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그룹에서는 15명의 부하들을 잃었고, 이화룡과 이학수는 도합 네 사람을 잃었다. 다행인 건, 며칠 전에 시후가 이화룡과 이학수에게 방어를 강화하라고 주의를 주었기에 양쪽에서 모두 지리산으로 인원을 더 보충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이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이미 겁에 질린 이재하와 이장명은 이화룡의 부하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그들을 붙잡은 건 이화룡의 부하이자 지리산 부근을 관리하고 있는 조덕표였다.조덕표는 까무잡잡한 구리빛 피부를 가졌는데, 겁에 질린 이들 부자를 보며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여기서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이재하는 울먹였다. "저.. 저희는 도망갈 생각은 없었습니다! 여..여기!! 여기 보이시죠? 이 패거리들이 다짜고짜 우리를 데려가려고 한 겁니다!”조덕표는 코웃음 쳤다. "시치미를 떼지 마! 네 속셈은 빤히 보여!! 그리고 말이야, 나 조덕표가 살아 있는 한 너와 네 아들은 지리산을 떠날 수 없어!”이재하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히 말했다. "예 아무렴요! 저희도 지리산을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그동안 지리산에서 지내면서 얼마나 정이 들었던지.. 저는 이미 이곳에서 노후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옆에 있던 이장명도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럼요. 저희 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여기에 얼마나 정이 많이 들었는데요~”조덕표는 곧장 달려들어 두 사람을 향해 주먹과 발길질을 하며 분노했다. "어이구, 이 새끼들 봐라..? 말은 번지르르 하네? 네놈들 때문에 내가 네 명의 동생들을 잃었어! 내가 다리를 부러뜨려서 산삼을 캐러 산으로 들어갈 때마다 절뚝이게 만들어 줄까?! 어?!!”두 사람은 폭행을 당해 정신을 거의 잃기 직전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려 보내졌다.......한편, 최우식 대표는 오송 그룹의 저택에서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담배 한 개피는 이미 절반이 날아갔고, 최우식 대표는 속으로 끊임없이 시간을 계산하고 있었다.
최 회장은 사업가들 사이에서 매우 유명한 인물이었다. 강남에서 그를 언급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젊었을 때부터 머리가 좋고 자수성가의 대명사로 불렸기 때문이다. 이로써 최 회장은 오송 그룹을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재벌가로 만들었을 정도로 능력이 남달랐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결국 나이와 세월을 이길 수 없다. 최 회장이 몸이 불편해 2선으로 물러난 후부터, 오송 그룹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물러난 후 그 짧은 기간 동안 오송 그룹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몰락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최 회장은 이 사실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었다. 둘째 손자로 말할 것 같으면 아무 문제 없이 멀쩡했던 아이가 갑자기 대변을 보면 퍼먹기 시작하는 병에 걸리고.. 장남과 장손은 SNS를 통해 전국적으로 능욕을 당하고 체면을 구겼다. 그때부터 연이은 타격 때문인지 최 회장의 건강은 점점 나빠졌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악몽의 시작일 줄은 몰랐다! 그가 가장 납득할 수 없는 사실은 얼마 전 오송 그룹의 명성이 실추된 것이다! 오송 그룹이 악명 높은 남두산 패거리와 애매하게 얽혀 있었고, 심지어 노숙자들을 써서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인신 매매까지 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졌다. 이로써 오송 그룹의 명성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최 회장은 뇌졸중으로 쓰러져 며칠 동안 깨어나지 못했다. 오늘에서야 깨어났지만, 몸과 정신 상태는 예전 같지 않아, 굉장히 피곤한 기색이었다.최우식과 형제들은 서둘러 최 회장을 만나러 갔다. 그들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을 때 하나같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의 혈색이 이렇게 나쁜 것을 본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내일 세상을 떠나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최우식은 그때 아버지를 보며 죄책감을 느꼈다. "아버지.. 몸은 좀 괜찮으세요..?”최 회장은 최우식을 바라보는 두 눈에 분노가 가득했다. 그는 격렬하게 몇 번 숨을 몰아쉬더니, 뒤이어 소리쳤다. "너… 이 자식아!! 이 패가망신 시킬 놈! 네가 장가간
