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시그니엘 호텔.이토 나나코는 체육관을 떠난 뒤 자신의 보좌관, 그리고 자신의 비서를 데리고 호텔방으로 돌아왔다. 이번 잠실에서 열리는 경기 때문에 이토 나나코는 오래 전에 시그니엘에 있는 프레지던트 스위트룸 2개를 예약했다. 이 중 이토 나나코는 스위트룸에 혼자 살고, 코치·보좌관·비서는 다른 스위트룸에서 지냈다. 그리고 보름 전에 이토 그룹에서는 사람을 보내 이토 나나코가 지내고 있는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의 침실 하나를 그녀만의 전용 연습실로 개조했다. 리모델링에만 수천만 달러가 넘는 돈이 들었다고 하는데, 이런 스위트룸 두 칸을 장기 예약한 가격까지 따지면 이토 나나코가 이번에 서울에 와서 시합을 할 때 쓰는 돈만 적어도 13~15억은 될 것이었다.이렇게 사치를 부리는 주된 이유는 이토 그룹의 돈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토 그룹은 일본 전체에서 5위 안에 드는 가문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으며, 심지어 일본의 유명한 야쿠자인 야마구치구미까지도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토 나나코는 예쁘고 지적이고 얌전하지만 무도에 푹 빠진 일본 아가씨로 자신의 훈련에 대한 요구가 매우 엄격하여 1년 내내 추위와 더위를 막론하고 훈련을 중단한 적이 없었다. 오전 경기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그녀는 점심을 먹을 틈도 없이 곧바로 자신의 연습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연습실에서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을 때, 갑자기 휴대전화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전화는, 자신의 보좌관 다나카 코이치로부터 온 것이다. 그녀는 연습을 멈추고 전화를 연결해 “다나카 씨, 무슨 일이세요?”라고 물었다.다나카는 "아가씨, 고바야시 제약 회사 회장, 고바야시 지로 씨가 오셨는데 만나 뵙고 싶다고 하셔서.. 시간이 있으신지요?"라고 공손히 말했다."고바야시 지로?" 이토 나나코는 "나는 만난 적도, 친분도 없는데 왜 나를 만나러 왔어요?”라고 물었다.다나카는 "아가씨도 모르시겠지만, 고바야시 제약이 이번 대회 결승전을 후원하고 비싼 돈을 들였습니다. 고
다나카는 "아가씨, 회장님은 고바야시 제약과의 이번 제휴를 매우 중시하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제멋대로 굴지 말아 주세요.."라며 난처해했다.이토 나나코는 "다나카 씨한테 미안하지만, 저는 계속 훈련해야겠어요!"라고 말했다. 말을 끝내자 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올해 22세인 이토 나나코는 일본 최고의 도쿄 대학 4학년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성격에 타고난 냉담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도쿄 대학에서 4년 동안 대학 여신이며, 일본 최고의 대가족들이 경쟁하는 최고의 며느리감이었지만, 그녀는 그저 단순하고 세상사에 어둡고 무술에만 몰두하는 선수일 뿐이다.그래서 그녀는 남녀 간의 사랑도 정도, 세상 물정에도 어두웠다. 고바야시 지로든, 오바야시 다로든, 그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아버지의 가장 친한 친구, 가장 가까운 파트너라도 자기와 혈연관계가 없고 친족도 아닌 이상 외면하고 무시해 버리는 그녀였다. 일단 올해 세계 대회에서 우승하고 도쿄대를 무사히 졸업한 뒤 다음 올림픽을 준비하는 게 그녀의 인생의 목표였다. 지난 올림픽 때는 너무 어리고 학업이 빠듯해 출전하지 못했지만, 다음 올림픽은 그녀가 가장 갈망하는 무대가 됐다. 그녀는 올림픽 우승을 갈망하고 있으며, 또 하나 이상의 올림픽 우승을 갈망하고 있다. 올림픽 챔피언을 차지한 후 다음 올림픽 챔피언도 자신이 되는 것은 이미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큰 목표가 되어 버렸다.전화기를 든 다나카 코이치는 잔뜩 기대한 얼굴로 앞에 서 있는 고바야시 지로를 대하자 머쓱해했다. 아가씨가 이렇게 비정하다니.. 자신이 이렇게까지 설득했는데도 그녀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 다나카는 고바야시 지로에게 "고바야시 씨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가씨가 아직 훈련 중이라 잠시 후에야 만나실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최고급 양복에 안경을 쓴 고바야시 지로는 웃음 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이토 씨가 바쁘면 연습하시고,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여기서 기다릴 수 있어요."다나
