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여태껏……. 그냥 게임. 부자와 가난한 자의 게임일 뿐이기 때문이다.그리고 강지혁은 임유진이 퇴원할 때 유진에게 정체를 말한 후에 이 게임의 막을 내릴 작정이었을까?다만 유진의 평온함은 지혁의 두려움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고 있다. 분명히 유진이 지혁의 앞에 서 있었지만, 지혁은 두 사람이 마치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넌 강지혁이야?”유진이 다시 물었다. 여전히 담담하며 마치 단순한 답을 묻는 것 같았다.지혁이 얇은 입술은 오므리고 복숭아꽃을 닮은 눈동자로 맑은 유진의 눈을 마주하며 한참 지나서야 마침내 머리를 끄덕였다.유진은 아주 씁쓸했다. 이 남자는 진짜 강지혁이다. 사실 유진은 분명 확신할 수 있었지만…… 단념하지 않고 직접 듣고 싶었다.“그래. 알았어.”유진은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 유리문을 열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다만 그 순간 지혁이 유진의 팔을 잡았다.“뭘 알았는데?”지혁은 고개를 숙이고 유진을 쳐다보며 말했다.“네가 강지혁이라는 걸 알았고 게임일 뿐이라는 걸 알았어.”유진이 담담하게 말했다.“강지혁 씨,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요. 만약 이게 당신의 복수라면 아마 당신도…… 나랑 같이 지낸 시간 동안 난 모든 것을 잃었다는 걸 알 수 있었을 거예요. 나한테는 당신이 복수할 가치가 있는 것이 없어요. 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에요.”지혁은 자기도 모르게 실눈을 떴다. 복수…… 설마 유진은 자신이 복수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진애령 때문에?진애령은 자신이 이런 일을 하게 만들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유진이 평온할수록 지혁은 더욱 화가 났다. 지혁은 왜 이토록 두려운 걸까? 왜 유진이 평온한 게 두려운 걸까? 유진이 자신을 떠날까 봐 두려운 걸까?지혁 자신조차도 지혁이 도대체 유진 때문에 화난 건지 자신 때문에 화난 건지 분간할 수 없다.“당신이 말한 것처럼 내가 당신에게 복수할 게 있어?”지혁이 차갑게 말했다.유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
“맞지? 누나?”강지혁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으며 예전처럼 유진을 애틋함이 담긴 누나라고 불렀다.그러나 유진은 커다란 돌맹이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처럼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유진은 지혁과 함께 병실로 돌아갔다. 병실에 들어서자 지혁은 곧바로 간병인을 내보냈고, 삽시에 병실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지혁은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으며 유진은 지혁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 만약 유진이 출소한 뒤 고생한 것이 부족하여 지혁이 복수를 더 하는 것이라면 왜 지혁은 구정 전날에 유진을 구한 것일까?일이 진행되도록 내버려 두면 유진은 충분히 더 처참해질 것이다.그러나 지혁이 유진에게 무엇을 하려고 하든 유진은 반항할 힘이 없고 3년간의 지옥 같은 시간을 지낸 뒤에 운명의 무거움을 짊어지고 운명의 잔혹함과 자신이 얼마나 쓸모없는지 알게 되었다.그 높은 사람들의 눈에는 유진은 개미에 지나지 않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누나는 나한테 더 묻고 싶은 거 없어?”청아한 목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깨뜨렸다.유진은 순간 흠칫 놀랐다. 지혁의 목소리는 여전히 듣기 좋았으며 고요한 밤에 흩날리는 나뭇가지처럼 아주 듣기 좋았다.천천히 머리를 들자 예쁘면서 고귀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구름 같은 피부색, 곧은 콧날, 얇은 입술에 약간의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 복숭아꽃을 닮은 눈동자가 아주 아련했다.지혁은 유진 앞에 서서 높은 곳에서 유진을 바라보았는데 마치 유진의 모든 것이 지혁에게 달린 것 같았다.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으며 아주 세게 깨물었지만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오히려 지혁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손을 뻗어 유진의 턱을 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입술 깨물지 마. 아파.”이런 부드러움은 마치 지혁이 여전히 유진의 혁이며, 유진을 두려워하게 하는 강지혁이 아닌 것 같았다.유진은 물끄러미 지혁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풀었다.지혁의 손가락이 유진의 입술을 가볍게 스쳤다.유진은 갑자기 머리를 들더니 뒤로