만약 그녀의 남동생이 죽임을 당하지 않았다면, 자신은 그녀의 동생을 산산조각 내어 찢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송 그룹의 명예는 이미 추락해 버린 지 오래니까..최 회장은 아들을 쳐다보며 물었다. "남두희 그 기집애 어딨어?”"아버지, 두희는 그 날 이후로 방에만 틀어박혀 매일 눈물 흘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눈물을 흘리는 게 뭐!! 그런 년을 집에서 쫓아내지 않고 뭐 하는 거야!? 지금 그 년을 그룹에 두고도 우리 그룹이 다 망할 때까지 기다릴 셈이냐?!!”최우식은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아버지! 이 일은 두희를 탓할 수 없어요! 처남이 쓰레기지 제 아내가 쓰레기는 아니잖아요?”"짜악!" 허약한 최 회장은 온 힘을 다해 최우식의 뺨을 갈겨버렸다.최 회장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내란 말이다! 만약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 단칼에 내려 치는 법이다! 내가 왜 오송 그룹을 이렇게 만들 수 있었는지 아느냐? 내가 앞으로 나아가려 할 때 단호해서 만은 아니다! 바로 내가 뒤로 물러서야 할 때를 알면, 그 누구보다도 단호하게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는 도롱뇽보다 못한 놈이야! 그것들은 안 되면 자신의 꼬리를 바로 날려버리는데! 네놈은 박력과 용기는커녕, 아무 짝에도 쓸모 없어진 팔다리를 질질 끌고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네가 자꾸 그렇게 끌려 다닌다면, 너뿐만 아니라 오송 그룹 전체를 해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어라!"최우식은 난감해하며 물었다. "아버지.. 두희가 저와 함께 한 세월이 얼마인데요.. 제가 어떻게 이럴 때 아내를 집에서 쫓아낼 수 있겠어요? 만약 소문이라도 나면 다른 사람들이 절 어떻게 보고, 우리 그룹을 어떻게 보겠냐고요?”최 회장은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그 년을 쫓아내지 않으면 네 명성이 훼손되지 않을 것 같아? 남두산이 네 아내의 동생이라는 걸 모두가 다 알고 있고, 네 처남이라는 것도 다 알고 있고, 그 새끼의 부하
최우식 대표는 붉어진 얼굴을 감싸며 부끄러워했다. 그는 이때서야 비로소 자신이 도대체 뭘 잘못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계획은 나쁘지 않았다. 모든 적들을 연합하여 자신의 동맹으로 삼는 것.. 지리산의 이장명과 WS 그룹, 그리고 나머지 은시후와 척을 진 사람들 모두가 자신이 연합할 수 있는 대상이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은 바로 이들을 모으기 위해 너무나도 서둘렀다는 점이다! 이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적의 상황을 보고, 반응을 보면서 그들을 모아 일을 진행해도 늦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이 한 발 늦었다고 해서 적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고 또한 동맹도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우식은 왜 이렇게 조급했던 것인가?? 두 번이나 지리산에 사람을 보냈는데 두 번 다 실패했고, 20여 명이 그곳에서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다. 만약 처음에 실패한 이후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지금까지.. 아버지가 깨어날 때까지만 기다렸다면.. 그리고 아버지가 A급 경호원들을 보냈다면 한 방에 이길 수 있었을 텐데.. "아버지, 제가 잘못했어요….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도 아직 아버지를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제가 제대로 바로 잡겠습니다!”"넌 이미 가장 좋은 기회를 놓쳤다! 네가 네 손으로 아주 간단한 일을 어렵게 꼬아 버렸어!! 처음에 무방비 상태일 때 쳐들어가는 것이 가장 쉬웠을 거다! 만일 이번에 준비를 잘해서 제대로 덤볐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네가 상대를 얕잡아 보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더욱 더 경계하게 함으로써 일이 더욱 어려워진 거야! 이제, 너의 두 번째 시도 때문에 상대는 더 충분하게 준비하게 될 거다! 이렇게 되면 A급 경호원들을 보내더라도 일이 쉽게 풀리지 않을 수도 있어!!”"아버지 그래도 인간 사냥꾼 팀이면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누가 그런 자신감을 가지라고 했더냐? 아까 내가 말하지 않았어? 그렇게 적을 얕잡아 보지 마라고 했을 텐데!! 그들이 실력은 좋아 보이지만, 세계 최강이라
