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막연한 시선을 따라 문 쪽을 향해 보니 스텝의 옷을 입은 남자가 비싼 술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훤칠한 키에 예쁜 눈으로 방안을 훑어보고 있었다. 목표물을 수색하는 사냥꾼처럼.강유리는 놀란 듯 말했다.“주청모? 삼 개월이 됐는데 네가 왜 아직도 여기 있어?”주청모는 슬쩍 웃더니 프로다운 포즈로 술을 따고는 모두의 술잔에 부었다.하지만 그의 눈빛은 계속 소안영한테만 있었다.“갔다가 다른 가게들은 모두 내 능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다시 돌아왔어.”“…”도희는 한입 베어 문 수박을 하마터면 땅에 떨어뜨릴 뻔했다.눈앞의 주청모를 보면서 눈빛에는 온통 놀라움뿐이다. “설마? 너 이 일 진짜 사랑하는 거 아니지? 주 씨네 도련님이 돈이 부족해서 그러는 거야?”도희는 그날에 레이싱 시합이 궁금해서 보러 갔다.하지만 보는 눈도 많아서 강유리한테 인사하러 가지 못했을 뿐이었다.강유리 일행이 떠나고 나서 몇 번 더 달리기도 했는데 제일 인상 깊었던 사람이 바로 주청모였다…“도희야!”말이 좀 심했는지 강유리가 먼저 일깨웠다.주청모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괜찮아요 누나. 친구분 말처럼 제가 은근히 이 일을 사랑하나 보죠 뭐. 그러고 강남연우는 항상 절 반긴다고 누나도 말했었잖아요. 설마 지금 후회하는 건 아니겠죠?”소안영을 비롯한 모든 사람은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누나?뭔가 재미있는 전개인데.소안영은 자기한테 쏠린 시선이 불편했다.“술 내려놓고 먼저 나가봐.”주청모는 나가려는 뜻이 없었는지 대답했다.“같이 한잔할까요? 제가 돌아가서 연구 좀 해봤는데 이번엔 누나를 만족시켜 드릴 자신이 있거든요.”“…”“아니면 누나 지금 후회하시는 거예요? 강남연우도 이젠 날 받아들이기 싫은 건가?”“당연히 그런 거 아니지. 난 네가 우리 이 추한 곳이 마음이 안 들어서 해외로 간다고 들었는데.”뻔한 남자들의 플러팅은 이미 지겹도록 봤다. 주청모는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역시 누나 저한테 관심이 있으신
김정환은 소안영을 쳐다보고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방으로 안내했다.문이 닫히고 방안은 다시 정적으로 휩싸였다.주청모는 그녀 앞에 서서 내려보고 있었다.소안영은 불편했는지 컵을 들고 물 한 모금 들이켰다.“도련님이 이리저리 여자들을 건드리고 다니신다는 걸 서울에 모르는 분이 없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처음이라고 하시는지?”“처음 몸 파는 건데요.”주청모는 흔들림 없이 말했다.소안영은 컵을 세게 상위에 올려놓고 당당해진 말투로 되물었다.“똑바로 말하면 안 돼? 일부터 나 골탕 먹이는 거야?”“진짜 처음 맞는다면 책임 져 줄 거야?”“아니.”딱 잘라 말해놓고 자기도 웃긴다고 생각한 소안영이다.“넌 잤던 애들한테 모두 책임질 거야?”“네가 다른 여자들이랑 같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소안영. 내가 그렇게 별로야? 나한테 관심이 진짜 하나도 없어?”화가 조금 섞인 말투였다.그날 뒤로, 그녀를 몇 번 만났었다.하지만 그녀를 볼 때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른 남자랑 놀고 있는 그녀였다.지금까지 그를 이렇게 대하는 여자는 없었다.처음엔 승부욕때문에 그런 거지만 지나고 보니 매력이 있고 반전도 있는 사람이어서 점점 흥미가 생긴 것이다.하지만 소안영의 마음은 돌덩이 같았다.다가갈 수 없게 만들었다.피어싱을 떠나 그녀한테 찾아가려고 하니 아예 자기를 피해 얼굴 볼 기회도 안 주니까…“누나라고 안 해?”소안영은 대충 대답했다.추정모는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소안영은 한숨을 쉬고 진지해진 목소리로 해명했다.‘너 괜찮으니까 자길 의심하지 마. 내가 남자랑 두 번째 잠자리는 안 갖는 편이라. 역겹지?”나쁜 여자 발언에 추정모는 더욱 불쾌해진 느낌이다. “너…”“할 말은 다 했으니까, 얼마나 원하는데?”소안영은 더 이상 말하기 싫은 지 바로 화제를 끝냈다.“…”주청모는 그녀의 얼굴에서 뭔가라도 찾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상대가 대답이 없으니 소안영은 일어나 자켓을 집어 들었다.“기회는 한
