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리는 자리에 앉았다가 그 소리를 듣고 반사적으로 일어났다.육시준도 그녀를 따라 일어나 그녀의 손을 잡고 가볍게 다독여 안심하라는 표시를 했다. 육시준의 어머니는 다가와서 앉으려고 할 때 그 둘의 행동을 힐끗 보고는 의외라는 생각을 했지만, 얼굴에 드러내지 않고 입을 열었다.“어제 저녁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지 않았다면, 내 며느리가 누구인지도 몰랐을 거야.”육시준의 부모님은 육시준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또 육경서가 한 말도 있었기에 그 둘이 협력 관계 이상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강유리가 진심으로 사과했다.“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더 일찍 찾아 뵈었어야 했는데……”“생각이 짧은 걸 알기는 하네?”“……”강유리는 고개를 푹 숙였고, 육시준이 그녀의 편을 들어줬다.“엄마, 유리 금방 퇴원했어요. 놀래키지 말아요.” 육시준의 말은 쓸모가 있었다. 육시준 어머니는 잠시 멈칫하더니 강유리한테 손짓하면서 말했다.“이리 와. 내 옆에 앉아.” 강유리는 그녀의 안색이 여전히 언짢고 기세가 강한 것을 보고는 육시준을 힐끗 보았고, 육시준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천천히 걸어가서 그녀의 옆에 앉았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강유리의 옷차림을 살펴 보았다. 강유리는 꽃무늬 치마에 플랫슈즈를 신고 매우 예쁘게 치장을 했다. 그녀가 자신의 차림을 살펴보는 것을 발견하고 강유리는 자세를 바로잡고 두 손을 무릎에 올려놓은 채 더욱 조심스럽게 앉았다.“어디서 새댁 코스프레야? 내가 너에 대해 조사하지 않은 줄 알아?” 강유리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초 동안 빤히 쳐다보다가 대답했다.“그렇다면, 내숭 따위는 부리지 않겠습니다.”강유리는 다리를 꼬고는 소파에 기대 앉아 턱을 괴고 말했다.“이 일이 모두 제 탓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이이가 못 오게 한 거예요.”“……”육시준의 어머니는 갑자기 변해버린 강유리의 태도에 당황한 듯 했고, 순식간에 얼굴이 굳어졌다.지켜보는 세 남자의 얼굴 표정도 제각각이었는데, 오직 육시준만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한미연이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분명 경민이가...”“사과는 이미 했습니다.”육시준이 불쑥 끼어들었다.물론 오늘 점심 아버지 육지원이 노발대발하지 않았다면, 병실 문 앞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뭐?”시원스러운 대답에 한미연은 오히려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고집이라면 세계 1위인 아들이 사과라니...이제라도 철이 든 건가 싶었지만... 바로 이어지는 한 마디에 그녀의 환상은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사과하러 간 건데... 자꾸 화를 돋구길래 몇 대 더 때려주긴 했지만요. 사실 오늘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있었는데 아쉽게 됐네요.”뻔뻔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가는 육시준의 모습에 육지원도 한미연도 할 말을 잃고 말았다.“그러니까 더 이상 사과하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하루라도 더 빨리 퇴원하길 바라신다면요.”“너...!”참다 못한 육지원이 찻잔을 쾅 하고 내려놓자 한미연이 어떻게든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화제를 돌렸다.“일, 일단 밥부터 먹자. 유리야, 요즘 많이 바빴나 봐? 다들 살 빠진 것 좀 봐.”육경서도 거들었다.“엄마도 참. 오늘 형수 처음 보시는 거잖아요. 살 빠진 건 또 어떻게 아셨대?”“어머, 얘 좀 봐. 사진으로 다 봤지. 해외에서 지내느라 밥도 제대로 못 챙겨먹은 거 아니야?”하지만 이어지는 한 마디에 식탁 분위기는 또 무겁게 가라앉고 말았다.한편, 식사 내내 어두운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육지원을 바라보며 강유리는 몰래 혀를 찼다.다들 행복한 결혼생활의 최대의 적은 고부갈등이라고 하기에 어떻게든 한미연의 마음을 사로잡아야겠다고 생각했거늘...가장 큰 복병이 육지원일 줄이야.‘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고 하지 않았나?’식사 후, 육시준은 아버지의 호출에 서재로 향하고 육경서는 전화 통화를 위해 베란다로 나간 터라 강유리 혼자 덩그러니 거실에 남게 되었다.그리고 잠시 후 나타난 한미연의 손에는 봉투 같은 것이 들려있었다.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앉은 그녀가 강유리에게 봉투를 건넸다.흠칫