"좋다." 최 회장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럼 인간 사냥꾼을 밤새 지리산에 보내도록 하자. 헬기 준비시켜.”라고 말했다.최우식 대표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버지, 그렇게 서두를 필요 없다고 하지 않으셨어요..?”최 회장은 진지하게 말했다. "일을 하려면 바로 무방비일 때 빠르게 공격을 해야 한다. 오늘 밤 15명을 떠나보냈으니, 그들은 분명 곧바로 공격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러니 오늘 밤에 다시 인간 사냥꾼을 보내 내일 아침이라도 그들 앞에 나타날 수 있도록 해야 해!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최우식 대표는 뭔가 깨달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의 능력이 여전히 아버지와 비교하여 부족하기에 매우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아버지야말로 책략에는 따라올 자가 없는 것 같았다. 최우식 대표는 빠르게 헬기를 준비했고, 가까운 헬기장에서 출발할 것을 주문했다.최 회장은 인간 사냥꾼의 팀장을 자신의 병상으로 불러들였다. 팀장은 올해 60이 가까운 나이였는데 오랫동안 무술을 연마해서 그런지 외모로만 보면 마흔 안팎으로 보일 만큼 탄탄한 몸과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최 회장은 젊었을 때부터 그를 알고 있었으며 팀장 역시 최 회장을 오랫동안 보좌했다. 최 회장은 늘 그를 손님처럼 모시며 존중해주었다. 두 사람은 회장과 직원 사이를 넘어 친구이자 형제와 같은 관계였기에 서로를 매우 존경했다. 최 회장의 부탁을 들은 팀장은 그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회장님 안심하십시오. 제가 이번에 두 사람을 모두 데려오는 동시에, 지금까지 죽은 우리 형제들의 원한을 제대로 갚아주고 오겠습니다.”"그래요!" 최 회장은 마침내 막혔던 속이 뻥 뚫리는 것을 느끼며 웃음 지었다. "그럼 난 여기서 자네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겠네!" 그리고는 아들에게 말했다. "우식아, 최고급 와인 좀 들여와라. 임 팀장이 돌아오면 축하연 좀 열어드리게.”임원범은 "회장님께서 제가 와인에 취미가 있다는 걸 여전히 기억하고 계시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이 시각, 청년재 별장.늦은 밤, 시후와 유나는 각자의 이불 속에서 깊이 잠들었다. 중간에 시후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윙윙’하며 진동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소리가 시끄러워 아내가 깰까 봐 시후는 휴대폰을 들어 내용을 확인했다. 카톡 두 통이 와 있었는데, 이미 밤 12시가 넘은 이 시간에 누가 자신에게 카톡을 보낸 것인지 모르지만 분명 무슨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카톡은 바로 이화룡이 보낸 것이었다.시후는 눈살을 찌푸렸다. 지리산에서 일이 생겼다는 건 오송 그룹이 또 이장명과 이재하를 탈출시키려 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는 살금살금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간 뒤 별장의 밖으로 나왔다.밖에서는 이화룡과 이학수가 공손한 자세로 서 있었다. 두 사람이 긴장한 표정을 짓자 시후는 "무슨 일이죠?"라고 물었다.이화룡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송 그룹에서 30여분 전에 지리산에 사람을 보냈는데, 16명 정도로 꽤 많은 인원이었습니다..”“그럼, 그 결과는요?”"이재하와 이장명을 탈출시키려고 하다 저희 측과 오송 그룹 간에 총격전이 벌어졌는데, 15명을 사살했고 한 명이 도망쳤습니다.”“그럼 우리 쪽은 몇 명이 다쳤죠?”이학수가 말했다. “네 선생님, 제가 고용한 인원 3명과 이화룡 씨의 인원 1명이 사망했습니다. 총 4명입니다..”“그래요? 그럼 나쁘지 않네요. 전체적으로 보면 승리라고 할 수 있으니까.”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이화룡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오송 그룹이 이제 두 번이나 구출에 실패했으니 목숨을 걸고 공격할 것 같은데.. 저와 이 대표님이 곧 지리산에 배치할 추가 인원들을 모집했지만, 이번에는 오송 그룹에서 인간 사냥꾼을 보내지 않을까 걱정됩니다.”시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예? 인간 사냥꾼이요..?”라고 물었다."예! 오송 그룹의 최 회장 밑에 인간 사냥꾼이라고 불리는 A급 팀이
시후는 빙긋 웃으며 답했다. "하하.. 모든 것을 살인으로 해결한다면 오송 그룹 사람들은 제 손에 벌써 죽었을 텐데요..? 어떤 종류의 인간들은 지난 번 남두산 패거리처럼 빨리 처리해버려야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죽이면 재미가 없는 경우가 있죠.. 이화룡 씨의 개 농장에 있는 고바야시 이치로를 생각해볼까요? 그 자식도 진작에 죽일 수 있었지만, 내가 왜 그를 살려 뒀을까요? 그가 살아야 일이 재밌고, 더 많은 일들이 생길 테니까요.. 만약 그가 죽었다면 지금처럼 재밌는 일이 일어났을까요?? 오송 그룹도, 이재하 부자도 마찬가지입니다.”시후는 머릿속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치로를 살려둔 건 그의 동생 고바야시 지로를 짓밟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재하와 이장명을 살려 둔 건 그들이 이학수와 서로 싸우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만약 이치로가 죽었다면, 자신이 지로나, 고바야시 제약 전체를 견제할 때 가장 좋은 협상 카드를 잃었을 것이다. 그리고 화신 제약의 경우 이학수가 자신을 따르게 만들어 이재하 부자를 견제할 수 있게 만든 셈이다. 