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91화

작가: 노혜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그럼 어때?

권력 많은 남자가 그저 그녀에게서 몇번 아버지라고 불렸다고 그녀의 남자를 못살게 군단 말인가?

친 아버지도 아닌데!

"아이고. 너희 이모가 그것도 알아서 안 할라고?"

강학도가 강유리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폰을 들었다.

강유리는 씩씩거리며 말했다.

"이모가 알아한다고 해도, 그 사람은 없잖아요. 그 사람은 승부욕도 강해서 한 번 시동 걸리면 답도 없다고요!"

강학도가 꾸짖었다.

"예의없이. 그 사람이라니. 네 아비다."

강유리가 맞받아쳤다.

"친 아버지도 아닌데요. 진짜로 사위 고르는 줄 아나봐요!"

말하는 사이에 전화가 통했다.

그러나 전화기 저편에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강학도가 폰화면을 보고 귀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미영아?"

전화 저편에서 멈칫하더니 그제야 전화를 든 것 같았다.

"아버지? 왜요?"

강유리는 강학도에게 눈치를 주며 그의 팔을 흔들었다.

강학도도 어쩔 수 없이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며 조용하라는 손짓을 보낸후에야 입을 열었다.

"미영아, 듣자하니 시준이가 너희 마중하러 갔다던데 왜 아직도 소식이 없어? 너희가 보고싶어서 전화했어."

"..."

강유리가 존경스럽다는 듯이 할아버지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전화기 저편의 여자는 뭘하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아버지께서 우리가 보고싶은 거예요? 아님, 누가 더 이상 못 참겠대요?"

강학도가 바로 맞받아쳤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너희를 안 보고싶어하겠어?"

"아니, 전 그 뜻이 아니라..."

"겨우 깨어났는데, 너희를 생각하는 것도 의심받아야 돼? 너희는 내가 걱정되지도 않든?"

"누가 걱정 안 한댔어요! 저번 달에 돌아갈려고 했더니만 오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몰라! 내일! 제일 늦어서 내일 저녁에 꼭 너희를 봐야겠어!"

"..."

말이 끝나자 대답할 기회조차 주지도 않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강유리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존경스러운 눈길로 할아버지를 바라봤다.

"할아버지, 이게 가능할까요?"

할아버지의 얼굴이 자상하게 변하더니 담담히 소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692화

    사실 처음 전화를 받은 건 그였다.강유리의 그 말을 들어버린 것이다.화나서 뭐라 말할지 몰랐다.강미영이 마침 오는 것을 보고 차가운 얼굴로 핸드폰을 그녀에게 준 것이다.캐슬은 이상하게 고요했다.보통 이때 고용인과 보디가드 모두 알아서 나간다.특히 사무일을 처리할때, 더군다나 일이 잘 안풀려서 기분이 안 좋을때, 공작님은 매번 화내면 뭐든 엮기 좋아했다.그러나 육시준은 모르잖는가.어떻게 보면 일부러 이러는 것일 수도 있다.그는 위로해드렸다."유리가 그렇게 말했습니까? 말은 맞습니다. 아닌 건 아니죠. 근데 너무 직접적으로 말한 것도 예의가 없었네요.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립니다."바보, 네가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내일 저녁에 갈 수 있을지 확답을 못 준단 말이다!남자가 고개를 들어 차갑게 그를 한참 쳐다보더니 아무 반박도 하지 않았다.그가 말한 것은 일리가 있었다.더 중요한 것은 이미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다.아무리 화가 나도 화를 낼 수 없었다."말 탈줄 알아? 오늘 오전에 승마하러 가지!"그가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육시준은 예의있게 말했다."그러죠."두 사람이 캐슬을 나가는 뒷모습을 보던 강미영은 어이없어 하더니 고용인을 불러 유창한 영어로 지시했다.손님과 공작님의 짐을 정리하고 오늘 저녁에 출발해야 하니 모든 것은 비밀로 부쳐 외부에 발설하면 안된다고 말이다.조금 생각하더니 그녀는 또 비서에게 전화해서 간단하게 일을 지시했다.그리고 공작님이 요즘 다른 나라의 재벌을 만나뵈야 하니 급한 건이 아니면 전화하지 말라고 말이다.캐번디시 가문의 관리구역에 요즘 몇 번 폭란이 일어나고 황실 내부에서 권력이 교체되는 때에 원칙적으로 떠나면 안 된다.그러나 아이의 결혼이라는 큰 행사가 있고 상견례를 해야할 것이 아닌가.반드시 가야한다.그래서 이번에 귀국하는 것은 비밀리에 행동해야 했다.육시준, 이 젊은 국제 재벌은 얼마전 국내에서 갑자기 나타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지금은 그들의 관리구역에 나타나 바론은 빈번히 그를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693화

