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강유리는 육시준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그날 고주영과 선을 보는 자리라고 했던가...’“지금 저쪽에서도 아주 후회막심이겠어. 일이 그렇게 꼬이지 않았다면 지금쯤 딸이 LK그룹 며느리가 됐을 텐데.”이에 육시준이 힐끗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싶어?”“그냥 사람 일은 참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어깨를 으쓱하던 강유리가 물었다.“그건 그렇고 당신은? 당신은 아쉽지 않아?”“내가 뭐가 아쉬워?”“그날 그 자리에 나온 게 고주영이 아니라 나라는 거 말이야. 솔직히 당신은 그냥 결혼이 하고 싶었던 것뿐이었잖아. 상대가 나였든 고주영이었든 당신은 딱히 상관없었던 거 아니야? 그리고 당신이 고성그룹 고주영과 결혼했다면 육경원 같은 건 상대도 안 됐을 텐데. 그리고...”“강유리.”이때 육시준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한문이가 자기 동생한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는데 왠지 지금은 그 마음이 이해가네.”“무슨 말인데?”“맞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어.”“헉.”육시준의 차가운 목소리에 강유리는 무의식적으로 자기 뺨을 만지작거렸다.한편 육시준은 자기 마음도 몰라주는 아내가 야속할 따름이었다.“그래. 그 자리에 나갈 때까지만 해도 누구든 상관없었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널 만나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어.”육시준의 말에 강유리가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결혼, 사랑이 다는 아니지만 사랑이 없다면 시작하려는 생각마저 나지 않는다는 느꼈거든. 그러니까 농담이라도 그런 말하지 마. 네가 어느 집안 딸이든 상관없어. 내가 한평생 관심을 가졌던 사람도, 사랑에 빠졌던 사람도 너뿐이니까. 그리고 정략결혼 따위로 겨우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차라리 문 닫는 게 낫겠지.”쿵쾅쿵쾅.파티장에 모인 사람들의 대화소리로 시끌벅적하던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지고 왠지 귓가에는 그녀의 쿵쾅대는 심장소리만이 들려왔다.‘뭐야... 왜 이렇게 멋있는 건데. 말은 또 왜 이렇게 잘 하고.’솔직히 딱히 다른 마음을 품고 그런 말을 한 것도 아니
유혹과 도발이 담긴 매력적인 목소리에 강유리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려왔다.그렇게 조심스럽게 그의 입술로 다가가려던 그때, 파티장 문이 벌켝 열리고 강유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하게 되었다.“뭐야.”미간을 찌푸리던 육시준이 강유리의 시선을 막았다.“진지하게 임해. 어디 다른 데 눈길을 돌려?”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 파티장에 들어선 이가 성홍주라는 걸 확인한 강유리의 촉촉한 눈동자가 순간 다른 의미의 흥미로 반짝였다.“잠깐. 오늘 파티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될 예정이라.”‘하이라이트? 하이라이트고 뭐고 지금 당장 집에 가고 싶고만.’한편, 성홍주 부부는 초대장을 소지했음에도 경비원에게 막히는 상황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아니,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내가 당신네 아가씨 성인까지 키워준 사람이야. 나 몰라?”“죄송합니다, 사모님. 이 초대장으로는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하, 왜 안돼? 신영이 나오라고 해! 나오라고 하라고!”...막무가내인 왕소영과 경비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그 틈에 살짝 뒤로 밀린 그녀는 이때다 싶어 더 악을 썼다.“하, 지금 나 친 거야? 20년 넘게 금지옥엽 기른 딸 한순간에 빼앗긴 것도 억울한데 이제 얼굴도 못 보게 해! 이게 고성그룹의 품격이야?”밖의 소란에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씩 쏠리기 시작하고 성한일도 파티장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었다.“누나! 얼른 나와보라니까!”같은 시각. 오늘 우아하게 차려입은 성신영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름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사람들 앞에서 고정남이 직접 그녀를 딸이라고 인정하기도 했고 육경원도 적어도 사람들 앞에서는 젠틀한 타입이라 이 순간만큼은 모두의 사랑을 받던 그 순간으로 돌아간 듯 싶었다.여러 시련이 있었지만 이렇게 결국 상류사회의 일원이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던 순간, 성홍주 부부의 등장은 그녀의 환상을 완전히 깨부숴버렸다.그 짜증나는 꼴이 보고 싶지 않아 얼른 경비원을 불렀던 건데 모든 걸 다 잃더니 자존심마저 잃은 건지 사람들 앞에서 고
