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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화

한편, 검은색 승용차는 JL빌라에서 천천히 나가고 있다.

뒷좌석에 앉은 고정남은 등을 지그시 기댄 채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오랫동안 참아 왔던 감정으로 오는 내내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이내 컸다.

마치 천국에서 지옥으로 뚝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진정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 이런 것이 오히려 더욱 합리적인 듯싶었다.

만약 정말로 강미영을 만나게 된다면 사실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할 것만 같았다.

지금껏 여러 해 동안 찾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떠한 소식도 알아내지 못했으며 강미영은 응당 자기를 피해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혹은 포기하지 않고 강미영을 찾아다닌 것처럼 강미영도 그만큼 자기를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다.

이 순간이 오기를 여러 해 동안이나 기다렸는데, 며칠 늦어진다고 해서 조급하지는 않았다.

강미영이 서울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고 지금 같은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차 세워.”

고정남은 차가운 목소리로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

이곳은 별장 구역이라 대문을 나서더라도 내부 도로와 거리가 있다.

그들은 지금 별장 구역과 주간 도로 중간에 차를 세운 채 절대 그만두지 않겠다는 자세를 드러내고 있다.

운전기사는 잠시 망설이더니 나지막이 일깨워주었다.

“고 대표님, 오늘 저녁에 댁으로 돌아가셔서 사모님 곁을 지켜줘야 합니다.”

그러자 고정남은 보지도 않고 말했다.

“밀어.”

“……”

이에 운전기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는지, 고정남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고정남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냥 귀찮아한 채로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한 번 보고는 전화를 받았다.

“고 대표님, 정철 어르신께서 조금 전에 나가셨습니다. 아마 박철순 씨와 약속을 잡은 것 같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고정남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곧게 펴고 물었다.

“두 사람은 어쩌다가 약속까지 잡게 된 것이냐?”

“박철순 씨께서 먼저 어르신께 연락을 드린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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