그러자 다나카는 "회장님, 안심하세요. 저는 절대로 회장님의 말을 절대 외부로 누설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이토 유키히코는 만족스럽게 말했다. "그래.. 그럼.. 자네도 고바야시 제약에서 판매하고 있는 위장약 알지? 그 약이 약효가 그렇게 좋아~ 그리고 판매량도 엄청나고~? 그래서 고바야시 제약이 지금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네.. 현대인들이 얼마나 많은 위장병에 걸리는 줄 아나? 그 때문에 시장이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어! 연간 이익이 얼마..라더라..? 최소 수백억 달러인 것 같던데..?”다나카는 "위장약 하나로 그렇게 많은 돈을 남긴다고요..?”라며 놀라워했다.유키히코는 "물론 내 추정일 뿐인데, 도쿄대 약학연구소에서 고바야시 제약의 위장약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다른 제약 회사의 약을 분석과 비교한 결과 고바야시 제약의 제품 성분이 최고라고 하더군.. 그래서 아무래도 내 생각에는 고바야시 제약이 세계 정상에 우뚝 서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야.. 황금 알을 낳는 이 암탉을 잡으려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가장 좋은 방법은 고바야시 제약의 고바야시 지로와 나나코를 결혼시킨 뒤에 고바야시 제약에 투자하는 것이네. 나나코와 고바야시 지로가 결혼하면 고바야시 제약에 최소 20%에서 30%의 지분을 요구할 생각이야. 그럼 1년 안에 우리 가문은 엄청난 돈방석에 앉게 될 거고!”다나카는 갑자기 뭔가를 깨달은 듯했다. "회장님,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건지 잘 알겠습니다..!”이토 유키히코는 "그러니 지금 한국에 있는 나나코 곁에 있으면서 고바야시 지로와 잘 지낼 수 있도록 다리를 놔 주게..! 만약 나나코가 올 여름, 대학을 졸업하고 즉시 고바야시 지로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한다면, 나는 자네가 큰 공을 세웠다고 치고 500만 달러를 주겠네!"라고 말했다."회장님, 부디 저에 대한 희망을 저버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나카는 입이 귀에 걸린 채 재빨리 답했다.이토 유키히코는 "좋아, 그럼 내가 먼저 나나코에게 전
"하하하하! 역시 우리 이토 가문의 딸 답게 교만하지 않고 초심을 잃지 않으며 꾸준히 발전하려 하는 네 모습 정말 자랑스럽다!!”이토 나나코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지만, 무의식적으로 동쪽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아버지의 칭찬에 감사드려요. 저는 더 분발할 것입니다!"라고 공손히 말했다.이토 유키히코는 “그래! 참.. 나나코~ 고바야시 제약 회장, 고바야시 지로가 널 만나러 갔다면서?""네, 아버지."이토 유키히코는 "그래 나나코.. 너도 이제 나이가 적지 않아.. 그러니 계속해서 이성의 구애를 거절하지 말아라.. 고바야시 지로라는 젊은이, 내가 몇 번 만난 적이 있어. 너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을 뿐인데도 일본 내에서는 이미 유명한 경영자야. 그러니 너도 거절만 하지 말고 한 번 만나봐~”이토 나나코는 "아버지, 저는 지금 누군가와 사귈 생각이 없습니다. 앞으로 몇 년 동안은 경기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하니깐요. 제 목표는 다음 올림픽에 일본 대표로 참가하는 것인데, 사랑은 훈련과 경기에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아요.”라며 바로 거절했다."너는 아직 생각하는 것이 너무 어려.. 네가 알지 못하는 많은 일들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일이 될 경우가 많아. 그리고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연애와 결혼은 네 인생 계획에 딱히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이토 나나코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저는 아버지의 말씀에는 동의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원래 무도라는 건.. 배를 타고 물을 거슬러 오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결국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려면, 제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꾀를 부리지 않고 착실하게 훈련해야 하는데, 이럴 때 열심히 훈련하지 않고 연애와 결혼이라는 것에 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한다면.. 제가 원하는 경지에 도달할 수 없을 거예요.”"딸, 네가 애초에 격투기를 시작할 때는 취미였을 뿐, 모든 시간을 이 일에 쓰라고 한 적 없다! 난 그렇게 널 만들 생각도 없고! 그리고 넌 이토 그룹의 장녀라는
