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민영은 눈치 없이 임유진을 비난했다.하지만 강지혁은 오히려 능청스럽게 임유진의 손가락을 만지며 담담하게 말했다.“환경미화원의 신발을 닦아주는 게 어때서요? 시장의 딸이 신발을 닦아준다 해도 그녀는 그런 대우 받을만한 자격이 있어요!”소민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시장의 딸과 비교를 할 수가 있는 건지.“소민영 씨, 빨리 시작하세요. 강 대표님은 인내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에요.”옆에 있던 고이준이 재촉했다.“강 대표님의 인내심이 바닥난다면 그때는 신발을 닦는 거에 그치지 않을 거예요.”소민영은 내키지 않아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내키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임유진을 향해 걸어가더니 허리를 숙여 티슈로 임유진의 깨끗한 신발을 닦아주었다.임유진은 쭈그리고 앉아 있는 소민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런 광경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무튼 지금 소민영이 겪은 일을 지영이도 겪었다는 건가?그때 지영이의 기분은 어땠을까?오히려 임유진은 친구 때문에 마음이 아다. 그와 동시에 강지혁이 왜 소민영을 데려와 이런 재연을 하게 했는지 알거 같았다.자신이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일것이다. 그녀 앞에서 그토록 잘난척하며 무시하던 사람도 그의 한마디면 얌전하게 무릎을 꿇고 신발을 닦을 수 있다고.소민영은 한참 동안 닦은 후에 말했다.“강지혁 씨, 이 정도면 됐죠.”“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이게 다 된 거예요?”그 시각 옆에 있던 고이준이 소민영에게 말했다.“소민영 씨, 미안합니다.”그는 말을 하며 소민영의 손등을 직접 밟았다.소민영은 순간 비명을 질렀다.“강…… 강지혁 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당신이 그날 한지영에게 한 일을 하는 거예요. 혹시 그런 적 없나요?”강지혁이 담담하게 반문했다.소민영은 자신이 한 짓이 떠올라 지금 하는 말을 반박할 수 없었다.한편 강지혁은 임유진에게 부드럽게 말했다.“누나한테 한지영은 아주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잖아? 내가 지금 누나를 위해 화풀이
그러나 강지혁은 소민영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임유진에게 물었다.“누나 생각에는 이 정도면 충분한 거 같아?”일이 지금에 이르자 소민영은 임유진이 아무리 원망스러워도 용서를 빌고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임유진 씨, 잘…… 잘못했어요. 당신의 친구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됐어요. 제가…… 당신의 친구에게 사과할게요. 제발요. 용서해 줘요.”임유진은 통곡하며 눈물을 흘리는 소민영을 바라보면서 소민영이 용서를 구하는 것은 강지혁 때문이지 자신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이런 소민영의 모습에도 그녀의 마음에는 조의 동정심조차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한지영이 소민영에게 이렇게까지 괴롭힘 당했다는 생각을 하자 임유진은 소민영에 대한 증오가 더 깊어졌고 더 나아가 자책감까지 들었다.그녀는 차라리 이런 모욕을 당한 게 지영이가 아니라 자신이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지영이는 자신 때문에 정말 많은 희생을 했다. 하지만 출소하고 나서 지영에게 제대로 된 보답 한번 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지영이 자신 때문에 또 이런 고생을 하게 되다니.“좋아요. 그럼 그날 이 장면을 본 모든 사람 앞에서 지영이에게 사과하고 지영이에게 의료비와 그에 따른 보상을 해줘요.”임유진이 말했다.소민영은 당연히 재빨리 머리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단지 사과와 보상이라면 손가락뼈가 부러지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고이준은 그제야 발을 놓았다. 소민영은 밟힌 손을 다른 한 손으로 붙잡았다. 너무 아파 들고 있던 지팡이를 들 수가 없었다.그때 강지혁이 고이준에게 분부했다.“소민준한테 들어와서 동생을 데려가라고 해.”“네.”고이준이 대답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민준이 고이준을 따라 병실로 들어왔다.자신의 여동생이 한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소민준은 서둘러 여동생을 부축한 뒤 소파에 앉아 있는 강지혁과 임유진을 복잡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그는 이미 강지혁과 임유진이 만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서로 눈을 마주하며 바라보는 두 사람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만약 강지혁이 진짜 임유진을 도와 소씨 가문에 복수한다면 소씨 가문은 틀림없이 망하게 될 것이고 S시의 명문 가문에서 소씨 가문은 제명될 것이 분명했다.