 보트가 하나 있을 줄은 몰랐다. "와.. 보트를 가지고 있어요? 운전 실력은.. 설마.. 날 빠뜨리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설아는 수줍은 표정으로 "그럴 리가 있습니까, 은 선생님? 저 이렇게 보여도 운동하는 여자예요, 혹시 선생님이 빠져도 저는 바로 구해드릴 수 있다고요!”라고 말했다.그러자 진동오가 다급히 "설아야, 나도 데려가!!”라며 쫓아왔다. 진동오는 한 동안 집에 갇혀 있다 밖으로 나왔기에 설아가 배를 타고 놀러간다고 하자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설아는 그를 노려보며 "오빠는 왜 가려고 하는 거야? 그냥 아빠랑 있어!”라고 말했다. 진동오가 억울하게 입을 삐죽거리며 무슨 말을 하려 하자, 진원호가 “동오야! 나 좀 도와라!”라고 소리쳤다. 진동오는 아버지가 부르자 아무 말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설아는 다정하게 시후의 팔짱을 끼고 말했다. “선생님~ 그럼 보트 타고 놀다 올까요? 조금 뒤에 밥은 드시고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와 함께 호숫가로 갔다. 이때 진원호는 낮은 목소리로 진동오에게 "이 자식아. 그동안 조용하다 왜 갑자기 눈치가 없어졌어!”라고 꾸짖었다.진동오는 억울한 표정이었다.진원호는 낮은 목소리로 "너 바보냐? 내가 네 동생과 은 선생님이 잘 되게 하려고 노력하는 게 안 보이냐 이 말이야!!”"저……." 진동오는 머뭇거리다가, "아버지.. 그래도 은 선생님은 결혼하셨는데요.."라고 속삭였다."결혼하면 헤어질 수 없느냐? 그건 누가 정한 거야? 앞으로 은 선생님이 이혼하고 네 동생과 결혼만 하면 은 선생님은 우리 사위가 되는 거 아니야?"진동오는 입을 딱 벌리고 잠시 후에야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은 선생님이.. 사위가 되면.. 저를 건드릴 놈들은 아무도 없겠네요?”진원호는 싱겁게 웃으며, "크하하하.. 은 선생님이 정말 사위가 되신다면, 전국을 둘러봐도 감히 건드리는 사람이 없을 거다!!”
설아는 "은 선생님, 저의 기술을 믿으세요!"라며 웃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고 쾌속정에 올라 설아의 곁에 앉았다. 이때 설아가 시동 버튼을 누르자 엔진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설아는 쾌속정을 천천히 부두 밖으로 내보냈고 곧이어 시후를 향해 장난스럽게 웃으며 "은 선생님, 똑바로 앉으세요!"라고 말했다. 말을 마치자 그녀는 갑자기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았다..! 쾌속정은 신속하게 거대한 동력을 뿜어내며 맹렬하게 앞으로 돌진했다..! 시후는 일찍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이 보트의 엄청난 동력에 놀랐다.이곳은 그렇게 넓지 않기 때문에 고속단정을 운전할 때 육지에서 운전하는 것처럼 항상 도로 상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그런데 설아는 속도감을 즐기며 멋대로 날뛰고 있었다. 그녀는 외유내강 형이라, 이런 긴장감 넘치고 짜릿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더 좋아한다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설아는 시후가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어서 실망했다. 그녀가 시후를 배에 초대하는 이유는 원래 시후가 긴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자신의 배를 타본 모든 사람은 긴장하고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시후가 두렵지 않더라도 적어도 긴장한 모습을 보이면, 자신의 작은 장난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후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 배의 동력을 극대화해 이 배가 마치 비행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시후는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이었다.사실 시후는 꽤 긴장하고 있었다. 다만 그는 자신이 설아의 면전에서 이런 긴장을 표출할 수 없다고 느꼈을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소녀에게 사로잡혀 휘둘리는 것이 아니겠는가..?설아는 끊임없이 속도를 내다가 급기야 그녀 자신의 마음마저 두려워질 때까지 속도를 내다가 마침내 포기하고 점차 배의 속도를 늦추고는 입을 삐죽거렸다. "은 선생님, 평소에 긴장하고 무서움이 없으세요?"시후는 "긴장할 때도 있지만 두려운 적은 없지?"라며 웃었다."그럼 은 선생님,
