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영의 안목은 틀린 적이 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그녀가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는 틀린 적이 없다는 것을 이제껏 과연 누가 알았을까?아래층 테이블 옆쪽. 고정남이 우연을 가장해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던 테이블의 대화를 끊었다. “도 선생님,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정말 우연이네요! 여기서 뭘 하고 계셨습니까?” “......”테이블에 앉아있던 두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고정남을 본 고정철이 잠시 미간을 찌푸렸지만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도 선생은 고정남을 보고 잠시 의아한 표정을 했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 “고 사장님, 안 그래도 방금 사장님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는군요.”고정남이 신이 나서 말했다. “아? 제 이야기를요?”고정철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형님이 그 땅에 관심이 참 많으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고정남이 침묵했다. 도 선생과 고정철이 만나서 그 프로젝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니 고정남은 자신이 마음을 바꿔 이곳에 온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고정철 역시 프로젝트를 위해서 급하게 이곳으로 온 게 분명했다. “서울의 특징을 알아보고 싶어서 일부러 서울을 방문한 거라 자문을 구할 겸 담소나 나누고 있었습니다.”도 선생이 담담한 말투로 설명했지만 고정남이 듣기엔 전혀 믿음이 가지 않았다. ‘자문이라, 자문을 구하다 프로젝트 얘기까지 나온 건가?’고정철에게 이런 능력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꽤 예리한 구석이 있는 모양이었다. 고정남이 테이블 옆에 서서 자기 어필을 시작했다. “서울이라면 저도 잘 알고 있기도 하고, 저희 고성 그룹에서도 특색있는 여러 가지 사업을 하고 있는데 도 선생님께서 흥미가 있으시면 설명해 드려도 될까요?” 도 선생은 딱히 사람을 가리지도 않았고 오는 사람을 막을 이유도 없었다. “좋습니다, 고 사장님이랑도 자리가 있었으면 했는데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되니 굉장히 영광입니다.”그렇게 말하며 직원을 불러 한 사람분의 수저를 추가로 세팅했
식사가 끝난 뒤, 바론 공작이 짧게 숨을 내쉬더니 내일 출발할 예정이며, 그쪽의 일이 다 처리가 되면 공명정대하게 돌아와 강유리의 결혼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육시준은 바론 공작이 그렇게 말할 것이라고 예상했는지 이미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다. 릴리가 급하게 손을 들더니 말했다. “난 안 갈래요! 유리 언니랑 결혼식 날까지 여기서 외할아버지랑 같이 지내기로 약속했어요!”강미영이 생각도 안 해보고 릴리의 말을 거절했다. “안돼. 이 정도 놀았으면 됐지, 학교는 안 갈 거야?”그러자 릴리가 얼굴색 하나 안 바뀌고 말했다. “아이, 학교에서 배우는 거 이미 다 아는 거라고요! 그냥 가서 시간만 떼우다 오는 건데 그럴 거면 그냥 여기서 외할아버지랑 시간 보내는 게 훨씬 나아요!”강미영이 릴리에게 뭐라고 하려고 할 때, 강학도가 중간에서 입을 열었다. “가기 싫으면 가지 말렴, 여기서 외할아버지랑 같이 보내자꾸나.” 강미영이 눈썹을 찌푸리며, 마음에 안 든다는 말투로 말했다. “아버지!”강학도가 어쩔 수 없지 않냐는 표정으로 강미영을 달랬다. “여기까지 오는 게 쉬운 일도 아닌데, 애한테 너무 그러지 말아라.”“그런 게 아니라 저는…”“제 언니랑 형부도 여기 있는데 무슨 문제가 생기겠니, 걱정은 넣어둬라.”“......”강미영이 잠시 생각하더니 강학도의 뜻을 이해한 듯했다. 고정남의 태도로 보아 그를 이기기 위해선 결국 소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데, 어차피 소란이 일어나야 한다면 결혼식 날보단 고정남에게 시간을 더 주는 편이 모두에게 더 좋았다. 육시준이 강학도와 그 옆에서 고민하고 있는 강미영을 보더니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릴리는 저희가 잘 보살피겠습니다.”바론 공작이 그날 오후 강미영이 했던 ‘세상엔 피할 수 없는 일이 있고 결국 그 일에 맞서야 한다’는 말을 기억해 냈다. 그때 강미영은 분명 모든 준비를 다 했다고 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릴리를 보니 그 말이 틀린 것 같았다. “좋아, 그럼 여기 남는 걸로 하자.” 바