이토 나나코가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유키히코의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졌다. 그러자 그는 살짝 부드러운 목소리로 딸에게 물었다. "그래, 나나코. 식사는 했니??""체육관에 다녀온 뒤 바로 훈련에 들어가서 아직 점심은 못 먹었어요 아버지.”“그러냐? 그럼 잘 되었구나. 지금 점심시간이니 고바야시 지로 씨와 점심을 함께 먹도록 해라. 이 아버지를 대신해서 손님 대접도 하고..”"점심을 같이 먹으라고요??" 이토 나나코는 내키지 않았다. 워낙 냉담한 성격의 여성이었고, 어릴 적부터 집안에서는 교육을 할 때 바깥 남자와 거리를 두도록 해왔고 몇 년간은 킥복싱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남자들과는 더더욱 접촉이 없었다. 가족 이외에는 이렇게 클 때까지 젊은 남성과 사적으로 식사를 한 적이 없었으며, 심지어 자신의 비서 다나카 코이치도 그녀와 함께 식사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버지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이 반대해도 아마도 아버지는 말을 듣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저 “네 아버지, 잘 알겠습니다..""그래 나나코. 우리 그룹은 현재 고바야시 제약과 매우 중요한 협력을 진행할 예정에 있으니 절대 지로 씨를 소홀히 대하지 말아라. 알겠니?”"네 알겠어요 아버지." 전화를 끊은 이토 나나코는 어이가 없어 한숨을 내쉬며 다나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나카 씨, 고바야시 지로 씨를 먼저 챙겨주시겠어요? 제가 지금 훈련을 하느라 땀을 너무 많이 흘렸거든요. 일단 먼저 씻고 만나 뵈어야 할 것 같아서요.”다나카는 재빨리 알겠다고 답한 뒤 고바야시 지로에게 말했다. “지로 씨,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나나코 아가씨가 먼저 샤워를 해야 한다고 하시네요. 잠시 후에 뵐 수 있을 겁니다.”고바야시 지로는 이토 나나코가 자신을 만나겠다고 하자 속으로 흥분했지만, 겉으로는 드러낼 수 없었다. "네 다나카 씨, 저는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10분 뒤 샤워를 마친 나나코는 소박한 일본식 홈웨어로 갈아입었
그러면서 고바야시 지로는 "오늘 오전 인천 공항에 도착해 입국 수속을 마치고 바로 이곳으로 왔습니다.. 사실 나나코 양이 오늘 경기를 한다고 해서 그걸 보려고 했던 건데.. 생각보다 수속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듣기로는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셨다고 하던데.. 경기를 제가 두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해 너무나도 아쉽네요!!”이토 나나코는 "지로 씨.. 너무 그렇게 신경 써주시지 않아도 돼요~”라며 손을 저었다."아닙니다.. 오늘부터 나나코 씨의 매 경기마다 제가 꼭 응원하러 가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고바야시 제약이 이 경기의 최종 결승전을 후원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최종 우승자에게 직접 트로피를 줄 예정입니다. 그러니 결승전 날, 나나코 씨에게 트로피를 수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지요.”"음.. 지로 씨, 사실 경기가 모두 끝나기 전에는 우승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는 아무도 모르죠. 저는 자신감이 있지만, 이 자신감 만으로는 반드시 제가 우승할 거라고는 감히 말씀드릴 수는 없겠네요..”고바야시 지로는 황급히 "나나코 씨는 가능할 거라고 믿습니다!”라고 말했다.이토 나나코는 웃으며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렸다. "그럼 고바야시 씨, 점심 시간이니 함께 식사할까요..?”고바야시 지로는 이 말을 듣자 가슴이 떨리며 흥분해 얼굴이 붉어졌다. "네.. 나나코 양과 점심식사를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이토 나나코는 다나카에게 말했다. "다나카 씨, 저와 지로 씨를 위해 룸 서비스를 좀 불러 주시겠어요?"라고 말했다. 사실, 나나코는 일본 최고의 재벌가의 장녀이지만, 그녀는 독립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재벌 2세들처럼 많은 사람들이 시중을 들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에는 식사를 할 때도 다나카에게 옆에 있으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오늘 고바야시 지로와 혼자 있기는 싫었기 때문에 레스토랑에 가지 않고 룸 서비스를 시킨 그녀였다. 그녀는 다나카라도 곁에 두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다나카는 아가씨의 분부를 듣자마자 망설임
이토 나나코는 고바야시 지로의 형이 한국에서 사망했을 줄은 몰랐고 미안해했다. "그런 안타까운 사연이.. 죄송해요.. 저 때문에 괜히 이런 슬픈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은..”고바야시 지로는 재빨리 손을 저었다. "괜찮습니다. 이 이야기가 썩 좋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나코 씨는 어쨌든 남이 아니니까, 이야기를 좀 하다 보니 저도 마음의 슬픔을 좀 풀 수 있었던 것 같아요..!"사실 지로는 형 고바야시 이치로를 생각하면 전혀 슬프지 않고, 오히려 너무나도 즐거웠다. 일본에서는 장남이 그룹이나 가업을 계승하는 것이 뿌리 깊은 관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결국 가업을 이어받을 사람은 장남이고, 장남의 능력이 차남이나 다른 아들보다 떨어지더라도 그를 한 집안의 리더로 삼아 동생들을 이끌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지로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이치로를 도와 고바야시 제약에서 일하게 될 운명이었다. 