그 시각, 시그니엘 호텔.이토 나나코는 체육관을 떠난 뒤 자신의 보좌관, 그리고 자신의 비서를 데리고 호텔방으로 돌아왔다. 이번 잠실에서 열리는 경기 때문에 이토 나나코는 오래 전에 시그니엘에 있는 프레지던트 스위트룸 2개를 예약했다. 이 중 이토 나나코는 스위트룸에 혼자 살고, 코치·보좌관·비서는 다른 스위트룸에서 지냈다. 그리고 보름 전에 이토 그룹에서는 사람을 보내 이토 나나코가 지내고 있는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의 침실 하나를 그녀만의 전용 연습실로 개조했다. 리모델링에만 수천만 달러가 넘는 돈이 들었다고 하는데, 이런 스위트룸 두 칸을 장기 예약한 가격까지 따지면 이토 나나코가 이번에 서울에 와서 시합을 할 때 쓰는 돈만 적어도 13~15억은 될 것이었다.이렇게 사치를 부리는 주된 이유는 이토 그룹의 돈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토 그룹은 일본 전체에서 5위 안에 드는 가문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으며, 심지어 일본의 유명한 야쿠자인 야마구치구미까지도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토 나나코는 예쁘고 지적이고 얌전하지만 무도에 푹 빠진 일본 아가씨로 자신의 훈련에 대한 요구가 매우 엄격하여 1년 내내 추위와 더위를 막론하고 훈련을 중단한 적이 없었다. 오전 경기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그녀는 점심을 먹을 틈도 없이 곧바로 자신의 연습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연습실에서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을 때, 갑자기 휴대전화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전화는, 자신의 보좌관 다나카 코이치로부터 온 것이다. 그녀는 연습을 멈추고 전화를 연결해 “다나카 씨, 무슨 일이세요?”라고 물었다.다나카는 "아가씨, 고바야시 제약 회사 회장, 고바야시 지로 씨가 오셨는데 만나 뵙고 싶다고 하셔서.. 시간이 있으신지요?"라고 공손히 말했다."고바야시 지로?" 이토 나나코는 "나는 만난 적도, 친분도 없는데 왜 나를 만나러 왔어요?”라고 물었다.다나카는 "아가씨도 모르시겠지만, 고바야시 제약이 이번 대회 결승전을 후원하고 비싼 돈을 들였습니다. 고
다나카는 "아가씨, 회장님은 고바야시 제약과의 이번 제휴를 매우 중시하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제멋대로 굴지 말아 주세요.."라며 난처해했다.이토 나나코는 "다나카 씨한테 미안하지만, 저는 계속 훈련해야겠어요!"라고 말했다. 말을 끝내자 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올해 22세인 이토 나나코는 일본 최고의 도쿄 대학 4학년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성격에 타고난 냉담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도쿄 대학에서 4년 동안 대학 여신이며, 일본 최고의 대가족들이 경쟁하는 최고의 며느리감이었지만, 그녀는 그저 단순하고 세상사에 어둡고 무술에만 몰두하는 선수일 뿐이다.그래서 그녀는 남녀 간의 사랑도 정도, 세상 물정에도 어두웠다. 고바야시 지로든, 오바야시 다로든, 그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아버지의 가장 친한 친구, 가장 가까운 파트너라도 자기와 혈연관계가 없고 친족도 아닌 이상 외면하고 무시해 버리는 그녀였다. 일단 올해 세계 대회에서 우승하고 도쿄대를 무사히 졸업한 뒤 다음 올림픽을 준비하는 게 그녀의 인생의 목표였다. 지난 올림픽 때는 너무 어리고 학업이 빠듯해 출전하지 못했지만, 다음 올림픽은 그녀가 가장 갈망하는 무대가 됐다. 그녀는 올림픽 우승을 갈망하고 있으며, 또 하나 이상의 올림픽 우승을 갈망하고 있다. 올림픽 챔피언을 차지한 후 다음 올림픽 챔피언도 자신이 되는 것은 이미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큰 목표가 되어 버렸다.전화기를 든 다나카 코이치는 잔뜩 기대한 얼굴로 앞에 서 있는 고바야시 지로를 대하자 머쓱해했다. 아가씨가 이렇게 비정하다니.. 자신이 이렇게까지 설득했는데도 그녀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 다나카는 고바야시 지로에게 "고바야시 씨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가씨가 아직 훈련 중이라 잠시 후에야 만나실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최고급 양복에 안경을 쓴 고바야시 지로는 웃음 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이토 씨가 바쁘면 연습하시고,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여기서 기다릴 수 있어요."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