이것은 그들이 이전에 자주 했던 동작이다. 이전에는 지혁이 유진의 손을 따뜻하게 해주었고 유진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유진은 두려운 느낌밖에 없다.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모르기 때문이다.유진은 불편해 손을 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지혁은 유진의 손을 꼭 잡은 채 피하지 못하게 했다.“강지혁 씨…….”“그냥 혁이라고 불러. 줄곧 날 혁이라고 불렀잖아?”유진은 붉은 입술을 바짝 오므렸다.“내 명령이라고 생각하고 혁이라고 불러.”지혁이 나근나근하게 말했다. 지혁은 유진이 자신을 강지혁 씨라고 부르는 게 아주 거슬렸다.유진은 한참 침묵하다가 마침내 혁이라는 두 글자를 말했다.지혁의 입가에 갑자기 웃음이 번졌다.맑은 웃음이 유진을 한동안 황홀하게 했다. 이전에 유진은 줄곧 지혁의 웃음이 아주 맑다고 생각했다. 마치 이 세상에 오염되지 않은 것처럼 유진은 지혁의 이 깨끗함을 보호하고 싶었다.하지만…… 강지혁…….아마 S시에서 지혁을 맑다고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모두 지혁의 손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피와 눈물이 묻었는지 모를 것이라고 했다. 지혁은 아주 차갑고 음험한 사람이라 지혁을 건드리면 좋은 결말이 있을 수 없다.S시에서 제일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이 바로 지혁이다.유진은 예전에는 이런 사람을 보호하려고 생각을 했다. 정말 가소롭다.“처음에 누나를 만났을 때는 정말 단지 게임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누나와 같이 있는 게 좋았어.”지혁은 여태껏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한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 지혁은 유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아마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앞으로도 내 곁에 있는 게 어때?”“곁에 있으라고요?”유진은 지혁이 이런 제안을 할 줄 생각지도 못해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지혁을 바라보았다.“만약 내 곁에 있는다고 하면 내가 예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있게 해줄 거야. 아니, 예전보다 더 잘살게 할 거야. 과분한 요구가 아니라면 다 들어줄 거야. 누나
“단지 날 높은 곳까지 끌어올리고 다시 떨어지기를 원한다면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요. 전 충분히 비참해요. 고작 환경미화원이고 돈도 없고 집에서 쫓겨났어요. 진애령의 묘지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길 원해요? 아니면 내 목숨으로 갚기를 원해요…….”“그만해!”지혁이 갑자기 유진의 말을 끊었다. 유진은 지혁이 그런 짓을 하면서 진애령을 위해 복수하는 것이라고 믿을지언정 지혁이 유진과 함께 지내는 게 좋다고 한 말을 믿지 않는다.“내 말 들어. 고작 진애령 때문에 나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아. 누나가 해야 할 일은 내 곁에 있는 것뿐이야.”지혁은 고개를 숙이고 지혁이 잡고 있는 유진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 비록 지혁이 한참을 비볐지만 유진의 손은 여전히 매우 차가웠다.지혁은 방금 자신이 화를 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진은 항상 쉽게 지혁의 감정을 건드려 지혁을 두려워하게 하고 지혁을 화나게 하는 것 같았다.유진에게 다가갈수록 지혁의 감정은 유진의 통제를 받게 되었지만 지혁은 여전히 참지 못하고 유진에게 다가가고 싶었다.“누나가 오늘 밤 제대로 못 쉬어서 자꾸 이런 바보 같은 말을 하는 것 같네.”지혁은 말을 마치고 곧장 병실을 떠났다.한편 커다란 병실에는 유진 한 사람만 남았다.유진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 유진의 손이 떨리고 있다. 두려워하는 것일까? 지혁을 두려워하고 자신이 어떻게 당할지 두려워한다.설마 진짜 지혁이 말한 대로 지혁의 곁에 있어야 할까? 하지만…… 유진이 할 수 있을까? 유진은 감옥에서 수많은 상처를 입었고 하마터면 감옥에서 죽을 뻔했다. 그 악몽 같은 3년은 모두 지혁 때문이었다.이런 과거 때문에 유진은 지혁을 바라볼 때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바로 방금처럼 지혁이 유진의 손을 비볐지만 손은 뜨거워지지 않았다. 지혁이 유진의 손을 만진 순간 유진은 얼음 창고에 들어간 것처럼 뼈가 시릴 정도로 추웠다.왜 혁이는 강지혁이고 왜 유진과 서로 의지하며, 심지어 유진이 자신의 구원자라고 생각하던 혁이가