형보다 능력이 뛰어나도, 형보다 공이 크더라도 결국 집안의 규칙을 따라 자신은 뒤치다꺼리만 하다가 죽을 수도 있겠지.. 그렇다고 그가 감히 형으로부터 가문의 상속권을 빼앗는다면 보수적인 일본 사회에서는 극악무도한 존재가 될 것이다. 그런데 마침 형 이치로가 집안의 후계자 자리를 자신에게 내줄 줄이야.. 더 완벽한 건, 그가 한국에서 얻은 엄청난 약은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고 당시 그룹의 회장이었던 아버지를 처리했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죄를 뒤집어쓰고 그를 죽일 명분까지 주었다..! 결국 이건 하늘이 자기에게 그룹을 통째로 넘긴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자신의 형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비싼 값을 치러야 했다. 은시후 그 개자식이 멍청한 형에게 100억을 주고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그 약을 사라고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이 엄청난 거금을 주고 형 이치로에게 약을 구매하라고 했고, 그 약을 복용한 뒤 잠시 몸이 좋아졌다가 바로 돌아가시고 말았다. 회사에서 이렇게 거금을 들이자 고바야시 지로는 한동안 이 구멍을 메꾸기 위해 고생을 했다.하지만 다행히도
고바야시 지로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물었다. "그럼.. 대체 어떤 남자가 나나코 씨가 생각하는 배우자의 기준에 부합하는지 지금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이토 나나코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우선, 저보다 실력이 뛰어나야 할 것 같아요.""나나코 씨보다 낫다고요? 어떤 부분에서요? 사업? 학력? 성취?”나나코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무술 실력이요! 전 여자인 저도 이기지 못하는 약한 남자를 만나고 싶지 않거든요.”지로는 난처한 듯 헛기침을 두어 번 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이토 나나코.. 겉으로는 얌전해 보이는데.. 이렇게 깡다구 있을 줄이야.. 자신이 무술을 좋아하면 혼자 좋아하면 되는 것이지.. 왜 연애를 하려는데 자신보다 강한 남자를 찾는담..? 나는 매일 회사에서 일하는 터라 힘도 없고 비쩍 마른 몸인데.. 그럼 이미 자신은 기회도 없는 건가..?’고바야시 지로는 갑자기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나코 씨.. 그럼 너무 조건이 까다롭지 않겠어요? 세상에는 좋은 남자들이 많이 있지만, 그들이 모두 무술을 배운 건 아니죠.. 킥복싱이나 격투기를 잘하지도 않고요.. 게다가 무술 쪽의 대가들은 나이가 많을 텐데요..? 당신의 코치 선생님처럼 말이죠.. 나나코 씨는 설마 그런 남자친구를 찾고 있는 건 아니겠죠..?"이토 나나코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물론 아니죠~ 저보다 실력이 낫다는 건 저의 첫 번째 요구일 뿐이고, 두 번째는 제 눈에 잘 생겨 보여야 하고, 제 가치관과 그 남자의 가치관이 부합해야 한다는 거예요. 또 나이가 저보다 세 살 이상 많거나 어려서는 안 된다는 것도요. 그리고 정직하고 착해야 해요.”지로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그럼.. 자산은요? 자산은 요구사항이 없는 건가요?”“저는 자산에 대해서는 별 다른 요구사항이 없어요.”지로는 나나코와의 대화 후 갑갑해졌다. 자신의 가장 큰 강점은 자산이었다. 어린 나이에 기업의 회장이 되는 것은 일본에서는 드문 일이기 때문
이중열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님께서는 올해 여든이 넘으셨습니다. 이 나이에 뇌졸중이라니... 상황이 좋지 않을까 걱정됩니다."시후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아무 문제없을 겁니다."이중열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성도민은 이내 차를 급히 기독병원 입구까지 몰았다. 차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이중열은 황급히 문을 열고 뛰어내려 곧장 병원 로비로 달려갔다. 그는 접수대에서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곳과 병실 정보를 문의했다.당직 간호사는 빠르게 정보를 조회한 뒤 이중열의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병동과 호실을 알려주었다.이중열은 안내를 받은 대로 급히 어머니가 있는 병실로 뛰어갔다. 병실 문 앞에 도착한 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조심스레 병실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들어오세요."이중열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곳에는 단 한 개의 병상이 있었고 침대 위에는 산소 마스크를 낀 어머니가 몹시 쇠약한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녀 주변에는 세 명의 중년 남성과 두 명의 여성, 그리고 10대 아이들이 몇 명 있었다.병실에 있던 다섯 명의 중년들은 문 앞에 선 이중열을 보는 순간, 마치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오빠?! 