강유리가 진지하게 묻자 인자한 미소만 짓고 있던 한미연의 표정 역시 조금 어두워졌다.소파에 살짝 몸을 기댄 그녀가 대답했다.“내 아들은 내가 가장 잘 알아. 지금 이 상황에서 네가 마음에 드네 마네 하는 말을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단다. 오히려 괜한 집안싸움만 되는 꼴이겠지.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해. 나도, 시준 아빠도, 시준이를 믿고 그 아이의 뜻을 존중해. 그러니 당연히 널 우리 집안 며느리로 받아들일 거다.”진솔한 대답에 왠지 모르게 강유리의 고개는 더 숙어졌다.“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저에 대해 조사는 해보셨을 거잖아요. 그렇다면 제 소문에 대해서도 아실 테고요.”“그 소문들 정말 사실이니?”생각지 못한 질문이라 강유리의 몸이 살짝 떨려왔다.“아, 아니요.”“아니면 된 거 아니야? 재벌가... 다들 고상한 척, 깨끗한 척 하지만, 어찌 보면 시궁창보다 더 더러운 게 이 바닥이야. 그저 다들 돈과 권력으로 애써 더러운 허물을 숨기는 능할 뿐이지. 나도 이 나이까지 살면서 볼 꼴, 못 볼 꼴 많이 봐왔어. 적어도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인지 가릴 수 있는 분별력 정도는 가지고 있다는 뜻이야.”정말로 현명한 인생 선배 같은 한미연의 말에 강유리는 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진짜 이런 시어머니도 있구나...’“그리고 어젯밤에 있었던 일은... 어머니로선 당연히 네가 시준이의 대외적인 명예와 입장을 생각해 주길 바라지만, 너와 같은 여자로선 시준이 행동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 자기 여자도 제대로 못 지키는 놈이랑 결혼을 왜 해? 그리고 그런 자식이 다른 일을 잘하면 얼마나 잘 하겠어?”“그럼 어머니로서의 생각과 여자로서의 생각 중 어느 쪽에 더 무게가 실리시는데요?”고개를 갸웃하던 강유리가 다시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글쎄? 솔직히 말하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한 적 없는 질문이구나.”“네?”“인생 선배로서 조언하는데 너도 괜히 그런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그러지 마. 그런 건 육씨네 부자들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자고. 우리 이
“이 수표는... 받지 않을래요. 물론 새 작품도 어머님을 위해 남겨둘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단순하지만 강유리의 좌우명 같은 말이었다.게다가 시어머니라는 애매한 사이에서 괜히 신세를 지는 것도 마음에 걸렸고 행여나 이것이 LK그룹의 돈을 보고 육시준에게 접근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테스트가 아니라고 100% 확신할 수도 없었기에 덥썩 받는 건 위험하다는 생각에서였다.‘그리고... 내가 원하는 건 내 힘으로 얻어야 제맛이지.’한편, 2층 서재의 분위기는 훨씬 더 무거운 모습이다.워낙 보수적인 육지원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효심이었으므로 화가 머리끝까지 난 듯했다.“할아버지 화 많이 나신 거 뻔히 알면서 달래드릴 생각은 안 하고 불난 데 기름을 부어? 우리 가문에 불효자는 필요없다. 계속 네 멋대로 하고 살 거면 나도 가만히 안 있을 테니까 그렇게 알아.”“가만히 안 있으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너야 뭐...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강유리, 그 정도는 이 아비가 건드려 볼만 하지 않겠니?”육지원의 입에서 강유리의 이름이 나오자 육시준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육지원, 육시준.살가운 부자사이라고는 절대 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까지 언성을 높이는 일도 드물었다.보통은 효도네 뭐네 하는 레파토리가 나올 때쯤이면, 육시준이 먼저 타협하곤 했었지만, 강유리까지 건드린 이상, 그도 절대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괜히 나 때문에 유리가 더 위험해지는 건 싫어.’“사실 저한테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요.”“무슨 방법?”육지원이 미간을 찌푸렸다.“유리가 사고를 쳐서 할아버지 심기를 건드린 것도 삼촌과 아버지 사이가 껄끄러워진 것도 사실이니... 차라리 이혼하겠습니다.”이에 차분한 육시준과 달리 육지원이 발끈했다.“내가 제대로 사과하라고 했지 언제 너더러 이혼까지 하랬어?”“이혼이 더 쉽고 깔끔하죠. 그리고 제 성격 아시잖아요? 잘못한 게 없는 상황에서 마음에도 없는 사과까지 할 만큼 멍청하지
