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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창문가에 다가가니 시선이 다시 밝아지며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반응이 없는 줄 네가 어떻게 알아?"

강유리가 말했다.

"그럼 증명해봐!"

그는 그녀가 원하는 반응이 그가 이해하는 반응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자 강유리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녀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

"난, 난 그저 여보가 내가 보고 싶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거였다고! 반응을 증명하라는 게 아니라... 나 다른 뜻은 없었어..."

그녀가 해명했다.

근데 해명하는 것이 오히려 안하는 것만 못했다.

육시준이 그녀를 한참 바라보더니 카메라를 창가쪽으로 돌렸다.

"봤어?"

강유리가 물었다.

"뭘 보아낼 수 있는데?"

그쪽에서 크게 숨을 들이키더니 말했다.

"뭘 더 보고싶은데?"

말끝을 잡자는 게 아니잖아.

육시준이 다시 물었다.

"지금 여기는 오후야. 해가 아직 하늘에 걸려있고 저녁밥 먹기 전이야. 난 매번 여보를 생각해서 저녁밥 먹을 시간을 미루게 돼."

"왜?"

"왜냐하면 여보를 생각해서 반응이 일어나니까. 다른 사람한테 보이면 안되잖아."

"..."

눈앞에 빨간 태양이 보이고 귓가에는 낮은 목소리가 들리자 강유리의 얼굴이 뜨거워났다.

너무 부끄러웠다.

그녀가 남을 꼬시는 말보다 더 부끄럽게 들렸다.

그녀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낮게 깔린 목소리가 더 섹시하게 느껴졌다.

"여보, 못 믿겠으면, 내일 한번 해보자."

강유리의 머리가 멍해지면서 그의 말을 따라했다.

"해, 해보자니?"

"네가 전에 했던 말을 다시 한번 해봐, 내가 반응 보여줄게."

"..."

얼굴이 뜨거워나며 귓볼까지 뜨거워졌다.

강유리는 못 당해내겠는지 바로 영상통화를 끊고 도망쳤다.

다음날 오후.

강유리와 할아버지 두 사람은 아침 댓바람부터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도 일찍 도착한 것을 봤다.

육경서도 원망의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서있었다.

강유리는 어색하게 그를 향해 웃었다.

개인 비행기의 착륙위치는 아주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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