정말 오빠야?!"이중열은 그녀를 바라보며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너... 너 소연이냐?!"그녀는 이중열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즉시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재빨리 달려와서 이중열을 꼭 껴안은 채 울먹이며 말했다. "오빠, 어떻게 홍콩으로 돌아온 거야?! 유가휘가 오빠를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잖아. 오빠가 돌아온 걸 알게 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텐데....!"그 때 다른 사람들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이중열을 꼭 껴안고 울면서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사람들은 바로 이중열의
"하하... 아가씨, 조금 전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좋아한다고 하셨습니까?!" 원서훈은 놀란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 이야기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배유현은 그의 반응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그래도 무술 고수신데, 제가 이렇게 분명히 말했는데도 못 들으신 건가요?"원서훈은 황급히 손을 저었다. "아, 아니, 그런 게 아닙니다... 그저 아가씨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전혀 예상 못 했기 때문에 놀랐을 뿐입니다...."배유현은 빙그레 웃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원 선생님께서 그렇게 놀라실 필요 없어요. 게다가, 은 선생님을 좋아하는 사람이 저 혼자 뿐이겠어요? 조금 전 그 유미경 씨를 보셨나요? 그분이 은 선생님을 바라보는 눈빛이 얼마나 애절하던지.. 여자의 눈빛이 그토록 애절하다는 건, 그만큼 마음속에서 상대방을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라고요."원서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아가씨께서 하시는 말씀이 맞긴 합니다...."배유현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휴, 은 선생님께서 홍콩에 오신 지 고작 이틀 밖에 안 됐는데.. 이틀 만에 유미경 씨가 은 선생님을 좋아하게 된 건 그렇다 쳐도 이틀 만에 은 선생님이 그녀를 안쓰러워 하시다니, 정말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어요."원서훈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은 선생님께서 유미경 씨를 안쓰러워하셨다고요? 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배유현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건 원 선생님께서 세심하게 보지 않으셨기 때문 아닐까요?"원서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조적으로 말했다. 그러고는 다시 배유현에게 물었다. "아가씨, 그런데 은 선생님을 좋아하신다면, 유미경 씨는 아가씨의 경쟁 상대가 되는 게 아닙니까? 그런데 왜 먼저 다가가 친구가 되려 하시는지요?"배유현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은 선생님께서 미혼이시라면, 당연히 유미경 씨는 제 경쟁 상대가 되겠죠. 하지만 은 선생님께서는
유미경은 눈물을 머금은 큰 눈으로 시후를 노려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자 옆에 있던 유가휘가 재빨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경아! 은 선생님께서 너에게 말씀하시잖아! 멍하니 있지 말고 얼른 답해드려!"그러나 유미경은 고집스럽게 얼굴을 돌리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훔쳤다.시후는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그냥 유가휘에게 말했다. "유 회장님, 유미경 씨가 저를 상대하기 싫다고 한다면 억지로 강요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유가휘는 난처한 표정으로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제 딸아이가 예의가 없어서.... 선생님께 실례를 범했습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이번에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이렇게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급히 돌아가실 필요가 없으시다면, 저녁 식사라도 함께하시죠."배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저도 급한 일이 없어서요. 은 선생님께서 홍콩에 하루 이틀 더 머무르실 예정이라면, 저도 기다렸다가 일이 끝난 후 함께 돌아가겠습니다.""그러시죠." 