진정한 리더는 결코 간신배를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충직한 직원 역시도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교활하고 나쁜 직원도 있어야 하는데, 충직한 직원들과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기 위한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간신의 견제와 균형이 없다면, 성실하고 충성을 다하는 직원들은 나날이 교만해지고 오히려 나쁜 분위기에 휩쓸리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시후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LCS 그룹은 어쨌든 한국에서 최고의 재벌가라고 손꼽히고 있으니까. LCS 그룹의 자제들은 어려서부터 사서삼경과 대학, 중용들을 익히고, 서양의 리더십과 관련된 수업들을 배워야 했다. 그렇기에 이러한 전략들은 시후가 몸소 체득하고 배웠던 내용을 활용한 것이었다. 그래서 시후는 고개를 저었다. "이재하 부자를 죽인다면 오송 그룹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아요. 일종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죠. 만약 내 짐작이 맞다면 오
시후는 이학수가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자 살짝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참, 화신 제약 쪽은 요즘 어때요?”이학수는 표정이 밝아지며 "최근 제약 회사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편이지만, 신약 개발 및 신규 시장 개척에서 몇 가지 난관에 부딪혔습니다.”“그래요?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시후는 의아해했다. 화신 제약의 규모나 실력이라면 국내 제약업계에서 적수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신약 개발은 조금 달랐다. 좋은 성분의 약이 나오지 않으면 제약 회사의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무의미하기 때문이다.이학수는 서둘러 답했다. "최근 화신 제약은 거금을 투자해 동의보감에 기재된 한약재 성분을 가지고 생약을 개발했습니다. 주요 성분은 위장 장애를 치료하는 것으로 위통, 위산, 헛구역질 등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이고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쵸, 아무래도 현대인은 앉아서 일하는 경우가 많으니 걸리기 쉬운 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데 딱히 한약재로 만든 생약은 유명한 약이 없었던 것 같은데요? 무슨 문제가 있죠?”이학수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 약을 개발한 건 한국의 술 문화 때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회사를 다니면 아무래도 술을 많이 마시게 되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결국 잠재적 고객이 될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넓은 것이 한국 시장이죠. 그런데.. 외국 기업이 한 발 앞서 이런 약을 제작할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그들이 우리와 비슷한 재료를 썼더군요.”"외국 회사? 또 우리 한의학의 처방을 표절했다고요? 외국계 기업들은 양약 위주로 만들지 않나요?”이학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외국계 제약 회사가 서양이 아니라 고바야시 제약이거든요.. 또 이번에 동의보감의 처방에 따라 신약을 개발했는데, 이 약의 약효가 확실히 좋아서 이 시장을 고바야시 제약이 점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화신 제약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고요.."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낙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아.. 다른 건
시후의 외할머니는 무기력하게 한숨을 쉬며 단호하게 말했다. “여보, 분명히 말할 게요. 당신이 은 서방을 미워하는 건 내가 어찌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은 서방에 대한 당신의 태도는 앞으로 반드시 바뀌어야 해요!”안산은 완고한 성격이 발동하며 단호히 말했다. “나는 바꾸지 않아! 나중에 내가 죽더라도, 염라대왕이 옥황상제를 불러 나를 심문해도, 은 서방에 대한 태도는 절대 바꾸지 않을 거야!”시후의 외할머니는 화가 나서 말했다. “좋아요! 당신 참 대단하네! 안 바꾼다고요? 그럼 나중에 시후가 돌아오고 가족들이 예선이와 은 서방에 대해 이야기할 때, 시후 앞에서 또 그런 말을 하면 시후는 틀림없이 당신과 연을 끊고, 평생 다시 만나지 않을 거예요! 내가 어렵게 찾아낸 외손자를 당신이 쫓아낸다면, 나도 당신과의 관계를 당장 끊어 버릴 거예요! 믿지 못하겠으면 기다려 보던가요!”그러자 조금 전 까지만 해도 분노로 가득했던 안산은 이 말을 듣자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힘이 빠져 버렸다. 