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민영은 다리를 다친 후 소민준에게서 자신이 이런 꼴은 당하게 된 건 모두 임유진 뒤에 강지혁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소씨 집안은 강지혁이 또 복수하려고 들까 봐 소민영을 해외로 보냈다.소민영은 해외에서도 줄곧 임유진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임유진이 강씨 저택에서 나와 홀로 월세방에서 살며 현재는 작은 로펌에서 비서 일을 한다는 것을 듣고는 그날로 바로 귀국을 결심했다. 정황상으로 강지혁에게 차인 게 분명했으니까.원래는 귀국한 후 며칠 정도 지나고 나서 임유진의 다리도 똑같이 절게 만들어 버릴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파티장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이번엔 또 어떤 남자 물었어요? 혹시 강지혁 씨와 다시 잘 돼보겠다고 온 건 아니죠? 그런 생각을 품기 전에 자기가 어떤 주제인지 파악 좀 하죠? 강지혁 씨한테 당신은 그저 한 번 데리고 놀 정도의 여자일 뿐이에요. 강지혁 씨가 옆에 없으면 당신은 아무런 가치도 없어요. 알아들었어요?”소민영은 신랄하게 비아냥거렸다.임유진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다 마침 이쪽으로 걸어오는 소민준과 진세령을 발견했다.생각해보면 이런 파티에서 그들과 마주하게 되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진세령은 이제 연예인이라는 후광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진씨 가문의 아가씨이기에 꿀릴 건 아무것도 없었다.진세령은 임유진 앞으로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 사건 뒤집은 거 축하해. 혹시 우리 집안 원망하는 건 아니지? 그러게 그때 조금 더 강력하게 어필하지 그랬어. 그랬으면 무죄판결을 받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진세령은 아랫사람 대하듯 그녀를 바라보며 ‘축하’를 해주었다. 그리고 이미 모든 게 다 짜인 판에 좀 더 강력하게 어필했으면 무죄를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막말을 해댔다.“진범 잡은 거 축하해. 그러고 보니 너희 집안은 후계자가 죽었는데 제대로 조사할 생각도 안 한 거야? 아니면 사건의 진범이 누구든 상관없이 그저 누명 씌울 사람이 필요했던 건가?”“너!”이에 진세
뭐가 됐든 이렇게 된 이상 후회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그리고 지금은 진세령과 함께 하는 것이 소씨 가문을 위하는 일이기도 했다.“이만 가자. 회장님한테 인사드려야지.”소민준은 이 상황을 중재하려고 했다. 하지만 소민영은 도끼눈을 뜨며 물러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오빠, 이 여자가 하는 소리를 듣고도 가자는 소리가 나와?”“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벌써 까먹었어?”소민준이 얼굴을 굳히며 호통쳤다.“그때는 강지혁 씨가 있었으니까 그런거고. 지금은 헤어졌는데 우리가 눈치 볼 이유가 뭐가 있어? 이 여자는 지금 보잘것없는 여자일 뿐이라고!”소민영은 주변 사람 전부 들으라는 듯이 일부러 더 목소리를 높였다.그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소민영을 바라보았다. 그들 중에는 호기심 어린 표정인 사람들도 있었지만 동정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소민영은 그 동정의 시선이 임유진을 향한 것인 줄 알고 더욱더 활개를 쳤다.“지금 보면 강지혁 씨도 참 취향이 특이해. 오빠가 버린 여자한테도 관심을 주고. 뭐, 지금 이렇게 버린 걸 보면 확실히 정신을 차린 거지.”그녀는 임유진을 바라보며 한껏 비아냥거렸다.“아, 감방에서는 맨날 무릎 꿇고 거지처럼 남은 밥이나 주워 먹었다면서요? 어떻게 지금 여기서 재연해보는...”철썩.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 어마어마한 힘에 소민영은 바로 바닥에 쓰러졌다.그녀는 몇 초간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린 뒤 맞은쪽 뺨을 부여잡고 소리쳤다.“감히 날 때려?! 어떤 새끼야!”소리 한번 치고 나니 맞은 쪽 뺨이 더 화끈거리며 아파 왔다.오늘 그녀가 소민준과 진세령을 따라 파티에 참석한 건 자신의 짝으로 딱 맞는 상류층 자제들을 물색하기 위해서이다. 다리를 절뚝거린 다음부터 남자들의 대시가 뚝 하고 끊겼다.그렇다고 일반 집안에 시집을 가자니 그건 또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친구들 남자친구는 하나같이 재벌 2세들이거나 톱스타들이었다.그러니 지