육경서는 입을 떡 벌리고 주아를 쳐다보았다.“주아야, 네 친구 나쁜 여자네. 앞으로 거리 좀 둬.”“꺼져.”신주리는 차갑게 대답했다.육경서는 입을 다물고 소파에 쪼그려 앉아 문득 생각이 났다.형이 걔가 있다는 걸 알면 형수님 걱정은 안 될 텐데 왜 굳이 여기까지 데리고 온 거지?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주청모 하나도 소안영을 상대할 수 있다면 형수님들이랑 주아까지 나쁜 길로 들어설 가능성은 작을 것이다.“나 알았어!”도희가 흥분하면서 말했다.“일단 말해봐.”강유리는 대꾸했다.“이 주 씨 도련님이 분명 안영언니한테 관심이 있는 거라니까! 그런데 안영언니는 얘가 별로 마음에 안 든거지. 그래서 하룻밤만 자고 도망가고. 두 사람이 몇 달간 얽혔는데 우리 도련님이 안영언니를 쫓아다니고 안영언니는 걔만 보면 도망가고. 이렇게 실망한 도련님이 한국을 뜨려고 하는 거야.”“방금 안영언니가 주청모한테 해외 갔다고 했다는 말 기억나?”“그래서 안영언니가 오늘 컨디션이 안 좋다 했어. 축하 파티한다더니 전혀 기뻐 보이지는 않고 혼자 술만 마시고 있고.”“하지만 다시 주청모가 돌아올 줄은 몰랐던거지.”“…”도희는 손짓도 해 가면서 말했다.사랑하지만 같이 있을 수는 없는 사랑 이야기가 모두 앞에 펼쳐졌다.육경서는 감탄하는 눈치다.“도희 씨는 왜 작가 하지 않으셨어요.”신주리는 생각에 잠기다 동의라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도리 있어. 안영이 성격에 진짜 보고 싶지 않으면 어떻게든 피해 다닐 거야.”하지만 방금 육시준이 시킨 사람이 데리러 왔을 때 가기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맞아. 게다가 친구한테 그렇게 쉽게 미안하다고 할 사람도 아니고.”강유리가 보탰다.오늘 회식의 목적 자체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이제야 그 이유를 아는 것 같은 기분이다.기분이 안 좋아서 같이 술 마시려고 했던 거네!바로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메시지 한 통이 왔다.육시준이 보낸 문자였는데 그가 간단하게 “응”이라고 대답한 것이었다.곧이어 보충이라
”음…”신주리는 말이 없었다. 역시 절친끼리 잘 아는 법이다. “그러면 더 직설적으로 물어볼게. 둘이 화해했어, 아니면 손절했어?”도희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소안영은 답장도 하고 싶지 않다는 듯 쳐다보고는 대답했다.“왜 이런 질문을 하는거지?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니야.”“그러면 손절한거 네. 걔 앞으로는 너한테 질척대지 않을 거래?”몇 초간 침묵한 소안영이였다.“강남연우에서 일하고 싶대. 내일부터 출근하라고 했어.”침묵한 도희와 머리에 물음표뿐인 강유리였다.강유리는 다시 핸드폰을 들고 육시준한테 문자를 보냈다,[안영이 걔한테 관심이 없다는데?][?][주청모더러 강남연우에서 일하라고 했대.][조금 더 알아보고 연락해.][???]일은 해결됐다고 하지만 소안영의 기분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수다를 떨고 있을 때 멍을 때리곤 하는데 분명 뭔가를 근심하고 있는 것 같았다.강유리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내가 안영이를 과대평가했네…JL빌라에서 육시준은 강유리와의 대화창을 닫고 전화 한 통 받았다.임강준한테서 걸려 온 것이다. 고정남은 오늘만 해도 두 번이나 그를 찾으러 왔고 방금 인터넷에서 본 기사 때문에 사무실까지 직접 쳐들어오기도 했다고.육시준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내가 회사에 없다고 안 알려줬어?”오늘은 미리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강유리랑의 협업에 관해 토론할 것도 있어서.일을 끝내자마자 강유리가 축하 파티하러 가겠다는 말을 들어버린 거였다.지금 혼자 외롭게 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있었다.“말했는데 안 믿으십니다.”“지금은?”“방금 나가셨는데 이 기세를 봐서는 댁까지 찾아갈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임천강은 객관적으로 분석했다.육시준은 ‘응’하고 대답했다.“오라고 해. 지금 마침 한가하거든.”10분 뒤, 블랙 링컨 자동차 한 대가 JL빌라를 향해 달려왔다.고정남은 운전하는 사이 다시 침착을 되찾았다.우아하게 행동하는 육시준을 보고 문뜩 무언가가 생각났다
고정남은 침묵을 유지하더니 이 물음에 대해 대답하지 않았다.“강유리 정체에 문제가 있는 거지? 조사도 못 하게 하는 걸 보면 지켜주고 싶어 하는 건데. 발표회가 끝나니 걔 정체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도 없어졌잖아! 자네는 나랑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네…”“Seema한테 치명타를 입히고 제 앞에서는 군기를 잡으려고 했던 것이 아닙니까?”육시준은 그의 의도를 집어냈다.“그리고 제가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닙니다. 예전에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기 싫으시면 제 사람은 건드리지 마세요.”