약 30분 뒤, 육시준 부자가 차례로 서재에서 나왔다.여유로운 얼굴의 육시준과 달리 육지원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 이었지만 말이다.한미연은 어떻게든 두 사람을 하룻밤이라도 집에서 재우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육지원은 중요한 할 말이 있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2층으로 불렀다.그렇게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아들 부부를 떠나 보낸 한미연이 안방에 들어오자마자 남편을 향해 눈을 흘겼다.“아니, 당신 도대체 왜 그래요? 아들 부부가 처음 집에 온 거잖아요. 살가운 시아버지까진 아니어도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할 거 아니에요! 표정은 다 썩어서는!”아내의 말에 육지원이 흠칫했다.“내 표정이 그렇게 안 좋았나?”뻔뻔한 대답이라고 생각했는지 한미연이 코웃음을 쳤다.“당신의 그 복잡한 집안 사정, 난 이해하길 포기한 지 오래예요. 그리고 난 유리가 마음에 드니까 괜히 반대할 생각은 하지도 말아요.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당신 아들한테 화를 내세요! 괜히 시댁까지 와서 잔뜩 기죽어 있는 애한테 화풀이 하지 말고.”수십 년간 부부로 살다보니 이제 척하면 척.한미연은 딱 봐도 아들과의 말싸움에서 한방 먹은 게 분명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남편을 향해 쏘아붙였다.‘하여간 나이를 먹어도 철이 안 들어.’“그래. 곰곰히 생각해 보니까 나도 마음에 드는 것 같아.”육지원이 어딘가 다급해 보이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결혼식... 최대한 빨리 올리라고 해. 당신이 애들 준비 좀 도와줘.”남편이 갑자기 이 결혼에 이렇게 적극적인 데는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 한미연이 눈을 가늘게 뜨며 따져물었다. “아니, 식사 내내 뚱해 있던 사람이 왜 갑자기 변덕이에요? 솔직히 말해 봐요. 아까 시준이랑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한 거예요?”“...”의심 가득한 아내의 질문에 육지원은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다른 것도 아니고 우리 아들이 게이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아니, 나도 유리 마음에 든다니까. 그러니까 얼른 결혼식 올리라고 해. 최대한
“어머니가 주신 선물이야. 너한테 꼭 전해다달라고 하시더라.”어리둥절한 표정의 강유리를 위해 육시준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설마...’역시나 봉투를 열어보니 방금 전 그녀가 거절했던 백지수표와 ZJ에스테틱 회원카드가 들어있었다.ZJ에스테틱, 재벌가 사모님들이 가장 애용하는 곳,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되고, 새로운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기존 회원의 추천까지 받아야 하는 곳으로 이 카드는 단순히 VIP 카드가 아닌 그녀를 상류층의 일원으로 인정함을 의미했다.나름 부잣집 딸로 자랐지만, 이곳의 VIP 카드는 들어만 봤을 뿐, 직접 보는 건 처음이라 강유리도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우리 어머니 생각보다 화끈하시지? 그리고 언젠가 너도 부자가 되면 나랑 결혼한 거 공개하겠다고 했던 말 기억하지? 그럼 이제 부자 됐으니까 공개해도 되겠네?”“꼭 돈 때문이 아니라...”“그럼 뭐가 문제인데?”봉투를 꼭 쥔 강유리의 손이 살짝 떨려왔다.방금 전 그녀를 바라보던 친절한 눈빛과 말투, 그리고 진심으로 그녀를 위한 것처럼 들리던 조언들이 다시 떠오르고...시어머니 한미연의 진심이 느껴짐과 동시에 혹시나 이 모든 게 단순히 테스트가 아닐까 속물적으로 생각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누군가에게 인정받는다는 것, 누구라도 기뻐할 만한 일 이다.게다가 그 상대가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배우자의 부모님이라면, 더 기쁠 터이니.진짜 가족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가족의 사랑과 정을 시댁에서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넘실거렸다.“결혼식에는 양가 부모님 모두 참석해야 하잖아. 하지만... 아버지도... 성신영도 모두 내가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은 사람들이야.”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린 그녀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마침 신호등에 걸리고 차량을 멈춘 육시준이 고개를 돌렸다.강유리의 맑고 아름다운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할아버지 깨어나실 때까지 기다리자.”한편 병원.오후 내내 수술에 시달려 저녁도 챙겨먹지 못