소민준은 다급하게 그의 옆으로 가 해명했다.“강 대표님, 오해예요. 민영이가 아직 어려서 철이 없어요.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그러고는 바닥에서 아직 멍한 얼굴로 바라보기만 하는 소민영을 향해 호통쳤다.“얼른 사과하지 않고 뭐해!”소민영은 솔직히 이 상황이 너무 억울했다. 왜 맞은 건 자신인데 자신이 도리어 사과를 해야 할까.하지만 상대는 그 강지혁이기에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강지혁 앞에서 소씨 가문은 상대할 가치도 없는 작은 가문이니까.물론 한편으로는 의문도 들었다. 그녀가 얻은 정보에 의하면 임유진이 강씨 저택을 나와 월세방에서 사는 건 확실한데, 그렇다는 건 강지혁이 임유진을 차버린 거나 다름없을 텐데, 대체 왜 강지혁은 지금 임유진을 감싸고 있는 거지?‘설마 임유진을 이곳으로 데려온 게 강지혁인 건가?!’소민영은 궁금한 것투성이였지만 이에 답변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녀는 천천히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불만 가득한 얼굴로 사과하려고 했다.하지만 이제 막 입을 뗐을 때 임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어차피 받아줄 생각 없으니까 사과하지 마세요.”소민영은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가 싶어 임유진을 바라보았다.‘사과하려고 했는데 뭐가 어째?’“하긴, 억지 사과 같은 건 받지 않는 게 좋겠다, 누나.”강지혁도 옆에서 맞장구를 쳐주었다.‘누나?!’누나라는 호칭에 소민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가 기억하기로 강지혁은 임유진과 사귄 뒤로 누나라는 호칭을 쓴 적이 없다.그런데 지금 또 누나라고...‘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소민준은 의문 가득한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한편 소민영은 지금 민망해 죽을 지경이었다. 원래는 빨리 사과하고 자리를 피하려고 했는데 임유진이 사과를 받지 않겠다고 얘기하는 바람에 이대로 자리를 벗어나지도 못하게 되어 버렸다.그녀는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주위 사람들의 비웃음을 그대로 받았다.그때 소민영의 모습을 본 진세령이 나서서 말했다.“사과는 필요 없다고 했지만 민영이가 잘
다만 자리를 뜨기 전에 진세령은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임유진의 뒤에 강지혁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헤어졌다는 소식은 뭐지?뭐가 됐든 강지혁이 뒤에서 지키고 있는 이상 임유진을 건드리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진세령은 임유진 때문에 연예계에서 퇴출당한 것을 떠올릴 때면 이가 갈렸다. 그런데 강지혁이 옆에 있어 존대하는 건 물론이고 심기를 건드릴까 봐 굽신거려야 하니 더더욱 분통이 터졌다.‘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감옥에 있을 때 죽여버리는 거였는데!’“오빠, 강지혁이 우리를 이대로 보냈으니 별문제 없는 거겠지?”소민영은 오히려 후련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억지로 사과하지 않아도 되고 돈을 쓰지 않아도 되니 이 정도면 체면을 지킨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반면 소민준은 지금 머리가 복잡했다.그가 아는 강지혁은 절대 이 정도로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한번 전적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아까 소민영이 그렇게 임유진을 모욕했음에도 강지혁은 뺨 한번과 몇 마디로 끝을 냈다. 이건 그냥 봐준 거나 다름없었다.정말... 이대로 봐준 걸까?소민준 역시 확신할 수 없었기에 소민영에게 그저 당부의 말만 했다.“아마도 그럴 거야. 하지만 앞으로는 조심해. 다시는 임유진 건드리지 마. 그때는 우리 집안에도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니까.”그러자 소민영이 입을 삐죽거리며 비아냥거렸다.“강지혁이 없으면 별것도 아닌 년이. 흥, 언젠가 강지혁에게 버림받는 날이 오면 내가 진짜 걔 다리를...!”“그만해!”소민준은 그녀의 말을 끊고 거세게 호통쳤다.“아까 그 상황을 보고도 아직 그 입 놀리고 싶어? 다른 한쪽 다리도 병신 되고 싶어서 그래?!”이에 소민영의 얼굴이 빨개지더니 입을 꾹 닫았다.진세령은 소민준을 보면서 조금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아까 임유진을 만났을 때 소민준은 미련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었다.‘설마 임유진과의 추억에 젖기라도 한 거야? 그런 거야?’당연히 이 말은