    창문가에 다가가니 시선이 다시 밝아지며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반응이 없는 줄 네가 어떻게 알아?"강유리가 말했다."그럼 증명해봐!"그는 그녀가 원하는 반응이 그가 이해하는 반응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한동안 침묵이 이어지자 강유리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그녀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난, 난 그저 여보가 내가 보고 싶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거였다고! 반응을 증명하라는 게 아니라... 나 다른 뜻은 없었어..."그녀가 해명했다.근데 해명하는 것이 오히려 안하는 것만 못했다.육시준이 그녀를 한참 바라보더니 카메라를 창가쪽으로 돌렸다."봤어?"강유리가 물었다."뭘 보아낼 수 있는데?"그쪽에서 크게 숨을 들이키더니 말했다."뭘 더 보고싶은데?"말끝을 잡자는 게 아니잖아.육시준이 다시 물었다."지금 여기는 오후야. 해가 아직 하늘에 걸려있고 저녁밥 먹기 전이야. 난 매번 여보를 생각해서 저녁밥 먹을 시간을 미루게 돼.""왜?""왜냐하면 여보를 생각해서 반응이 일어나니까. 다른 사람한테 보이면 안되잖아.""..."눈앞에 빨간 태양이 보이고 귓가에는 낮은 목소리가 들리자 강유리의 얼굴이 뜨거워났다.너무 부끄러웠다.그녀가 남을 꼬시는 말보다 더 부끄럽게 들렸다.그녀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낮게 깔린 목소리가 더 섹시하게 느껴졌다."여보, 못 믿겠으면, 내일 한번 해보자."강유리의 머리가 멍해지면서 그의 말을 따라했다."해, 해보자니?""네가 전에 했던 말을 다시 한번 해봐, 내가 반응 보여줄게.""..."얼굴이 뜨거워나며 귓볼까지 뜨거워졌다.강유리는 못 당해내겠는지 바로 영상통화를 끊고 도망쳤다.다음날 오후.강유리와 할아버지 두 사람은 아침 댓바람부터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그리고는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도 일찍 도착한 것을 봤다.육경서도 원망의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서있었다.강유리는 어색하게 그를 향해 웃었다.개인 비행기의 착륙위치는 아주 조용했다.1시간이 지나도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694화

    대화하는 사이에 개인 비행기 한대가 착륙했다.활주로를 따라 점차 감속했다.강유리는 소리를 듣고 마중나갔다.비행기가 멈춰서자 먼저 4명의 보디가드가 내리고 양쪽에 섰다.육시준이 뒤이어 내려오고 뒤로 향해 신사적으로 손을 뻗었다.젊고 우아한 여자가 캐쥬얼한 차림으로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육시준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내려왔다.그리고 젊은 여자애가 뛰어오며 말했다."형부 감사해요. 전 괜찮아요!"여자애가 내려오자마자 손을 뻗어 강유리한테로 달려갔다."언니! 보고 싶었어요. 저 안 보고 싶었어요?"강유리가 손을 뻗어 그녀를 안고 안부인사를 건네며 자기도 모르게 제일 뒤에 있는 남자한테 눈길이 갔다.1주일 동안 못 본 사이에 남자는 더 멋있어지고 매력적으로 변한 것 같다.강학도는 기뻐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강미영은 강학도와 포옹했다.제일 마지막 한 분도 내려왔다.남자는 40대의 나이에 큰 키와 다리를 가지고 있으며 분위기가 범접할 수 없었다.몇 발자국을 걷고 바로 포옹했다."아버님."그는 강학도를 이렇게 불렀다.육시준이 뒤에서 이 모습을 보고 벙쪘다.강미영과 이 공작님의 관계는 역시 부부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그러나 할아버지를 아버님이라고 부른다.어르신과 인사를 마친후에 남자의 눈이 강유리한테 닿았다.그리고는 눈썹을 찡그리더니 말했다."왜 또 살이 빠진거야?"강유리가 바로 맞받아쳤다."딱 좋은 몸매잖아요. 어디가 빠졌다고요?"남자가 그녀를 몇 초 동안 바라보더니 흥하고 시선을 돌렸다.흥은 또 뭐란 말인가?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러나 강미영은 이해가 갔다.다정하게 강유리한테 말했다."오랫동안 못 봤다고 우릴 몰라보는 거야? 인사하자. 안아줘~"강유리가 기쁘게 강미영을 안았다."이모, 너무 보고싶었어요."강미영은 그녀의 말에 기분좋게 웃으며 부드럽게 대답했다."이모도 보고싶었어."강유리는 몸을 곧게 세우고 아무 행동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옆에 서 있던 남자의 표정이 기쁘다가 기대하다가 점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695화

