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에 설영준 역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었다.마치 빠져나올 수 없는 장막처럼 밤의 어둠은 설영준의 마음을 무겁게 감싸고 있었다.설영준의 머릿속은 얽힌 실타래처럼 복잡했고 그 실마리는 도무지 풀리지 않았다.새벽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잠이 들었지만, 그 잠은 얕았고 꿈은 희미한 화면과 간헐적 대화들로 뒤섞여 있었다.아침이 되어 문밖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에 설영준은 잠에서 깼다. 그 소리는 문틈을 타고 설영준의 꿈속에 스며들었고 설영준을 혼란스러운 잠에서 서서히 현실로 끌어냈다.설영준은 어리둥절한 채 머리를 쓰다듬으며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흐릿한 눈을 비볐다.세수하고 나서 설영준은 문을 열고 계단을 따라 거실로 내려갔다.거실에서는 한 여자가 오서희와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녀는 깔끔한 흰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움직일 때마다 치맛자락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폭포처럼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고 햇빛 아래에서 은은한 금빛으로 빛났다.그녀의 눈은 밝고 깊었으며 마치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듯했다. 입가에는 온화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지만, 친근한 속에 일정한 거리감을 느끼게 했다.오서희는 설영준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는 반갑게 손짓하며 설영준을 대화에 참여시켰다.설영준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예의상 다가갔다.“안녕하세요, 저는 소연아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설영준은 예의상 소연아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소연아 씨, 안녕하세요. 저는 설영준입니다.”소연아의 손은 따뜻하고 힘이 느껴졌지만, 소연아의 열정은 설영준의 마음에 닿지 않았다.설영준의 마음은 여전히 송재이에게 머물러 있었고 오서희의 이런 만남 주선에 대해 설영준은 설명할 수 없는 거부감을 느꼈다.오서희는 설영준의 반응을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해서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려 애썼다.오서희는 설영준의 냉담한 태도를 눈치채지 못한 채 소연아를 칭찬하며 말했다.“소연아 씨는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아주 유능해. 자신이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도 있고 그
설영준은 서재 의자에 깊이 몸을 기대어 책상 위를 무의식적으로 두드리며 불안과 초조함에 휩싸여 있었다.설영준은 다시 한번 송재이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아무도 받지 않았다.홀로 남겨졌다는 생각이 설영준의 가슴을 점점 더 짓눌렀다.마치 출구 없는 미로 속에서 끝없이 헤매는 기분이었다.문득, 설영준의 머릿속에 송재이의 친구 박윤찬이 떠올랐다. 어쩌면 박윤찬이 송재이의 행방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급히 박윤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대답 대신 냉랭한 음성 안내만이 흘러나왔다.설영준의 마음은 더 혼란스러워졌고 어리석은 의심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혹시 송재이와 윤찬 씨가 함께 있는 건 아닐까?’그 순간,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울렸다.설영준은 고개를 들었고 문가에 서 있는 소연아가 보였다. 소연아의 눈에는 기대와 걱정이 담겨 있었다.“영준 씨가 뭔가 고민이 있는 것 같아요. 괜찮다면, 저와 함께 밖에 나가서 잠시 산책하며 식사라도 할까요? 환경을 바꾸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지도 몰라요.”소연아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묘한 설득력이 있었다.처음엔 거절하려던 설영준은 송재이와 박윤찬이 전화를 받지 않는 상황이 떠오르며 자신도 모르게 질투가 밀려왔다.설영준은 지금 뭔가 핑계가 필요했다. 어쩌면 소연아의 초대가 그에게 잠시 마음을 달랠 기회를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알겠어요, 연아 씨. 초대해 줘서 고마워요.”설영준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를 내려고 애썼다.소연아의 눈에 잠깐 기쁨이 번졌다. 설영준이 이렇게 쉽게 동의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소연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잘됐네요. 그럼 가요.”두 사람은 함께 서재를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오서희는 그들이 함께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안도하며 미소를 지었다.오서희는 말없이 따뜻한 눈길로 그들을 배웅했다.가는 길 내내 소연아는 여러 대화를 시도했으나 설영준의 대답은 늘 짧고 무미건조했다. 설영준의 마음은 이미 여기에 없었다.그럼에도
