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재와 연지수는 오늘 설영준이 주최한 저녁 모임에 송재이가 참석할 줄 전혀 몰랐다.송재이도 설영준이 방금 말한 ‘아는 사람'이 그들일 줄은 몰랐다.네 사람은 각자 식탁의 양쪽에 앉아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각기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아마도 설영준만이 마음속에 모든 상황을 파악했을 것이다.이 네 사람이 함께 식사하는 건 처음이었다.설영준과 서도재는 먼저 사업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다.서도재는 설영준이 경주에서 인맥이 넓고, 사업과 정치 양쪽에 모두 발을 들여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설영준은 서도재와의 대화에서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최근 상부에서 나온 정책이 상업에 미치는 영향을 간단히 언급했다.그의 말은 핵심을 피했으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서도재도 사업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 설영준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었다.설영준은 에둘러서 서도재에게 그 이익 관계를 잘 판단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때가 되자 설영준은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송재이의 뒤쪽 의자 등받이에 팔을 걸쳤다.온몸을 그녀 쪽으로 기울이였는데 마치 독수리가 먹이를 보호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의 시선은 테이블 건너편의 연지수를 날카롭게 응시하고 있었다.충분한 서두를 마친 후 설영준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연지수 씨가 내 여자 친구를 계단에서 밀어 떨어뜨린 일, 내가 모를 줄 아나 봐? 만약 재이 씨가 임신했는데 당신 때문에 유산이라도 했으면 당신은 살인범이 되는 거야!”그는 일부러 말을 심각하게 했는데 듣는 사람을 오싹하게 만들었다.연지수는 놀라서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떨어뜨렸다.방 안에 송재이가 있는 것을 본 순간 그녀는 오늘 저녁이 함정일 수 있다는 것을 짐작했다.그래서 그녀는 내내 조심스럽게 행동하며, 최대한 자신의 존재감을 낮추려고 애썼다.하지만 설영준은 결국 그녀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식탁의 분위기는 한순간에 얼어붙었다.송재이조차도 긴장한 나머지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했다.그녀는 설영준과 가장 가
방금 설영준이 연지수에게 말한 “당신 남자”는 분명 지금의 서도재를 가리키고 있었다.서도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하마터면 연지수에게 휘말려 큰일 날 뻔했다고 속으로 탄식했다.이 순간 그는 이 어리석은 여자와 관계를 끊고, 설영준에게 자신은 연지수의 남자가 아니니 그녀와 조금도 상관없다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송재이를 보고 망설였다.그렇게 했다가는 송재이가 자신을 비겁하게 여기고, 책임감 없는 사람으로 볼 것 같아 두려웠다.어느 날 밤, 서도재와 연지수가 막 잠자리를 가진 후 연지수가 땀을 뻘뻘 흘리며 그의 목에 팔을 감고 웃으며 말했던 적이 있었다.“오늘 설 대표님이 송재이에게 큰 장미꽃다발을 보냈대요. 정말 로맨틱해요. 당신도 언제 나한테 꽃 좀 보내줄래요? 정말 기대돼요...”서도재가 보내는 꽃을 기대한 것도 아마도 거짓말일 것이다.사실 그녀는 설영준이 송재이에게 꽃을 보냈다는 정보를 전달하고 싶었을 뿐이다.설영준 같은 남자는 굳이 중시하지 않는 여자에겐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서도재는 역시나 얼굴을 굳혔다.그는 자신이 설영준과 여자를 두고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송재이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영영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 그에게 송재이에 대한 더 강한 소유욕을 불러일으켰다.송재이 앞에서 망신을 당하기보다는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 지경이었다.송재이는 서도재의 이런 내면의 갈등을 전혀 알지 못했다. 서도재가 어떻게 생각하든 조금도 상관하지 않았으니까.그녀는 젓가락을 쥐고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설영준이 방금 연달아 두 번이나 말한 “내 여자 친구”라는 말에 정신이 팔린 상태였다.설영준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녀의 존재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녀가 정말... 그의 여자 친구일까?이 저녁 식사에서 설영준과 송재이만이 배부르게 먹었고 서도재와 연지수는 불안해하며 식욕을 잃고 말았다....결제 후, 설영준은 송재이의 손을 잡고 빠르게 레스토랑에서 나왔
