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단지 어떤 수법을 썼는지 모를 뿐.그녀의 말을 듣자 하니, 그들이 육시준에게 약을 먹였다는 건가?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가족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누군가 앞질러 갔기 때문에, 그 여자야말로 그가 줄곧 그리워하며 놓칠 수 없는 여자야."“...”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이내 곧 다시 닫혔다.강유리는 소파에 앉아서 축 늘어진 얼굴로 있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한참 동안 문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육시준이 사무실 문을 열고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유리 앞에 우뚝 서서는 은근 불만스러운 듯이 물었다.“무슨 얘기를 그렇게 오래 해? 밥은 먹었어?”강유리는 그를 올려다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얘기했는지 알고 싶어? 아니면 밥부터 먹을래?"육시준은 몸을 돌리면서 말했다. “우선 밥부터 먹자.” 임강준이 회사 근처 분위기 좋고 프라이버시가 잘 보장되는 레스토랑으로 예약해 줬다. 저녁 식사 시간이 이미 지난 뒤라 식당에는 사람이 적었다.은은한 레스토랑에 퍼지고 있는 경음악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머리 위의 불빛이 식기 위에 비치면서 차가운 빛이 섞였다.식사를 주문한 후, 강유리는 두 손으로 물컵을 만지작거리며 컵에 든 물을 쳐다보았다.육시안이 유리를 바라보았다. 아까 고주영이 떠난 뒤로 유리는 기운이 없고 정신이 딴 곳에 가 있는 듯했다. "고주영이 오늘 처음으로 본부에 왔는데, 비서가 전화 받으면서 제대로 말을 안 해서 당신인 줄 알았어. 그래서 프런트 데스크를 통과시킨 거고.” 육시준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유리는 속눈썹을 깜박이며 시준을 쳐다보았다. "나한테 말하는 거야?"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쨌든, 나는 당신이 이 일로 마음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사실 육시준은 유리가 이 일에 신경 쓰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어쨌거나 아까 들어왔을 때 그녀의 날카로운 말투와 거만한 태도는 상대를 배려하지 않았던 게 분명했다.강유리는 별로 이
육시준은 냅킨으로 손을 닦은 뒤 고개를 들어 강유리를 쳐다봤다. "그분은 내 할아버지이지 당신 할아버지가 아니야."강유리는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야? 나랑 선 긋겠다는 거야?""그렇게 똑똑하면서 내가 뭔 말하려는 지 모르겠어? 부모님이 너한테 잘해 주니까 너도 부모님에게 잘하잖아. 할아버지께서 너를 인정하지 않으니까 너도 할아버지께 잘 보이려 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뭐 하러 어른 노릇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한테 잘 해주려 그래?"“......”이 말이 강유리의 정곡을 찔렀다.제대로 말하기 전까진 몰랐다.제대로 말하고 보니 강유리의 남편은 정말 사리에 밝아서 남의 말을 제 입맛대로 해석하는 일이 없었다.“할아버지가 때리고 욕하는 게 말이 안 되더라도 나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그렇지만 당신은 날 걱정해서 화를 내주잖아. 그런 당신을 내가 위아래가 없다고 욕하다니 그렇게 멍청하진 않아.""맞아."강유리는 강력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고개를 저었다. "그냥 가만히 있지 마, 나는 당신이 억울하게 당하는 꼴 못 봐!"육시준이 말했다. "그럼, 나중에는 당신이 할 수 있는 대로 해. 지금처럼. 너무 스트레스 받지는 말고, 헛된 생각도 말고."강유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포크로 접시의 음식을 찍었다.강유리는 사실 납득이 안 되는 일이 있었다.고주영의 마지막 말, 마음에 두고 담고 있는 여자가 있다는 말…"무슨 문제 있어?"육시준은 고개를 들어 그윽한 눈빛으로 강유리를 바라봤다.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강유리가 갑자기 가까이 다가갔다. "여보, 고주영과 저 닮은 것 같지 않아요?"육시안은 어리둥절하여 일정한 눈초리로 유리를 바라보았다. "다음에 한번 자세히 봐 볼게."강유리는 육시준이 이런 센스를 어디서 연마했는지 궁금해졌다.만점 대답이야.육시준은 지금까지 고주영을 자세히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다만 로열 엔터의 간판 연예인들은 모두 자연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니 고주영이 당신을 따라 티안 나게