강미영의 위로에 가라앉아있던 강유리의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강유리는 원래 괜찮다고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생각이었으나 그녀의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은 전혀 다른 말이었다. “꼭 그 집에 가셔야 해요? 그냥 전화로 하면 안 되는 거예요? 남은 시간이 많지도 않은데 꼭 이렇게 빨리 가셔야겠어요? 강유리가 입을 삐죽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렇게까지 원망 섞인 말투로 말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말하다 보니 어리광을 피우는 모양새가 되어 버린 것 같아 잠시 멈칫한 강유리가 말을 덧붙였다. “외할아버지랑은 시간을 보내지도 않으셨잖아요!”강유리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그녀의 숨기지 못한 진심이 더 느껴졌다. 강미영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이번엔 강유리를 설득하는 걸 관두고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바론 공작의 눈에 서려 있던 의심과 당혹감이 모두 사라지고 그곳엔 기쁨만이 자리 잡았다. ‘설마 지금 내가 돌아가는 게 아쉬운 걸까?’원래 강유리는 쌀쌀맞고 사람과 거리를 두는 편인 데다가 바론 공작과도 그렇게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기에 강유리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바론 공작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 바론 공작은 강유리가 정말 많이 변했다고 느꼈다. 강유리의 진심이 드러나 버린 지금 이 작은 소동은 바론 공작의 마음을 약하게 하기에 충분했고, 바론 공작은 정말 다른 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딸의 말을 들어주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바론 공작이 입술을 깨물더니 천천히 강유리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더니 머뭇거리며 두 팔을 뻗어 강유리를 안았다. “다음에 돌아오면 그땐 꼭 너랑 더 많이 있어주마.”“......”강유리가 어색하게 고개를 내리더니 말했다. “누가 저랑 같이 있어 달래요? 제 말은 외할아버지였다고요!”강유리의 저런 고집스러운 모습마저도 귀엽다고 생각한 바론 공작이 피식 웃었다. 이제 보니 정말 제 엄마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바론 공작이 품에 안고 있던 강유리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래, 외할아버지랑 시간을 보내는 김에 겸사겸사 너랑
바론 공작의 말은 강유리를 감동하게 했다. 다만 멀어지는 차를 보고 있자니 강유리는 방금까지의 모습이 조금 부끄러워져서 일부러 더 날카롭게 말했다. “온 가족이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 거라니 무슨,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그러니까! 저 사람 우리 아빠 맞아? 아무래도 아빠가 귀신에 홀렸나 봐.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인사도 제대로 못 했네!” 릴리가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근데, 귀신에 홀린 건 언니도 마찬가지인가 봐?”“그만! 그만 말해!”“......”두 자매가 아빠와의 작별 인사를 곱씹고 있을 때, 육시준과 강미영은 아무 말이 없었다. 아직 제대로 된 이별을 경험해 보지 못한 그녀들은 그게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릴리가 제일 먼저 차에 올라탔고, 육시준이 차 문을 열어 주자 강미영도 그 위에 올라탔다. 바로 그때, 고정남과 그 형제 역시 주차장에서 도 선생을 배웅하는 중이었다. 고정남이 고개를 돌렸다가 마침 강유리 일행이 그곳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눈을 빛내며 달려와 인사를 했다. “아이고, 이런 우연이 있나요!”“그러게 말입니다. 방금 위층 룸에서 고 대표님이 급하게 들어오는 거 봤습니다.” 육시준이 숨김없이 말했다. 고정남이 자신의 차 뒤편을 바라보는 육시준의 시선을 알아채고는 급히 고개를 돌려 육시준을 바라봤다. 육시준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아주머니께서 고 사장님이 집으로 방문하실 거라는 걸 듣고 이 기회에 사장님이랑 만날 기회가 생겼다고 좋아하셨는데 아무래도 사장님은 다른 쪽으로 마음을 정하신 것 같아 아쉽습니다.”고정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분은 지금 어디에 계시나요?”육시준이 대답했다. “오늘 밤 비행기라 급히 가셨습니다.” “......”고정남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육시준을 죽어라 노려봤다. 이제야 고정남의 머릿속에서 뭔가 맞춰지기 시작했고 그럴수록 고정남의 얼굴이 더 험악하게 변해가더니 한가지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 ‘설마 오늘