마침내 설영준은 소연아가 필요로 하는 생리대를 찾아냈다.설영준은 상품을 손에 쥐고 시선을 피하며 계산대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결제 후에 설영준은 편의점을 떠나 레스토랑으로 돌아갔다.소연아는 이미 화장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설영준이 돌아오자, 감사의 표정을 지었다.설영준은 물건을 소연아에게 건네주었고 소연아는 계속해서 감사의 말을 전한 후, 급하게 화장실로 들어갔다.설영준은 자리로 돌아왔지만, 설영준의 마음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화장실 안에서 소연아의 감사의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다른 의도가 담긴 미소가 자리 잡았다.소연아는 자신이 계획한 이야기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에 내심 기뻐하며 설영준이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에 안도했다.소연아는 옷을 정리하고 표정을 조정한 뒤에 자신이 불편하고 감사한 모습으로 보이도록 하여 화장실에서 나왔다.설영준은 자리에 앉아 기다리며 소연아에 대한 인상이 살짝 변했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경계심을 지우지 않았다.저녁 식사 후, 설영준은 약속대로 소연아를 집으로 데려다주었다.설영준이 집에 들어섰을 때, 송재이는 거실 소파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텔레비전을 바라보고 있었다.설영준의 마음속에서 분노와 불안이 순식간에 치솟았고 설영준은 망설임 없이 송재이에게 다가가 날카롭게 물었다.“왜 전화를 받지 않았어?”설영준의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송재이는 설영준을 차갑게 쳐다보며 입을 열지 않았다. 마치 설영준의 초조함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잠시 후, 송재이는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답했다.“내가 왜 네 전화를 꼭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송재이의 냉담한 태도에 설영준은 격분했고 그 분노는 목소리에 그대로 묻어났다.“네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다고!”송재이는 일어나서 설영준을 마주 보았고 송재이의 눈에도 분노가 서려 있었다.“너 무슨 자격으로 그래? 내가 왜 너한테 내 모든 행동을 보고해야 하지?
송재이의 눈길이 설영준의 핸드폰에 머물렀다. 송재이의 고민했지만, 결국 소연아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기로 결심했다.[영준 씨,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저를 어색한 상황에서 도와줬을 뿐만 아니라 즐거운 밤도 함께해 줘서요. 우리가 곧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래요.]송재이는 이 메시지를 읽으며 메시지 속의 한 문장 한 문장은 송재이의 가슴에 비수처럼 박혔다.송재이의 마음은 복잡했고 분노와 혼란이 교차했다.송재이는 설영준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분노와 배신감에 이끌려 설영준의 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송재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욕실에서 나온 설영준은 송재이가 핸드폰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았고 송재이의 표정에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송재이의 눈빛은 차갑고 그 속에는 배신감과 실망이 가득 차 있었다“송재이, 내가...”설영준의 말이 끝나기 전에 송재이가 말을 끊었다.“설영준, 이 메시지 어떻게 된 거야?”송재이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송재이는 설영준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설영준은 메시지를 확인하였고 화면에는 소연아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설영준은 메시지를 보고 얼굴이 창백해졌다.설영준은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송재이, 이건 오해야. 소연아 씨는 단지...”설영준이 급하게 변명하려 했지만, 송재이는 설영준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설영준, 더 이상 설명하지 마. 내가 보는 건 너와 다른 여자 사이에 애매한 관계뿐이야.”송재이의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고 송재이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우리가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게 남아 있긴 한 거야?”송재이의 말에 설영준은 깊은 무력감을 느꼈다. 설영준은 송재이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설영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진실을 밝히고 송재이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비록 이 설명이 자신을 더욱 나쁘게 보이게 할지라도 설영준은 더 이상 거짓말로 이 관계를 이어갈 수 없었다.“송재