원래 강지혁은 임유진이 더 잘 받아들일 방법을 찾아 유진에게 알리려 했다.그러나 지금…… 최악의 방법이다.지혁이 방심했다. 유진이 지혁의 뒤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니 이한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신분을 언급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유진은 지혁의 이름을 직접 말했다.그렇다면…… 유진은 지혁을 만나기 전에 이미 지혁의 신분을 알았단 말인가? 누가 말한 것일까?지혁은 갑자기 눈을 뜨더니 고이준에게 분부했다.“유진이의 핸드폰 내역을 찾아봐. 최근에 누구랑 통화했는지 알아봐!”“네.”고이준은 즉시 대답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이준은 곧바로 알아냈다.“강 대표님, 임유진 씨의 마지막 통화내역은 저녁 6시 35분, 상대는 한지영입니다.”한지영…… 지혁은 눈을 살짝 떴다. 지혁은 이 여자를 기억하고 있다. 유진의 절친이다.“그럼 한지영이 오늘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알아봐!”고이준이 대답했다.차는 이때 이미 강문철이 입원한 병원에 도착했다.지혁이 고이준과 같이 병실 입구에 도착하자 지혁이 문을 지키던 경호원에게 물었다.“할아버지는 잠드셨어요?”“아직입니다.”상대방이 공손하게 대답했다.지혁이 고이준에게 분부했다.“넌 밖에서 기다려.”지혁은 분부하고는 곧장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그 시각 강문철은 침대에 앉아 앨범 한 권을 보고 있다.지혁은 그 앨범을 알고 있다. 그 앨범은 자기 아버지의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찍은 사진이다. 할아버지는 비록 말끝마다 아들이 못났다고 원망하지만, 아버지는 항상 할아버지의 자랑거리였고 할아버지가 제일 중요히 여기는 사람이었다.그리고 지혁은…… 지혁은 순간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할아버지는 아마도 지혁의 몸에 남아있는 어머니의 피와 유전자를 없애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것이다.심지어 어렸을 때, 할아버지는 지혁의 눈을 볼 때마다 혐오감을 느꼈다. 지혁의 눈이 어머니와 아주 닮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동안 할아버지는 자신과 눈을 마주치지 말라고 했다. 어머니와 똑
“그렇다면 어떤데요. 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그 어떤 영애들보다 더 잘 나갈 수 있어요.”강지혁이 대답했다.“네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 잊지 마라!”강문철이 이를 갈며 말했다.그러자 지혁의 눈빛도 어두워졌다.“잊지 않았어요. 정말 유진과 만난다 해도 내 목숨을 유진에게 주지 않을 거예요. 난 아버지가 아니에요. 여자 때문에 죽고 살지 않을 거고 여자에게 통제당하지 않을 거예요.”여태껏 지혁은 통제하는 사람이었다!강문철이 차갑게 말했다.“오늘 여기에 온 것이 그 말을 하기 위해서야?”“아니에요.”지혁이 말했다.“유진을 건드리지 마요!”강문철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그게 무슨 말이야? 이 할아버지를 협박하는 거야? 설마 이 늙은이가 여자보다 중요하지 않아?”“할아버지, 그냥 말하는 거예요. 협박이 아니에요.”지혁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유진을 건드리지 마세요. 우리 두 사람 사이가 어떻든 간에 유진을 건드리지 마세요. 물론 할아버지가 유진을 건드리면 제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몰라요. 시도해 보실래요?”강문철은 순간 얼굴색이 미묘하게 변했으며 순간 간담이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이것은 문철이 키운 상속자이다. 문철이 기대했던 대로 성장하고 있다. 심지어 문철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잘하지만…… 점점 통제가 안 된다!“임유진의 어떤 게 마음에 들었어?”문철이 결국 이런 질문을 했다. S시에 그렇게 많은 용모와 지혜, 그리고 다재다능하고 집안이 뛰어난 영애들을 마다하고 지혁은 하필이면 감옥살이를 한 여자에게 반했다.“너무 멍청해서 좋은가 봐요.”지혁이 중얼거렸다.멍청해서 지혁을 임대주택으로 데려갔고 멍청해서 낯선 사람에게 잘해주고 너무 멍청해서 지혁이 유진 때문에 가슴 아픈 것 같았다.이 여자는 3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는데 아직도 똑똑함을 배우지 못했다.하지만 그 여자가 자신의 눈이 이쁘고 맑다고 했다. 할아버지처럼 혐오를 느끼지도 않았고 다른 여자들처럼 집착하지도 않고 단지 감상만 했다. 그리고…… 보호하는 느낌이었다.유진은