그는 아내가 자신과 관계를 끊을 가능성은 없다고 알지만, 외손자인 시후가 돌아왔을 때, 자신이 여전히 이런 태도를 보인다면 외손자가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누구도 자신의 부모를 모욕하는 걸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에 이르자 안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침울하게 말했다. “당신 말이 맞아.... 내가 바꿀게.... 꼭 바꿔야지....” 그리고는 안산은 다시 우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죽기 전에 시후를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군....”시후의 외할머니는 남편의 태도 변화에 안도하며 부드럽게 위로했다. “걱정 말아요. 내 생각엔 오래 걸리지 않아 시후가 돌아올 것 같아요.”안산은 급히 물었다. “왜 그렇게 확신하는 거야?”시후의 외할머니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은서가 이미 왔잖아요. 그러니 시후도 멀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은서가 이렇게 한결같은 마음을 보여줬으니, 하늘도 감동하여 반드시 시후를 돌아오게 할 거예
안산이 갑자기 화를 내자, 가족들 모두는 서로를 바라보며 어찌할 줄을 몰랐다.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은 안산이 평생 동안 마음에서 떨쳐내지 못한 문제였다는 것을... 그는 Samson 그룹의 당시 능력과 그들의 진심을 생각하면, 은서준이 왜 굳이 한국으로 돌아가려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안산의 생각은 너무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은서준을 대할 때 항상 자신이 더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유능한 사장이 100만 달러의 월급을 받고 다른 회사를 다니는 인재에게 100만 달러를 받는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이 1천만 달러, 아니 그 이상을 제공할 수 있으니 회사를 옮기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 안산은 이렇게 하면 은서준이 자신을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은서준이 그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는 사실이었다. 이로 인해 안산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큰 좌절감을 느꼈고, 심지어 그 좌절감은 분노로 이어졌다. 원래 그는 은서준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물론 은서준의 가문이 Samson 그룹보다 훨씬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는 은서준이 뛰어난 인재라는 것을 알았고, 자신의 세 아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바로 이러한 인정 때문에 그는 은서준이 Samson 그룹으로 들어오는 것을 간절히 바랐다. 그는 자신의 장녀 안예선만이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은서준은 자신의 딸과 비교해보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서로를 잘 보완할 수 있는 관계였다. 그러니 만약 그들이 함께 Samson 그룹에 머문다면, Samson 그룹은 분명히 날개를 달게 될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사우디 왕실이나 로스차일드 가문과 같은 세계에서 유명한 집안들을 뛰어 넘어 세계 정상에 우뚝 서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그러나 은서준은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은서준은 이미 야망과 포부가 있었고, Samso
이 세상에는 수많은 보험회사와 금융회사가 있지만,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맨해튼에 초고층 빌딩을 세운 보험회사와 금융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하지만 AB 그룹은 그중 하나였다.Samson 그룹은 비록 로스앤젤레스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제대로 세력을 키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곳은 두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나는 실리콘밸리이고, 다른 하나는 뉴욕인데, 과거 안예선은 실리콘밸리에서 매우 값싼 가격에 엄청난 잠재력을 가졌다고 판단한 회사들에 투자했다. 그리고 이 투자를 더욱 깊이 있는 자본 운용에 연결하기 위해, Samson 그룹은 미국 금융의 중심인 뉴욕으로 진출하게 되었고, Samson 그룹 전체 핵심이 되는 곳을 이곳에 세웠다. Samson 그룹에는 여러 그룹사들을 가지고 있는데, 투자한 기업들은 셀 수 없을 정도지만 Samson 그룹의 진정한 핵심 그룹은 바로 AB 그룹이었다. AB 그룹이 설립된 이후, 안예선은 실리콘밸리에 투자했던 자금을 AB 그룹과 합병하여, AB 그룹을 미국 최대의 인터넷 벤처 캐피털 기업으로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AB 그룹은 Samson 그룹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기업이 되었다.