송재이의 눈빛에 단호함이 번졌다. 설영준이 자신과 박윤찬의 친밀한 모습을 보고 상처받았으리란 걸 송재이는 직감하고 있었다.이에 따라 송재이는 내심 은근한 만족감을 느꼈다.“영준 씨, 오늘 밤은 소연아 씨와 함께 올 줄 알았어요.”송재이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명백한 도발이 담겨 있었다.“아니면 소연아 씨가 이런 작은 행사에 올 시간이 없었던 건가요?”설영준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송재이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반격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그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재이 씨, 그게 무슨 뜻이에요?”설영준의 목소리는 낮았고 눈빛에는 위험이 감돌았다.송재이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그냥 궁금했을 뿐이에요. 평소에 바쁘신데, 이렇게 저녁 시간을 내어 참석하셨다니요. 아니면 대표님께서 다른 여자와 여러 자리에 함께하는 게 이젠 익숙해지신 건가요?”설영준의 눈에 분노가 번뜩였다. 설영준은 송재이가 자신과 소연아의 관계를 의식하고 보복하려 한다는 것을 직감했다.하지만 자신이 먼저 송재이를 실망하게 한 만큼 송재이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는 것도 알았다.“재이 씨, 저는 소연아 씨와 그런 관계가 아이예요.”설영준의 목소리는 거칠었고 설영준은 설명하려 했지만, 송재이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영준 씨, 우리 사이에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어요.”송재이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설영준의 손을 떼었다.설영준은 원래 오늘 밤에 돌아가려 했지만, 송재이의 태도를 보고는 완전히 기분이 상해버려서 돌아서서 떠났다.다음 날, 설한 그룹에서.소연아는 사무실 복도에서 우연히 설영준의 신뢰를 받는 비서 여진과 마주쳤다.소연아는 여진의 얼굴에 걱정스러운 표정이 있는 것을 보고 먼저 말을 걸었다.“여 비서님, 걱정이 많아 보이시는데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소연아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걱정이 담겨 있었다.여진은 한숨을 쉬고 주위를 살펴본 후,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소연아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소연아 씨, 대표님
두 사람이 사무실 소파에 앉아 있었고 소연아는 교묘하게 대화를 유도하여 설영준에게 마음을 열게 했다.소연아는 설영준이 송재이와의 오해를 털어놓을 때,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저는 송재이 씨가 영준 씨를 사랑한다고 믿어요. 어쩌면 둘이 함께 기회를 얻고 충분히 소통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소연아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유혹이 섞여 있었다.“원하시면 송재이 씨와 만날 기회를 만들어 드릴게요.”설영준은 마음이 흔들렸지만, 소연아가 그들의 일에 너무 개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연아 씨, 고맙지만 재이 씨와의 문제는 저희가 스스로 해결하는 게 좋겠어요.”설영준의 목소리에는 결심이 담겨 있었다.“기회를 만들어 재이 씨와 차분히 대화해 오해를 풀어보겠습니다.”소연아의 눈에 잠시 실망의 빛이 어렸지만, 이내 표정을 정돈하고 미소를 지었다. “알겠어요. 방해하지 않을게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요.”설영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연아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설영준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않으면 송재이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소연아는 사무실을 나서며 얼굴에 억눌린 불만이 스며들었다.소연아는 한층 더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영준의 마음을 얻으려면 지금보다 더 확실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소연아의 하이힐이 복도에 경쾌한 소리를 내며 울려 퍼졌다. 걸음은 여전히 우아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의 불안감은 지울 수 없었다.소연아는 조금 전에 설영준의 사무실에서 나왔다. 겉으로는 품위를 지켰지만, 속으로는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했다.소연아는 전략을 다시 생각하고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했다.동시에, 류지안은 회사의 휴게실에서 커피를 준비하며 소연아와 유진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류지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류지안에게는 박윤찬에 대한 감정이 있었기에 소연아의 행동이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다.류지안은 기회를 찾아서 박윤찬과 이야기하며 소연아의 숨은 의도를 말해 주기로 했다.어느 한 조용한 카페에서 류