유리처럼 자존심이 센 사람이 이런 치욕적인 신분을 받아들일 리가 없다.고성으로 돌아가는 거면 정정당당하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것도 자기 자신이 원하는 대로.지금처럼 이것저것 고려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면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이 말인즉 자네가 걔 신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한 거네!”고정남은 갑자기 흥분했다.추측은 했지만, 확인이 든 순간은 또 다른 느낌이다.강유리를 만났을 때부터 익숙하다고 생각해 다가가려고 했지만 유리가 까칠하고 인정사정없는 모습이 민영이랑 똑 닮기도 했다고 생각했다…육시준의 흥분된 그를 차갑게 지켜보고 있었다.“제가 인정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그쪽이 인정하는 게 중요한 거지.”의미심장한 말에 고정남은 실망했다.“연장자라 생각해서 어떤 말은 자제했습니다. 하지만 유리와 연관된 일은 가만히 옆에서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겁니다.”육시준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추연화 일은 Seema가 움직이지 않아도 제가 했을 겁니다. 딸을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해치는 일을 하려는 사람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겁니다. 고정남은 비웃었다. “말이 그렇지, LK가 Seema와 협업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신경을 쓸 거야?”“네.”“다른 사람들이 자네를 잘 모른다고 해도 내가 모를 것 같아? 자기 이익과 사업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고작 여자 한 명 때문에 좌지우지 되
피어싱.술이 한, 두 잔 들어가니 모두들 흥이 오르기 시작했다.그중에서 가장 흥분한 건 소안영이었다.“솔직히 말해서 걔가 조금 마음에 들긴 해.”술잔을 돌리던 소안영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그런데 진도가 너무 빠르잖아. 솔직히 요즘 세상에 누가 한 번 잤다고 바로 사귀냐.”이때 잠깐 멈칫하던 소안영의 시선이 강유리에게로 향했다.술기운이 얼굴이 빨개진 소안영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평소와 달리 조금은 풀려있었다.“왜 그런 눈으로 봐?”“솔직히 얘기해 봐. 너도 육시준이랑 자고 바로 사귀었어? 아니잖아.”“...”이에 강유리가 어이없다는 듯 눈을 흘겼다.그녀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소안영 역시 마찬가지였다.“아이고, 아주 나 유부녀예요라고 이마에 써붙이고 다니지 그러냐? 결혼했다고 이러기야? 얼굴 보기가 왜 이렇게 힘들어. 남편이 그렇게 빡빡하게 굴어? 설마... 나 같은 애랑 같이 놀지 말래?”“그렇게 티가 많이 나?”강유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강유리의 되물음에 소안영은 괜히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솔직히 말해 봐. 너희 남편... 나도 얼른 결혼했으면 하는 거지? 사랑의 무덤이라는 결혼의 전당에 날 어떻게든 쑤셔넣으려는 수작이잖아. 그래서 오늘 같은 일이 생긴 거고.”“그럴 리가.”강유리가 고개를 저었다.“내 남편 LK그룹 육시준 대표야. 1분에 그 사람 말 한 마디에 오가는 돈이 억 단위인데 와이프 친구 사생활처럼 사소한 일에 신경을 쓸 리가 없잖아.”강유리의 해명에 소안영이 눈을 가늘게 떠보였다.“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이 사소한 일은 아니지?”‘윽, 하여간 이상하게 눈치만 빨라가지고... 괜히 아니라고 했나? 어떻게 둘러대지?’강유리가 머리를 빠르게 굴릴 무렵, 육경서가 끼어들었다.“저기, 안영 씨. 연애가 잘 안 풀려서 속상한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우리 형수님 괴롭히지 말아요. 겁 먹으셨잖아요.”“그만!”이때 탁 하고 신주리가 술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다들 포인트를 잘못 짚은 것 같은