시후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중열과 그의 가족들이 새 집으로 이사한 후 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기에, 배유현이 서두르지 않는다면 같은 비행기를 타고 돌아갈 수도 있었다.배유현이 다시 물었다. "은 선생님께서는 어느 호텔에서 머무르시나요?"시후는 유가휘와 유미경을 한 번 바라본 후 말했다. "아직 호텔은 정하지 않았습니다."배유현은 상황을 대충 파악한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제가 호텔을 골라서 은 선생님의 객실도 함께 예약해 드릴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배유현 씨."유미경은 그 때 또 다시 고개를 들어 시후를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한편, 유가휘는 다소 실망한 듯 보였다. 비록 시후에게 한바탕 당하기는 했지만, 그는 아직도 시후와 배유현을 자신의
킬러가 추락한 후, 공항 출구 밖의 인파 속에 숨어 있던 몇 명의 킬러들도 변장한 블랙 드래곤 대원들에게 순식간에 제압되었다. 차 안에 숨어 기회를 노리던 킬러들 역시 반응하기도 전에, 블랙 드래곤 대원들이 앞뒤에서 차량으로 포위하며 문을 부수고 침입해 그대로 끌려 가고 말았다. 그 때가 되어서야 킬러들은 자신들이 이미 블랙 드래곤 대원들에게 철저히 감시당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현상금 철회 명령을 받은 즉시 현장을 떠난 킬러들은 블랙 드래곤 대원들도 가만두었지만, 끝까지 떠나지 않은 자들은 결국 블랙 드래곤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이때, 공항 VIP 대기실에서 유가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현상금 의뢰는 철회되었습니다. 킬러들도 분명 철회 소식을 접했을 테니, 이제 안심하셔도 됩니다...."하지만 시후는 유가휘의 말을 무시한 채, 성도민을 바라보며 물었다. "성도민 씨, 다 정리됐나요?"성도민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은 선생님, 현상금 의뢰는 확실히 철회되었습니다만 저희 측에서 감시하던 범위 내에 아직 떠나지 않은 킬러들이 몇 명 있었기에 직접 처리했습니다. 한 명은 사살했고, 일곱 명은 생포했습니다.""잘했군요." 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일곱 명도 시리아로 보내도록 해요. 홍콩에서 장기적인 평화로움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니까."성도민은 즉시 두 손을 모으며 답했다. "예 알겠습니다!"시후는 유가휘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유 회장님, 당신과 나, 그리고 중열 삼촌 간의 원한은 당신이 한국에 있는 구름산에서 돌아오면 완전히 끝날 겁니다. 더불어 TS Shipping과의 협력을 원한다면, 그때 전문 인력을 배정해 협상하도록 하죠. 앞으로 약속을 지키기만 하면, 나는 더 이상 당신을 곤란하게 하지 않을 겁니다."유가휘는 이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완전히 안심하며 공손히 말했다. "은 선생님의 너그러움에 감사드립니다!" 그런 뒤 그는 곧바로 이중열을 향해 말했다. "중열 씨,
"좋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바로 모든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현상금을 철회하겠다고 통보할 겁니다. 달러는 24시간 이내에 원래 경로로 환불될 겁니다."....그 시각, 홍콩 국제공항 외부에는 이미 여러 명의 킬러들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서로를 알지 못했지만, 그들이 모두 공항 근처에 숨어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현상금을 손에 넣고 평생 먹고 살기 위해서 이러한 선택을 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같이 참지 못하고 오직 이중열이 공항에서 나오는 순간을 틈타 즉시 공격을 개시할 생각이었다.그 중에서 어떤 킬러들은 이미 은밀한 장소에서 저격총으로 조준을 하고 있었고, 또 다른 킬러들은 관광객으로 위장해 공항 출구 밖에서 총을 숨긴 채 대기 중이었다. 심지어 어떤 킬러들은 차를 도로에 세워 두고, 이중열이 나오자마자 그대로 들이받을 작정이었다. 킬러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승리를 거머쥐려는 찰나, 갑자기 휴대전화로 짧은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젠장!" "뭐야, 이게!" "아오 씨, 장난하나!"마치 독사처럼 기회를 엿보던 킬러들은 일제히 욕설을 퍼부었다. 현상금이 철회되었다는 사실에 그들은 모두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이제 현상금은 사실상 사라졌고, 손에 잡힐 듯했던 부자가 될 기회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들도 지금 불만을 터뜨려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일단 현상금이 철회되면, 아무리 목표를 제거해도 돈을 받을 방법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결국 대부분의 킬러들은 즉시 그 자리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관광객으로 위장했던 킬러는 택시를 타고 떠났고, 길가에 차를 세웠던 킬러도 곧바로 차를 몰고 사라졌다. 숨어서 저격을 준비했던 자들도 총을 수납하고 호텔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아직 몇몇 킬러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 중 한 명은 공항 맞은편 호텔 18층 객실에 숨어 있었다. 그는 저격총 조준경으로 공항 출구를 노리면서도 연신 욕설을 퍼부었다."아오 씨, 유