시후의 외조부 안산은 은퇴하기 전까지 계속 AB 빌딩에서 근무했다. 이후 그는 경영권을 시후의 둘째 외삼촌인 안태풍에게 넘겼기 때문에, 이곳은 안태풍의 사무실이 되었다. 평소에 로스앤젤레스에서 노부부와 함께 지내는 사람은 바로 시후의 큰외삼촌 안충주 뿐이었다. 그 외에 시후의 둘째 외삼촌 안태풍, 셋째 외삼촌 안재남, 그리고 막내 이모 안유진은 모두 뉴욕에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버지의 건강이 점점 악화되자, 다른 가족들도 당분간 자신의 일을 내려놓고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와 아버지의 곁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안산은 은퇴 이후 노인성 치매로 고생했기에 몇 년 동안 이곳을 거의 찾지 못했다. 오랜만에 다시 이곳에 오니, 그는 잠시 회상에 잠긴 듯 창가로 걸어가 맨해튼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건물은 여전
유나는 시후가 말하는 풍수 이론을 이해하는 듯하면서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늘 겉으로 보기에 뭔가 이치가 있는 것 같지만, 동시에 약간 신비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한편, 아내의 곁에 있는 시후는 속으로 약간의 긴장감과 불안함을 느꼈다. 그는 저녁에 외가 식구들에게 자신의 정체가 노출될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뭔가 자제가 안 되고 고향 근처로 돌아온 듯한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시후는 비록 외가 식구들이 과거에 했던 행동들에 대해 약간의 원망을 품고 있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혈연의 정을 여전히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오늘 밤은 시후가 지금까지의 시간 중에서 외가 식구들과 가장 가까이 마주하는 순간이 될 것이었다. 따라서 그가 느끼는 긴장감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그 시각, 시후의 외조부모는 자녀들과 함께 맨해튼에 위치한 AB 빌딩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안산은 감회에 젖어 아내와 자녀들에게 말했다. “예선이가 살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이 빌딩에 엄청난 정성과 노력을 쏟았지만, 이 빌딩을 실제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와보지 못 했어....”그러자 시후의 외할머니는 급히 말했다. “큰 병에서 회복한 지 얼마 안 됐으니, 너무 슬픈 생각은 하지 마세요. 오늘 우리가 뉴욕에 온 이유를 잊지 마시고요.”안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가 왜 왔더라?”시후의 외할머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차 안에서 조금 전에 다 설명했잖아요! 오늘 우리는 시후 약혼녀의 콘서트를 보러 왔다고요!”“아....” 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생각났네.... 시후 약혼녀의 콘서트를 보러....” 그는 말을 마치고 시후의 외할머니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시후도 오나?”시후의 외할머니는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시후는 아직 못 찾았잖아요!”안산은 민망한
시후는 이 이야기를 듣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외가 식구들이 고은서의 콘서트를 보러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었지만, 정말 그가 예상한 대로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외가 식구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일을 피하고 싶어서 시후는 이번 콘서트를 보러 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내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VIP 박스석도 있었기에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외할머니가 외할아버지까지 모시고 왔다는 말을 들은 그는 말했다. “손님이 오신 것이니, 혜리 씨께서 잘 대접해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그러자 고은서가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다른 문제가 하나 더 생겨서요.. 두 노인들께서는 연세도 많으시고, 지위도 좀 특수하니, 관객석에서 제 공연을 보시는 건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연세 많은 두 분도 역시 VIP 박스석에 모셔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편안하게 관람하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잠시 말을 멈춘 뒤 고은서는 다시 말했다. “그때 제가 지우 언니에게 먼저 은 선생님과 사모님께서 VIP 박스석으로 입장하도록 안내하고, 그 후에 두 분 노인을 들어오시게 하라고 할 생각이에요. 어차피 박스석 내부는 필요한 것들이 모두 다 갖춰져 있어서 공연 중간에 나오실 필요가 없으실 거예요. 공연이 끝나면 지우 언니가 두 분을 먼저 모시고 나가게 할 테니, 양쪽이 만날 일은 없을 겁니다. 이 계획은 어떠신가요?”시후는 잠시 고민한 후, 시원하게 동의하며 말했다. “그 계획 괜찮네요. 양쪽이 동시에 들어오거나 나가는 것만 피하면, 풍수적으로도 문제 없을 겁니다.”고은서는 시후의 말을 이해하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할머님께 명확히 말씀드릴게요. 그리고 제가 지우 언니에게 선생님과 사모님이 계신 박스석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할머님을 배치하도록 할 게요. 이러면 더 안전할 겁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시후는 말