강유리는 손을 멈추고 의심스럽게 그를 쳐다보았다.육시준은 식기를 내려놓고 침착하게 입을 닦았다. "당신은 너무 급하고 목적에 몰두해서 앞서고 있다 해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는 어려울 거야."강유리는 가는 눈썹을 살짝 비틀며 불만스럽게 그를 쳐다보았다. "내가 언제 조급해했어?"“차라리 유강 그룹 주식 대부분을 세마에 넘기는 지분 양도 계약을 더 성사시키고 싶지?" 육시준이 물었다.“그게 현재로선 그가 할 수 있는 최선 아니야?” 강유리가 되물었다."물론 아니지."강유리는 마음 편해 보이는 모습을 바꿔 눈빛은 가늘게 떴다. "그럼, 그 사람은 무슨 선택을 했는데?"그는 딱 두 글자 말했다. "파약."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에 놓여있는 그가 성신영을 버릴 리는 만무하고 그렇다고 유강 그룹을 버릴 일은 더더욱 없다.성홍주 정도의 낯짝이 두꺼운 사람이라면 가장 가능성 있는 결과이긴 하다."만약 성홍주가 계약을 파기하고 배상을 이행할 마음이 있다면 과연 세마가 그를 괴롭힐까? 네가 세마를 설득해서 도와 달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너 때문에 강엘 주얼리와 사이가 틀어질 순 없잖아? 하물며 사이가 틀어진다고 하더라도 꼭 좋은 것만은 아니고.”"…"강유리는 어안이 벙벙했다.강유리는 늘 뭔가 잘못된 것 같아서 너무 순조롭다고 하면서 원래 자기가 이길 자신이 있어 이런 가능성을 도외시했다고 말했다.오늘 일은 강유리가 가서 성홍주에게 압력을 가했다기 보단 성홍주가 그녀에게 주의를 주었던 것이다.성홍주는 준비할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월요일 이사회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육시준은 그윽한 눈으로 강유리를 바라보더니 말을 바꿨다. "물론, 세마가 진심으로 당신을 돕는다면, 그래도 겨뤄볼 가치는 있지."강유리가 엉겁결에 물었다.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하지만 육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듣기로는 세마가 귀찮은 일을 싫어한다고 하던데, 정말로 당신 이 일에 신경 쓴대?"강유리는 마음이 약간 동요되어서 말투가 망설여지기 시
강유리는 몇 초 동안 생각하고 나서야 육시준의 뜻을 이해하였다.육시준는 강유리가 한 번도 유강 그룹의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기에, 회사 생활을 즐기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 그녀가 연예계에 계속 머무르도록 격려한 것이었다.강유리가 유강 그룹에 갓 들어와 이도저도 못하는 처지이긴 하지만 그렇게 약한 사람은 아닌데…막 대답하려고 할 때 초인종이 울렸다.강유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오씨 아주머니가 나가서 문을 여는 것을 봤다. 그러더니 귀여운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언니! 형부! 안녕하세요!”강유리는 한껏 귀엽게 꾸미고 신나는 걸음걸이로 뛰어들어오는 여자애를 봤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 왜 왔어?"도희는 혼자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언니한테 할 말이 있기도 하고 형부가 내일 나 보러 온다길래 왔지.""그가 내일 부르는데, 뭐 하러 오늘 온 거야?" 강유리는 잠시 뜸 들였다. "아니, 그 사람은 널 왜 찾는 거야?”"형부한테 물어봐.""…"강유리는 대답해 달라는 눈빛으로 육시준을 바라봤다.육시준은 대답하지 않고 물었다. "무슨 얘기 중이야? 내가 비켜줘야 하나?”도희는 강유리를 바라봤다.강유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육시준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이 남자가 이렇게 자상하다니,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니겠지?육시준이 지금 자리를 비켜주면, 이따가 도희와 시준이 이야기를 할 때 강유리도 자리를 비켜줘야 하잖아?“부부간에 숨길 게 뭐가 있어요. 안 비켜줘도 돼요!" 그녀는 호탕하게 손을 흔들며 웃었다. 당과는 도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말하기 시작했다. "오후에 성홍주가 나를 찾아왔어. 성홍주는….”“알겠어! 알겠어! 우리 서재 가서 얘기하자." 강유리가 도희의 말을 잘랐다.부부 사이에는 숨길 게 없다면서?서재 안.강유리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초조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침착하게 손을 치켜들었다. "계속 말해봐."도희는 어리둥절해하더니 계속 말을 이어갔다.강유리의 생각처럼 성홍주는 파
