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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3화

“그때 넌 여기서 나한테 평생 나만 사랑할 거라고, 내 옆에 있을 거라고, 영원히 떠나지 않을 거라고 했어.”

그는 낮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까만 눈동자 속에는 언뜻 조급함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그의 얼굴에 닿아있던 그녀의 손이 흠칫 떨렸다.

그날 새벽 지독하게 외로운 얼굴로 홀로 이곳에 서 있던 그를 보며 그녀는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다.

그를 발견한 순간 모든 걸 내던져서라고 그를 지켜주고 싶었고 안아주고 싶었다.

그가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는 거라면 무슨 수를 써서든 그에게 안정감을 주고 싶었다.

그에게 사랑한다 속삭이고 강현수와의 기억을 떠올렸음에도 그가 불안해하는 것 같아 기억 안 나는 척, 모르는 척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는 정말 강지혁이 전부였던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임유진은 강지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뭐? 너도 그때는 나한테 사랑한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사랑하기 싫다고 나한테 헤어지자고 했어. 약속이라는 건 생각보다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야. 언제든지 번복할 수 있는 거지.”

“만약 내가 그때 그런 말 한 걸 후회한다면? 그러면 너도 다시 생각해줄 수 있어?”

“한번 엎질러진 물은 두 번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어.”

“확정 짓지 마. 내가 주워 담지 못하는 물은 없어.”

강지혁은 그녀의 손바닥에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널 너무 사랑하게 될까 봐 겁이 났어. 아버지와 똑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봐, 내가 내 목숨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될까 봐 겁이 났어...”

그의 낮은 목소리가 조용한 공간에서 천천히 울려 퍼졌다.

이건 그 누구에게도 얘기한 적 없는, 줄곧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마음이다. 그는 지금 그 마음속 깊은 곳을 그녀에게 보여주려 하고 있다.

임유진은 조금 놀란 얼굴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헤어지고 나서 알겠더라.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고 있었는지. 이미 네가 없이는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걸 헤어지고 나서 알았어. 유진아,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와 주면 안 돼? 네가 원하는 건 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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