시후의 마지막 요구를 들은 유가휘는 순간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구사일생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시후가 자신에게 요구한 마지막 한 가지 일이었기에, 그 말인즉슨 자신이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10년 동안 200억 달러 상당의 재산도 지킬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에 비해, 자신이 이중열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상금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할 것이었다. 게다가 이중열에게 주어야 하는 별장 또한 별 것 아닌 존재일 뿐이었다. 비록 한국에서 3개월 동안 회개를 해야 하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던 그에게는 이 정도는 관대하고 너그러운 처분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는 감히 마음 속으로 어떠한 불만도 품을 수 없었다. 오히려, 이제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그는 즉시 시후에게 자신의 태도를 표현하며 공손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안심하십시오! 저는 다른 일들을 마무리한 후, 바로 한국으로 떠나겠습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참고로 한 가지 더 말해두지. 오늘부터 당신의 목숨과 재산은 이중열 삼촌과 운명을 함께하게 될 거야. 삼촌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당신에게도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삼촌에게 무슨 변이라도 생긴다면, 설령 그것이 단순한 사고일지라도 나는 당신이 반드시 연대책임을 지도록 할 겁니다. 이해했습니까?"유가휘처럼 머리가 빠른 사람이 시후의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시후는 유가휘가 다시는 이중열에게 어떤 위협도 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의 신변 안전을 이중열의 생사와 묶어버린 것이었다. 따라서 이제부터 유가휘는 이중열을 해칠 생각은커녕, 오히려 그가 무사하기를 밤낮으로 기도해야 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유가휘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은 선생님, 이해했습니다....""좋아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 당신이 홍콩 전역에 퍼뜨린 ‘현상금’을 즉시 철회
진작에 이중열과 이웃이 되는 것도 억울한데, 매년 최소 200일을 반드시 시훈도에서 거주해야 한다니, 이건 정말 사람을 정신적으로 짓밟는 처사가 아닌가?이때 시후는 계속해서 말했다. "또한, 당신의 운전 기사를 다른 직책으로 옮기도록 해. 나는 블랙 드래곤에서 한 명의 대원을 보내 당신의 경호원 겸 운전기사로 삼을 거야. 동시에 그는 당신의 일정을 감시할 것이고 만약 당신이 일 년 중 시훈도에서 하루라도 덜 거주하기라도 한다면, 벌금 1억 달러를 내도록 할 생각이고."그러자 유가휘는 울상을 지으며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정말로 시후가 그의 얼굴을 바닥에 눌러 반복해서 비벼댈 정도로 잔인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속으로 아무리 억울해도 그는 감히 시후에게 반박할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은 선생님 걱정 마세요... 저는 말씀을 따를 겁니다... 반드시 따르겠습니다..."시후는 다시 말했다. "아 참, 그리고 블랙 드래곤 대원이 당신의 경호원 겸 운전기사가 되는 것도 비용이 들 겁니다. 나는 성도민 씨에게 네 명의 대원을 선발하게 할 것이며, 분기마다 교대하여 당신을 위해 근무하도록 할 겁니다. 그럼 당신은 반드시 매달 200만 달러의 급여를 지급해야 해. 이해했습니까?"유가휘는 얌전히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해했습니다. 매달 200만 달러를 반드시 제때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침착하게 말했다. "세 번째, 즉시 홍콩대 근처의 먹자골목 소유권을 현재 당신의 그룹에서 분리하여 독립된 회사로 만들도록 해. 이 회사의 주주는 오직 유미경 씨 한 명이어야 합니다!"유미경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왜 시후가 먹자골목을 언급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때 시후는 계속해서 말했다. "이 먹자골목의 모든 결정권은 앞으로 미경 씨에게 있을 겁니다. 그런데 당신이 감히 허가 없이 임의로 개발하려 한다면, 내가 알게 되는 즉시 당