배여진은 이런 파티가 있을 때면 항상 강현수의 파트너로 참석했다. 그 때문인지 강현수가 그녀를 여자친구라고 얘기하지 않아도 네티즌들은 배여진이 강현수의 여자친구라고 굳게 믿었다.또한, 강현수는 매번 배여진을 직접 픽업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녀에게 드라마 배역을 준다거나 온갖 것들을 다 누릴 수 있게 해주었다.임유진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건 네티즌들이 종종 인터넷에 목격담을 올렸기 때문이다.강현수의 이름은 항상 인기 검색어에 올랐기에 보지 않으려고 해도 안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기사나 목격담이 뜰 때면 항상 배여진의 평가도 따라붙었다. 배여진은 얼굴이 예쁘지 않고 집안도 잘사는 것이 아니며 학력도 낮고 게다가 이혼까지 했다며 강현수가 만났던 여자 중에서 최악이라고 했다.심지어 강현수가 약을 잘 못 먹어 그런 여자를 옆에 두는 거라며 조롱했다.강현수는 그런 댓글들에 한 번도 먼저 나서서 뭔가를 한 적이 없다.대신 배여진의 매니저가 배여진의 악플러들에게 선처 없이 고소하겠다며 해결에 나섰다. 그리고 그녀의 매니저는 강현수가 붙여준 사람이었다.사람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매니저의 발언이 강현수의 뜻이라며 추측했다.파티장에 들어선 강현수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듯 사람들을 뚫고 곧바로 임유진 쪽을 바라보았다.그러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큰 손이 임유진의 두 눈을 가려버렸다.“보지 마. 나는 누나가 그런 식으로 다른 남자를 뚫어지게 보는 거 싫어.”질투 어린 목소리가 임유진의 귓가에 들려왔다.그녀는 잠깐 멈칫하더니 그를 향해 말했다.“장난하지 말고 이 손 내려.”“장난하는 거 아니야.”강지혁은 말을 마치고 차가운 눈으로 강현수를 바라보았다.강현수는 임유진과 강지혁이 함께 있는 것을 보더니 자기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어떻게 된 거지? 헤어진 거 아니었나? 대체 두 사람이 왜 또 함께 있는 거지?!두 남자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한 명은 의문투성이인 얼굴이었고 한 명은 질투 가득한 얼굴이었다.강지혁은 자
드디어 캄캄했던 시야에 불빛이 들어왔다. 잠깐 불빛에 적응하고 보니 강현수와 배여진은 어느새 코앞까지 와 있었다.“유진아, 네가 여기 왜 있어? 그것도... 강지혁 씨랑 같이?”배여진은 눈앞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임유진은 분명히 강지혁과 헤어졌는데 대체 왜 같이 있는 거지?‘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요 며칠 그녀는 임유진이 강현수를 찾아와 모든 걸 다 얘기해버릴까 봐 틈만 나면 강현수 앞에서 임유진의 흉을 봤다. 그리고 어릴 적 그를 구해준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몇 번이나 더 어필했다.하지만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임유진은 강현수를 찾아오지 않았다.이유가 뭐가 됐든 드듸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조금 편해지려던 찰나 이곳에서 임유진을 만나게 되어버렸다.“나와 같이 있으면 안 되나 보죠?”그녀의 말에 대답한 건 강지혁이었다.“당연히 아니죠. 하하하...”배여진은 어색하게 웃었다.“둘이 왜 같이 있어?”그때 강현수가 강지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전에 말했던 것 같은데, 너는 얘 못 건드린다고.”강지혁 역시 강현수와 눈을 마주치며 답했다.“내가 네 말을 들을 이유는 없지.”강현수는 싸늘하게 대답하더니 이번에는 임유진을 보며 물었다.“전에 나한테 더 이상 강지혁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대체 왜 지금 강지혁과 이곳에 있는 거죠?”임유진의 얼굴이 굳어버렸다.강현수는 지금 강지혁의 체면 따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말을 내뱉었다.역시 그 말을 듣는 순간 강지혁의 얼굴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들을 감싼 공기도 팽팽해졌다.“제 행동을 강현수 씨에게 일일이 보고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임유진은 말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선 덕에 강현수는 그제야 그녀의 드레스 모습을 볼 수 있었다.보라색과 흰색 수정이 박혀있는 연보라색 드레스는 앉아있을 때보다 서 있을 때 더욱더 시선을 끌었다.강현수는 지금 상당히 놀란 얼굴이었다.임유진이 입고 있는 드레스는 전에 유명 디자이너의