    마음이 움직이면서 불만이 점차 사라지며 걱정스레 물었다."그럼 돌아오시는 것은 괜찮으세요?"남자가 멈칫하더니, 담담히 말했다."괜찮아. 다 몰라."육지원과 송미연은 한가족이 오랜만에 만나는 것을 보고 많은 말이 오갈 것 같아 뒤에서 몇 발자국 떨어져 그들에게 시간을 주었다.그들이 와서 마중나온 것은 그들이 이 만남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이런 장면을 목격할 줄이야.강유리가 아버지라는 말을 하자 두 사람 모두 벙쪘다.서로 마주보더니 동시에 눈빛이 뒤에 있는 육경서에게 향했다.나이 들어서 잘못들었나?육경서도 입을 살짝 벌리고 선글라스를 통해 크게 눈을 뜨고 반대쪽을 바라봤다.그의 표정은 그들의 물음에 답하는 것 같았다.제대로 들은 거 맞아요.강유리가 인사를 하고 육지원과 송미영이 오래 기다린 것을 알아차리고 육시준과 꽁냥거릴 새도 없이 바로 고개를 돌려 그들에게 소개했다."아버님, 어머님. 여기로 와주세요. 제가 소개드릴 게요."이모를 소개할 때는 아주 자연스러웠다.공작을 소개할때에 강유리는 잠깐 멈칫했다.전에 그녀는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아버지가 늘어난다는 것은 아주 껄끄러운 일이엿다.전에 만약 자기 친구에게 소개시켜줘야 한다면 그녀는 앞에 여러 단어를 넣으며 이분은 그녀의 다른 부모님으로 아버지라고 부른다고 길게 말할 것이다.어떤 사람은 왜 새 아버지라고 안 부르고 아버지라고 부르냐고 물어볼 것이다.이런 게 번거롭기도 해서 그녀는 그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그러나 오늘 그녀는 갑자기 이 고고하고 차가운 남자의 마음에 그녀를 위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앞에 모든 수식어를 빼버리고 바로 말했다."이분은 제 아버지세요."남자의 눈썹이 조금 꿈틀거리더니 잘생긴 얼굴이 생기가 돌며 먼저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저는 강유리의 아버지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더 덧붙일 얘기가 없단 말인가?머리속에 온통 물음으로 가득찼지만 표정관리를 했다.육지원은 바로 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696화

    육경서의 눈이 빛나더니 물었다."주리랑 아는 사이야?"여자애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당연하죠! 언니의 모든 친구를 다 아는 걸요. 전에 형부를 못 봐서 아쉬웠는데 지금 드디어 뵀어요! 형부는 제 상상처럼 잘 생겼어요. 그저 아버지랑 엄마가 너무 미웠어요. 일이 있다고 저랑 못 놀게 하잖아요! 언니가 전에 할아버지 뵈러 와도 된다고 해서 다행이지, 아니면 절 안 데려오려고 했을 거라고요!"말이 한순간에 많이 나오자 그는 어디서부터 말을 이어나가야 할지 몰랐다.말이 많은 아가씨였다.그럼 궁금한 건 바로 물어봐야 겠다."너희 어머니와 아버지가 국적이 다른데 넌 왜 혼혈이 아니야? 외모는 혼혈이 아닌 것 같아서.""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여자애가 어머니의 미모를 이어받으면 된 댔어요. 아버지를 닮을 필요가 없다고요!"이제 보니 입이 꽤 무거운 아가씨다.육경서가 또 물었다."그럼 언니는 너와 같은 아버지를 두었는데, 둘 중에 누가 데려온 아이야?"여자애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오빠야 말로 데려온 아이예요!"육경서가 웃었다."난 아니야. 나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 친자식이야. 육씨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여자애는 콧방귀를 뀌었다."누구는 아버지 어머니가 낳은 자식이 아니에요? 돌틈 사이로 튀어나온 줄 아냐고요? 제가 캐번디시 가문의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캐번디시라는 성을 쓰겠어요?"육경서가 궁금한 척 물었다."오? 그럼 네 언니도 너희 아버지가 낳은 딸이겠네?"그를 보는 그녀의 눈빛이 의심으로부터 못마땅함으로 바뀌었다.마지막에 그녀는 고개를 빼들더니 머리를 앞으로 내밀며 육시준을 보며 말했다."형부, 진짜 이 분과 친형제예요? 보기에 그렇게 총명해 보이지 않는데요? 남자가 어떻게 아이를 낳아요?"육경서는 어이없었다."이 꼬맹이, 보기에는 귀여운데 어떻게 오빠한데 예의가 없어?"육시준이 운전하면서 그들의 대화에 흥미가 없어하는 것 같다가 갑자기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맞아. 내 동생 머리가 좀 안 좋아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697화

    강민영의 출생기록이 없었다.이 것이 바로 육시준 마저도 구체적인 걸 조사하지 못한 원인이었다.모든 게 들어 맞았다.그러나 드문 경우는 아니었다.공작, 귀족의 우두머리가 개인의 생명때문에 이 큰 모험을 한다고?차 안은 조용했다.육경서가 생부 이야기를 한 게 강유리의 아픔을 건드린 것 같아 바로 주제를 돌렸다."그럼 너는? 여러 원인은 뭘 뜻하는 거야?"여자애는 바로 말했다."이러 저러하고 아주 많은 원인이겠죠?""어떤 거?""아 진짜, 이렇게 말하는 건, 대답하기 싫은 거라고요!""그럼 직접 말하지.."두 사람의 대화는 바보들의 대화 같았다.강유리는 재밌는지 고개를 젓더니 육시준이 조용히 운전하고 있으나, 은근히 궁금해하는 모습을 보고 해명했다."사실 우리도 잘 몰라. 아버지가 있는 위치가 높고 권력이 있고 관계가 복잡해서 이모도 우리한테 안 알려줘.""..."육시준이 예상대로 고개를 끄덕였다.차들이 줄을 지어 정원에 들어섰다.고용인들은 이미 저녁을 준비해 놓았다.집에 들어가니 따뜻한 공기가 그들을 맞이했다.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들이 각자 앉아 대화를 이어나갔다.강미영과 송미연은 이 공작님이 육시준을 곤란하게 하는 것은 그를 사위로 인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저녁을 먹고 육지원이 내일이 설 전날이여서 송씨 가문이 그들과 같이 저녁을 먹자고 요청했다고 말을 꺼냈다.강유리와 강학도는 이 일을 동의한다는 뜻으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육시준은 묻는 눈빛으로 강미영 내외를 바라봤다.강미영이 말을 꺼내기 전에 옆의 남자가 놀라서 물었다."송씨 가문이 우리를 요청한다고요?"송미연이 바로 이미 맞춘 말을 꺼냈다."저희 매년 송씨 가문에서 설을 보내요. 어르신들도 시준이를 많이 이뻐하고요. 이번 년에 유리의 가족들이 돌아오는 것을 알고 일찍부터 준비했어요."육시준은 성이 육 씨였다.이렇게 말해야 그들이 계속 송씨 가문에서 살았고 송씨 가문에서 자연히 설을 지낸다고 말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바론의 낯빛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698화