“그런 생각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요.”순진한 얼굴로 대답한 조보희는 평소와 달리 훨씬 더 어두운 표정의 송이혁의 눈치를 살피다 한 마디 덧붙였다.“아, 이제 알았으니까 볼일 봐요. 어차피 나도 별로 배 안 고팠어요. 더 기다릴 수 있어요, 나.”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에 송이혁은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조보희 씨, 여긴 조보희 씨 집도 아니고 호텔도 아니고 병원입니다. 지금 조보희 씨가 별로라고 하는 이 병실, 수많은 환자들이 몇 달을 웨이팅해도 못 들어오는 곳이에요. 조보희 씨야 부잣집에서 태어나 평생 고생이라곤 못 해보고 자랐을 테니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잘 모르겠죠. 이해해요.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병원에서 이런 장난은 치지 마십시오. 조보희 씨 이기심 때문에 진짜 절실한 환자들이 치료를 못 받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아니, 그게 아니라...”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게 흘러가자 조보희의 얼굴이 살짝 창백하게 질렸다.“화상 정도로 1주일을 입원해 있지 않나. 지금 강유리 씨가 퇴원한 틈을 타 바로 그 뒤를 이어받질 않나. 이기적인 거 맞잖아요?”평소 껄렁대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을 정도로 진지한 얼굴, 그 모습에 겁을 먹은 조보희는 낯빛도 머릿속도 새하얘지고 말았다.“그, 그게 아니라... 유리가...”“강유리 씨가 하는 말이면 다 들을 겁니까? 강유리 씨, 그쪽 길가에 버리고 간 사람이에요. 그런데 왜 아직도 거기 붙어있어요?”“송이혁 씨, 그쪽이 날 무시하는 건 잘 알겠는데 내 친구한테는 뭐라고 하지 말죠?”하지만, 마지막 말에 조보희도 발끈했다.“그래요! 가끔씩 유리가 짓궂게 구는 건 맞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상처주지 않게 지켜준다고요. 나 한 번 도와줬다고 내 인생에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아요. 내가 그쪽 일하는 데 방해된다고 했죠? 그래요! 갈게요. 가면 되잖아요. 누군 병원에 있는 게 좋아서 여기 있는 줄 알아? 누군 배고파 죽겠는데 좋아서 여태까지 기다리고 있는 줄 아냐고!”침대에서 벌떡
조보희가 강유리의 지갑까지 야무지게 챙겨 자리를 뜨고...이 모습을 바라보던 육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뭐야, 강유리... 대외적으론 고고하고 차가운 컨셉 아니었나? 왜 다른 사람한테도 저렇게 부드럽게 말하는 거야...!’놀랍게도 조보희의 동성친구 질투 유발 작전이 이상한 쪽으로 통한 모양이었다.하지만 육시준의 불편한 심경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강유리가 물었다.“이혁 씨,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이혁 씨가 보희 화나게 한 거 맞죠?”하지만 송이혁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누가 감히 우리 보희 아가씨를 건드리겠어요. 두 사람 강 회장님 상태에 대해 물으러 온 거 맞죠? 잘됐네요.”“아, 사실 퇴원하려고 했는데 병원 쪽에서 검사 몇 개만 더 하라고 해서요. 아, 물론 할아버지 상태가 궁금하기도 했고요.”강유리의 대답에 송이혁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워낙 바쁜 스케줄 탓에 퇴원 오더를 내리지 못했으니 병원 측에서는 강유리의 퇴원 절차를 밟아줄 수가 없었고 결국... 그가 정말 조보희를 오해한 게 맞았으므로.“조보희 씨가 유리가 이미 퇴원한 병실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한 거야? 물론 심한 말도 했겠네?”송이혁, 평소에는 깐족대다가도 환자 문제에 있어선 그 누구보다도 진지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는 육시준이 물었다.송이혁은 침묵으로 긍정의 뜻을 대신하고 강유리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내가 잠깐 여기 있으라고 한 거예요. 아니,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대뜸 화부터 내면 어떡해요!”어찌 됐든 지금은 송이혁이 잘못한 게 맞으니 강유리의 질타에 송이혁은 그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저번에도 화상 입었을 때도! 보희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고생이라뇨?”일주일 내내 잘 먹고 잘 놀다 간 줄 알았는데 고생이라니.“병원 측이 바보도 아니고 그깟 화상으로 입원을 시켜줄 리가 없잖아요? 병실에 잠깐 자리 나면 거기서 머물고 그랬던 거예요. 이혁 씨랑 같이 퇴근하고 같이 밥도 먹고 싶어