다음 날. 공교롭게도 오늘은 마침 토요일이었다.유나는 뉴욕에서 열릴 혜리의 콘서트를 너무나 기대하고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뉴욕에 조금 일찍 가서 쇼핑도 하고, 저녁에 콘서트를 본 뒤 뉴욕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하루를 더 써서 관광을 한 뒤에 일요일 저녁에 돌아오자고 시후에게 제안했다.시후는 아내가 평소 수업을 너무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이번 기회를 빌려 아내와 함께 제대로 휴식을 취하려는 마음으로 유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시후는 뉴욕의 버킹엄 팰리스 호텔의 스위트룸을 예약했다.두 사람은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차를 몰고 뉴욕으로 출발했다. 유나가 뉴욕에 대해 알고 있던 정보를 바탕으로, 시후는 그녀를 먼저 타임스퀘어로 데려갔고,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갔다.두 사람이 뉴욕에서 관광을 즐기고 있는 동안, Samson 그룹의 가족 10여 명은 두 대의 전용기를 나눠 타고 뉴욕에 도착했다. 안전하게 도착한 뒤, 시후의 외할머니는 곧바로 고은서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고은서는 이미 공연장에서 저녁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갑작스레 시후의 외할머니의 전화를 받은 그녀는 급히 전화를 받고 정중하게 말했다. “할머니!”“어이구!” 시후의 외할머니는 웃으며 대답하고는, 기분 좋게 물었다. “은서야, 바쁘니? 이 할머니가 전화해서 방해된 건 아니지?”고은서는 거짓말하며 말했다. “할머니, 저 안 바빠요. 방금 앉아 쉬려던 참이었어요.”“그럼 다행이구나!” 시후의 외할머니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은서야, 내가 시후 외할아버지랑 외삼촌들, 고모까지 데리고 뉴욕에 왔단다. 오늘 저녁에 네 콘서트에 가서 응원해주고 싶어서 그러는데.. 괜찮겠니?”고은서는 잠시 당황했고,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시후였다. 그녀는 시후가 외가와 하루빨리 상봉하길 바랐지만, 시후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기에 자신이 대신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만약 오늘 시후의 외가 가족들이 자
안충주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실, 자네가 굳이 그 범죄자들을 조사하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제이크 한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이제 와서 그런 말 해봐야 늦었다고. 게다가, 내 성격상.. 폭력으로 폭력을 되갚는 그런 범죄를 보고도 못 본 척할 수도 없고.”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물었다. “그럼 이제 앞으로의 계획은 뭐야?”제이크 한은 말했다. “경찰서로 가서 업무를 정리하고, 내일부터 정식으로 은퇴하고 쉬려고 해.” 그러다 그는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버님께서는 이제 좀 괜찮아지셨어? 아니면 로스앤젤레스에 가서 내가 한 번 뵙고 올까? 이번에 그렇게 크게 아프셨는데도 한 번도 못 찾아 뵈어, 마음에 걸려서 말이야.”안충주는 말했다. “로스앤젤레스까지 올 필요 없어. 어머니께서 뉴욕에 가서 고은서 양의 콘서트를 보고 싶어 하시거든. 우리 자녀들이 모두 그 콘서트에 참석해야 한다고 하셨고, 아버지도 설득당하셔서 내일 점심에 모두 함께 참석하기로 했어.”제이크 한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버님께서 최근 몇 년간의 일을 전혀 기억 못 하시면서, 왜 뉴욕까지 오시려고?”안충주가 말했다. “아버지께서 눈만 뜨면 어머니께서 한두 시간 동안 먼저 간단히 브리핑을 해드리거든. 아버지의 상태와 20년 가까이 기억 못 하시는 일들을 간추려서 반복적으로 말해주셔. 같은 이야기를 하루에 일곱, 여덟 번도 하셔. 아버지가 고은서 양이 외손자의 며느리이고, 게다가 아버지 목숨을 구했다고 들으셨기 때문에 바로 콘서트에 가겠다고 하시더라고.”제이크 한은 말했다. “그럼 내일 일정이 어떻게 돼? 같이 식사 한 끼 할 시간이 될까?”안충주가 말했다. “좋아. 내일 점심에 우리 먼저 맨해튼의 AB 빌딩으로 갈 거야. 우리 그룹은 많은 부동산이 있지만, 로스앤젤레스의 저택을 제외하면 아버지께서 가장 아끼시는 게 AB 빌딩이니까. 내일 점심에 거기서 같이 식사하자.”제이크 한은 감탄하며 말했다. “AB 빌딩