    "아버님 노여움을 푸세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육시준이 위로했다."육씨 가문에서 깔보는 게 아니라 육씨 가문에 덕이 높은 어르신이없어서 두분에게 폐가 될가 염려되서 그런 것입니다. 저희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그리고 삼촌들 모두가 두 분을 진심으로 뵙고 싶어하세요. 그래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고요."강학도는 내막을 알고 이 말을 듣자 눈썹이 조금 꿈틀거렸다.덕이 높은 어르신이 없다라...표현이 아주 적절했다.과연, 씩씩거리던 공작님이 이 말을 듣자 바로 꼬리를 내렸다."미안하네. 자네 아버지께 어르신이 없다는 것을 몰랐네."육시준이 입을 다물고 몇 초 망설이더니 그의 틀린 생각을 바로 잡지 않았다."걱정마. 유리의 외할아버지는 네 외할아버지와 마찬가지니까. 이젠 외할아버지가 두 명이니 친할아버지, 친할머니의 자리를 메꿀 수 있어!""..."강유리는 바로 주제를 돌렸다.아버지는 육씨 가문의 상황을 자세히 알려고 할 것인데 이렇게 쉽게 놓아줄 것 같은가?먼저 육시준을 위로하고 바로 자기의 뜻을 전달했다."그렇다면 자네 아버지의 형제, 자매를 만날 수는 있겠지? 육씨 가문이 작은 가문도 아니고 삼촌들이 있을 거 아닌가?! 내가 생각해봤는데 그래도...""아버지!"강유리가 소리높여 그를 불렀다.아버지가 놀라 사고가 정지됐다."왜? 소리가 왜 이렇게 높아? 예의없이, 어른한테 예의있게 행동해야지."불만스럽지만 익숙한 잔소리가 들렸다.평소 같았으면 강유리는 몸을 돌려 나갔을 것이다.그러나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그녀는 몇 초 생각하더니 생각을 바꿔 귀엽게 웃으며 말했다."아빠! 시준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세 삼촌 모두 두 분을 만나고 싶어 하신단 말이에요."아버지는 얼어서 멍하니 그녀를 귀신보듯 쳐다봤다.그녀의 성격은 차갑고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그를 아빠라고 부르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근데 애교까지 부린다고?맞다. 그녀는 아까 애교스럽게 그를 아빠라고 불렀잖은가?"너...""시준 씨 삼촌들은 다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699화

    강유리는 샤워를 마치고 이불안에 들어갔다.욕실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간질거렸다.오늘 집에 사람이 너무 많아 두 사람이 말을 할 시간조차 없없다.특히 일 많은 공작님이 송씨 가문과 만나는 것에 의문이 많아 겨우 달랜 터였다.그녀가 얼마나 두 사람의 시간이 필요한지 하느님만 아실 거다.핸드폰이 울렸다.강유리가 이모가 보내온 카톡 스크린샷이었다.한쪽에서 물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육씨 가문에 가지 않고 송씨 가문에 가는 게 아닌 것 같아. 내 딸에게 물어봐서 시준이의 친삼촌들도 송씨 가문에 오는지 물어봐봐.]강미영이 답했다.[왜 직접 안 물어보고?][당신이 물어봐.]공작님은 아마도 강유리의 '아빠'에 이성을 잃은 듯했다.그러나 진정하고 다시 생각해도 이상한 것 같았다.그는 손님방에서 아무리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아 강미영에게 메시지를 보내 물은 것이다.강미영은 바로 이 카톡 스크린 샷을 강유리에게 보냈다.강유리는 생각하더니 답했다.[이모, 릴리랑 같이 주무세요? 제가 찾으러 갈까요?]강미영이 답했다.[졸려. 네가 직접 가서 말하렴.][오기 전에 나도 육씨 가문을 좀 알아봤어. 너의 시부모님이 널 이뻐해서 이렇게 일을 처리하는 것 같은데 난 아주 만족스러워. 근데 네 아버지는 너 혼자서 가서 설득해라.][???]그녀는 이모와 이 아버지가 바뀐 것 같은 생각이 가끔 들었다.그녀의 사적인 일을 관심해주는 것은 그녀의 친이모가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였다.그녀는 몇 초 생각하더니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정리하더니 나갈채비를 했다.이때 욕실 문이 열렸다.남자는 복근을 내놓은채 가운을 입고 문앞에 섰다.물에 젖은 머리칼에서 물방울이 뚝 떨어지며 쇄골을 타고 흘렀다.강유리가 멈칫했다."다 씻었어?"육시준이 촉촉하게 이미 옷을 갈아입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나가려고?"강유리가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돌렸다."응. 내일 일정에 아직 의문을 가지고 있어서 다시 해명하려고. 내일에 또 예상 못할 일이 벌어지면 안