설영준의 마음은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설영준은 자신의 발걸음을 제어할 수 없었고 송재이와 박윤찬이 있는 카페 구석으로 다가갔다. 설영준의 등장으로 원래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급격히 차가워졌다. 송재이와 박윤찬의 대화는 그 순간 멈췄다. “재이 씨, 우리가 아직 끝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빨리 다음 사람을 찾는 건가요?” 설영준의 목소리에는 조롱과 불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게 송재이의 마음을 꿰뚫는 듯했다. 송재이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하며 얼굴이 창백해졌다.설영준의 분노와 질투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니면, 내가 지겨워서 새로운 인연을 찾으려는 건가요?” 박윤찬이 일어나 상황을 진정시키려 했다. “영준 씨, 오해하신 것 같아요. 저와 송재이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어요. 저희는 그냥 대화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여기서 윤찬 씨가 끼어들 이유는 없어요!”설영준의 분노는 박윤찬에게로 돌려졌다. “윤찬 씨가 재이 씨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모를 줄 알았나요? 기회를 틈타려고 하지 말아요!”송재이는 깊은 수치심과 무력감에 사로잡혔다. 송재이는 이를 악물고 겨우 말을 꺼냈다. “영준 씨,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저와 윤찬 씨는 아무 일도 없어요. 우리가 이만큼의 믿음도 없었나요?”설영준은 순간 마음이 아팠지만, 설영준의 자존심과 오만함은 물러서지 못하게 만들었다. “믿음이요? 당신이 다른 남자와 웃고 떠들 때 내 마음은 고려해 봤나요?”그 말에 송재이의 눈물은 참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 송재이의 마음은 그 순간 산산조각이 났다. “영준 씨를 잘못 봤네요. 이렇게 나를 믿지 못한다면 우리 사이에 의미가 있나요?”박윤찬은 상황이 더 악화될까 봐 더 이상 중재하려 하지 않고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카페 안은 두 사람 사이의 냉랭한 기운으로 가득 찼고 다른 손님들의 시선은 그들에게 집중되었다.설영준은 자기 말이 지나쳤다는 걸 깨달았지만, 여전히 마음속에 불만이 가득했다. “송재이,
오서희의 만찬은 세심하게 디자인된 자리였으며 모든 세부 사항은 오서희의 깊은 배려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번 만찬은 단순히 가족의 상업 동맹을 공고히 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오서희는 이 자리를 통해 설영준과 소연아의 관계를 더욱 확고히 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만찬은 설씨 가문 저택에서 열렸으며, 이곳은 오랜 역사와 가문의 상징을 지닌 장소였다. 송재이는 깊은 파란색 드레스를 입고 설영준과 함께 손님들 앞에 나타났다. 송재이의 등장은 본래 만찬의 중심이 되어야 했다.하지만 오서희의 한 마디가 만찬의 분위기를 미묘하게 변화시켰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새로운 상업 협력을 축하할 뿐만 아니라 기쁜 소식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오서희는 소연아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계속 말했다. “소연아 씨의 재능과 미모는 모두가 잘 아는 바입니다. 저는 소연아 씨가 설씨 가문에 이상적인 며느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송재이는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꼈고 눈앞이 캄캄해졌다.오서희의 말은 마치 날카로운 바늘처럼 송재이의 마음을 찔렀다. 송재이는 설영준을 쳐다보며 무언가 말해주기를 바랐지만, 설영준의 침묵은 송재이를 깊은 무력감에 빠뜨렸다.소연아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오서희의 발표에 놀라지 않은 듯 보였다. 소연아의 시선이 송재이와 마주쳤고 그 눈에는 약간의 도발이 담겨 있었다.만찬은 계속되었지만, 송재이는 이미 흥미를 잃었다. 핑계를 대며 만찬장을 떠난 송재이는 홀로 정원으로 나갔다. 밤의 정원은 조용하고 아름다웠지만, 송재이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부족했다.한편, 설영준은 송재이를 찾고 있었다. 설영준은 오서희의 발언이 송재이에게 큰 상처를 주었음을 알고 있었다. 설영준은 정원의 한구석에서 송재이를 발견했고 송재이의 뒷모습은 달빛 아래에서 유난히 외로워 보였다.송재이는 정원에 서 있었고 어깨가 살짝 떨리고 눈물이 눈가에 맺혔지만, 이를 참으려 애쓰고 있었다. 설영준의 발소리가 가까워지자, 송재이는 몸을 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