배여진은 연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임유진을 보며 질투의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강현수는 결국 그녀가 마음에 들어 하던 옷장 속의 보라색 드레스를 주지 않았고 따로 하나 구매해주겠다는 소리를 해댔다.어쩔 수 없이 그의 말대로 가게에서 보라색 드레스를 하나 고르니 강현수는 이번에 그녀의 피부색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결국 베이지색 드레스로 골라주었다.그런데 지금 보란 듯이 연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임유진을 봤으니 심기가 뒤틀릴 만했다.“유진아, 현수 씨는 그저 네가 어쩌다 지혁 씨와 또 함께 있게 된 건지 궁금한 것뿐이야. 두 사람 헤어진 거 아니었어?”배여진은 그녀를 걱정하는 척하면서 말했다.“우리가 뭘 잘못 알고 있었던 거야? 아니면 혹시 지혁 씨랑 헤어지고 사는 게 힘들어서 결국 다시 돌아간 거야?”그녀는 강현수 들으라는 듯이 일부러 임유진을 돈이나 밝히는 여자로 만들었다.배여진 본인은 엄청나게 수준 높은 대화로 그녀를 깎아내렸다고 생각했지만 그 말을 들은 세 명의 눈에는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내 일에 굳이 신경 써줄 필요 없어, 언니.”임유진이 차갑게 대꾸했다.“그럴 수는 없지. 언니인 내가 널 챙기지 않으면 누가 널 챙겨. 안 그래?”“그래? 그럼 어디 어릴 적 얘기나 하며 추억을 되새기는 건 어때?”그 말에 배여진의 표정이 한순간에 변해버렸다. 임유진은 지금 강현수를 구한 일에 관해 얘기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배여진은 강현수가 임유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어릴 때 우리 사이가 그렇게까지 좋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는 널 언제나 걱정하고 있었어. 결국은 가족이잖아, 우리.”“가족이라...”그때 강지혁이 끼어들며 조금 비웃는듯한 얼굴로 배여진을 바라보았다.싸늘한 그의 눈과 마주한 배여진은 마치 그가 자신의 모든 걸 꿰뚫어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자기도 모르게 강현수의 등 뒤에 숨었다.이에 강현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강지혁을 향해 말했다.“여진이는 그저 동생 걱정하는 건데 왜
그리고 애초에 모든 걸 다 알고도 강현수에게 진실을 얘기하지 않은 건 자신이기에 후회할 것도 없었다.“나 이제 그만 집에 가고 싶어.”임유진이 강지혁에게 말했다.“그럴까?”강지혁은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을 이미 달성한 듯 기분 좋게 웃었다.오늘 임유진을 굳이 파티에 참석시킨 건, 이 바닥 사람들에게 그녀 옆에는 자신이 있으니 건드릴 생각하지 말라고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그리고 또 하나, 강현수에게 임유진은 이미 자기 옆으로 돌아왔으니 행여나 그녀를 어떻게 해보려는 수작 같은 건 부리지 말라고 경고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강지혁은 임유진을 데리고 파티장 출구 쪽으로 걸어갔다.하지만 두 걸음도 채 떼지 않았는데 강현수가 갑자기 임유진의 손목을 덥석 낚아챘다.이에 자연스럽게 임유진의 발걸음이 멈췄다.“사랑하지 않는다면서 왜 지금은 또 같이 있는 거죠?”강현수는 기어이 답을 들어야겠는 듯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대체 그게 강현수 씨와 무슨 상관이 있어서 자꾸 물어보는 건지 모르겠네요.”임유진은 그에게 잡힌 손을 빼려고 했지만 강현수는 그녀의 손을 꽉 쥔 채 놓아주지 않았다.강지혁은 고개를 돌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일부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임유진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강현수, 꼴사나우니까 이쯤 하지? 유진이가 지금 나랑 있든 말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강현수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임유진은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잠깐 움찔했지만 거부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안긴 채로 강현수를 똑바로 보며 답했다.“내가 누구랑 함께 있든 그건 내 자유예요.”그 말이 끝나자마자 강현수의 손이 느슨하게 풀렸다.임유진은 그걸 놓치지 않고 손을 거두어드린 다음 강지혁과 함께 다시 출구로 걸어갔다.강현수는 멀어져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뭔가를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하고 또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무언가를 말이다...“현수 씨...”배여진은 강현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