유가휘의 모든 정신과 의지는 이미 시후에 의해 완전히 꺾이고 말았다. 이제 그는 손익을 따질 겨를도 없이, 오직 살아남는 것만이 유일한 바람이었다. 그러니 시후가 어떤 조건을 내걸든, 그는 주저 없이 받아들일 의향이 있었다.시후는 유가휘가 완전히 굴복한 것을 확인하고,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하며 냉정하게 말했다. "유가휘, 잘 들어. 내가 당신에게 시킬 첫 번째 일은 바로 홍콩 최고 수준의 전문 경영인 연봉을 기준으로 삼촌에게 20년 치의 급여를 보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추가로 이중열 삼촌의 청춘을 빼앗은 것에 대한 보상금을, 또 이중열 삼촌의 가족의 정신적 피해 보상금을 지급해야 해." 그런 뒤 시후는 말을 이어갔다. "즉, 당신이 한 번에 홍콩 최고 전문 경영인의 연봉 60년 치를 한꺼번에 삼촌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의가 있나?""없습니다!" 유가휘는 거의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지금 상황에서 그가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는가? 시후의 요구대로라면, 고작 60~70억 홍콩달러, 미화로 따져보면 10억 달러도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옆에서 듣고 있던 이중열은 급히 말했다. "도련님, 이 돈은 받을 수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단호하게 말했다. "삼촌, 이 돈의 목적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보상이고, 다른 하나는 처벌입니다. 설령 삼촌께서 이 돈이 필요 없다고 해도, 그는 반드시 이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만약 돈을 받아서 삼촌이 원하는 곳에 기부하셔도 상관없습니다."그러자 이중열은 시후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시후는 다시 유가휘를 바라보며 말했다. "두 번째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당신이 소유한 시훈도의 럭셔리 저택 옆에 있는 G7 그룹의 별장을 매입해 이중열 삼촌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그리고 삼촌의 가족들을 찾아가 그곳으로 이사해달라고 요청해야 해. 이사를 할 때, 사회자를 초청해 가장 성대한 집들이 행사를 개최하도록 하고!"유가휘는 시후의 말에 충격을 받아 할 말을 잃었다.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시후
이에 그는 다시 한 번 시후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은 선생님! 미경이가 말한 대로 저는 정말 천인공노할 악행을 저지른 적은 없습니다. 아무리 제가 못난 인간이라도, 죽을 죄를 지을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돈을 원하신다면 한 푼도 빠짐없이 드리겠습니다!"이때, 유미경 역시 갑자기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간절히 말했다. "은 선생님, 돈이라는 건 결국 물건일 뿐입니다. 그러니 부디 제 아버지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어떤 금액이든, 저희는 망설이지 않고 지불하겠습니다!"시후는 유미경까지 자신에게 무릎을 꿇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시후는 얼른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하려 했다. 그러나 유미경은 시후의 거부하며, 무표정으로 말했다. "은 선생님, 당신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저는 일어나지 않겠습니다. 만약 제 아버지의 목숨을 원하신다면, 저도 함께 죽이세요."시후는 유미경의 원망이 담긴 눈빛을 마주하고 가슴이 아릿했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쉬며, 냉정한 목소리로 유가휘를 바라보며 말했다. "유 회장님, 당신은 훌륭한 딸을 두셨군요." 그러고 나서 그는 이중열을 바라보며 물었다. "삼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겠습니까?"이중열은 급히 공손한 태도로 대답했다. "도련님, 저는 그저 무사히 돌아가 지인들과 함께 생활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 외의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한 뒤 이중열은 혹시라도 자신의 뜻이 시후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까 걱정되어 다시 강조했다. "은 선생님, 유 회장님께서 암살 지시를 철회하기만 한다면, 저도 더 이상 다른 문제를 추궁하고 싶지 않습니다!"유가휘는 이 말을 듣고, 감격스러움과 부끄러움이 교차했다. 그는 이중열을 향해 거듭 머리를 조아리며 울먹였다. "중열 씨... 자네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자네의 이 은혜는 평생 갚도록 하겠어!"이때, 시후는 유가휘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유가휘, 삼촌과 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