“맞아. 설 전날, 고씨 집안에서 우리 뒤를 밟았고 고정남은 그때 호기심이 생긴 모양이야.” 육시준이 감정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강유리가 아직 입을 열기도 전에 릴리가 머리를 앞으로 내밀었다. “왜 우리 엄마한테 호기심이 생겼는데? 그 사람 우리 엄마 알아? 엄마랑 뭘 하려고 그러는데?” 강유리가 온화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제대로 앉아야지, 안전벨트도 하고.”릴리가 웃으며 고개를 젓더니 애교를 부렸다. “아잉, 형부가 운전을 이렇게 천천히 하는데 무슨 문제가 생긴다고.”“그래도 제대로 앉아야지. 아직 아버지 비행기 안 타신 거 알지? 말 안 들으면 공항으로 보내 버릴 거야.” 성홍주가 화난 척 릴리에게 말했다. 그걸 들은 릴리가 재빨리 자리로 돌아가 안전벨트를 했다. “제대로 앉았어요, 보내지 마세요!”강학도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더니 릴리를 칭찬했다. 릴리 덕분에 앞서 이어지고 있던 대화가 끊어지게 되었고 강유리는 백미러를 통해 외조부의 표정을 한 번 살피더니 이 일에 대해 더 묻지 않기로 했다. 육시준이 천천히 차를 몰아 JL 빌라 앞에 도착하자 정문 근처에 서 있는 검은색 차 한 대를 발견했다. 차 안에는 운전수만 있었으며, 그들이 돌아온 걸 확인하더니 어디론가 급히 전화를 거는 듯했다. 고정남이 일찍이 사람을 보내 거기서 기다리라고 한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멀어진 강유리의 근심이 더 깊어졌다. ......한밤 중의 JL 빌라는 조용했다. 올해 설 연휴는 강유리가 살아온 20년 동안 가장 따뜻하고 북적였다. 작년에도 가족끼리 연휴를 보낸 건 맞지만 그 집은 그녀가 쉽게 어울릴 수 있는 가족이 있는 곳은 아니었고, 올해는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이 동시에 있으니 더 색다른 기분이었다.다만, 그 느낌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행복감을 느끼는 동시에 현실이 아니라고 느껴지기도 했고 그 떠들썩함 뒤에 오는 외로움이 너무나 컸다. 외할아버지와 릴리가 잘 있는 것을 확인한 강유리가 씻고 나와 이불 속에 몸을 웅크렸다. 침
새해가 되고 성씨 집안 사람들은 강씨 집안에 돈을 요구할 생각이었으나, 얼마 들어있지도 않은 세뱃돈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원래대로라면 마음을 가라앉힌 후 성신영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었지만 바로 다음날 성신영을 바로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성신영이 그들을 찾아온 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집을 돌려달라고 협박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문제였지만, 그래도 성신영은 친절히 그들에게 고급 호텔을 예약해 주었다. 호텔은 딱 하루만 예약이 되어 있었고, 장기 식권도 없어서 왕씨 집안 사람들이 불만을 표시하자 육경원이 불같이 화를 냈다. 육경원은 왕씨 집안 사람들과 더 이상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며 상의도 없이 바로 사람을 불러 왕씨 집안 사람들을 내쫓아 버렸다. 왕씨 집안 사람들은 욕을 하며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다시 쫓겨나고 말았고, 별장촌의 블랙리스트에 이름까지 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던 성신영이 왕소영에게 호텔을 예약해 하루를 묵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날 밤, 누군가는 걱정에 쉽게 잠에 들 수 없었고, 다른 누군가는 더더욱 잠에 들 수 없었다. 고정남은 한참을 주차장에 서있다가 결국 차에 올라타 공항으로 달려갔다.공항으로 가는 길에 고정남은 전화를 몇 통이나 했다.자신의 모든 인맥을 활용해 오늘 밤 출발하는 전용기 중 육씨 집안의 전용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고정남은 그날 밤의 모든 비행기 출발 시간을 늦췄다. 고정남은 이제 강씨 집안의 그 딸이 자신이 찾던 사람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었고, 육시준 그 자식은 여전히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래도 육시준이 비행 일정을 알려준 걸 보면 그도 자신을 도와주려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고정남은 자신이 시간에 맞춰 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면 다시 한번 그녀를 만날 수 있으며, 자신이 고의로 그녀를 기다리지 않은 게 아니라 이번 손님이 정말 중요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할 생각이었다. 고정남이 열심히 머리를 굴렸지만 오늘 육시준이