“강…… 강 대표님, 난…….”소민준은 다급히 변명하려 했다.하지만 임유진이 그의 말을 끊고 강지혁에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 이미 헤어졌으니 나에게는 모르는 사람이야. 난 교통사고로 저 사람과의 감정을 잘 정리 할 수 있었다는 걸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소민준의 얼굴 표정은 아주 비참했다. 한편 임유진은 말을 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소민준의 얼굴을 단 한 번도 보지 않았다.“그럼 됐어.”강지혁은 일어나 소민준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유진이 복수하길 원하지 않으니 그녀에게 고마워해요. 그렇지 않으면 내년 이맘때면 S시에서 SY그룹을 볼 수 없을 거예요.”소민준은 흠칫 놀라며 임유진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재빨리 소민영을 부축하여 병실을 나섰다.병원을 나오자 남매는 마치 다시 살아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오빠, 강지혁이 임유진 어디가 마음에 들어서 만나는 거 같아?”소민영이 화를 내며 말했다.“내가 지난번에도 말했잖아. 임유진을 건드리지 말라고.”소민준은 화가 치밀어올랐다.“임유진은 강지혁을 내세우면서 위세를 부리는 거야! 만약 강지혁이 옆에 없으면 임유진이 뭐라도 되긴 해?”소민영은 방금 당한 치욕에 임유진이 죽일 듯이 미웠다.“만약 그녀가 복수하겠다고 했으면 우리 가문이 아주 힘들어졌을 거라는건 알아?”적어도 그 점은 임유진에게 정말 고마웠다. 적어도 임유진이 그를 지옥으로 밀지는 않았으니까.“설마 강지혁이 고작 환경미화원 하나 때문에 소씨 가문을 건드릴까?”“네 생각에는?”소민준은 자신의 동생을 노려보았다.“아무튼 넌 우리 가문을 위해서라도 임유진을 건드리지 마.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가족도 널 구하지 못할 거야. 넌 지금 우리 가문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어!”소민영은 몇 마디 더 하고 싶었지만 방금 병실에서 있던 일을 생각하니 몸이 움츠러들어 더
“거절하면 안 되지?”그녀가 물었다.그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얼굴의 웃음기가 조금씩 사라졌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몸을 곧게 펴고 위에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니, 거절해도 돼. 나는 누나에게 거절할 권리를 줄 거야. 단지…….”그는 머뭇거리다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누나, 정말 거절할 거야?”임유진은 순간 시간이 멈춘 느낌이 들었다. 만약 승낙한다면 그녀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자신의 운명까지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만약 다른 사람이 그녀에게 이런 말을 했다면 그녀는 아마 바로 승낙했을 것이다.하지만 강지혁…… 그녀는 강지혁에게 일종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가 그녀를 괴롭힌 적은 없지만 그의 말 한마디에 그녀는 감옥에 가 온갖 고생을 했다.3년 동안의 지옥 같던 생활, 심지어 법정에서조차 변호사들은 교통사고에서 죽은 사람이 강지혁의 약혼녀라는 사실을 알고 모두 그녀의 변호를 거절했다.게다가 그 사실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증거들과 증인들이 모두 그녀가 술을 마셨다고 주장했고 그때 그 모든 것이 그와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그녀는 알 수가 없었다.그는 마치 악몽처럼 그녀를 억누르면서 숨을 쉴 수 없게 만들었고 그의 정체를 알고 난 뒤로 그녀는 그가 다가오기만 하면 몸이 자신도 모르게 굳었다.그가 그녀와 약간의 신체 접촉이라도 하면 그녀의 몸은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어떻게 이런 남자의 곁에 있을 수 있을까?그녀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떨리는 몸을 억지로 버티며 말했다.“응, 거절하고 싶어.”그의 낯이 어두워지고 검은 눈동자가 차갑게 물들었다.“정말 거절할 거야?” “응.”그녀가 대답했다.그러자 그가 차갑게 웃었다.“좋아. 내가 여자에게 거절당할 줄 몰랐네. 임유진, 잘 생각해. 내 보호가 없으면 S시에서 네가 어떻게 될 거 같아? 소씨 가문, 진씨 가문이 널 괴롭히지 않는다고 쳐. 너 정말 한평생을 길거리 청소하며 살 거야?”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그건 내 일이야.”