강유리는 훑어보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얼굴에서 아래로 한치 한치 쓸어보았다.도희는 그녀의 눈에 안심이 되어 쿠션 베개를 안고 뒤로 움츠렸다."왜 그런 눈빛으로 봐?""왜 육시준이 너를 찾은 거야?"도희는 어색하게 강유리의 눈을 피했다. "왜 나한테 물어봐, 나도 몰라!""좋아. 그럼 다른 질문을 할게. 그이한테서 뭘 받았어? 그한테 뭔 일이 있다고 굳이 집까지 찾아와서 말할 필요가 있어?""형부 보러 특별히 온 것도 아닌데! 난 언니 찾아왔다가, 온 김에 형부랑 이야기나 좀 할까 한 거야! 만약 그게 싫으면, 말 안 하고 그냥 갈게!""…"이렇게까지 말하니 강유리도 더 물어보고 싶어도 못 물어본다는 걸 안다. 하지만 강유리는 육시준이 도대체 무슨 호의를 베풀었는지 더욱 궁금해졌다. 도대체 뭘 해줬길래 성격이 제멋대로인 도희가 이렇게 그의 말을 잘 듣는 걸까.강유리는 도희의 목과 손목을 쳐다봤다. 새 액세서리는 없었으며 도희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t성규랑 잘 지내고 있어?"도희는 강유리가 화제를 돌리자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이 편이 낫지.""요즘은 정상이야? 연예인에 미쳐 있거나 하지 않아?""새 설비를 연구하느라 집 밖을 안 나와."강유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다 알고 있다. 이것은 잘 속인 것이고 새 설비로 속인 것이다.그럼 새로운 설비는 어디서 난 걸까?뻔하지.십 분 후.강유리는 서재를 나와 거실에 앉아 굳게 닫힌 책방문을 쳐다보았다.판이 바뀌었다는 걸 강유리는 알아챘다. 이제는 그녀 차례다.남편이 친구나 유부녀라고 해도 다른 여자랑 같이 있는 걸 보면 기분이 안 좋다. 서재 안에서 도희는 어렴풋한 살기를 느꼈다. 등덜미가 으슬으슬 해졌다. "형부, 무슨 일로 찾은 거예요? 도와드릴 일이 있나요?"도희는 가냘픈 목소리로 앞에 있는 기가 센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도희는 손톱만한 이익을 위해 언니 부부사이에 끼어들어 둘을 곤란하게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강하게 후
도희는 번뜩 정신을 차리고 멍하니 앞에 있는 이 남자를 바라봤다.도희와 육시준은 멀찍이 떨어져 도희는 소파의 다른 쪽으로 물러나 문에 다가갔으나, 그래도 여전히 욱시준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를 느낄 수 있었다.육시준의 말이 무슨 뜻일까?뭘 알아 맞췄다는 거지?도희는 강유리의 비밀을 이용해서 시준을 이용하려 하긴 했지만, 그저 시준을 이용하고 싶었을 뿐이다.도희는 진짜로 강유리의 비밀을 말할 생각은 없었다…어쩔 줄 몰라 하는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리더니 도희는 말을 꺼냈다. "이 일은 형부가 유리 언니에게 물어보세요."육시준은 아무 말 없이 도희를 빤히 쳐다보았다.그윽하지만 차가운 눈동자는 압도감을 지녔다.도희가 아무리 스트레스에 강하다고 해도, 시준의 눈빛은 견딜 수 없었다. "진짜로! 형부도 언니 성격 잘 알잖아요, 직접 물어보면 분명 알려줄 거라고요! 그렇지만 만약 언니가 형부한테 안 알려준다면 저도 할 수 있는 말은 없어요!"맞는 말이다.육시준은 처음부터 강유리가 직접 그녀의 일들을 말해주길 원하고 있었다.그러나 방금 도희의 말로 세마와 강유리의 관계가 깊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이게 시준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순간 황당한 생각이 떠올랐다.육시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역시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어 추궁했다. "세마가 남자야 여자야?"도희의 마음속 비상벨이 울렸다. 형부 역시 똑똑하시네, 바로 의심하다니.여자라고 하면 바로 들킬 거야.그래서 생각하지도 않고 말했다. "남자예요! 세마는 남자예요. 다른 못 말해요. 형부가 직접 물어보세요."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도희는 쿠션을 던지고 소파에서 내려와 줄행랑을 쳤다. 서재에서 나온 도희는 강유리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곧장 달아나 버렸다.별장을 떠나면서 도희는 긴 한숨을 돌렸다.이 부부 앞에서 잔꾀를 부려서는 안 되겠어.육시준은 도희에게 세마에 대해 물어본 걸 강유리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도희는 진짜로 안 말했다. 그냥 집에 강유리만 있으면 잘