최신 챕터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05화

    어떤 커플이 툭하면 사귀고 툭하면 헤어지고 그런단 말인가? 만일 이번에 톡톡히 혼내주지 않으면 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으니 반드시 이번 기회에 나쁜 버릇을 고치고 진심을 보여주게 해야 한다.그리고 아직 예능 프로그램이 남았으니 함께 출연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육경서에게 기회를 준 것으로 생각했다.솔직히 절친이 있으면 이런 점이 너무 좋았다. 무슨 일이든 무조건 자기편을 들어주고 자기 뜻대로 따라주며 쓸데없는 생각으로 스스로 괴롭히는 것을 자제하게 해준다.전에 신주리도 마찬가지로 릴리와 신하균이 사귄다고 했을 때 가족애를 버리고 그녀의 손을 들어줬다.여기까지 생각한 신주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났는지 물었다.“그날 밤 네가 그랬잖아. 신하균과 사귀는 것이 단지 그의 목소리와 얼굴에 반한 것이 아니라 그의 직업 도덕에 반했고 고독한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서라고.”이건 릴리가 신하균과 연애한 뒤 신주리에게 속내를 털어놓으면서 한 말이다.이 말을 듣고 나서부터 신주리는 두 사람의 연애를 더는 반대하지 않았다.릴리는 말문이 턱 하니 막히더니 부자연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내가 그런 말을 했어?”그러자 신주리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분명히 했어.”릴리는 생각하는 척하더니 반박하지 않고 말했다.“맞는 말이잖아. 내가 그때 마음이 약해지는 바람에 지금 운수가 안 좋아.”신주리는 릴리 말에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융통성이 전혀 없고 일밖에 모르는 신하균은 예쁜 말로 여자를 달랠 줄도 모르고 낭만도 모르며 외모 빼면 자랑할 것이라곤 전혀 없으니 운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다른 한편, 강유리는 단체방에서 수다를 떨다 결과를 마저 듣지도 못하고 릴리가 오프해버리는 바람에 심심한 나머지 인터넷에 접속해 실시간 검색어에 관한 기사를 찾아보며 무료함을 달랬다. 그러는 동시에 머리 한쪽 구석으로 이젠 귀국할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을 줄곧 하고 있었다.도우미들이 주방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고 요리하는 냄새가 어렴풋이 전해오자 강유리는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04화

    그 기분이 신씨 가문에 도착할 때까지 잘 유지되었고 비록 두근거리고 긴장됐지만 그래도 더없이 기뻤다. 하지만 신주리의 이 한마디 말이 마치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온몸이 얼어들었다.‘연기라고 했어...’육경서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몸에 구멍이라도 뚫을 듯이 한참 동안 노려보자 불편함을 느낀 신주리는 두 사람의 운명을 책임진 운전대를 직접 잡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빨간불 앞에 차가 멈추자 신주리는 두 손으로 팔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돌리더니 투덜거렸다.“왜 쏘아보고 그래? 그러다 물기라도 할 것 같아.”육경서는 슬픔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주리야. 나는 우리 두 사람이 오해가 생긴 게 유미나 때문인 줄 알았어.”이 말은 진심이었고 그는 유미나만 해결하면 두 사람이 화해할 줄 알았지만 신주리의 태도로 봐서는 전혀 장난 같지 않았다. 그를 혼내려는 것도 아닌 것 같아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신주리는 빨간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네 생각이 틀렸어. 우리 사이의 문제는 다른 사람과 아무 상관이 없어.”솔직히 신주리도 유미나를 미워하기는 했지만 절대 두 사람 사이의 걸림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한 번도 육경서와 그녀 사이를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의 문제는 어떻게 상대를 대하는지의 문제였다. ...여론이 지속적으로 확산되면서 오늘 밤 어떤 사람은 상심에 빠졌고 어떤 사람은 수심이 가득했다. 유미나와 매니저는 서로 원망하기에 바빴고 게다가 거액의 배상금까지 떠안게 되어 죽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육경서와 신주리도 아직 화해하지 못했기에 똑같이 수심에 빠져있었다. 신주리는 절대 나 혼자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물귀신 작전을 펼치러 월계만으로 달려가 눈에 띄는 커플만 있으면 헤집어놓을 심산이었다. 릴리 집에 도착해보니 뻔뻔한 친오빠는 그곳에 없었고 릴리 혼자만 절친 단체방에서 수다를 떠느라 여념이 없었다. 화젯거리는 당연히 신주리였다.“핸드폰이 그렇게도 좋아? 여기에 사람이 이렇게 떡하니 서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03화