“강 대표님만 동의한다면 임유진 씨는 언제든지 퇴원할 수 있어요.”의사가 말했다.임유진은 갑자기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퇴원조차도 강지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네, 알겠습니다.”그녀가 대답했다.의사와 간호사가 떠난 후 그녀는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 청아한 얼굴, 수려한 눈썹, 살구 같은 눈동자, 오뚝한 코와 분홍색 입술이 불빛 아래에서 한 줄기 빛을 띠고 있었다.일반인들과 비교하면 꽤 괜찮은 얼굴이지만 강지혁의 곁에는 화려한 미인이 많아 그 사람들 비교하면 그렇게 뛰어난 외모도 아니다.강지혁은 도대체 그녀의 무엇이 마음에 들었을까? 임유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처음에 그를 노숙자로 오해한 일을 그는 재미있다고 느꼈다. 아무튼 강지혁은 이 남매 게임을 계속하고 싶은 걸까?그녀는 손을 들어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어루만졌고, 머릿속에는 그가 그녀에게 키스하던 광경이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지영이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유진아, 네 입술이 예쁜 거 알아?”“입술이 예쁘다고?”그녀는 지금까지 입술에 신경 쓴 적이 없다. 단지 입술이 못생기지 않았을 뿐 그다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맞아. 아주 예뻐. 네 입술을 보면 키스하고 싶은 충동이 들어. 음…… 남자들이 원하는 그런 입술 모양이야.”그때 그녀는 웃기만 했다. 정말 이상한 표현이다!그리고 지금, 강지혁과 키스했다는 걸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입술이 뜨거워졌다.‘더 이상 생각하지 마, 더 이상 생각하지 마!’임유진은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말했다. 그리고 그날 강지혁이 그녀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겠다고 말한 건 거짓말이 아닐 것이다.그와 같은 남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그냥 모든 것을 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단지 꿈일 뿐이다. 꿈속에서 그녀는 혁이라는 남자를 알게 되었고 그들은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행복하게 지냈었다. 하지만 지금은 꿈에서 깨어났으니 그녀는 혼자일 수밖에.임유진은 화장실을 나와 병원으로 온 날 입었던 옷으로 갈아입었다
“네.”고이준은 곧바로 대답하고는 강지혁을 따라 저택에서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강지혁이 병실에 들어서자 임유진은 점잖게 소파에 앉아있었다.그렇다, 말 그대로 정말 점잖다.그녀는 허리를 곧게 펴고 두 손을 무릎에 둔 채 교과서적인 자세로 앉아 있었다.“퇴원하려고?”강지혁이 물었다.“응.”그녀는 대답을 하면서 그의 목에 있는 목도리에 시선이 갔다. 그녀가 직접 짠 목도리이다. 그가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길 바라면서 짠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쓸데없는 짓을 한 거다. 그에겐 목도리도 아주 많고 따뜻한 겨울을 보낼 방법도 아주 많아 그녀가 선물한 목도리 따위 필요 없을 것이다.“다시 한번 선택의 기회를 줄게. 잘 생각하고 대답해 줘. 정말 내 곁에 있지 않을 거야?”그가 물었다.여태껏 그는 다른 사람에게 두 번의 기회는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예외인 것만 같았다.그녀는 머리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저기압으로 가득 찬 것처럼 주위의 공기와 함께 사람을 갉아먹을 것만 그의 눈빛에 압박감이 느껴졌다.그 순간, 그녀는 일종의 위기감을 느꼈다. 뭔가 대답을 잘못한다면 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만 같았다.거절? 아니면 승낙?강지혁의 곁에 남기만 한다면 그녀의 운명은 바뀔 수도 있다.하지만…… 그가 이 관계에 질려버린다면 그녀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지금보 더 비참해질까?그리고 그는 강지혁이다. 그녀에게는 악몽과 같은 남자였다. 감옥에 있을 때, 심지어 한때는 그의 이름만 들어도 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고 그를 두려워했다.출소 후에 조금 나아졌지만 그의 곁에 계속 있는다면 그 두려움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닐 것이고 다시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응, 난…… 혼자 지내고 싶어. 누구의 곁에도 있고 싶지 않아.”