육시준은 담담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렇게 물어본 걸 보면 당연히 알고 싶은 것이다."근데 별로 당신에게 말하고 싶지 않아." 강유리는 한마디 하고는 유유히 일어섰다. "잘 자. 오늘 잠 기분이 별로니까 미안하지만 당신은 손님방 가서 자.”계단을 천천히 올라가는 가녀린 뒷모습을 보는 그의 눈동자가 흐려졌다.시준의 기분은 아주 좋아 보이는데?따로 잔 업보로 강유리는 밤새도록 뒤척이고 이상한 꿈을 많이 꿨다.가장 인상적이었던 꿈은 육시안이 도희랑 같이 있는데, 한 명은 차가우면서도 다정하고, 다른 한 명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게 둘이 아주 잘 어울렸다.더 어이가 없는 건 성규가 둘을 축하해 주고, 진정한 사랑이라고 열변하면서 유리에게도 축하하라는 게 아닌가.강유리가 기척에 깼다.잠에서 깬 유리는 성규에게 전화를 걸어 십여 분 동안 뭐라고 했다.이른 아침, 성규는 몽롱한 채로 있었는데 꾸중을 듣고 잠에서 완전히 깼다. 그러고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발신자 번호를 들여다보았다."남편이 시켰어? 욕구불만이야? 아니면 그날이냐? 그 날이어도 나한테 미친 짓 하지 마." 성규가 유리의 남편도 아니고.성규는 억울했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강유리는 심호흡을 하곤 10초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목소리가 다시 안정되었다. "너네 아내가 그런 거야, 넌 욕 좀 들어야 해."전화가 끊기고 그 옆에 있던 도희도 잠에서 깼다.도희는 얼굴이 찌그러 진 채,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불평했다. "누가 아침부터 전화했어? 짜증나 죽겠네!."이건 잠에서 깬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짜증의 전조다. 그 다음은 천둥 폭풍의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성규는 도희가 발작하기 전에 선수를 쳐서 물었다. "당신은 왜 강유리를 건드린 거야?"차차 잠에서 깨어난 도희는 고개를 돌려 남편을 바라봤는데 눈빛도 점점 맑아졌다.도희는 입꼬리를 올려, 하하 웃고는, 그의 머리를 당겼다. 아직 잠이 덜 깬 나른한 목소리였다. "잠자서 머리가 이렇게 헝클어져도 이렇게 잘 생겼다니
아침 밥상에서 강유리는 식탁 앞에 앉아 그릇에 담긴 죽을 쉴 새 없이 휘저었다.눈은 앞만 보고 있지만, 생각은 이리저리 떠돌고 있었다.맞은편의 남자는 양복 차림에 표정이 차가웠다. 그는 의젓하게 한 손으로는 식기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휴대전화를 들고 경제 뉴스를 보는 모습이 유리의 무기력한 모습과 비교됐다. 풀이 죽은 유리의 기분 탓인지 육시준의 담담한 눈길이 마침내 그녀를 향했다. 먼저 선심 써서 분위기를 깼다."무슨 일이야? 오늘도 기분이 안 좋아?""…"강유리가 반짝 정신을 차렸다.아름다우면서 차가운 눈동자가 맞은편 남자에게 살포시 내려앉았다.정말 불공평해, 육시준은 여전히 침착해 보이는 거야? 각방 전혀 그에게 영향을 주지 않은 것 같다.그럼 그 전의 붙임성 있고 다정했던 모습은 모두 가짜였던 거야?그와는 표면적으로만 관계를 맺었지만 그녀를 유혹하고 임신까지 하게 했는데...할아버지가 언제 깨어나실 지 모르고, 유강 그룹의 주식도 아직 얻지 못했고, 심지어는 결혼식조차 치르지 못한 상황에서 아기가 생긴 것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강유리는 갑자기 앞길이 깜깜해지는 것 같았다. 시준의 눈빛을 보니, 불만에 가득 찬 원한에서 분노에 찬 적대로 바뀌었다.“팡!”강유리가 식기를 세게 탁자 위로 내려놓았다. "그래, 당신을 보니까 기분이 안 좋아졌어!"말을 마치자마자 일어나 후닥닥 가방을 들고 문밖으로 나갔다.식탁 위.남자는 가느다란 입술을 오므렸다. 얼굴은 마치 한기로 가득 찬 것 같았다.그가 그녀를 너무 마음대로 하게 둬서 이렇게 말없이 각방을 쓰고 다짜고짜로 그에게 소리 지르는 버릇이 생긴 걸까?그릇을 내려놓고 일어나 위층으로 성큼성큼 올라갔다.문을 뛰쳐나온 강유리는 자신이 열쇠도,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수면용 슬리퍼를 신고 손에는 한정판 백을 들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초가을 아침, 날씨가 선선하다.바람이 휙 불자 몸이 으스스 떨렸다.방금 저편에 있는 별장문을 보면서 빨간 입술을 꾹 다물고는 기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