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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2화

백연신은 그녀의 말에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조금 놀란 것 같았다.

“만약... 만약에 말이에요. 어느 날 내가 정말 임신하게 되면, 만약 그때도 가문의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그때는 결혼을 조금 미뤄도 좋아요. 당신한테 바로 결혼하자는 소리 안 할게요. 먼저 무사히 아이를 낳은 다음 위협이 다 사라지고 나서 그때 결혼하는 거로 해요.”

“너...”

“나는 소문 같은 거 무시할 수 있어요. 그딴 건 절대 날 무너트리지 못해요. 내가 원하는 건 연신 씨랑 평생을 함께하는 거예요. 그 길이 험난하다고 해도 나는 상관없어요. 그런 게 다 상관없을 만큼 당신이 좋으니까.”

한지영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확신에 차 있었고 눈빛은 무척이나 올곧았다.

백연신은 벅차오르는 마음에 그녀를 와락 품에 끌어안았다.

그가 사랑하는 한지영이라는 여자는 생각보다 더 단단하고 용감했다. 그의 상황도 다 이해해주고 함께 견뎌줄 수 있을 만큼 멋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이렇게 멋진 여자인 걸 이제 알았네.”

백연신은 그녀의 목에 얼굴을 묻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널 사랑해서 참 다행이야.”

...

강씨 저택 별채.

강지혁은 임유진을 데리고 별채 안으로 들어왔다.

이곳은 강지혁이 아버지인 강선우를 추모하는 곳으로 임유진도 두 번 정도 와 본 적이 있다.

임유진은 지금 이 시각에 그가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올 줄은 몰랐다.

강지혁은 그녀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속 아버지의 사진만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임유진이 떠나지 못하게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있다.

“여기는 왜 데리고 왔어?”

임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때 여기서 네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강지혁의 말에 그녀는 바로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오래된 일이잖아. 기억 안 나.”

지금 한 건 거짓말이지만 언젠가는 정말 기억 속에서 잊어버리는 날이 올 것이다. 그와의 추억도 함께.

“기억이 안 난다고.?”

강지혁은 낮게 웃었다.

오늘은 유독 그 웃음소리가 거슬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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