한편, 고정남을 발견한 왕소영은 더 목에 핏대를 세우며 목소리를 높였다.“고정남 대표님. 저희한테 어떻게 이러세요? 신영이를 데리고 가겠다고 하셨을 때 저희는 두말없이 동의했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저희를 이렇게 버리실 수 있나요? 친자식처럼 신영이를 키워온 지난 20여년의 세월은 뭔가요? 얼굴 한 번 보는 게 이렇게 힘들어도 되는 건가요?”“그러니까요. 아저씨, 우리 누나가 절 얼마나 아꼈는지 아세요?”“한일아,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끼어들지 마.”짐짓 아들을 꾸짖은 성홍주가 인자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소란을 피운 건 저희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저희 딸이 걱정돼서.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한편 고정남은 이 상황이 상당히 불쾌했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담담한 척 대답했다.“당연히 모셨어야 했는데 저희가 생각이 짧았습니다.”“그래요? 그런데 이 경비원은 우리한테 왜 그런 거죠?”왕소영이 경비원을 가리키며 물었다.“우리가 초대장까지 내밀었는데도 입장을 막는다는 게 말이 돼요?”“네?”고정남의 날카로운 시선에 경비원이 바로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신영 아가씨께서...”“아빠, 엄마, 오셨어요?”이때 성신영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경비원의 말을 잘라버렸다.그리고 여배우답게 커다란 눈망울에 바로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오실거면 미리 말씀이라도 해주시지 그러셨어요. 어디 다치신 데는 없죠? 당신들 우리 엄마, 아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고개를 홱 돌린 성신영의 꾸짖음에 경비원은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그게...”“다치시기라고 했으면 어쩔 뻔했어!”“아니, 그게...”경비원이 변명을 늘어놓기 전에 성신영이 먼저 왕소영과 성홍주를 와락 끌어안았다.하지만 뜨거운 포옹과 달리 두 사람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이는 성신영의 표정은 어느새 일그러진 모습이었다.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강유리가 흥미롭다는 얼굴로 눈썹을 치켜세웠다.“점점 더 재밌어지는데? 우리 가까이 가서 보자.”두 사람이 발
“그렇지.”육시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비슷한 사람들끼리 가족이 된다라...”차한숙이 혼잣말처럼 강유리의 말을 반복했다.“네. 왜요? 제 말이 틀렸나요?”당당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강유리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훑어보던 차한숙은 별말없이 자리를 떠버렸다.한편, 성신영에게서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성홍주, 왕소영 부부는 고정남 대표에게 억지 미소를 지어보인 뒤 쫓기듯 파티장을 나섰다.마침 차한숙과 대화를 마치고 고개를 돌린 강유리와 성홍주가 서로 시선을 마주치고...성홍주는 도둑질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다급하게 시선을 피해버렸다.“눈을 가늘게 뜬 채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강유리가 물었다.“성신영이 뭐라고 했길래 저렇게 도망까지 치는 걸까?”“뭐, 전에 했던 추잡한 짓들 전부 까밝히겠다고 말했나 보지.”“겨우 그것 때문에 물러난다고? 그럴 거면 여긴 왜 왔대?”“성홍주는 지금 벼랑끝에 몰린 상태야. 조금의 타격에도 걷잡을 수 없이 나락으로 떨어질 테니 겁이 날 수밖에.”육시준의 말에 강유리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성신영... 그 동안 죽도록 당하더니 그래도 꽤 똑똑해졌네.’“고성그룹 사람들이랑 너무 가깝게 지내지 마. 특히 차한숙은 안돼. 그 여잔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는 여자거든.”육시준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도 강유리는 다른 생각에 잠겼다.“날 어느 정도 경계하는 거야 이해가 가지만... 왜 성신영을 저렇게까지 두둔하는 거지? 바보가 아닌 이상 고정남 대표도 성신영이 친딸이 아니라는 것쯤은 눈치챘을 텐데. 도대체 왜?”강유리의 질문에 육시준이 푸흡 웃음을 터트렸다.“친딸이 맞는지 아닌지 그게 뭐가 중요해. 