다음 날, 서도재는 유 비서에게 열쇠고리를 팔던 노점을 찾아가 똑같은 열쇠고리에 ‘재’자를 새겨 달라고 부탁했다.삼 일 만에 열쇠고리가 완성되었고, 유 비서가 그 물건을 가져다주었다.그는 그 위에 새겨진 글자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예전의 그는 연애할 때 커플들이 하는 일들을 제법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지금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매일 그의 이름이 새겨진 열쇠고리를 사용하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어쩔 수 없이 참기로 했다.그는 그녀와 똑같은 열쇠고리를 맞췄다는 사실을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최근 설씨 그룹은 매우 바빴다. 송재이는 다음 달 동안 세 도시를 오가며 음악회에 출연했고, 항상 최선을 다해 일에 몰두했다.두 번의 공연이 있었는데 연지수는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단장님은 그녀가 집안일 때문에 급히 빠졌다고 설명했다.하지만 그때 송재이는 연지수의 얼굴에 멍이 든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송재이는 그녀가 지금도 괴로워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하지만 개인적인 친분이 없었기에 딱히 위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외지에서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송재이는 민효연의 별장으로 갔다.연우는 송재이가 오늘 올 것을 알고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송재이 선생님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달려가서 허리를 꼭 껴안았다.송재이는 연우를 들어 올리고 두 번 흔들어 주었다.그녀는 본래 마른 체형이라 연우를 들어 올리는 것도 꽤 힘들었지만, 이 어리고 착한 소녀가 그녀에게 이토록 의지하니 제법 사랑스럽게 여겨졌다.송재이는 심지어 나중에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연우 같은 딸을 낳고 싶다고 생각했다.둘은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나 마음이 통한 상태였다.민효연이 계단에서 내려오며 송재이에게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법원의 판결이 나왔어요. 양육권은 예상대로 도정원에게 넘어갔어요. 박윤찬 씨는 정말 좋은 변호사네요.”그녀의 목소리에는 비꼬는 듯한 어조가 있었지만, 체념한 듯한 무력감도 함께 느껴졌다.주씨 집안
송재이는 일부러 그런 목소리를 낸 것이 아니라 타고난 것이었다.긴장이 풀리면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는데 이런 부드러운 목소리는 설영준의 욕망을 자극했다.그는 마음속에 오랫동안 숨겨왔던 말을 꾹 참으며 송재이를 뒤에서 꽉 끌어안았다.그의 입술은 그녀의 향기로운 목덜미에서 불과 1c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피부에 닿자 송재이는 온몸을 파르르 떨었는데 이마저 딱딱 부딪혔다.설영준은 그녀의 얼굴을 돌리고는 아직 그녀가 제대로 보지 못한 상태에서 입을 맞추었다.송재이는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고, 침대에서 거친 그의 행동에 화가 났다.그날 그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여자 친구라고 말한 후로, 매일 누군가에게 화풀이하듯 행동했다.침대 밖에서는 차갑고 무뚝뚝했지만, 침대 안에서는 마치 짐승처럼 그녀를 괴롭혔다.그녀에게 끝없는 분노와 억울함을 발산하는 것처럼 말이다.“가끔은 정말 너를 어떻게 해버리고 싶어!” 송재이는 그의 말에 정신이 혼란스러웠다.그의 분노의 원인을 알지 못하는 그녀는 무고했고 또 무지했다.설영준이 왜 그렇게 그녀를 싫어하면서도 매일 밤 함께 자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것도 몇 번씩이나!설영준은 누구를 위해 애태우는 기분을 아주 싫어했다.그러나 무의식중에 송재이가 그 사람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사랑해도 얻을 수 없고,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으며 결국 그녀에게 푹 빠지게 될 것만 같았다.사랑 때문에 밤낮으로 뒤척이는 고통이 아주 싫었다.“언젠가 네가 다른 사람과 만난다면 그땐 정말 널 어떻게 해버릴 거야.”설영준은 송재이의 귀를 물며 무섭게 말했다.이런 괴롭힘에 이미 머리가 하얘진 송재이는 그의 경고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다음 날, 유은정이 그녀와 문예슬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지금 송재이와 문예슬의 관계는 조금 묘해졌다.송재이는 남자 때문에 친구와 다투고 싶지 않아, 문예슬에게 저녁 식사에 올 것인지 메시지를 보냈다.[저녁에 올 거야?]그녀는 마음속으로 문예