육경서의 시선이 세 여자의 얼굴을 차례로 훑었다.‘아니야. 자세히 살펴보면 소안영 저 여자가 문제네. 순진한 우리 주리랑 형수님을 완전 휘두르고 있잖아. 형이 괜한 걱정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 여자 너무 위험해.’육경서가 빠르게 눈동자를 굴렸다.‘어떻게든 저 여자한테도 남자를 붙여주는 게 맞는 것 같아. 주태규라고 했나? 노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또 그런 스타일이 한번 제대로 빠지면 순정파지. 그리고 소안영도 주태규한테 어느 정도 호감은 있는 것 같단 말이지...’여기까지 생각이 닿은 육경서가 조용히 룸을 나섰다.잠시 후, 저녁 12시.강유리의 휴대폰 알람이 울리고...알코올에 잠식되었던 뇌가 번쩍 정신이 드는 기분이었다.“이런, 젠장!”“왜 그래?”수다를 떨며 깔깔대던 신주리, 소안영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이에 강유리가 휴대폰 액정을 두 사람에게 보여주었다.“어떡하지? 12시 전에 무조건 집에 들어오라고 했는데.”“하.”초조한 강유리의 표정에도 소안영은 피식 웃어보였다.“12시가 통금? 하이고, 신데렐라세요? 아주 말끝마다 남편, 남편. 솔로 속 뒤집을 일 있냐?”“육시준에 대해 이것저것 물은 건 너였잖아. 대답해 줘도 난리야.”강유리가 소안영을 노려보았다.“그래. 친구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라면 내가 희생해야지.”소안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잠시 후, 밖을 나오니 차가운 겨울바람에 소안영도 강유리도 술 기운이 확 가시는 기분이었다.“남편한테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할 거야 아니면 내가 택시 불러줄까?”“음...”“강유리!”이때 어딘가 불쾌함이 묻어있는 목소리에 강유리와 소안영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훤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 깔끔한 패션 센스까지 나무랄 데 없는 남자였지만 강유리의 표정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고우신?’이때 성큼성큼 다가온 고우신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사람을 잘못 봤네. 신영이 그쪽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기까지 했어요. 과거의 오해에 대해서는 그쪽한
한편, 꽤 취해서인지, 애초에 얘기를 비밀로 할 생각이 없어서인지 두 사람의 귓속말은 고우신의 귓가에 그대로 흘러들어갔다.“강유리 씨!”무시를 당했다는 생각에 고우신이 목소리를 높였다.“뭔데요?”강유리는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얘는 진짜 뭘 믿고 저렇게 당당한 거지?’순간 말문이 막혔던 고우신이 대답했다.“신영이가 연예계 은퇴하는 거, 네. 좋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은퇴하는 거여야 해요. 이딴 식으로 쫓겨나는 게 아니라. 장경호 대표더러 그 기사 당장 내리라고 하세요.”인성 논란을 일으킨 연예인과는 계약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발표와 함께 행여나 사람들이 그게 누구인지 모를까 걱정이라도 되었던 건지 성신영에 대한 폭로글을 올렸던 계정을 팔로우까지 한 로열 엔터에 대한 얘기였다.가뜩이나 정신 상태가 아슬아슬한 성신영에게 일방적인 계약 해지란 소식은 더 절망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고우신은 생각했다.그랬으니 긴 문자와 함께 자살기도까지 한 것일 테니까. 뭐, 다행히 그가 제때에 달려간 덕분에 목숨은 구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내가 살아있는 한, 유리 언니는 날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고우신은 성신영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솔직히 신영이가 잘못한 게 뭐가 있어. 굳이 잘잘못을 따지자면 애초에 바람을 핀 임천강이 문제지. 신영이도 그냥 피해자일 뿐이잖아?’집안에서 제대로 인정도 못 받고 얼굴도 모르는 네티즌들의 악플을 받아냈을 성신영을 생각하니 고우신은 오빠로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하지만 고우신의 당당한 태도는 강유리의 반골기질을 그대로 불러일으켰다.“싫다면요?”이에 고우신이 휴대폰을 흔들어보였다.“유부녀가 이런 유흥업소에 드나든다는 사실이 밝혀져도 괜찮겠어요? 육시준은 물론이고 그쪽 집안 사람들이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요?”“아니, 잠깐만요.”이때 소안여이 끼어들었다.“애초에 유리 남편이 우리더러 여기서 놀라고 한 거거든요. 뭐 알지도 못하면서.”소안영의 대답에 고우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아니, 이 세상 어느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