저 사람들에게 어차피 자식은 자신들의 자본을 부풀리기 위한 장기말에 불과해. 성신영을 이용해 LK그룹 육경원이라는 사위를 얻게 됐으니 꽤 이득인 거래지.”육시준의 대답에 꽤나 충격을 먹은 강유리의 입이 저도 모르게 벌어졌다.“난... 자기 친딸을 찾기 위해 성신영을 이용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강유리와 육시준 역시 고개를 까딱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그 뒤로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반갑다느니 파티가 끝나면 집에서 따로 더 시간을 갖자느니 쓸데없는 말만 내뱉는 고정남을 바라보며 강유리는 가식적인 미소로 일관했다.그런데 당연히 거절할 거라 생각했던 육시준이 강유리의 어깨를 살짝 토닥였다.“저기 당신 친구 아니야? 가서 얘기라도 걸어줘.”육시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쪽에는 조보희가 서 있었다.“보희?”“응.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뻘쭘한 것 같은데 당신이 가봐.”“그래. 그럼 실례하겠습니다.”별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인 강유리가 돌아서고...방금 전까지 호탕하게 웃던 고정남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나와 유리 사이를 막아 자네에게 이득이 될 게 뭔가?”“아, 오해하셨네요.”육시준이 싱긋 웃었다.“보희 씨 이한이 여자친구거든요. 자기 여자친구가 고성그룹이 주최한 파티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서있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이한이가 꽤 언짢아 할 것 같아서요. 아직은 송일그룹이 필요하신 거 아닙니까?”이때 한발 앞으로 다가선 육시준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그러고 보면 사람 참 안 변해요. 젊었을 때 그 우유부단함 때문에 원하는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이제 자기 딸을 앞에 두고도 이름 한번 당당히 부르지 못하는군요.”“역시 육 대표는 아직 너무 젊어. 이 세상은 자네 생각처럼 그렇게 간단하게 돌아가는 게 아니야.”“글쎄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정이 있었다. 이런 건 패자들이나 하는 변명이라고 생각합니다만.”...한편, 조보희를 향해 다가가던 강유리가 입을 삐죽거렸다.‘무슨 비밀 얘기를 하시려고 그렇게 티나게 날 다른 곳으로 보내는 걸까? 에이, 됐다. 머리 아파.’머리를 털어낸 강유리가 조보희의 이름을 부르려던 그때,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에 강유리가 미간을 찌푸렸다.인적이 드문 구석, 조보희 주위를 둘러싼 여자들이 그녀를 향해 모욕의 말을 뱉어내고 있었다.“야, 마셔.”“참나, 넌
한편, 강유리의 등장에 조보희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그래. 그렇게 술이 좋으면 너희들이나 많이 마시든가!”어느새 고개를 치켜세우고 대드는 모습에 강유리는 웃음이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하, 태세전환 하나는 빠르다니까...’“하, 하여간 잘난 척은.”이때 생머리 여자가 강유리를 힐끗 바라보았다.“강유리 대표님, 굳이 이 일에 참견을 하시겠다 이 말씀이세요?”“우리 희연이 우신 씨 여자친구거든요. 앞으로 고성그룹 사모님이 되실 분이라 이거예요.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예요.”‘고우신?’강유리가 흠칫하던 그때 단발머리 여자가 갑자기 옆에 있던 와인잔을 들어 연희연의 드레스에 쏟아부었다.“어머!”그리고 할리우드 액션으로 뒤로 넘어지려 하는 연희연의 뒤로 이쪽으로 다가오는 고우신의 모습이 보였다.그 짧은 순간 수많은 생각이 강유리의 머릿속을 스쳐지났다.‘CCTV 사각지대에서 이런 짓을 벌이시겠다. 그리고 모든 걸 내게 뒤집어 씌우려는 속셈이겠지?’“쯧.”그리고 다음 순간, 성큼 다가선 강유리는 뒤로 넘어지려는 연희연의 손목을 붙잡고는 비상통로 쪽으로 향했다.한편, 어렸을 때부터 강유리를 봐왔던 조보희 역시 그녀의 속셈을 알아채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시작이네.’그리고 눈치껏 멍하니 서 있는 단발머리 여자의 손목을 끌어당겼다.“따라와.”비상통로의 다른 출구는 호텔의 수영장과 연결되어 있었다.겨울이라 찾는 이가 거의 없는 수영장. 두 사람의 못된 성격을 고쳐주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과 함께 강유리가 발걸음을 멈추었다.풍덩!그리고 잡고 있던 손목을 비틀어 그대로 연희연을 물속으로 집어넣었다.“내가 정신적인 결벽증이 있어서요.”팔짱을 낀 강유리가 말을 이어갔다.“예의가 없는 사람을 보면 참을 수 없는 분노 같은 게 치밀거든요. 그 더러운 주둥아리 그리고 가능하다면 시커먼 속까지 잘 씻고 나오길 바랄게요.”한동안 푸덕거리다 겨우 일어선 연희연은 한참을 기침을 뱉어낸 뒤에야 겨우 대답했다.“강유리, 너...”