송재이는 그제야 얼굴을 돌려 머리가 새집처럼 헝클어진 남자, 아니 소년을 보았다.소년의 귀에는 다이아몬드 같은 귀걸이가 반짝였는데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송재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다시 한번 물었다.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요? AIDS? 미쳤어요?”주변이 시끄러웠다.송재이는 혹시나 자신이 잘못 들었기를 바랐다.하지만 소년은 냉소적으로 웃으며 손가락으로 건너편의 유은정을 가리켰다. “제대로 못 들었어? 그럼 저 여자한테 물어봐.”문예슬과 송재이는 동시에 유은정을 바라보았다.유은정은 얼굴에 눈물이 가득했고, 불안한 듯 천천히 쪼그려 앉아 몸을 꼭 끌어안았다....유은정은 송재이에게 메시지로 단지 기분이 나쁘다고만 했었고, 송재이는 그저 남자친구와 다투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술을 마시며 유은정의 감정은 서서히 진정되었다.그녀는 최근의 일을 이야기했는데 그녀의 기분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다.지난달, 유은정은 약혼자 하지현에게 이별을 고했다.하지현은 결사반대했고, 유은정 본인 또한 감정에서 단호하지 못해 그의 끈질긴 애원에 반달 정도 더 끌고 말았다.그러다 우연히 하지현이 밖에서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가끔씩 레진 호텔에서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날 밤, 유은정은 하지현을 몰래 따라갔었다. 최악의 경우는 하지현이 바람을 피운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문을 열었을 때, 상반신은 벌거벗은 채 아래엔 수건만 두른 남자가 문을 열어주는 것을 보고 심장이 철렁했다.유은정과 하지현은 7-8년 동안 연애해 왔는데, 캠퍼스 커플로 시작한 그가 이런 취향을 가졌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녀는 큰 충격을 받았고, 방으로 돌진해 하지현과 싸우기 시작했다!이별에 대해 망설였던 그녀는 이런 사건으로 인해 오히려 결심을 굳혔다.유은정은 수치심 때문에 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마음이 진정된 후에야 하지현과의 이별 소식을 알리려 했다.그러나 3일 전, 하지현에게서 전화가 왔다.
송재이가 유은정을 위로할 때 누군가가 그녀들을 힐끗 쳐다보고 있었다.그녀는 줄곧 눈치채지 못했다.결국 방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송재이 쪽으로 걸어왔다.“송재이 씨...”송재이는 고개를 들어 눈앞에 나타난 키 크고 비쩍 마른 남자를 바라보더니 잠시 멍해졌다.“누구세요?”방현수는 가볍게 웃었다.‘역시 날 잊었네.’다만 그는 예의 바르게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방현수에요. 몇 달 전 연지수 씨가 주최한 축하 파티에서 우리 함께 춤췄었죠.”방현수?그녀는 이 이름이 매우 익숙했다.곧이어 송재이는 그의 이름을 들어본 기억이 났다.그러니까 그때 주현아가 그녀를 속여서 호텔로 데려간 후 찾아준 남자가 바로 이 사람이라고?“저 생각났어요.”송재이도 가볍게 웃었다.“오랜만이에요 방현수 씨.”못 본 사이로 송재이가 또 더 예뻐진 것 같았다.바 안의 불빛은 흐릿하고 어두웠다.주위의 음악도 귀가 먹먹해질 지경이었다.이토록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그녀는 여전히 홀로 피어난 꽃처럼 눈부시고 아름다웠다.그날 방현수는 송재이와 호텔에서 함께할 기회를 설영준에게 양보했다.후회는 없지만 아쉬움은 조금 남아 있었다.그녀는 왜 하필 설영준의 여자일까?올해 27살인 방현수는 학교 다닐 때부터 대시하는 여자가 많았고 연애할 때도 대부분 상대가 그를 더 많이 좋아했었다.한편 그가 항상 먼저 이별 통보를 내리는 쪽이었다.그러다 보니 멀리 바라볼 뿐 갖지 못하는 느낌이 무엇인지 겪어본 적이 없다.그는 같은 테이블 친구에게 얘기했다.곧이어 송재이네 테이블에 찾아와 그녀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유은정은 한참 울고 나니 눈물이 거의 메말랐고 송재이가 친구를 마주치자 서서히 마음을 추슬렀다. 다만 그녀는 밤새 동안 그다지 말이 없었다.문예슬은 방현수의 옆에 앉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방현수가 테크놀로지 회사의 재무팀이란 걸 알게 됐다.사실 일반인들 가운데 그의 직급은 너무 낮은 축이 아니었다.방현수는 꽤 잘생겼다. 물론 설영준과 비하면 훨씬 뒤