임유진은 마치 강지혁의 목소리를 들은 듯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고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얼마 뒤 유진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더니 무언가를 피하려는 것 같았다.지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의사를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는데 잠 들어있던 유진이 갑자기 눈을 뜨더니 벌떡 앉으며 소리 질렀다.“싫어…….”“누나, 왜 그래?”지혁이 물었다.그 순간 유진은 물에 빠진 사람처럼 지혁의 허리를 꽉 안았다.“혁아, 다행이야…… 너였구나…… 감옥에 있는 꿈을 꿨어. 그 사람들이 날 가만두려 하지 않아 빌었어. 내가…… 무릎까지 꿇고 빌었는데도 그 사람들이 계속 날 때렸어…….”꿈속에서도 그 통증이 그토록 심했고 심지어 지금 깨어났지만 아랫배가 여전히 아픈 것 같았다.하지만 유진이 말을 반쯤 하다가 갑자기 또 온몸이 뻣뻣해졌다.그가 강지혁이고 혁이가 아니라는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유진이 안은 사람은 강지혁이다. 그리고 자신을 감옥에서 그토록 고생하게 한 장본인이 바로……지혁이다!유진은 순간 몸이 굳은 채 팔을 풀더니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그러나 그 순간 지혁이 유진의 허리를 감싸더니 와락 안았다.“누나, 내가 무서워?”그 시각 지혁이 유진을 안자 유진이 몸을 떠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작은 동물이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동물을 마주할 때의 반응과 같다.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마음속의 그 두려움을 누르려고 애썼다. “응. 무서워.”유진은 솔직하게 말했다.“감옥에서 이미 여러 번 혼났어. 맞는 게 두려워…….”“다시는 누나를 때리는 사람이 없을 거야.”지혁이 유진의 말을 끊었다.“누나, 약속할게. 이제 아무도 누나를 때리지 못할 거야.”유진이 물끄러미 고개를 들었다.“네가 원하는 게 뭐야?”지혁이 싱긋 웃었다.“말했잖아, 나는 누나와 함께 있고 싶어.”“너랑 같이 있어 줄 사람은 아주 많아. 수많이 여자가 기꺼이 그럴 거야.”유진이 말했다.지혁의 미소는 점점 더 아름다워졌지만 눈동자는 오히려 어두워졌다.“그래서 누나는
“싫어…….”그녀가 소리치며 힘겹게 발버둥 쳤지만, 그녀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의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환자복이 벗겨진 그녀의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었고 갑자기 불어온 찬 바람에 몸에는 소름이 돋았다.“이거 놔! 이거 놔!”그녀는 조급하고 화가 났다.그는 오히려 마음을 가라앉혔다는 듯 덤덤하게 그녀의 손목을 누르고 웃으며 말했다.“누나, 좀 더 크게 외쳐도 돼. 밖에는 경호원이 있고, 간호사가 있고, 당직 의사도 있어. 모두 누나의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내가 장담할게. 누나를 구하러 들어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임유진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그녀도 그가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설령 오늘 밤 목이 찢어져라 외친다 하더라도 그 누구도 이 병실에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다.이 남자는…… 강지혁이다!그녀는 침묵하고 있었지만 그는 몸을 낮추어 그녀의 입술과 턱…… 그리고 목……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쇄골에 키스를 했다.“내 곁에 있어줘, 이 세상에서 누나는 날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나는 누나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기로 약속했잖아? 그래서 내가 지금 그 기회를 주는데 누나는 도대체 왜 싫다는 거야?”그가 중얼중얼 말했다.하지만 임유진은 심장이 찔린 느낌만 들었다.그렇다. 그녀가 했던 말이지만 지금 들어보니 마치 조롱하려 한 말 같았다.“넌 혁이가 아니니까.”그는 그녀가 생각하는 자신과 동병상련인 노숙자가 아니라 S시를 뒤흔드는 강지혁이기 때문이다.그는 순간 멈칫하더니 천천히 일어나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난 여전히 혁이야. 누나가 원한다면 난 예전처럼 누나가 좋아하는 그 모습으로 연기할 수 있어.”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네가 다시 그 모습으로 연기해도 넌 이제는 혁이가 아니야.”그녀의 혁이는 이미 사라졌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환상일 뿐이었다.그는 얇은 입술을 오므렸고 아름다운 복숭아꽃 눈동자 역시 차갑게 물들었다.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