연희연의 말에 묘한 표정을 짓던 강유리가 허리를 숙여 바닥에 주저앉은 여자와 시선을 맞추었다.“그래? 믿음이 그렇게 굳건하신데 왜 그런 짓을 벌이려고 한 걸까? 보희를 이용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너랑 고우신이 연인사이였다는 걸 밝히는 게 당신 목적 아니었나?”“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속내를 들킨 연희연이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어느새 그녀의 시선은 비상통로를 향하고 있었다.“아직도 기다리는 거야? 아직도 모르겠어? 고우신은 널 구하러 오지 않을 거야. 널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널 지킬 힘이 없거나. 둘 중 하나겠지.”“그럴 리가 없어. 우신 씨는 분명 와줄 거야. 뭔가 다른 일이 있어서겠지.”“하하하.”아직도 허황된 꿈을 꾸고 있는 연희연을 바라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생각보다 더 멍청하네. 정말 널 사랑했다면 경비원 따위가 아니라 염라대왕이 막고 있어도 왔겠지. 그런 게 사랑 아니겠어?”이때 대충 상황을 눈치챈 단발머리 여자가 앙칼지게 소리쳤다.“네가 뭔데 사랑하네 마네 그딴 소리를 하는 거야! 희연아, 저 사람 말 듣지 마.”하지만 강유리의 말이 꽤 충격적이었는지 연희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럴 리가 없다는 말만 중얼거릴 뿐이었다.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이 젖은 머리에서 떨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일지.그거야 연희연 본인만 아는 거겠지만.한편, 방금 전 소동으로 다리쪽에 물이 살짝 튄 강유리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보희야, 가자.”“뭐? 이대로 간다고? 우리가 한 짓이라고 고자질이라도 하면 어쩌려고?”“그럼 뭐. 여기서 죽이기라도 할까?”“어...”말문이 막힌 조보희가 강유리의 뒤를 따르며 구시렁댔다.“그게 아니라... 들키면 어쩔 거냐고.”“자기야, 그게 걱정되면 애초에 이런 짓은 저지르지 말았어야지. 뒷수습이 가능할 정도로만 날뛰어주는 게 포인트야.”그리고 한참을 걸어가던 강유리가 고개를 돌렸다.“거기 서서 뭐해? 안 갈 거야?”“아까...
고정남은 미소를 지은 채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 강유리한테 시선을 고정했다.“다치지 않았으니 됐어. 여기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어서 들어가.”“???”어리둥절한 조보희였다.“그래도 여자애인데 다음부터 이런 일은 너무 충동적으로 해결하지 마! 다른 사람이 보고 뭐라고 하면 어떡해.”“…”간단한 한마디지만 함축되어 있는 뜻은 많았다.모든 일을 이미 다 봤다는 것이다. 방금 강유리가 말한 대로 고우신이 이미 올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누군가 때문에 오지 못한것이다.게다가 이 모든 일을 고정남은 이미 묵묵히 허락하고 있었다. 조보희는 자기가 얻어낸 결론에 놀란 나머지 멍하니 강유리만을 쳐다보고 있었다.강유리는 웃음을 거두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충동까지는 아니고, 머리에 온통 사랑뿐인 애들이 가여워 보여서 그런 거예요. 고 회장님께서 만나신 분도 저같이 좋은 사람이 옆에서 귀띔해 줬다면 지금처럼 되지 않았을 것 같은데…”고정남의 안색은 순간 안 좋게 변했다.“너…”“이후에 일은 부탁해도 되지? 내가 정략결혼 걸림돌을 처리해줬으니까, 네가 이 장면 좀 수습해 줘. ““…”강유리는 자리를 떠났다. 조보희는 그런 강유리의 뒤를 엉거주춤 따라갔다. 식장에 들어가기까지도 믿기지 않는 조보희는 강유리한테 물었다.“유리, 방금 무슨 얘기한 거야? 나 진짜 상황 파악 하나도 안 돼. 고 회장이라는 분이 그래도 꽤 좋아 보이던데? 커버까지 쳐주고.”강유리는 그런 조보희를 힐끔 보고는 그의 발언을 부정했다.“그 사람 믿지 마. 다 가짜야.”“헐. 진짜? 안 그래도 웃는 모습이 가식 가득하다 했어. 순한 양인척하는 늑대 같다 할까.”“???”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 때마침 육시준이 옆에서 걸어 지나갔다,강유리를 본 그는 순간 눈썹을 찌푸리고는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그러고는 외투를 벗어 그녀의 몸에 걸쳐주고 물었다.“나가 놀았어?”“네! 물놀이하러 갔어요.”강유리가 대답하기도 전에 조보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눈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