유은정은 전날 과음하여 건강검진을 받지 못하고 하루가 지나서야 송재이를 따라 병원에 갔다.문예슬은 송재이에게 전화해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갈 것 같다고 했다.송재이도 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벤치에 앉아 유은정에게 말했다.유은정은 안색이 살짝 일그러지더니 한참 후에야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걔 지금 내가 싫어서 그래. 내가 병 옮길까 봐 두려운 거야...”송재이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얼른 그녀를 위로했다.“아니야. 예슬이는 그런 사람 아니잖아.”친구의 도움이 가장 필요할 때 문예슬이 몸을 사릴 리가 있을까?송재이가 알고 있는 문예슬은 비록 돈 많은 재벌 2세이지만 다른 흔한 재벌가 따님들처럼 교태를 부리고 오만한 게 아니라 온화하고 털털한 사람이다.본인이 좋아하는 남자가 절친과 함께한 걸 알았을 때도 화낸 건 맞지만 얼굴까지 붉히진 않았다.두 사람은 그저 며칠 동안 어색하게 지내다가 지금은 여전히 좋은 친구 사이로 지낸다.바로 이 일 때문에 송재이는 문예슬을 다시 보게 됐다. 그녀가 참 너그러운 사람인 것 같았다.하지만 유은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지금은 그녀가 제일 나약하고 예민한 시기이다.문예슬이 진짜 병이 전염될까 봐 꺼린다 해도 유은정은 원망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실망스러운 마음을 추스를 뿐이다.채혈은 금방 끝났고 의사가 말하길 사흘 뒤에 결과를 조회하러 오라고 했다.유은정은 줄곧 넋이 나간 상태였고 의기소침해져서 말수도 훨씬 줄어들었다.송재이는 그녀에게 아래층 식당에 가서 뭐라도 먹지 않겠냐고 물었다.이에 유은정은 입맛이 없다고 했다. 보다시피 그녀는 요 며칠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만약 진짜 감염됐다고 결과가 나오면 무조건 하지현 그 새끼 고소할 거야. 망할 자식이 내 인생을 망쳤어!”유은정은 지금 그를 언급하기만 해도 치가 떨리고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은 심정이다!송재이는 그런 그녀가 너무 이해됐다.유은정은 끝내 송재이의 고집에 못 이겨 병원 식당으로 끌려갔다.송재이는 그녀를 창가 쪽에 앉힌 후
박윤찬도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리고 엄마를 힐끗 바라봤다.송재이는 표정이 굳고 난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성수연은 자신이 실례를 범한 걸 바로 알아챘다.그녀도 나름대로 학업에 조예가 깊은 고학력자였다. 남편 따라 이민하고 나서 전업주부로 지낸 게 아니라 학술계에서 꽤 훌륭한 직업에 종사했고 짬짬이 공부하여 박사 과정까지 수료했다.“죄송해요, 재이 씨. 초면에 제가 너무 사적인 질문만 했네요.”성수연은 미안함을 표하며 머쓱하게 웃었다.그녀는 이 여자아이가 첫눈에 마음에 들어서 어느새 며느리로 삼고 싶은 욕심까지 생겨났다.세 사람은 제 차례가 될 때까지 담소를 나눴다.송재이는 자신과 유은정의 밥을 챙겼고 박윤찬은 엄마와 함께 먹을 밥을 챙겼다.이어서 네 사람이 한 테이블에 합석했다.유은정은 박윤찬과 그의 엄마까지 함께 밥 먹는 걸 딱히 개의치 않았다.다만 지금 마음이 심란하고 건강검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걱정될 뿐이다. 만약 진짜 감염됐다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밥 먹는 게 민폐는 아닐지, 본인들에게 옮길까 봐 꺼리는 건 아닌지 몹시 신경이 쓰였다.꼭 마치 문예슬처럼 말이다.그녀는 오늘 아침 유은정이 병원에 검진받으러 오는 걸 뻔히 알면서 아직도 전화나 문자 한 통이 없다.“은정아, 왜 안 먹어?”송재이는 다른 데 정신이 팔린 유은정을 발견했다.유은정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내젓고는 억지로 음식을 한 점 집었다....식사를 마치고 성수연은 또다시 두통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방금 박윤찬과 수다를 떨 때 사실 송재이는 그녀의 엄마도 생전에 두통을 앓고 계시다가 나중에 고향 마을 한 이웃의 소개로 엄마를 모시고 집에 가서 아주 유명한 한의사에게 병을 보이고 한약을 지어드렸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그녀의 엄마는 이 처방대로 3개월 동안 한약을 먹었더니 기적처럼 두통이 싹 사라졌다.“아주머니, 내일 제가 시간 내서 그 약 처방을 찾아드릴게요. 우선 한의사분께 참고해드릴 수도 있잖아요.”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니 엄마에게 맞는 약이 다른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