육청수의 무례한 태도에 화가 날 법도 했지만 강미영은 애초에 그의 태도를 신경조차 쓰고 있지 않았기에 조금도 불쾌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그저 방금 육청수가 했던 말에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요? 사람을 만날 시간은 없는데 절 조사하실 시간은 있으셨나 봐요.”육청수의 얼굴색이 조금 변했다. “….”“요즘 저희를 그렇게 조사하고 다니신다기에 저희한테 관심이 정말 많으신 줄 알았죠. 제가 잘못 생각했나 보네요.” 강미영이 육청수의 얼굴색이 변한 건 보이지도 않는 듯 말을 이었다. 그때 육청수가 꼬투리를 잡았다. “저희?”강미영이 웃었다. “네. 저 혼자 송씨 집안 사람들을 만난 건 아니니까요. 벌써 다 알고 계신 거 아니었어요?”육청수가 대답 없이 진중한 얼굴로 강미영을 바라보며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강미영은 원하는 대로 해줄 생각이 없는지 천천히 물을 한 입 마신 후 손을 들어 종업원을 부르더니 음식을 주문했다. 테이블 간 간격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사생활이 보장되는 곳이었지만 점심시간에도 사람이 많지 않아 너무 조용한 탓에 옆 테이블의 이야기가 다 들릴 정도였다. 육청수는 옆 테이블에 범상치 않은 외모의 남자가 그가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그곳에 앉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육청수는 그저 강미영이 주문을 마친 뒤에도 말을 이어가지 않아 답답해하며 물었다. “혼자가 아니라면 누구랑 갔지?”“당연히 바론이죠. 오늘은 처리할 일이 많아서 도저히 시간을 못 내는 바람에 저만 왔어요, 양해 부탁드릴게요.”말투만 우아하고 예의가 발랐을 뿐, 실상은 방금 육청수가 강미영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는 조금도 온화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 말을 들은 육청수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더니 물었다. “그럼 오늘은 고작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나를 불러냈단 말이냐?”강미영이 웃으며 대답했다. “저희한테 호기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 당연히 직접 찾아뵈어야죠. 만나게 될 사람들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 있으니 그렇
육청수는 괜히 더 말했다간 본인에게도 좋을 게 없을 것이라는 걸 깨닫고 더 이상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다. 자신 앞에 앉아 있는 이 여자는 신분은 낮을지언정 말싸움 실력은 낮지 않았다. 육청수는 앞으로 이 여자에게 시간을 쏟지 않기로, 그리고 강씨 집안의 일에 수를 쓰지도 않기로 했다. 그저 결혼식 날 이들이 무엇을 가지고 일을 벌일지 보고 싶었다. 밥맛이 없어진 육청수는 할 말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지 몸을 일으켰다. 밖으로 나가던 육청수가 고개를 돌려 옆 테이블을 바라보자 그곳엔 옆모습만 봐도 누구라도 눈을 뗄 수 없을 것 같은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육청수는 마음이 심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더니 그곳에서 멀어졌다. 육청수가 떠나고 난 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자가 몸을 일으켜 강미영의 반대편에 앉았다.식당 종업원이 아무 반응이 없는 강미영을 보고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 식기를 다시 세팅해 주었다. 분위기가 우울해지자 강미영이 바론 공작의 차갑고 불쾌하다는 얼굴을 보며 물었다. “육 어르신이 각박한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잖아, 이미 조사까지 했으면서 굳이 화낼 이유가 있어?”바론 공작이 차갑게 대꾸했다. “육씨 집안에 어른이 없다는 거짓말을 하니까…”“나이만 어른이 아니라 진짜 어른을 뜻하는 거잖아.” 강미영이 담담하게 말했다. 실제로 육시준이 육씨 집안에 더 이상 어른이 없다라고 말한 것은 육시준도 육청수를 집안의 어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의 결혼은 육시준만 강유리의 곁에 서준다면 큰 문제가 될 게 없었다. 집안 배경, 이익 관계 같은 것들은 중요하기도, 전혀 중요하지 않기도 한 것이라는 것을 강미영도 뒤늦게 깨달았다. 두 사람의 마음이 맞아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앞으로 달려 나간다면 그 무엇도 둘 사이를 가로막지 못할 것이다. 다만 둘 중 하나라도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 관계의 끝은 오직 비극일 것이다. 바론 공작 역시 그것을 모르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