국장과의 대화는 단 10분이었지만, 제이크 한은 마치 10년은 늙어 버린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시장의 의도를 명확히 알아차렸다. 자신을 일찍 퇴직시키는 것은, 직접적으로 책임을 묻지 않더라도, 대중이 보기에 결국 자신이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일찍 퇴직시키는 것은 곧 처벌인 셈이었다. 그 후에는 시장은 자신이 뉴욕을 위해 공헌한 부분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이번 일은 비록 제이크 한이 잘못 처리하기는 했지만, 그는 뉴욕 시민을 위해 오랫동안 열심히 일해왔고, 결국 자기가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일찍 퇴직하는 것을 희망했다’고 언급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여 사람들에게 그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도록 만드는 방식... 사람들은 이런 방식에 약하다. 이것은 마치 자신의 동네에서 반평생을 안전을 지킨 경비원이 퇴직을 앞두고 실수로 도둑들을 들여보낸 상황과 비슷할 것이었다. 그런 경비원을 사람들이 비난할 수 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제이크 한은 뉴욕 시장에게 감탄했다. 비록 시장은 동양인은 아니었지만, 22년 동안 경찰로 일한 경력이 있었기에 그는 이러한 일들에 능숙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이번에 그는 제이크 한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일 분이었다. 대중들의 분노가 폭발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제이크 한을 희생시켜 여론을 돌리려는 전략을 쓴 것이다. 제이크 한에게는 매우 치욕적인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었다.이를 알아차린 제이크 한은 결국 무전기를 들고 특전사 팀에게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즉시 특전사 팀을 페이셔스 그룹의 본사 건물에서 대피시키는 것이었다. 특전사 팀의 철수는 이번 체포 작전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이었다. 기자들은 경찰 대변인이 나와서 이 상황을 설명할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10년은 더 늙어버린 듯한 제이크 한은 기자들 앞에 섰다. 그러자 기자들은 수많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제이크 한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제
국장은 진지하게 말했다. "제이크, 해결할 수 없는 큰 일이 생기면, 결국 누군가는 대신 뒤집어써야 해. 자네가 뉴욕 경찰로 이렇게 오랫동안 일했으니, 이 점을 모를 리가 없지 않나. 나는 자네가 이 일의 책임을 지게 만들고 싶지 않지만, 만약 자네가 계속해서 고집을 부리면, 미리 사과할 수밖에 없을 거야!"제이크 한은 이를 악물고 상대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으로 분노가 치솟았지만, 국장이 말한 것처럼 현실적으로 볼 때, 그의 말이 맞았다. 사실, 뉴욕 경찰은 대부분의 경우 내부 사람들을 보호하지만, 모든 일에 대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뉴욕 경찰은 다른 인종들에 대한 폭력적인 법집행으로 인해 거센 분노를 샀는데, 처음에는 내부 경찰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시민들의 반발이 너무 커져서 어쩔 수 없이 희생을 해야 했다. 이번 배호영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 역시도 큰 악영향을 미쳤지만, 사건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바람에 경찰은 대응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그러나 상황을 봤을 때, 이 사건은 아마 해결되지 않을 확률이 크며, 결국 뉴욕 경찰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물러나는 것이 오히려 지혜로운 선택일 수도 있었다. 게다가 제이크 한은 이제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자진해서 퇴직하거나, 강제로 퇴직하거나, 퇴직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장단점을 비교한 후, 결국 좌절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국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한 듯 말했다. "곧 언론과 간단한 만남을 가지도록 하게. 경찰은 정보를 입수해 이 건물에서 용의자가 활동 중인 것을 확인했지만, 수색 결과 용의자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할 거네. 이번 작전은 잘못된 정보였을 가능성이 크다고만 이야기해. 그 외의 이야기는 하지 말고."제이크 한은 할 수 없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국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내일 아침에 내부 회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