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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7화

한지영은 이 기회에 두 사람이 전에 어떤 밤을 보냈는지 떠올리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때 백연신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왜 웃어요?”

한지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너무 적극적이어서 그래요?”

‘너무 밝히는 것 같으려나?’

하지만 한지영이 이토록 안달 나 하는 남자는 오직 백연신 뿐이다.

“아니, 역시 내가 사랑하는 여자구나 싶어서.”

백연신은 손가락을 치우더니 그녀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한지영이라는 여자는 가식이 없고 또 순수하다. 그런 그녀와 마주할 때면 백연신은 자신을 감싸던 벽을 쉽게 허물게 되고 꽁꽁 감춰왔던 모습들도 거리낌 없이 보여주게 된다.

그녀를 만나고 사랑하게 된 건 아마 그의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일 것이다. 어느샌가 한지영은 백연신의 구세주가 되어 있었다.

백연신은 평생에 걸쳐 한지영이라는 여자를 사랑하고 아껴줄 생각이다.

...

임유진이 다시 출근하게 됐을 때 빨갛게 부어올랐던 뺨은 어느새 많이 가라앉았다. 게다가 얼굴 위에 가볍게 파운데이션으로 바르고 나니 평소 얼굴과 별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퇴근 시간이 되자 강씨 저택 기사가 또다시 마이바흐를 끌고 그녀를 데리고 왔다.

“유진 씨, 모시러 왔습니다.”

임유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순순히 차에 올라탔다. 처음에는 차에 올라타는 걸 거절하려고도 해봤지만 어차피 강지혁이 원하는 건 이뤄지지 않은 적이 없기에 그저 순응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말은 강지혁이 원하지 않는 순간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기도 했다.

임유진이 차에 오르는 순간 구석에 숨어있던 정한나가 또다시 사진을 찍었다.

그는 최대한 많은 증거를 남겨 놓을 생각이다. 그래야만 임유진을 확실하게 보낼 수 있을 테니까.

그보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유승호가 직접 데리러 온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임유진은 차에 올라서도 교통사고 사건만 생각했다. 오늘 이재하의 부모가 전화를 걸어왔었다. 울면서 집에 돈이 없다고, 이대로 배상금을 받지 못하면 아들의 치료도 제대로 이어갈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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