    현재 신주리 실력과 지위는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사실이다 보니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지하 주차장에 신씨 가문 차량이 오래전부터 대기하고 있었고 경호원이 기자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서슬이 퍼레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신주리는 매니저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차를 향해 걸어가자 경호원이 깍듯이 차 문을 열어줬고 허리를 숙여 차에 오르니 불청객 한 명이 앉아 있었다.“넌 왜 여기에 있어?”신주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조수석에 앉아있는 육경서에게 묻자 그는 고개를 돌려 활짝 웃으며 말했다.“기자한테 포위돼 못 빠져나가는 것을 어머님, 아버님이 구해주셨어.”신명진은 고개를 돌려 짜증 섞인 신주리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다 가족인데 모순이 있으면 집에 가서 문 닫아걸고 얘기해.”그러자 한영숙도 한마디 곁들었다.“그래. 이 자식이 평소에는 믿음이 별로 안 갔는데 오늘 결정적인 순간에 너를 위해 서슴없이 나서는 것을 보니 그나마 책임감은 있는 것 같아.”신씨 부모님은 신주리의 열혈 팬이기에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를 수 없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단지 팬에 그쳤고 딸이 실제 상황을 말해주지 않았기에 두 사람이 아직까지 사귀고 있는 줄로 알고 있었다...신주리가 입을 열고 뭐라고 설명하려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대로 입을 다물었고 차는 서서히 신씨 가문 별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전에도 육경서가 신씨 가문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사위 신분으로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하필이면 또 이런 특별한 사건이 생긴 시점이라 덜컥 겁이 났다.바로 이때 신주리가 입을 열고 말했다.“두 분은 먼저 들어가서 쉬세요. 저희는 아직 할 일이 있어 나갔다 와야겠어요.”그러자 한영숙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저녁 먹을 시간인데 뭐가 그렇게 바빠?”“회사 여부장님이 좀 만나자고 해서요.”신주리는 대충 아무 핑계를 대면서 두 사람을 차 밖으로 밀어냈다. 합리적인 이유라 부모님이 두 사람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한영숙은 차에서 내리면서 낮은 소리로 중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02화

    유미나 소속사는 반나절이 지나도 일언반구도 없었다. 그들은 애당초 육경서의 인기를 훔칠 생각도, 신주리를 모함할 생각도 없었으며 중요한 건 하라고 시켜도 감히 못 했을 것이다. 소속사 사장은 무수히 쌓인 계약 해지 및 배상 건에 관한 서류와 인터넷에 빈번하게 나타나는 스캔들에 화가 나 책상을 치며 물었다.“당사자는 아직도 연락이 안 돼? 난장판을 만들어놓고 대체 누굴 보고 수습하라는 거야?”“연락됐는데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답니다...”“병원에서 확 죽어버리라고 해.”사장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정신없이 울어대는 핸드폰을 보더니 지친 듯 눈을 감으며 말했다.“더는 못 기다리겠어. 성명 발표해.”유강 엔터와 신씨 가문 중 어느 한 곳도 그가 대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고 중요한 건 육씨 가문에서 아직 입을 열지도 않았다. 현재 상황에서 회사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유미나와 멍청이 매니저와 관계를 청산하고 사건의 경위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모르쇠를 놓는 것밖에 없었다.반 시간도 안 돼 유미나 소속사에서 회사와는 무관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소속사의 과감하고 신속한 대응에 대중뿐만 아니라 유미나 매니저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회사를 위해 몇십 년 동안 소처럼 성실하게 일해 온 결과가 바로 오늘의 토사구팽이란 말인가?매니저는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고자 꺼놓았던 핸드폰을 켜더니 연속 걸려 온 두 건의 광고 업체 전화를 끊어버리고 사장에게 연락을 하니 전화기가 꺼진 상태였다. 매니저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몇 년 동안 소속사 연예인을 스타로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긴 했지만 그때마다 회사는 눈을 감아주고 말없이 지지해주더니 결정적인 순간에 어떻게 이렇게 내동댕이칠 수 있단 말인가?“언니, 어떻게 됐어요? 회사에서 어떻게 처리하래요?”이제 막 정신을 차린 유미나는 모든 희망을 매니저에게 걸고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러자 매니저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싸늘한 눈빛에 온통 혐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01화

    현장 분위기의 열기가 하도 뜨거워 기자들은 발표회가 끝나고 보도하기로 한 내용을 상사와 연락을 취한 뒤 바로 현장에서 라이브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최 측에서도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기에 이 일은 날개라도 달린 듯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신주리 신안 그룹 회장 딸#”“#신주리와 육경서야 말로 진정한 소꿉친구#”“#유미나 사기꾼#”“#짝퉁 아가씨와 리얼 아가씨와의 만남#”“#이건 사기와 다른 점이 있을까#”이러한 검색어가 재빠르게 실시간 검색어 랭킹에 진입하더니 검색어 옆에 이내 빨간 상승 화살표가 붙어버렸다. 유미나는 생전 처음 이렇게 큰 상황을 겪었고 처음 이렇게 많은 실시간 검색어를 소유했다. 하지만 그녀는 부정적인 기사로도 신주리를 초월하지 못했고 시종일관 신주리 검색어 하단에 위치했다.“세상에. 그러면 유미나가 여태까지 자작극을 벌였던 거야? 이건 사기와 다를 바와 없잖아. 하마터면 믿을 뻔했어.”“재벌 집 딸 컨셉으로 진짜 재벌 집 딸을 제압하려 했으니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판 거나 다름없지, 뭐.”“영상을 보고 나니 10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갔어. 우리 주리가 드디어 성장했어. 참다가 더는 못 참겠으니 반격하는 법도 배웠어.”“신안 그룹 회장님 너무 멋있어요. 딸을 위해 서슴없이 마이크를 잡았어.”“제가 앞에서 육경서 씨를 쓰레기라고 욕해서 미안해요. 사과할게요. 오늘 영상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맞아요. 제가 경서 오빠 팬인데 저도 오빠가 양다리 걸친 줄로 오해했어요.”“유미나 여우 같은 것이 경서 오빠가 신사란 걸 알고 폭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짓을 벌였어.”“아무리 신사라고 해도 이걸 어떻게 참아요? 현장에서 주먹을 휘두르지 않은 것만 해도 충분히 신사예요.”“여기서 포인트는 경서 오빠가 해명하고 나서야 신주리가 해명했다는 것.”“유미나 팬들 다 어디 갔어? 나와서 계속 떠들어보지 그래?”“...”강력한 증언 앞에서 유미나 팬들은 감히 머리도 내밀지 못했고 혹시라도 연루될까 봐 당장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00화