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순식간에 그의 낯은 더 어두워졌고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본 그녀는 마치 얼어 죽을 것만 같았다.“후회 안 해?”그의 목소리는 위협적이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순간 임유진의 몸이 굳었다. 그렇다, 그녀가 아무리 크게 비명을 지른다하더라도 그 누가 들어와서 그녀를 구할 수 있겠는?그녀를 구하면 강지혁과 대립하는게 된다. 누가 그렇게 멍청할까!그녀가 생각에 빠져있을 때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싫어! 그러지 마!’그녀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의 입을 덥석 물었다.그리고 그녀의 입에 갑자기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임유진은 흠칫 놀랐다. 그것은……바로 강지혁의 피였다. 그녀가 방금 그의 혀를 깨물었던 것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키스를 하며, 그녀가 억지로라도 그의 피를 삼키도록 강요하고 있었다!얼마나 오래 한 건지 키스가 끝날 쯤에는 그녀 입술이 저리고 입에서는 피비린내가 나 죽을 지경이었다.“맛있어?”강지혁이 가볍게 말하면서 입꼬리를 씩 올리자 입꼬리를 타고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그의 옅은 미소에 선홍빛 피가 더해지자 그가 더 멋져 보였다.그녀의 입에서 나는 피비린내는 정말 강렬했고 피가 섞인 침이 마찬가지로 그녀의 입가를 타고 흘러내렸다.그는 손가락을 들어 그녀 입가의 선홍색 피를 가볍게 닦았다.“내 피를 마신 여자는 처음이야. 누나 덕분에 처음 겪는일들을 정말 여러 번 겪었어.”“날 좀 놓아줘.”그녀가 씁쓸하게 말했다.“그렇게 내 곁에 있는 게 싫어?”강지혁은 질문을 하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어루만졌다.그의 행동은 부드러웠지만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약간의 소름이 돋았다.“난 단지…… 편안하게 살고 싶어.”그녀는 매번 침을 삼킬 때마다 그의 피를 마시고 있는 것 같았다.“내 곁에 있는 것이 불편해?”그는 웃으며 말했다.임유진의 몸은 순식간에 굳었고 눈을 감고 꼼짝도 할 수 없었다.몸부림이 소용없다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감내할 뿐.그녀는 감옥에 있을 때 이걸 깨달았다.강지혁은 임유진의 입술에 키스를 했고 그녀의 목에도 키스를 하고 있다…….‘참자, 참자, 강지혁이 아니라 혁이라고 생각해.’그녀는 마음속으로 끊임
그 긴 그림자는 화장실 밖에 서 있었다. 아름다운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깊은 어둠만이 드리워져 있었다.강지혁은 칠흑 같은 눈동자, 음산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내가 그 정도로 역겨워?”그녀의 창백한 얼굴과 움츠러든 몸은 마치 그를 엄청 먼 곳으로 밀어 떨어뜨린 것 같았다.강지혁은 얇은 입술을 꼭 오므리고 있었다. 그에게 왜 이런 여자가 필요한 것일까? 그는 강지혁인데 S시에서 어떤 여자든 자신의 여자로 만들어 가질 수 있을 텐데.그녀는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다, 물론 조금 재미는 있지만…… 그리고 그도 자신을 이렇게 싫어하는 여자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좋아. 임유진, 내가 역겨우면 널 놓아줄게.”강지혁이 말하는 순간 그 복숭아꽃을 닮은 눈동자는 차가움만 가득했다.“하지만 미리 말할게. 앞으로 네가 후회해도 난 널 원하지 않을 거야. 난 강지혁이야. 두 번의 기회는 주지 않아.”말이 끝나자 그는 바로 머리를 돌려 병실을 나갔다.임유진은 여전히 두 팔로 세면대를 받치고 있었다. 마치 모든 힘을 다 써서 이미 녹초가 된 것 같았다.그 말은…… 그녀가 퇴원해도 된다는 의미일까?그녀는 헝클어진 옷을 다시 정리하고 머리를 빗은 뒤 거울 속 창백한 자신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임유진이 병원 대문까지 걸어갔을 때쯤 갑자기 어떤 사람이 그녀에게로 달려왔다.“저 사람이야. 저 여자가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인 임유진이야!”“세상에, 정말 이 병원에 입원해 있었네! 사람을 죽이고 3년 만에 출소하다니. 목숨 하나에 3년은 너무 짧잖아!”“세령이가 그 당시 언니 때문에 얼마나 많이 슬퍼했다고! 저 여자 때문에 그렇게 슬퍼한 거야! 저 사람이 세령이가 언니를 잃게 만들었어!”사람들은 입으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손에 들고 있던 나뭇잎과 썩은 계란까지 임유진을 향해 던졌다.임유진은 최선을 다해 피했지만 전부 피하지는 못했다.그리고 옆에서는 기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마치 기사를 만려고 준비하는 것 같았다.멀지 않은 곳, 검은색 벤틀리 차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