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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다정한 사람일 리 없어

유은정의 검진 결과는 사흘 뒤에야 나온다.

이 세 날이 그녀에겐 3년처럼 느껴졌다.

송재이는 유은정을 집까지 바래다주고 저녁에 또 카톡을 보내 밥을 잘 챙겨 먹고 허튼 생각 말고 푹 휴식하라고 당부했다.

한참 후 유은정으로부터 장문의 답장이 왔다.

[이전에는 항상 내가 젊어서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나중에 천천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 근데 인제 보니 사람 목숨이 이토록 나약하고 별 거 없더라. 만약 진짜 감염됐다면 병으로 죽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거야. 난 하루하루 쇠약해지고 망가지는 내 몸을 마주 하고 싶지도 않고 딴사람들 경멸의 눈빛과 삿대질을 받고 싶지도 않아. 여긴 결국 강자만 추구하는 사회야. 정말 무슨 일 생긴다면 과연 몇 명이나 우리 옆에 의롭게 서 있겠어?]

유은정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라는 문자를 본 순간 화면을 사이에 두고도 그녀의 비통한 심정을 가히 느낄 수 있었다.

송재이는 카톡으로 여러 번 글을 수정하며 적절한 말로 유은정을 다독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서 만약 그녀였어도 지금 온 세상이 망할 것 같은 기분이지 않을까?

유은정을 진정 무너뜨리는 것은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외부의 시선과 압력이 더 클 것이다.

어쨌거나 모두가 AIDS라는 병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건 아니니까.

전염 경로도 항상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유은정이 분명 아무것도 안 했지만 외부인들은 그녀의 상황을 알게 된 후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악의적인 해석을 만들어낼 게 뻔하다.

이는 한낱 젊은 여자아이에게 너무나도 잔인한 일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송재이는 마음이 심란해졌다.

그녀는 카톡을 보내려다가 결국 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보며 몰래 눈물을 훔쳤다.

...

송재이는 방안에 앉아서 잠시 울다가 저녁에 하필 또 생리가 와버렸다.

유산한 후 그녀는 생리가 올 때마다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설영준이 돌아오고 문밖의 인기척 소리를 들었지만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방안에서 움츠리고 문밖을 나가지 않았다.

설영준은 현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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