    두 분은 고급 허세로 위풍당당하게 신주리의 체면을 세워줬고 그녀는 마음속으로부터 부모님을 탄복했다.하지만 신주리는 부모님이 이 시간이 오기까지 얼마나 고대했는지 알 수 없었고 옆에 앉은 신하균과 릴리가 잡지 않았더라면 이미 벌써 폭발했을 것이다. 딸이 부모님이 필요하다는데 머뭇거릴 게 뭐가 있단 말인가?신주리는 활짝 웃으며 부모님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는 고개를 돌려 돌처럼 굳어버린 유미나를 향해 물었다.“어때요? 제 부모님은 초라하지 않겠죠?”유미나가 넋이 나간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신주리가 계속해 말했다.“유미나 씨가 말끝마다 제 남자 친구와 소꿉친구라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저도 어릴 적부터 제 남자 친구와 알고 지냈어요. 그런데 왜 유미나 씨를 본 적이 없죠? 그리고 방금 혼내주겠다고 했는데 제 남자 친구를 유미나 씨 같은 사기꾼이 혼내줄 자격이 있어요?”신주리의 마지막 말이 떨어지자 유미나의 모든 거짓말이 들통났다.그녀의 재벌 집 아가씨 신분과 육경서의 소꿉친구라는 설정이 마치 고무 풍선마냥 부풀어 올라 주위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고 그 고무풍선이 누군가에 의해 터져버리는 날이면 그 위력 또한 어마어마한 것이다. 유미나는 육경서가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고, 이 정도 문제로 육씨 가문에서 직접 나서서 자기를 폭로시키지 않을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재벌 아가씨 컨셉으로 한동안 잘 먹고 잘살 수 있다고 확신했다.하지만 거짓말이 지속되면 현실과 혼돈되는 경우가 있다.유미나의 최대 잘못이라면 신주리를 제압하려 한 것이고 그로 인해 이런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주위에서 보내오는 각양각색의 눈빛과 수군거리는 비아냥 소리에 유미나는 더는 참지 못하고 눈동자가 뒤로 넘어가더니 당장에서 기절해 버렸다. 주최 측은 입장이 난처해 부축할지 말지를 고민했고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앞다투어 마이크를 신명진 부부에게로 들이밀었다. 신주리는 자기 목적을 달성한 것 같아 바로 고개를 돌려 무대 뒤로 향하자 현장에 있던 경호원들이 재빠르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299화

    유미나는 자기 실력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아무리 허세를 부린다고 해도 이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진 돈과 가산을 탕진해도 유미나가 결제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미친 듯이 머리를 굴리던 유미나는 부인하지 않고 바로 신주리의 말을 받아쳤다.“맞아요. 제가 일부러 그랬어요. 오늘 패션쇼에 전시된 물건이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경서가 여자 친구한테 빠져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아 혼내주려고 그런 거예요.”“그럼 신주리 씨는요? 경서가 지금이야 신주리 씨한테 빠져 고분고분 말도 잘 듣고 그러겠지만 나중에도 그럴까요?”“그리고 신주리 씨는 또 무슨 자격과 배짱으로 저한테 이걸 살 수 있냐고 묻는 거예요?”신주리는 마치 마지막 발악을 하는 광대를 바라보듯이 유미나를 한참이나 지그시 바라봤다.육경서가 오늘 이 무대를 준비한 건 반드시 이곳에서 끝장내겠다는 뜻일 텐데 유미나는 그것도 모르고 계속해 도발했다.만일 어느 날 갑자기 유미나가 출연금지라도 당하는 날이면 앞에서 했던 유미나의 발언만으로 또 어떤 정신 나간 팬들은 육경서와 신주리의 탓이라고 떠들어댈 수 있다. 신주리는 유미나가 재벌 집 아가씨 신분을 사칭하는 것이 취미라면 진짜 재벌 집 아가씨의 본때를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내가 무슨 자격과 배짱이 있냐고 물었어요?”그 말에 유미나는 어리둥절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신주리가 MC를 향해 손을 내밀자 주최 측 담당자가 달려오더니 조용히 물었다.“주리 씨, 혹시 무슨 분부라도?”신주리는 담당자의 말에 어이가 없어 입을 삐죽거리더니 말했다.“유미나 씨 주문서 저한테 보여주시겠어요?”그러자 담당자는 손에 들고 있던 주문서를 건네주면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주리는 주문서를 쭈욱 내리훑더니 혀를 끌끌 차면서 말했다.“혼내주려고 했던 거 맞네요. 모든 브랜드의 신상을 두 벌씩 주문하셨네요. 친구한테 주는 선물도 육경서가 결재해야 하는가 보죠?”“그건...”“그런데 저는 아니에요. 전 절대 누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298화

    유미나의 발언은 상당히 담대하고 깊은 뜻이 내포되었으며 특히 마지막 한마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너무나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여자 친구한테 잘 보이고 싶어 이러는 거야?’하고 대놓고 묻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용히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신주리는 갑자기 불똥이 자기한테로 튀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죄명을 전가하는 수법이 일류였고 멘탈도 상당히 강했다. 눈앞에서 거짓말이 들통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뻔뻔하게 고집을 피웠다...관중석에서 듣고 있던 신주리의 부모님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신하균과 릴리가 한쪽에서 한 명씩 잡고 한바탕 달래서야 겨우 진정되었다. 유미나의 말이 끝나자 관중석이 갑자기 조용해졌고 그녀는 점차 의기양양해지더니 자기가 추측했던 생각을 말했다.“아니면 혹시 후회한 거예요? 고작 10억짜리 주문서가 혹시 사정이라도 생겨서 결제하지 못하게 된 거예요?”여기까지 말한 유미나는 가볍게 웃더니 계속해 말했다.“결제 안 해도 상관없어요. 사실 저도 오늘 오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이 주문서는 없었던 걸로 하고 오늘 일은 헤프닝이라고 생각할게요. 이곳에서 이렇게 친구 한 명을 잃을 줄 몰랐어요.”얼핏 들어서는 유미나의 말이 매우 억울하지만 노코멘트하겠다는 뜻으로 들리지만 사실 매 한마디 말은 신주리를 겨냥하고 있었다. 육경서가 여자 친구의 환심을 사려고 할 수 없이 유미나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주문서를 결제 못 하겠다는 것으로 오해하게끔 사실을 왜곡하기 위해서이다. 두 사람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봤을 때 확실히 육경서가 열세였고 모든 것을 신주리 위주로 생각한다는 것을 느낌을 주긴 했었다.그녀의 말은 아주 교묘했고 단순히 이 말만 들어서는 신주리와 육경서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지 절대 유미나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옆에 가만히 서 있던 신주리는 찍소리 못하고 모든 덤터기를 뒤집어쓰게 되어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절로 웃음이 났다. ‘실망’으로 가득 찬 유미나가 마이크를 MC에게 넘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297화

    MC가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을 거론하더니 잊지 않고 유미나에게 확인 사살했다. 유미나는 가슴이 떨려서 미칠 것 같고 손이 덜덜 떨렸으며 위에서 내리비추는 강렬한 스포트라이트 때문에 앞줄에 앉은 육경서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하지만 일이 이 지경으로 되어버렸으니 부정할 수는 없었다.“맞아요. 하지만 사실 큰 관계는 없어요. 저와 경서의 우정으로 이 정도는 별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전 신경 쓰여요.”느릿느릿한 말소리가 마이크로부터 전해오자 다들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카메라도 그쪽을 향해 각도를 맞췄다. 육경서였다. 맨 앞자리 좌석 등받이에 몸을 기댄 그의 표정은 평온했으나 눈빛이 상당히 매서웠다. 육경서는 손에 든 서류를 흔들며 말했다.“유미나 씨, 이건 거의 10억에 가까운 주문서예요. 단지 드라마 한 부 찍은 인연으로 제가 이 정도로 큰 금액을 부담해야 하나요?”하얗게 질렸던 유미나의 얼굴이 이젠 파랗게 되어버렸고 그녀는 육경서가 수많은 사람 앞에서 이 말을 할 줄 전혀 몰랐다. 무대 아래에서 의논하는 말소리가 분분했고 다들 의혹에 차 있었다.“무슨 일이야? 육경서가 이 주문서를 승인하지 않겠다는 거야?”“승인하는 건 둘째고 육경서 말뜻을 들어서는 저 유 씨와 별로 친하지 않다는 뜻이잖아. 그저 드라마를 함께 찍은 사이라잖아.”“전에 절친이고 소꿉친구라고 하지 않았어?”“육씨 가문과 사이가 좋은 가문 중에 유 씨가 있었어?”“사이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재벌 가문에 아예 유 씨가 없어!”“...”아래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그대로 전해져왔고 유미나는 파랗게 질려버린 얼굴로 마이크를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유미나는 카메라 앞에 선 자신이 마치 홀딱 벗겨진 채로 무대 위로 던져버려진 것만 같았다. 아랫입술을 어찌나 세게 깨물었는지 입안에서 피비린내가 났고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당장 숨어버리고 싶었다. 육경서는 유미나에게 반박할 틈도 주지 않고 피식 웃더니 계속해 말했다.“오늘 이 기회를 빌어 해명할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